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338화 (338/1,497)

〈 338화 〉1부 14장 29

마룡은 S급 괴수로 분류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괴랄하기로 소문난 공략난이도를 가진게 광마룡과 암마룡이었다.

단일 개체로서 최강이라고 불리우는 광마룡.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라스푸틴 전투에서처럼, 등장과 함께 수많은 부하 괴수들을 뿌리며 등장하는 암마룡.

둘이 동시에 차원문을 통해 나온다는 것은 어지간한 힘으로는 제압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 원탁은 어디있는가?

마룡이 둘이나 나타났다. 더이상 시간을 따질 문제가 아니었고, 현장에는 백나로 호 한 척만이 힘겹게 싸워나가고 있었다.

비록 그들이 차원문 세 개를 닫는 기염을 토하기는 했으나, 이른 시간에 튀어나온 마룡을 둘이나 사냥할 수 있을 지는 사람들의 의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개천광> 카르나.

마룡들이 본래 각자 속성의 원 주인인 정령의 성향을 이어받은 존재인 만큼, 개천광 또한 단일 존재로서 최강의 자리를 다투는 실력자였다.

비록 그 힘은 세간에는 S급으로 알렸지만, 유일하게 피닉스와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존재.

현재 백나로 호의 히어로들은 어떻게 차원문을 닫을 지 고민하고 있었다.

* * *

"가능하다면 광마룡의 차원문을 닫아야겠죠? 광마룡 한 마리가 나오고 더는 나오지 않을테니."

"나도 동감일세. 모스크바에서 라스푸틴의 고간...아니, 암마룡이 날뛰는 것을 나와 우사는 톡톡히 보았네. 아주 미친듯이 쏟아지더군."

"그럼 정해졌네요."

광마룡을 쓰러뜨리고 그 차원문을 닫는다.

나머지 열어둔 차원문에서 튀어나온 암마룡을 제압한 뒤, 차원문 개폐시간의 데드라인인 1시간 경과 전까지 최대한 많은 괴수를 처리한다.

"7:3, 아니 5:5로 계산해도 엄청난 이득이 될 것입니다. 순수히 저희가 쓰러뜨린 괴수의 수만 하더라도 코어가 차고 넘치지요."

공중에서 열린 차원문과 그로 인해 낙사한 괴수들의 코어는 차치하고, 적어도 당장 백나로 호의 갑판에 굴러다니는 코어 만큼은 한국 히어로들의 것이었다.

피닉스나 개천광, 둘 다 없었다면 절대로 부릴 수 없는 여유였지만, 히어로들은 이미 개천광의 진면목을 보았다.

"개천광 님, 광마룡을 제압 가능하십니까?"

"두 말하면 잔소리지. 지금의 나는 하루 전의 나보다도 더 강하네."

카르나는 자신만만한 미소로 싱긋 웃었다.

이미 피닉스와 카르나의 전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본 입장에서, 그보다 더 강하다는 게 어떤 정도인지 그들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환마룡 다음으로 드문 광마룡입니다. 이번 레이드를 통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죠."

집행관은 히어로들에게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화권, 가루라는 암마룡을 견제하세요! 나머지는 광마룡을 처리하고 차원문을 닫습니다! 개천광 님은 아지다하카의 견제를!"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아지다하카는 내버려둬도 돼."

카르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아지다하카를 방치하기를 주장했다.

머리가 단발이 되어 핏발이 선 아지다하카는 누가봐도 뭔가 더 심한 짓을 저지를 것 같은 얼굴이었다.

- 설마 차원문 폭주 시켜서 마룡 두 마리 내보내는 걸로 끝이겠어...?

그게 히어로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히어로들은 아지다하카를 방치하는데 난색을 표했지만, 카르나는 히어로들을 눈으로 훑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뜻이 아니라, 내가 광마룡을 처치하면서 아지다하카도 함께 처리하겠다는 말이다. 나 혼자."

"예?"

"뭘 그리 놀라나. 혼자서도 가능하니 이리 하는 말이지."

