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349화 (349/1,497)

〈 349화 〉1부 15장 7

청화의 6민트 챌린지 이후.

사람들은 너도 나도 6민트 챌린지에 도전했고, 민트 맛을 보았다.

- 이걸 어떻게 먹냐?!

- 꽤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만큼 6민트 챌린지는 더욱 더 과열되었다.

그건 '청화가 피닉스에게 6민트를 선물했다'는 설이 빅벤 테러를 통해 거의 정설화되면서, 점차 6민트 챌린지는 다른 이들에게 민트초코를 권유하는 형식으로 변질되었다.

- 민트초코를 먹이려는 자, 먹일 거면 하프 갤런으로 먹여라.

US라빈스는 적극적으로 이 챌린지를 권장했고, 이 유행은 10대들 사이에서도 크게 번져나갔다.

고로, 중학교 2학년에 나름 친구들과 잘 지내던 김누리에게 있어서 민트초코 케이크 같은 건 벌칙게임 같은 것이었다.

으적, 으적.

입안에서 알싸한 박하향과 초코향이 범벅이 되어도 김누리는 서비스를 전부 먹어치웠다.

"하아, 하아."

김누리는 민트초코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청화단'에 들어갈 수 있다면, 이런 민트초코 따위는 한 트럭이 와도 먹어치울 자신이 있었다.

탁!

김누리는 마지막 케이크 조각을 입에 넣은 뒤, 포크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아래 크림까지 싹싹 긁어먹을 정도로 김누리는 의욕을 보였고, 세 여자는 질린 얼굴로 싹 치워진 그릇들을 내려다봤다.

"......의지는 대단하네. 좋아, 그 독기. 마음에 들어."

천가을. 연예계에서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해 독기를 품었던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주어진 능력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중앙에 연락을 넣겠습니다."

유이신. 꾸역꾸역 전부 먹어치우는 김누리의 강한 의지를 인정했다.

"......그 놈이라면 얘네 집 찾아주겠지."

흑염룡. 그나마 상식적인 선에서 등대의 이능력을 사용해 부모나 가족을 찾아주려했다.

"저 그러면 이제 청화단 단장님 만날 수 있는 거임?!"

김누리. 드디어 베일에 쌓여있던 청화단 단장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했다.

"초절정 카리스마 악마라고 불리는 전장의 지배자를 드디어! 와, 대박. 사진찍어달라고 해야지. 근데 그 눈 반전된 거 진짜예요?"

".......잠깐만. 김누리, 너 지금 누구 얘기하는 거야?"

"청화단 단장 님 얘기하는 거 아니였어요?"

김누리는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마도기어-흑염룡의 것-을 조작해 사진을 띄웠다.

"여기, 지난번에 화보 찍은 거."

"......."

그곳에는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등대> 김지화가 있었다.

* * *

<그 시각, 여의도 63빌딩 옥상>

"아무도 없는데요...."

김지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아무리 서울 전역을 둘러봐도 내가 찾는 사람은 없다는 의미였다.

"잘 찾아봐요. 실내까지 어떻게 안 되나요?"

"단장님, 제가 아직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건 가능합니다. 투시는 안 돼요."

"아직도 A급이죠? 쳇."

"S급 되면 투시도 가능합니까?"

"조금은."

김지화가 암속성인게 참 아쉬웠다.

서브 속성으로 다른 다른 속성이 있다면 참으로 좋으련만, 히로인이 아닌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딱 하나의 마력 속성만 활성화되었다.

"이걸 강제로 개조할 수도 없고."

"참아주십쇼. 저 요즘 겨우 인생의 2막이 펼쳐졌습니다."

"여친은 S급 왔다갔다하는데 당신은 뭐해요?"

"단장님."

김지화는 선글라스까지 벗으며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유이신과 저는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

"그러면요? 설마 장래를 약속한 깊은 관계라도 되시나? 같은 사도끼리?"

"아뇨. 그냥 가볍게 즐기는 관계입니다. 흐흐."

"......."

30살이 넘도록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한 숙맥이라서 그런지, 상대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바보였다.

"쯧. 알았어요. 일단 좀 더 찾아봐요."

"예. 아, 잠시. 유이신 연락입니다."

"유이신이?"

이 늦은 시각에 유이신이 김지화에게 연락을? 나는 왠지 모를 기대감에 펼치려던 날개를 접고 귀를 쫑긋 세웠다. 김지화는 나를 전혀 개의치 않고 전화를 받았다.

"어, 나야. 응. 지금 잠깐 단장님이랑 63빌딩. ...? 그래, 내가 단장이지. 근데 왜? ......아, 바람이 여기 좀 세네. 반장님이야. 작업반장. 미안, 소리가 잘 안 터지나봐."

김지화는 태연한 얼굴로 대답을 했지만, 스크린에 보이지 않는 손은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긴장하고 있었다.

