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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317화 (317/1,497)

〈 317화 〉1부 14장 7

두 번의 승리.

S급 괴수들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둔 히어로들은 지금 딱 타성에 젖기 좋을 때다. 내가 모든 약점을 알려주고 패턴을 숙지화시키면서, 히어로들은 조건반사적으로 야차와 킨나라의 공격을 회피했다.

하지만 그게 계속 반복되어선 안 된다.

알고 피하는 것과 모르고 피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앞으로 리스푸틴?같이 내가 겪어보지 못한 괴수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고, 히어로들은 내가 없는 장소에서 내가 알려주지 못한 괴수를 상대러 레이드를 뛰어야 할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옆에서 보모 노릇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청화단은 이미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만큼 성장했지만, 히어로들은 아직까지 대단위 전투에서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했다. 특히 집행관 백희아는 더더욱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그러니 내가 적으로 나설 때다. 청화가 아닌 다크 레기온의 간부, 피닉스로서.

나는 가루라를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고로 내가 조종하는 메카 가루라를 상대하게 된다면, 적어도 나는 거짓을 말한 게 아니다.

눈가리고 아웅이지만 히어로들에게도 뼈와 살이 되는 전투 경험이 될 것이다. 카르나가 도착할 때 까지 타지마할에서 기도할 것도 아니니, 그 시간을 아껴 써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겸사겸사인 거죠. 카르나 올 때 까지 애들 교육 좀 시키고, 건방진 마하트마 놈 혼쭐을 내주고, 저도 스트레스를 좀 풀고."

"주, 주인님. 이건…?!"

철컥, 철컥. 위이잉. 드르륵.

가루라의 내부는 내 마력에 의해 복좌식 조종실로 변했다. S급 코어를 엔진으로 삼고, 그 엔진에 내 마력을 집어넣어, 가루라는 자신을 이루고 있던 몸 전체가 내가 생각하는 대로 변했다.

"이제 저것들을 상대할 당신의 새로운 몸인 거죠."

"이, 이게 제 몸이라고요?"

"네. 이게 바로 지구의 문물입니다. 푸흐흐."

가루라는 자신의 몸이 현대 문명의 영향으로 변해버린 것에 침음성을 흘렸다. 나는 스크린을 조작해 우리를 감싸고 있던 구형의 스크린들을 일제히 밝혔다.

"아."

내부에서 바깥의 모습이 훤히 보였다. 혼란스러워하는 자, 무기를 꺼내 전투를 준비하는 자, 걸음아 나 랄려라 부리나케 도망치는 자. 그들 모두를 상대로 가루라의 깃털이 카메라가 되어 바깥의 상황을 비췄다.

"밖이 다 보이죠? 당신 보고 놀라는 거예요. 귀여워서."

"귀여...운 건 아닌 것 같은데."

전투기의 내부처럼 변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가루라의 현재 형태는 전투기가 아니었다. 내가 조종하기 편하게 마력으로 개조해서 그렇지.

"그럼 의자 꽉 잡으세요. 아직 변신 완료 안 됐으니까."

나는 좌석의 안전벨트를 단단히 동여 맸다. 가루라는 내 앞 좌석에 앉아 나를 뒤돌아보며 울상을 짓고 있었다.

"저, 제 몸이 막 이상하게 바뀌고 있는데요!"

"이상하게라뇨. 귀엽게 튜닝하고 있는건데. 밖에 인간들 놀란 거 안 보여요?"

스크린에 뜬 히어로들의 표정은 경악과 허탈로 가득했다. 나는 메인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을 잡았다.

"히익?!"

가루라의 몸에서 이어진 마력의 다발이 내 손에 잡혔다. 내 마력에 의해 개조되는 형식이라 굳이 이런 콧피트에 앉아 거대 로봇을 조종하는 식으로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히어로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에는 딱 좋았다.

악의 조직 간부가 조종하는 메카. 변신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마하트마의 지시 덕분에 선공을 먼저 얻어맞았다.

"변신중에 공격하다니, 비겁하기 짝이없네요."

밖에는 뿌연 포연이 가득했다. 마탄이 가루라의 보호막에 부딪혀 폭발하면서, 우리의 주변에는 온갖 속성의 마력 잔재가 뒤섞여있었다.

"가루라. 그냥 방어에만 집중해요. 공격이랑 운전은 제가 다 할테니까."

"주인님?! 도대체 이 세계에 있으면서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예요?!"

"이런 저런 일!"

창염과 똑같은 얼굴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울상을 짓는게 귀여웠다. 왠지 모르게 괴롭혀주고 싶었고, 가루라는 끊임없이 마개조되는 자신의 신체를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꺄악?! 몸에서 이상한게 돋아났어요?!"

"아무 문제 없으니까 걱정마요."

가루라의 깃털은 강철같은 금속으로 뒤덮였다. 겉으로 보이는 형태가 그러할 뿐, 실상은 가루라의 마력을 결정화하여 만든 외형일 뿐이다.

"그럼 출격합니다…!"

악의 조직 간부인만큼, 주력으로 사용하는 메카 한 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흑염룡을 서울로 보냈으니, 흑염룡이 없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자가용이 한 대 더 필요했다.

"전천후 포격기동요새 , 기동!"

"꺄아아악!!"

가루라의 비명과 함께, 연기가 가라앉으며 CAR루라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완전히 변신이 끝난 것을 확인한 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집행관에게 연락을 넣었다.

[도대체...뭐죠?]

"제 새로운 자가용이요. 이제부터 제가 손에 익게 길들여야 하거든요?"

나는 가루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집행관은 이해를 포기한 얼굴이었지만, 이어지는 내 설명에 인상을 찌푸렸다.

"...라고 하면 돼요."

[자, 잠깐만요! 그러니까 지금 무슨…!]

