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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337화 (337/1,497)

〈 337화 〉1부 14장 28

<인도 다르질링 상공, 차원문 발생 처.>

끼이이익!

백나로 호가 정확히 차원문의 앞에 배를 정박했다.

갑판에서 배를 움직이는 집행관은 갑판 끝에 차원문이 놓이도록 했다. 히어로들이 갑판에 발을 디디고 차원문을 닫게 하려는 의도였지만, 역으로 차원문에서 쏟아지는 괴수들도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히어로들을 덮쳤다.

"어딜!"

선두의 풍백이 스틱으로 괴수의 목덜미를 찌르고, 뒤따르던 템페스트 레이디가 바람을 일으켜 괴수들을 갑판 좌우로 밀어버렸다.

끼기긱!

대부분이 갑판에서 굴러떨어져 지상으로 자유낙하했지만, 일부 몸놀림이 빠른 괴수들은 손톱을 세워 백나로 호에 박아넣었다.

"큭…!"

집행관은 화끈거리는 옆구리의 감촉에 비명을 내지를 뻔 했으나 겨우 참았다.

"집행관!"

"괜찮습니다...! 그보다 빨리 차원문을!"

동기화를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갑판에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집행관은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속전속결로 작전을 지시했다.

피융-!!

카르나의 화살이 차원문을 향해 달리는 히어로들을 엄호사격했다.

직선으로 쏘아진 금빛의 레이저는 괴수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히어로들을 습격하던 아지다하카의 미간을 꿰뚫었다.

"질긴 녀석!"

"너야말로!"

기습공격이 실패한 아지다하카는 카르나의 면전에 나타나 손톱을 휘둘렀다.

카아앙!

유령처럼 불쑥 나타난 아지다하카의 야습에 카르나는 당황하지 않고 비쟈야로 응대했지만, 그 바람에 히어로들에 대한 지원 사격은 어려웠다.

키에에에엑!!

차원문에서는 괴수들이 시도 때도 없이 쏟아졌다.

궁성이 갑판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떨어지지 않은 괴수들을 향해 화살을 쏘아 마저 낙사시켰고, 우사의 수탄도 궁성을 덮치려던 늑대같은 괴수의 대가리를 때렸다.

'이래서는 시간만 끌려.'

집행관의 눈이 전방위를 훑었다. 화권과 가루라가 하나의 차원문을 닫으려는 사이, 다른 두 차원문에서는 시시각각으로 괴물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대부분은 지상에 떨어져 육편이 될 테지만, 간간히 귀찮은 비행 괴수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그리고 한 순간, 길이 열렸다.

"운사!!"

집행관의 호령과 함께 운사가 전방으로 달렸다.

집행관과 청화[팬텀]을 옆에서 지키고 있던 운사는 집행관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번개같이 전방으로 달렸다.

키에악!!

괴수들이 운사를 덮쳤다. 그러나 운사는 망설임없이 진격했고, 그 정면에는 입을 쩍 벌리고 손톱을 세운 거대 괴수가 있었다.

"흡...!"

이대로 계속 달리면 괴수에게 목이 달아나겠다 싶은 순간, 괴수가 칼바람에 찢겨나갔다.

꾸드득, 꾸득!

칼바람을 담은 화살은 기묘한 궤적을 그리며 운사를 빗겨나가 그 앞을 가로막는 괴수들을 전부 먹어치웠다.

"후우."

궁성의 지원사격, 터뷸러스를 담은 곡사였다.

"후방에 있는 건 개천광 뿐만이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운사는 후방의 든든한 지원을 믿고 질주했다. 갑판의 길이가 불과 이십 미터 언저리 되는 짧은 폭이었으나, 그 안에 빽빽한 괴수들이 날뛰니 좀처럼 다가가는게 쉽지 않았다.

"하아압!!"

그러나 운사는 홀로 괴수들의 벽을 돌파하지 않았다.

"달려!"

"알겠습니다!"

궁성과 우사가 지원사격을 날리고, 템페스트 레이디가 운사가 달리기 쉬운 바람의 길을 만들어냈다. 풍백은 그 바람길을 선행하며 괴수들을 치웠다.

"운사야!"

풍백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전방에는 집채만한 괴수가 있었고, 운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풍백의 키를 훌쩍 넘기며 뛰어올랐다.

"흡!"

풍백은 스틱을 수평으로 들었고, 운사는 그걸 두 발로 디뎠다.

파-앙!

파공성과 함께 운산 하늘높이 뛰어올랐다. 괴수의 몸을 훌쩍 뛰어넘은 운사의 눈앞에는 꿀럭거리며 괴수를 토해내는 차원문이 있었다.

"닫아요!"

집행관의 지시가 떨어졌다. 운사는 창을 움켜쥐었다.

"안녕, 자기?"

그리고 그 순간, 아지하다하카 운사의 정면에 나타나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죽으러 온 걸 환영해. 직선이면 저 미친 년이 널 못 쏘겠지?"

품에 끌어안겠다는 듯 벌린 팔의 사이에는 날카로운 칼날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

카르나, 운사, 아지다하카, 차원문.

