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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344화 (344/1,497)

〈 344화 〉1부 15장 2

솔직히 연락하기 두려웠다.

이미 은유하-카르나가 서로 서로 본색을 드러내며 억제되어있던 성욕을 서로를 이용해 풀고 있었던 만큼, 나는 이 부부에게 전화를 걸기가 매우 두려워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는 알몸으로 받네요?"

[우리사이에 뭘 그러니. 직접 코칭까지 해주시는 떡선생께서.]

[...오랜만이군.]

<루살카>와 <벨로보그>. 이제는 러시아의 수호 히어로가 된 S급 부부는 적나라한 알몸의 교제를 나누며 전화를 받았다. 나는 뭐라 하고싶은 말이 턱밑까지 차올랐으나 참기로 했다.

은유하와 카르나, 둘에 비하면 이쪽은 차라리 건전하고 점잖았다.

"일단 축하드려요. 오랜만에 '본체'로 할 수 있게 되셨어요. 엄밀히 따지면 본체를 본딴 복제이지만."

[어머, 진짜니?]

루살카는 광검에게 뒤에서 박히면서도 다소곳하게 머리칼을 정돈했다. 이제 광검의 리드에도 제법 익숙해진 듯, 뒤에서 박히는 중에도 짜증을 부리며 자신이 리드하려 나서지 않았다.

"네. 히카리가 몸은 완벽하게 만들었어요. 나머지는 코어를 넣기만 하면 돼요."

[그러면 빨리 넣으렴. 서방님이 얼마나 오매불망 기다리는지, 내가 다 질투가 날 정도란다.]

[......그 몸으로 하고 싶은 건 루살카, 네가 더 바라지 않나.]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찾으러 갈게'.]

루살카는 편안하게 매트리스에 엎드리며 싱긋 웃었다. 몸을 낮춘 루살카의 위에 자신의 몸을 포개는 광검도 나를 바라보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8월 31일. ...그 때 보도록 하지.]

"둘 다 같이 온다고요? 그래도 돼요? 수보르프가 전력 공백 생긴다고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텐데?"

마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순간이동 할 수 있는 루살카는 그렇다쳐도, 실제로는 SS급 이능력자인 광검-벨로보그가 모스크바를 이탈한다면 아마 엄청난 소요가 일어날 것이다.

"혼자서 동유럽 전체를 책임지고 계신 분이 서울로 오는 걸 허락했어요?"

[당장의 위협은 제거했으니까. 그 아가씨, 상당히 강한 자더군. 무승부는 처음이었다.]

"아.... 고작 하루 거쳤는데 그새 한 판 떴구나."

카르나도 참 대단하다 싶었다. 모스크바에는 루살카와 만나기 위해 고작 하룻밤만 묶고 갔는데, 그 사이에 설마 싸웠을 줄이야.

"그래서 무승부라고요?"

[시간이 모자라서 말이야. 서로 적당히 워밍업만 하고 끝났다.]

[카르나 그 년, 뭐라고 한 지 아니? '이 정도로 강해야 내 동생을 취할 수 있는 남자지!' 웃겨, 정말. 지가 왜 내 언니야?]

루살카는 툴툴거리면서도 카르나와의 만남이 썩 나쁘지 않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 방금 광검 사정했다.

"인정받아서 좋으시겠네요. 이걸로 인간 남자 중에서는 당신이 가장 강해요."

[그건 참 고마운, 크윽, 일이군. ...미안하다. 내일 모레 거기에 참가하지 못해서. 내가 응당 해야하는 일인데.]

"아뇨, 당신은 PTSD만 일으킬테니까 오지마요. 대신 당신 부부들 딸이 열심히 해줄테니까."

[평양이라고 했지? 나 근처까지 가볼까?]

루살카는 석하랑이 위험한 전장으로 나선다는 것에 표정이 굳었다. 아무리 정령이라도 부모 마음은 가지고 있는지, 루살카도 광검도 상황만 허락하면 얼마든지 날짜에 맞춰 평양까지 내려올 기세였다.

"아녜요, 걱정마요. 저도 전력으로 나설테니까."

[카르나에 하랑이, 그리고....]

[환룡이 들어간 샤오린. ...진짜 정령들 다 모이네.]

"당연하죠. 상대가 상대인데."

뉴클리언의 위험성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솔직히 카르나에 샤오린 없었으면 시도 못 했을 걸요?"

[......도대체 왜 그렇게 무서워하는 거야? 그게 그렇게 강해? 성주보다 더?]

"나중에 직접 전투 영상 보여드릴게요. 당신들도 딸 활약하는 거 보고 싶을 거 아녜요."

[알겠다. 그보다 피닉스, 하랑이 지금 문제에 관련해서 말인데.]

광검은 석하랑이 처한 다른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나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골치가 아팠기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딸이 여왕님이 된 거에 별로 기뻐하지 않으시네요? 푸흐흐."

[놀리지 말렴, 하랑이가 싫어하는 걸 우리가 왜 좋아하겠니?]

[마음 같아서는 섬 째로 침몰시켜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있는 사람들끼리 해결하도록 참고 있는 거다.]