"팬텀도 같이있고.... 걔들은 뭐야? 뭐? 가출 소녀? 가족을 찾아달라고?"

"......."

나와 김지화의 시선이 잠시 부딪혔다. 마침 우리도 가출 소녀 하나를 찾고 있었다.

"이름은 뭔데? ......김누리? 청화단 단장을 만나고 싶어?"

"내가 단장이요."

나는 스크린 앞에 머리를 불쑥 밀어넣었다. 마침 그들은 여의도의 아지트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내 방으로 데리고 와요."

나는 김지화에게 물러나서 바로 63빌딩에서 우리 아지트 호텔을 향해 뛰었다.

"......저 걸어서 내려가란 말씀이십니까?!"

김지화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 * *

<잠시 뒤, 여의도 피닉스 펜트하우스>.

"대박."

김누리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경악했다. 나는 김누리의 앞에 딸기우유를 내어놓으며 마주앉았다.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있을까봐 김지화에게 다 맡겨놓은 거죠. 그러니까 말해봐요. 청화단 단장에게 무슨 볼일이죠?"

"언제는 자기 단장 아니라면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더니."

"상왕은 왕이 아니지만 왕인 법이에요. 자, 김누리 양. 단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누리는 딸기우유를 한번에 들이키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저, 청화단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좋아요. 웰컴."

"......?"

"환영한다고요. 당신 이제부터 청화단입니다."

나는 왕이 기사에게 품위를 수여하듯 김누리의 어깨와 머리에 손을 놓았다. 김누리는 어안이 벙벙해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야, 얘도 혹시 그거야?"

천가을이 가장 먼저 눈치를 챘다.

"네. 맞아요. 그거."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새끼 손가락을 들고 흔들었다. 그에 천가을이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내가 호랑이 새끼를 들였.... 야! 얘 미성년자야!"

"5년 뒤에는 딱 성인인데요."

2024년까지는 학생일지 몰라도, 2025년에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바로 헌터로서 활동하는 전도유망한 새싹이다.

"......혹시 청화단에 나이 제한 같은거 있음? ...요?"

김누리는 천가을과 내 눈치를 보며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저, 저 가출했지만 열심히 할게요! 집에서 저 호적판다고 하기도 했고.... 아직은 능력이 없지만 분명 개쩌는 정도로 각성할 거예요! 설화령 님처럼 SS급 달고!"

김누리는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리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진짜야?"

"네. 수속성은 아니지만."

단독으로 암속성 95, 준 SS까지 올라갈 수 있는 괴물이다.

"잘 찾아왔어요. 당신, 분명 재능있는 사람이니까."

나는 김누리를 내 품에 끌어안고 토닥여줬다. 원래부터 키가 작은 편이었지만, 15세의 김누리는 내 기억보다 손가락 하나 정도 만큼 더 작았다.

"......."

김누리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가만히 있었다. 열등감이 심한 만큼 자존심도 강한 터라, 내 품에서 눈물을 꾹 참고 있었다.

이상하다. 원작에서는 자주 이러면서 막 울고불고 그랬는데.

"......여기도 딥따 크네."

"아하."

나는 누리를 살짝 뒤로 밀었다. 누리는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지만, 동시에 시선은 이 몸의 흉부로 가있었다.

"...EX급이면 원래 이렇게 되나요?"

"아뇨? 저 SS+인데요."

"......?"

화륵.

[이런 거지.]

"헐, 대박."

"와, 미친."

김누리도 놀랐고 천가을도 놀랐다.

"역시 청화가 피닉스!! 으아아! 이거 비밀로 해야하는 거죠?! 으, 씁! 존나 아쉽다!"

"너 오늘 처음 보는 애한테 뭘 다 까발리는 거야!!"

[뭘 새삼스럽게. 천가을, 네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누리의 어깨를 잡고 몸을 돌렸다. 마치 내가 누리를 뒤에서 보호하듯.

[각성만 제대로 하면, 얘가 전 세계에서 10손가락 안에 들 강자다.]

호박이 넝쿨째로 들어왔다.

* * *

늦은 저녁.

나는 청화단의 간부들을 모두 소집했다.

"오호, 이 친구가...."

"꼬맹이인데?"

"꼬마 아니거든요? 술 냄새 나요, 아저씨."

간부들은 어린 아이같은 김누리의 존재에 관심을 보였고, 김누리는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간부들을 대했다.

"소개할게요. 청화단의 새로운 예비 간부. 현재는 인턴. 김누리. 암속성 S+ 재능을 가진 예비 헌터입니다."

"......이건 사기다!"

류천성이 가장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누구는 뼈빠지게 B급부터 시작해서 A급에 간신히 올랐는데, 누구는 시작부터 S급이라고?!"

"어, 으...."

키가 과장 좀 보태어 중절모까지 2m는 훌쩍 넘는 근육질 노인이 박력있게 말하자, 김누리는 입술을 깨물며 눈치를 보았다.