넷이 일직선으로 놓인 형국이 되었고, 운사는 속으로 망설였다. 카르나의 공격이 과연 바로 눈앞에 있는 아지다하카를 건드릴 수 있을까. 혹시나 자신을 꿰뚫고 아지다하카까지 쏘지는 않을까.

'믿는다.'

믿으라고 했으니 믿는다. 운사는 거리낌없이 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떨어졌고, 오히려 아지다하카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 어?!"

운사가 떨어지는 지점은 자신이 팔을 벌리고 있는 위치.

일부러 직선 위치에서 아지다하카가 칼을 들고 맞이하러나왔건만, 찌를테면 찔러보라는 운사의 강짜에 아지다하카는 이를 악 물었다.

"이게---"

피융.

금빛의 화살이 '곡선'을 그리며 아지다하카를 꿰뚫었다.

칼로 찌르려던 아지다하카는 검은 안개가 되어 흩어졌고, 운사는 아지다하카가 흩어지기 시작한 어둠을 통과해 창을 강하게 내리쳤다.

'보인다.'

차원문의 정중앙.

무언가가 뭉쳐있는 듯한 위치.

운사의 눈에는 드디어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을 뒤덮고 있는 흐름의 기운이.

푸--욱!!

운사는 차원문의 핵을 향해 정확히 창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비틀었다.

콰득.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차원문은 보라색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차원문의 너머에서 네 발로 달려오던 괴수는 운사에게 발톱을 휘둘렀으나, 차원문이 소멸하여 그 발톱은 닿지 않았다.

우우웅-

차원문은 보라색 연기를 내뿜으며 소멸했다.

무사히 차원문을 깨뜨린 운사는 미끄러지듯 백나로 호의 끝에 착지했다. 그 위치는 한 발자국만 잘못 디뎠어도 괴수들과 함께 자유낙하할 뻔한 위치였다.

"후우…."

운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믿음에 보답을 한 카르나는 비쟈야를 허리춤에 걸은 채, 녹색으로 빛나는 활을 들고 어깨를 으쓱였다.

"......궁성은 어디로 갔습니까?"

"나중에 설명하지."

카르나는 자신의 새롭게 들고 있는 활로 다른 차원문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저쪽보다는 빨리 닫아야하지 않겠나?"

백나로 호가 맡은 차원문이 하나 닫혔다.

남은 차원문은 둘.

"다음 포인트로!!"

집행관은 망설임없이 배의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둘에게만 모두 닫게 할 수 없습니다!"

화권과 가루라.

이미 둘은 차원문을 하나 닫고, 백나로 호를 호위하면서 괴조들을 요격하며 다음 차원문을 닫으려하고 있었다.

* * *

"흐아아!"

화권의 주먹이 날아드는 괴조의 부리를 강타했다. 괴조는 S급의 일격을 받고 절명했고, 하늘색 불꽃에 불타 소멸했다.

화---아악!

가루라 또한 본체의 상태에서 사방에 불꽃을 뿜어내며 주변을 견제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가루라는 그 크키 덕분인지 괴조들의 집중 타깃이 되었다.

"가루라!"

[소리 안 질러도 알 거든요!!]

가루라는 짜증을 부렸지만, 생각보다 그들에게 몰리는 괴조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일일이 잡고 다니기에는 시간이 촉박했고, 이미 기존에 닫았던 차원문에서 튀어나오는 괴수들도 많았다.

[아으, 진짜 왜 이렇게 쓸모가 없어요! 비행 정도는 알아서 해야지!]

"난 인간이야!"

[저기 다른 사람들은 갑판 위에서 잘만 날아다니는데 왜 당신은 그거밖에 안 되냐고요!]

"미안해!"

화권은 전방을 향해 불꽃을 뿜었다. 가루라는 날개를 수평으로 놓은 채 몸을 시계방향으로 회전시켰다.

화르륵!

가루라의 몸이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뒤로는 마력을 강하게 분사하였고, 가루라는 화권의 불꽃을 머금은 불꽃의 소용돌이가 되었다.

[배에 힘 빡 줘요! 중간에 마력 떨어지면 제가 다치니까!]

"절대 그럴 일이 없게 할 게!"

화권은 강하게 다짐하며 가루라의 몸을 꽉 붙잡았다. 가루라의 회전이 최고조에 이르고, 가루라는 불꽃의 회전을 머금고 괴조들을 향해 선회했다.

파바바박!

가루라와 화권의 합동기에 괴조들이 터져나갔다. 가루라는 오직 날갯짓에만 집중하고, 화권은 오직 가루라의 앞을 감싸는 마력의 보호막에만 집중했다.

철저히 분화된 기술이었으나, 가루라의 속도와 화권의 마력량이 결합된 기술은 수많은 괴조들을 박살내고 백나로 호 근처로 돌아왔다.

탁.

가루라가 변신을 해제했고, 화권은 가루라를 안고 백나로 호의 갑판에 떨어졌다.

"하아, 하아...."

가루라는 땀을 뻘뻘 흘리며 피로를 호소했다. 카르나는 가루라의 마력을 진정시키며 이를 갈았다.

"아지다하카 이 년이...."