개천광은 녹색의 활 줄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히어로들은 아까부터 저 활의 정체와 실종된 사람 한 명의 행방을 묻고 싶었지만, 개천광은 마이페이스로 자신의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대들의 강함은 인정하나, 이건 내게 있어서 꼭 필요한 일일세. 저 불쌍한 아이를 죽여주는 것, 광속성 정령으로서 응당 해야할 일이지. 아지다하카를 잡기 위해서라도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집행관!"

카르나는 설명도 없이 억지를 부렸고, 집행관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템페스트 레이디가 난색을 표했으나, 그 사이 마력을 회복한 가루라와 화권은 이미 백나로 호의 갑판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저희는 암마룡을 견제하러 가겠습니다!"

"그것도 그럴 필요가 없네."

"예?"

가루라는 바로 걸음을 멈췄고, 카르나는 두 개의 차원문과 의기양양하게 팔짱을 낀 아지다하카를 가리키며 이죽거렸다.

"화살 한 방이면 충분해."

카르나는 허리춤에 걸어둔 비쟈아를 궁성에 겹쳤다. 녹색으로 빛나는 궁성의 각진 화살 위에, 비쟈야가 추가 장갑 마냥 장착되었다.

"마룡들은 우리의 복제. 성주가 우리를 하나로 합치기 위해 자행한 실험의 피해자들일세. 그러니 우리가 거두어주어야 할 터."

"하나로 합쳐…?"

카르나의 말에 모두가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카르나는 무언가 다른 말을 홀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덤으로 암마룡도 함께 그 명을 거두어주도록하지."

"아니, 합치다니요, 그 무슨-"

쿠구구구!!

차원문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아지다하카는 고개를 치켜들며 히어로들을 비웃었다.

"오호호! 난 이제 몰라! 광마룡과 암마룡, 저것들을 전부 죽여버리렴!"

"머리칼이 날아가더니 본성이 나오는 군."

우우웅!!

개천광이 아지다하카를 향해 겨눈 활에 은은한 금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개천광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은 그 어떤 순간보다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 마력을 느낀 마룡들은 얼굴을 넘어 목까지 차원문 밖으로 빼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

"가서 본체에게 전해라, 멍청이."

카르나는 비쟈야를 덧씌운 궁성을 아지다하카에게 겨눴다. 아지다하카는 진지한 얼굴의 카르나에 입꼬리를 비틀며 어둠에 가슴을 걸쳤다.

"후후후, 그래! 무슨 말을-"

"브라흐마스트라!"

카르나는 화살을 쐈다. 금빛의 화살깃을 잡은 손을 시계방향으로 비틀었고, 레이저같은 화살은 곡선을 그리며 어둠을 가로질렀다.

□□□□□□!!

궁성의 곡사, 터뷸러스의 파괴력, 그리고 비쟈야의 속도가 하나로 합쳐진 브라흐마스트라는 막 머리를 들이밀고 차원문에서 튀어나오려던 광마룡의 머리를 꿰뚫었다.

"뭐-"

아지다하카는 마룡을 일격에 터뜨려버린 화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화살은 광마룡을 죽인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위---잉!!

화살 형태의 브라흐마스트라는 뱀처럼 움직이며 곡선으로 휘어졌다.

아지다하카는 자신을 향해 유턴하는 화살에 비명을 지르며 카르나에게 삿대질했다.

"할 말 있다며----!!"

푸---욱!

화살은 아지다하카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막 옆에서 머리를 꺼내려던 암마룡마저 꿰뚫었다.

"......."

히어로들은 카르나의 힘에 경악했다. 카르나는 아주 시원한 얼굴로 궁성과 비쟈야의 결합을 해제했다.

"흐음, 역시 좋은 활이군."

카르나는 궁성과 비쟈야의 무기화를 해제했다. 갑자기 카르나에 의해 무기가 된 궁성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혼란에 빠졌다.

"어떻...게?"

"무얼. 나랑 피닉스의 관계이니 가능한 일종의 편법이지."