두 부부는 졸지에 대마도의 여왕님으로 추대받고 있는 딸의 난감한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다. 나도 이건 원작에서의 상황과 백만광년 떨어진 사태라 쉽게 건드리기도 난감했다.

'원래는 부산이랑 대마도 통째로 다 날려버려서 금기시 되는데.'

폭주 석하랑이 일으킨 피해는 수마룡인 모비딕이 일으킨 피해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런 석하랑이 부산에서는 여전히 수호신의 위치에 있고, 이젠 대마도의 난민들에 의해 여왕으로 추대받고 있었다.

"그래도 당사자들은 진심으로 여왕으로 모실 생각이던데요?"

[그게 다 한국으로 넘어가려고 수작부리는 거다.]

[그래. 히드라 그 망할 년 지금 어디있다니? 그 년 때문에 지금 이 사단이 난거 아니야.]

"...그렇긴 하죠."

히드라가 속성과 인질의 힘으로 석하랑을 괴롭힌 건 이미 부부의 귀에 들어간 지 오래다. 부부는 자신들의 사이를 갈라놓을 뻔한 라스푸틴의 주인인 아지다하카보다도, 딸을 한 번 곤란하게 만든 히드라를 족치려고 아주 벼르고 있었다.

"카르나가 한 번 쭉 세계를 훑었잖아요? 돌아오고 나면 찾아볼려고요."

[어떻게?]

"다 방법이 있죠, 푸흐흐. 아직 바로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마요. 간부들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부부가 석하랑으로 인해 원한이 있기야 하지만, 아무렴 1:3 싸움을 통해 결계에 갇힌 수모를 갚아야하는 나보다는 덜할 것이다. 창염의 훼방아닌 훼방만 아니었어도, 나는 지금 진작에 일곱 정령들을 다 각성시키고 성주가 올 때 까지 전력을 확충시켜 나갔을 것이다.

"그럼 8월 말, 서울에서 봐요."

[그래. ...너도 다치지 말렴.]

"아무렴요. 누구 때문이라도 몸 아껴서 써야해요."

안 그러면 진짜로 혼난다. 나는 부부와의 대화를 마쳤다.

"......저러다 애 생기면 어떻게 되는 거지?"

콘돔은 당연히 안 끼고 있을텐데. 괴인-사도의 씨는 과연 활동성을 가지고 있을까?

"몰라. 생기면 생기는 거고."

정말로 새 생명이 태어난다면, 나는 그 생명이 무사히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성주와 이계신을 쓰러뜨려야 했다.

"후우, 정말."

점점 막중한 책임감 같은게 자꾸만 늘어나는 기분이라 마음 한켠이 무거웠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아."

나는 루살카와의 대화에서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8월 말?"

원탁 회의는 분명 8월 중순이었을텐데?

나는 정보의 상이함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운우지정을 방해할 수는 없지."

그럼 다른 원탁을 찾는 수밖에.

나는 정보를 알고 있을 법한 쪽으로 전화를 걸려다가, 바람을 쐬기 위해 외출 준비를 했다.

장소는, 북경.

환룡의 장원.

* * *

<오전 10시, 환룡의 장원.>

"젠장, 생각해보니 여기가 진짜 떡판이네."

"왜?"

환룡은 찻잔을 들어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는 완전히 모택평을 자신의 몸으로 바꾸어버린 환룡은 회색으로 물든 머리칼과 눈동자로 내게 질문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지금 전화 거는 곳곳마다 시각 테러를 당해서."

나는 새벽부터 이어진 통화의 흔적을 대충 이야기했고, 환룡은 두 정령이 벌이고 있는 행동에 쓰게 웃었다.

"인간세상에 적응해가는 거지. 인간의 3대 욕구가 뭐겠어? 먹고 자고 싸는데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는 거야. 정령 시절에는 그런게 전혀 없었으니까."

"지금 보면 싸는 거에만 미쳐있는 것 같은데?"

"몸을 채우는 충족감을 느끼기에 섹스만큼 좋은 것도 없지. 안 그래?"

"글쎄. 잘 모르겠는데. 이 몸에 깃들고 나서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환룡은 내 진상에 대해 알고있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하여 신경쓰지 않고 아주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럼 내가 해주리?"

"미쳤어?"

"아니, 이 몸 말고."

환룡은 바로 영체로 튀어나왔다. 육체는 의식을 잃고 테이블 위에 고개를 처박았고, 하늘하늘한 은회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내 위에 걸터앉았다.

"하자."

"싫은데."

"왜? 너도 쌓여있을 거 아냐. 한 발, 아니 평생 빼줄게."

"알면서 이렇게 유혹하는 너, 참 나쁘군."

"알면서 마음 하나도 안 받아주는 네가 진짜 쓰레기야."

"......."

졌다. 나는 두 손을 들었고, 환룡은 베시시 웃으며 물러섰다.

"...너 진짜 무슨 생각이야?"

"별 생각없는데. 그냥 그런 생각은 계속하지. 창염이 하렘을 허락해 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

세상에.

"창염이 널 허락한다고 생각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성주 쓰러뜨리는데 1등공신이고, 너를 지켜낸다면 첩 자리는 주지 않겠어?"