"오호호, 그렇게 날아다닌다고 공격을 못할 줄 알았니?"

갑판 바로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지다하카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히어로들을 비웃었다. 가루라의 몸에는 아지다하카로 인해 긁힌 상처가 곳곳에 있었다.

"가루라야, 역시 갑판에서 싸우는 것이...."

"아뇨, 아니에요. 그냥 맞아가면서 싸우는 게 더 시간적으로 빨라요."

가루라는 콧방귀를 뀌며 전신에 마력을 둘렀다. 붉은 불꽃이 몸 전체를 감싸니 곧 상처가 말끔히 사라졌다.

"...역시 천천히 하나씩 공략하는 게?"

집행관은 자신의 작전을 철회해야하나 고민했다. 양동에 의한 분업은 효율적이기는 했으나, 가루라가 설마 이렇게까지 제 몸을 도외시한 움직임을 보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뇨, 회복 끝났어요. 다시 날게요."

가루라는 목을 좌우로 꺾으며 마력을 일으켰다.

"1시간 내로 빨리 닫아야한다면서요? 저는 괜찮아요. 이까짓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빨리 차원문 닫아요."

차원문 발생 이후 1시간.

그 때가 일반적으로 마룡이 나오는 데드라인이었고, 타국이 개입 가능한 시각이었다.

최근에는 1시간도 지나기 전에 마룡부터 튀어나오는 경우도 수두룩했지만, 그래도 빠르면 빨리 닫는 편이 좋았다. 괜히 차원문을 일부러 방치해서 코어를 얻으려다 사고가 날 수 있으니.

"하지만 분신 때문에 계속 다치잖아. 위험해. 너 그러다 잘못되면 우리는 그렇다치고, 얘랑 피닉스는 어떻게 볼 생각이니?"

"윽."

팬텀이 카르나와 피닉스를 걸고 넘어지자, 가루라도 기가 꺾였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괜찮-"

카앙!

갑자기, 화권의 주먹이 가루라의 볼을 스쳤다. 가루라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지만, 화권이 주먹을 내지르는 속도가 최고조에 이른 순간 어둠 속에서 아지다하카가 나타났다.

"빈트-히약?!"

얼굴을 들이밀자마자 아지다하카는 연청의 불주먹에 고개를 젖혔다.

부--웅!!

단검을 들고 기습을 하려던 아지다하카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고, 오히려 머리칼에 푸른 불꽃이 튀어 머리칼이 타고 있었다.

"아, 아아, 아아?!"

아지다하카는 트라우마 스위치를 누르기라도 한 듯 비명을 지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스쳐지나가던 백나로 호의 카르나는 배를 잡고 호탕하게 웃었다.

"으하하하! 꼴 좋구나, 맨날 머리카락 건드리지 말라고 난리를 치던 년이!"

"이, 이, 이 망할 것들이!!"

아지다하카는 허리까지 늘어뜨렸던 머리칼을 어깨춤에서 끊어버렸다.

화권이 지니고 있던 창염의 흔적이 머리칼을 타고 전신을 휘감기 전에 잘라내야 한다는 생각에, 상대는 피닉스가 아니라는 것도 잊고 자신도 모르게 머리칼을 스스로 쳐낸 것이다.

"용서 못 해! 거기, 너! 절대로 용서 못한다고!"

아지다하카는 눈에 핏발이 선 채 화권을 향해 소리질렀다.

"너, 내가 언젠가 내 아래에 깔고 아지다하카 님 없이는 못 살겠다고 만들어 버리겠어!!"

화르륵!

가루라가 입에서 화탄을 쏘았다. 아지다하카는 어둠속으로 사라졌고, 카르나는 머리칼이 꼴사납게 타버린 아지다하카를 건드릴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으으, 으아아! 더는 못 참아!"

아지다하카는 두 개의 차원문 가운데에서 양쪽으로 손을 뻗었다. 두 개의 차원문은 아지다하카가 나타난 곳을 향해 서서히 끌어당겨졌고, 차원문의 마력이 들끓기 시작했다.

차원문이 발생한 지 이제 겨우 20여분.

집행관과 히어로들은 두 개의 차원문에서 흘러나오는 검은색, 그리고 금색의 마력에 오한이들었다.

"...육시럴."

풍백은 눈으로 봐도 요사스러운 기운이 넘쳐하르는 차원문을 향해 욕지기른 내뱉었다. 수도관이 터져 솟아나오는 물마냥 쏟아지던 괴수들의 등장이 잠잠해졌고, 폭풍전야처럼 주변 일대가 전부 가라앉았다.

"...마력패턴 확인 완료. 대조 결과."

집행관은 혀를 차며 입술을 깨물었다.

"광마룡, 암마룡. 두 마리가 동시에 나옵니다...!"

■■■■■■■■■!!

두 마룡의 포효가 인도 다르질링의 상공에 울려퍼졌다.

"그럼 이제 저걸 쏘면 되는 건가? 브라흐마스트-"

"자, 잠시만요!!"

집행관이 마룡들의 등장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시위를 당기는 카르나의 허리를 붙잡고 낑낑거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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