카르나는 마룡 둘과 아지다하카의 분신을 곤죽으로 만들고 하늘을 향해 떠오르는 브라흐마스트라를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였다.

"나나 피닉스나 태양에 근원을 두고 있는 자들이니."

콰----앙.

하늘에서 브라흐마스트라가 폭발하며 어둠을 몰아내는 빛을 펼쳤다. 폭발한 화살은 태양처럼 하늘에 걸려, 주변을 낮처럼 밝혔다.

키에에엑!

암마룡이 나오던 차원문에서 흘러나오는 괴수들은 브라흐마스트라의 빛을 보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카르나는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어린 아이가 새총만 쏴도 죽을 것이다."

카르나는 차원문만 남긴 채 나머지를 모두 정리했고, 하늘에 광원까지 만들어 주변을 밝히며 차원문으로 나오는 괴수들을 약화시켰다.

"......그래서 누님, 저 간부에게 뭐라고 말하려고 했던 거요?"

어안이 벙벙해져있던 우사가 묻자, 카르나는 뭘 그런 걸 묻냐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브라흐마스트라."

"......?"

"'브라흐마스트라'라고 전하라고 했다."

"......."

모두가 침묵했다. 카르나는 과연 진짜로 기술의 이름을 전하려는 의도였을까, 아니면 아지다하카를 기만하려는 술책이었을까. 정작 당사자는 개운한 얼굴로 차원문을 가리켰다.

"그럼 집행관, 차원문은 열려있다만 어찌 하겠나."

"......그렇네요."

아직까지 차원문이 발생한 지 1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차원문 최대의 난적인 마룡까지 쓰러뜨린 이상, 이제 타국이 개입가능한 시점 전까지 최대한 많은 괴수들을 사냥하면 될 터.

"......<라마>와 잠깐 연락을."

차원문 발생 이후 59분째.

원정대는 최대한 많은 괴수를 쓰러뜨렸고, 다르질링에는 숱한 코어 비가 쏟아내렸다.

그중 약 30%를 한국 히어로들이, 그리고 다시 30%를 개천광 카르나가 가지기로 했다.

아지다하카는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차원문 5개, 파괴 성공.

급히 백나로 호 위의 코어를 정리한 히어로들은 한국에서 들려온 급보에 황급히 인천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 * *

대마도는 본디 사람이 살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불과 두 달 여전.

오키나와에 잠들어있던 S급 괴수이자 수마룡의 2형태, <모비딕>의 난동으로 대마도는 괴수가 사는 땅이 되었다. 사람들은 대피했고, 대마도로 들어가는 다리까지 파괴되어 대마도는 완벽한 섬이 되었다.

그런데 그 대마도는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십 만 명이 살고 있었다.

원래 대마도의 주민은 아니고, 대마도를 발판으로 삼아 한국으로 망명을 들어오려고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본래부터 대마도에 살던 이들, 쪽배를 타고 건너와 넘어온 이들, 그리고 도저히 김해로 들어갈 방법이 없으니 그나마 가까운 대마도 루트로 한국에 밀입국 하려는 이들.

모비딕에 의해 폐허가 된 곳이었으나, 그들은 모두 한국으로의 이주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형태로는 바라지 않았다.

"으아악!! 지진이다!!"

섬이 움직인다. 섬이 반도를 향해 달려간다. 대마도에 있던 이들은 전부 공포에 질렸다. 비록 괴수가 전부 퇴치되었다고 하더라도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위험은 지진과 섬의 진격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일어났다.

이미 죽음의 땅이 된 곳에 불순한 의도로 들어온 것에 대한 신벌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한반도를 향해 부딪힐 것 처럼 달려가는 섬에 삶을 포기했다.

섬 전체가 바다를 달려나간다. 이런 초자연적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자신들에게는.

쩌저적.

바다가 얼어붙었다. 섬의 떨림이 한순간 강해졌다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오오, 이건...!"

"설마!"

사람들은 하얗게 얼어붙은 바다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끼기긱, 끼긱.