"......너 내 죄책감 쌓게해서 어떻게 해볼려는 속셈이지?"

"들켰는 걸. 그런데 어느쪽도 괜찮아. 후자면 더 좋은 거고, 첩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창염도 어지간한 욕심쟁이가 아닌 이상 적어도 배려는…안 하겠네."

환룡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흔들었다.

"아무튼 언니들 그러는 거 너무 뭐라고 하지마. 루 언니는 남편이랑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거고, 카 언니는 여자로 하는 건 아니라며? 그럼 네 입장에서는 아무 문제 없는 거 아냐? 여자 몸으로는 처녀라며."

"그게 이 몸을 본 딴 인공생명체니까 그러지."

"......그건 좀 끌리는데. 나도 하나 얻을 수 있어?"

젠장. 생각해보니 얘도 나를 성적으로 노리고 있는 이들 중 하나였다.

"됐다. 샤오린 불러와."

"칫. 조금 더 놀지 않고."

"그건 성주 이기고 5년 뒤에 마음껏 노시고, 오늘 온 건 너 보러 온 거 아냐. 샤오린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왔지."

괜히 전화를 걸었는데 샤오린의 뒤로 떡판이 벌어지고 있을까 싶어서 직접 왔다. 겸사겸사 환룡도 보고, 겸사겸사 코어도 좀 챙기고.

"샤오린 지금 어디있어?"

"......."

환룡은 대답을 꺼려했다. 나는 머리가 띵해왔지만 마음을 다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장원에 따로 마련된 별실로 달렸다. 그리고 별실로 들어가는 문을 열기 직전.

"힉."

샤오린은 영체인 상태로 대자로 호수 위에 두둥실 떠다니며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

잠시 뒤.

"......흠흠, 무슨 일이세요?"

샤오린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나를 대하고 있지만, 영체에서 실체를 갖춘 몸은 한껏 붉어져있었다.

"일단 본론부터. 원탁 회의가 8월로 미뤄졌다는 게 무슨 소리지?"

"아, 그거요?"

샤오린, <군신>은 아직 원탁에 적을 두고 있다. 원탁도 SS급 이능력자를 굳이 제명할 이유도 없었다.

"가웨인 경이 잠적했습니다."

"...잠적?"

나는 내가 알고 있던 단어가 그 사이 의미가 바뀌었나싶었다. 하지만 마력을 통한 의사도, 마도기어를 통한 번역도 정확한 의미로 전달되었다.

잠적.

소식도 없이 어딘가로 숨었다.

"그 양반이 왜요?"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공주님이 가출했다고 합니다만."

"아, 난 또."

그럼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가웨인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가출한 아르엘을 잡으러 다니는 거였으니까. 5년 뒤인 원작에서도 아르엘은 여왕이 되어서도 가출했고, 영국을 방문한 데스디나스 호에 몰래 승선하여 한국으로 도주했다.

"그럼 됐어요. 8월 말이라고 가웨인이 못 박았으면 그 전에는 가출한 아가씨 잡을테니까. 그럼 다음 질문."

나는 샤오린을 위아래로 가리켰다. 샤오린은 거의 마이크로에 가까운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피부는 왜 태우려고 하는 거예요?"

"...저는 깨달았습니다."

샤오린은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르나 님과의 건곤일척의 승부! 거기서 저는 깨달은 것입니다. 피닉스 님도 카르나 님도 태양의 힘을 거두시는 분들! 그렇다면 저도 태양빛을 받으면 힘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여!"

"당신 환속성이라 아무짝에도 쓸모 없으니까 그만둬요. 피부도 안 타니까 소용없고."

"흐으…."

샤오린은 울상을 지었다.

"그치만 사람들이 저보고 약한 게 아니냐고 오해하고 있다고요! 카르나 님 상대로 제가 거의 이길뻔했는데!"

"당신은 수수하게 강하니까 어쩔 수 없어요. 활동도 적고."

"활동이야 지금까지 해 온 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주거는 환룡을 지키기 위해 북경에 살고 있지만, 샤오린은 대외적으로는 청화의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로 산다고 알려져있다.

거기에 상시 영체로 살고 있기에 그 누구도 샤오린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나마 샤오린이 최근에 대외적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면, 옛 호뢰관 터에서 벌인 대 개천광 전투.

워낙 하이스피드의 전투라서 사람들의 눈에 잘 안 들어온 것도 있고, 적어도 카르나의 기술이 샤오린보다 훨씬 화려하기 때문인 것도 있다.

"저도 광검 님 처럼 수십 미터 짜리 검을 만들겠어요! 이제 마력은 충분합니다!"

"네 다음 투명무기."

"흐, 흐아앙!"

샤오린은 울면서 내게 매달렸다. 수수하게 볼륨감이 넘치는 몸으로 마이크로 비키니를 입으니 파괴력이 상당했다.

"피닉스 님, 저 방법 없을까요?!"

"......서브 속성을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기는 한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되는 건 수속성밖에 없을텐데, 석하랑 사도 겸직 할래요?"

"죽어도 싫습니다."

샤오린은 웃으며 화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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