"-라고 하는 이들이 있을텐데, 어쩌시겠는가? 분명 사람들 중에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 나올텐데."

"당신 지금 당신 속내를 얘기한 거 아녜요?"

"겸사겸사지. 나야 뭐 이제 익숙해져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어찌 할 거냐 이 말이야."

"석하랑 시즌2겠네."

시작부터 S급.

그것도 성년에도 이르지 못한 어린 나이에 S급으로 시작하는 건 파격을 넘어 류천성의 말대로 사기였다.

"더군다나 아지다하카를 잡으면 바로 SS까지 성장하게 될 수 있죠. 본인 재능이 있으면 진짜 SS가 될테고."

"전세계 최연소 SS겠네. 안 그래도 지금 SS들 나이 20대인데."

"...아마도 평생 깨지지 않을 기록이 되겠죠?"

15세에 SS급을 단.

기네스에 오를 것도 물론이거니와, 앞으로도 향후 20년 정도는 깨지지 않을 대기록이 될 것이다.

'주인공이랑 히로인 자식들이 태어나서 새롭게 SS급이 되지 않는 이상.'

"김누리의 15세 SS는 거의 확실하다는 말이죠. ...내가 지금 장밋빛 미래부터 까발려서 조금 그렇긴 한데."

나는 김누리가 애써 무시하고 있는 현실의 잔혹함을 끼얹었다.

"중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이렇게 막무가내로 헌터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인 거 몰라요?"

"하, 학교 다니면서 청화단 활동하면 되잖아요!"

"서울에 아직 학교 없는데. 하늘성, 혹시 계획은?"

"...은하 대학교는 논외. 일반 학교는 내년이나 되어야 제대로 운영이 가능할 것 같네만."

기존에 동작에 있던 주민들도 슬슬 교육시설의 존재를 바라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지금 물총부대가 되어 개성을 뚫고 북진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럼 결국 중퇴 상태로 살아야하는건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무리 그래도 학교는 나와야하지 않겠나?"

"못해도 고등학교까지는 해야지."

"아니면 고등학교 자퇴를 하거나. 설화령도 고등학교까지는 다니지 않았나. 출석일수만 채우고 괴수 퇴치하러 다녀서 그렇지."

당연히 연장자들은 김누리가 학업을 계속 이어나가기를 바랐다. 어른된 입장에서 애가 자기 재능만 믿고 아무런 기반도 없이 무작정 헌터가 되겠다고 뛰어들면 말리는 건 당연지사.

"......."

하지만 당연히 질풍노도의 시기에 휩싸인 김누리는 그걸 제대로 들을 리가 만무했다. 나는 김누리의 입에서 '앙 개꼰대들 틀딱 냄새 오졌죠'라는 말이 튀어나오기 전, 먼저 내가 선수를 쳤다.

"학교 가세요. 하교하고 나서 청화단에서 헌터로서 수양하는 건 얼마든지 환영하지만, 우리 최저 학력은 중졸이에요. 고등학교는 다녀보다가 정 안되겠으면 1학년 마치고 자퇴까지는 허용. 이거 싫으면 집으로 돌아가요."

"...1년 반만 버티면 되는 거죠?"

결국 최종 결정권자인 내가 커트라인을 그어버리자, 김누리도 꼬리를 말고 얌전히 받아들였다.

1년 6개월. 그 기간만 학교를 다니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부모 문제는 어찌할 텐가? 나도 개인적으로 얘기를 좀 하고 싶을 정도로 답이 없더구만."

"어쩌지? 우리가 이렇게 해도 그 사람들이 그러면 답이 없잖아."

김누리 부모의 상황을 들은 간부들은 스스로 나서서 김누리를 구제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 또한 누리를 그들 부모의 아래에 두게 하는 건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손가락을 뻗어 김누리를 가리켰다.

"김누리의 신변에 변화가 생기면 가능하죠."

나는 열손가락을 펼쳐들었다.

"누리를 사고사로 위장. 아니면 괴인화라거나. 그도 아니면 팬텀처럼 얼굴을 가리고 산다거나....하는 것들은 다 소용이 없을테고."

딱.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검지만 들어올렸다.

"지금은 무능력자에 일반인이지만, 이능력자는 분명 나이에 관계없죠? 이미 선례를 닦아놓은 사람이 있으니까."

"그 말은...."

"12살에 S급이 된 사람도 있는데, 15살에 C급 된 정도면 사람들도 적당히 이해할 거 아녜요?"

어차피 이 나라에 물가촉천민은 흔하다. 이제 본인의 허락을 구할 차례.

"김누리. 당분간 당신, 물속성 C급으로 살아야하는데-"

"가능."

"......."

"쌉가능. 그럼 지금부터 부산으로 가면 되는 각, 인정?"

생각해보니, 15살에 C급 이능력자도 거의 1%대 존재였다.

"앙 각성띠."

"누구 얘 언어 과외 좀 하실 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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