한참동안 얼어붙은 바다를 밀어내려던 섬은 동력을 다하고 멈췄다. 그리고 사람들은 멍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십 미터 높이의 얼음 성벽 위.

눈가루를 뿌리는 나비의 날개를 한 백발의 히어로가 난감한 얼굴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 *

[큰일났네.... 일단 막긴 막았는데 이거 우야면 좋지?]

석하랑은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멋쩍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히어로는 전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석하랑의 몸에 흐르는 피가 지금의 상황에 대해 상당히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걱정마라. 히드라는 완전히 도주했다. 괴수적으로 뒷 탈은 없어."

나는 변신을 해제한 상태에서 서울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도기어를 통해 석하랑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히드라가 도망쳤으니 피닉스가 설화령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

"일단 안심해라. 바다를 얼려 성벽을 세웠으니 쉽게 넘어오지는 못할 거다."

히드라의 공격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은 석하랑은 바로 부산 해협의 바닷물을 끌어다가 거대한 성벽을 만들어냈다. 높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얼음 성벽은 대마도를 반달모양으로 감싸안았고, 대마도의 진격을 수월히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우야지? 이카면 우리 바다 엄청 줄어드는 거 아이가.]

"......국제법상으로는 그렇겠지."

일단 대마도는 일본의 영토이니, 대마도가 한반도 쪽으로 붙어버린 이상 부산 해협의 폭이 쪼그라 든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네게는 여러 가지 옵션이 있어. 선택은 네 몫이다."

[여러 가지?]

"그래."

나는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계획들을 간단히 밝혔다.

"저 상태 그대로 구워버리는 방법도 있고, 섬 전체를 수장시켜버리는 방법도 있지. 아니면 섬에 괴수를-"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좀 더 평화적인 방법 없나?]

"있기야 하지."

나는 석하랑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넘겼다.

"안에 있는 사람들 다 일본으로 쫓아낸 다음 우리 영토로 만드는 것."

[그건 어렵겠는데. 쟈들이 미쳤다고 대마도 내놓겠나?]

"그만큼 반대급부를 넘기면 또 모르지. 아니면 네가 바다를 조종해라. 그리고...."

나는 석하랑의 스크린에 지도를 겹쳐, 대마도를 저 멀리 튕겨버렸다.

"잘못 온 택배는 반송해야지."

[...이카면 바다는 넓어지겠네.]

"그래. 그럼 잠시."

나는 석하랑과 연락을 끊고 63빌딩의 꼭대기에 내려앉았다. 허공에서부터 날개를 접어 그 누구도 모르게 조용히 착지를 했고, 나는 서울 전체에 마력을 흩뿌려 다시금 서울 전역을 살폈다.

"......."

중간 중간 서울에 잠입한 빌런들의 불운한 기척은 느껴지지만, 그래도 별다른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뭣보다도 펜릴, 김펜릴의 반응이 전혀 없다.

"......또 어디서 놀고 있겠지."

아지다하카가 히드라에게 부산을 맡기고 펜릴에게 서울을 맡겼다면, 그건 무조건 잘못된 인선이라고 충고할 수 있다.

"그 놈이 제 때 할 리가 없지."

김펜릴은 영악하다. 너무나도 영악해서, 자신에게 떨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시간을 정확히 견적내는데 특화되어있다.

'10초만에 처리 가능한 일이 있으면 마감 시간 딱 10초 남기고 시작하지.'

그러니까 펜릴이 서울을 부수러 올 일이 있다면, 자신이 있던 장소에서 탱자탱자 놀다가 서울까지 날아오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고 움직일 것이다.

"당분간은 서울에 있어야 할 것 같군."

펜릴은 분명 서울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게 오늘이 될 수도 있고, 본인이 언제나 하던 것처럼 밥먹듯이 연도 드립을 치며 뒤로 미룰 수 있다.

나는 난간 위에 올라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국에 오게 될 걸 환영한다, 김펜릴."

도착하는 즉시 민트초코에다가 김치를 얹어서 먹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서울로 먼저 돌아왔고, 원정대의 인도 원정은 끝났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