"어디보자. 한...30분? 끝까지 버텨봐요. 그러면 좋은 선물 드릴테니까. 푸흐흐."

꾹.

나는 주포의 버튼을 눌렀다.

CAR루라의 부리가 쩍 벌어지며, 크고 아름다운 포신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포구는 어정쩡하게 알랑거리고 있는 인도 협회의 대표, 마하트마를 향해 놓았다.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죽이지는."

대신 오늘 하루 동안 마력을 회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조종간의 버튼을 엄지로 문지른 뒤, 다시 한 번 더 꾹 눌렀다.

"그럼 지금부터…축포 발사!"

축포에 맞으면 죽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마력이 증발하고, 조오오오금 아플 것이다.

뭐…잘못 맞으면 어쩔 수 없고. 나는 전방을 향해 마력을 불어넣었다.

콰---앙.

주포에서 뿜어진 마포가 허공에서 폭발했다.

* * *

뱁새가 머리만 남고 바퀴가 생겼다. 여전히 동그란 눈을 말똥거렸지만, 외부 장갑같은 깃털 사이로 흉흉한 포구가 나오는 것에 히어로들은 비명을 질렀다.

"......저거 도대체 뭐야?"

야차나 킨나라처럼 대놓고 괴수같은 외형이라면 모를까, 뱁새의 머리만 수평으로 남아 그 아래에 거대한 바퀴 네 개가 달려있는 것은 분명히 '자동차'였다.

"괴수가 차로 변신한다고?"

포격을 쏟아낸 히어로들은 어이가 없어 혼이 몸에서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차라리 무섭거나 기괴하게 생기기라도 하면 이해라도 하지, 장난감 자동차처럼 변한 가루라의 형태는 게슈탈트가 붕괴되는 형상이었다.

[...집행관 오더.]

집행관은 지친듯한 얼굴로 전 히어로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그들의 스마트 워치에는 30:00이라는 시간이 적혀있었다.

[청화 양이 괴수의 테이밍에 들어갔습니다. 내부에서 테이밍에 걸리는 시간이 30분이며, 저희의 역할은 단 하나.]

히어로들의 임무 목표가 갱신되었다.

[30분 동안 살아남아야 합니다!!]

위잉, 철컥.

CAR루라의 부리가 열리고, 보기만해도 흉악해보이는 대구경 주포가 포신을 히어로들에게 겨눴다. 상대가 어떤 형태이든 히어로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고, 오히려 현대인이기에 CAR루라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전장 약 12m. 전폭 약 7m. 전고 약 6m.

픽업트럭같기도 한 외양을 갖추고 있기는 했으나, 차체의 앞 부리 안에서 튀어나온 크고 아름다운 거포는 누가봐도 괴수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저거 완전 전차 아니냐…?"

히어로 한 명의 중얼거림이 울리기가 무섭게 열린 부리에서 나온 주포에 푸른 마력이 맺혔고, 히어로들은 직감했다.

쏜다.

그리고 쐈다.

□□□□□□!!

천둥같은 굉음이 울리며 포구에서 푸른 불꽃이 터져나왔다. 타지마할의 정문 게이트를 정확히 겨눈 포탄은 직선으로 날아갔으며, 담벼락 바로 위에서 터졌다.

우우웅--!!

"뭐, 뭐야?!"

"공포탄?"

포탄의 폭발은 굉음만 내며 아무런 살상력이 없었다. 하지만 기감이 좋은 이능력자들, 그리고 살아남으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도망치던 히어로들은 CAR루라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결...계?"

나갈 수 없다. 담벼락 너머로 아무리 몸을 던져봐도 마치 무언가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마냥 나갈 수 없었다.

"무, 문은?!"

성질 급한 히어로 하나가 문을 통해 빠져나가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타지마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유리 케이스 안에 갇힌 형상이 되었다.

만약 구름이라도 한 점 있었다면 히어로들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부분에 나타난 푸른 결계를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S급 괴수가 나타난 것부터 시작해 괴수가 머리만 남고 전차가 되는 기현상은 그들을 충분히 당황하게 만들었다.

"갇혔어, 젠장!"

[당황하지 마세요! 타지마할은 넓습니다! 안에서 도망치세요!]

집행관의 지시가 떨어졌다. 비전투원인 집행관이 결계 안에 있는 건 몹시 위험했지만, 집행관은 팬텀에게 안겨 CAR루라의 사선에서 몸을 피했다.

[여러분은 히어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해야합니다! 우선-]

집행관이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각자 알아서 피하세요!]

CAR루라, 속칭 새대가리 전차-S급 괴수 카루라와의 엽기적인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부릉, 부릉.

카루라의 엔진이 격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집행관은 피닉스에게서 추가로 전해진 문구를 읽었다.

"카루라에 치이면 사망 '판정'으로 결계밖으로 쫓아낸다고...?"

쿠웅-!

카루라가 부서진 담벼락의 돌덩이를 향해 달렸다. 덜커덩거리는 것 없이, 돌덩이는 CAR루라의 속으로 들어가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그 돌덩이는 카루라의 부리 속 주포 안에 놓였다.

콰--앙!

주포가 불을 뿜으며 돌덩이를 쐈다. 먼 옛 날 중세시대의 공성전이라도 하듯 쏘아진 돌덩이는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피, 피-"

"우리를 노린게 아녜요!"

집행관은 포탄의 궤적을 읽었다. 우왕좌왕하고 있던 히어로들의 키를 훌쩍 넘겨 담벼락 위를 노리는, 이른바 '홈런'이나 다름없는 포격이었다.

"이거 무슨-"

"모두 달려!"

팬텀이 무언가를 눈치채고 '앞으로' 달렸다. 카루라를 향해 정면에서 뛰어드는 택이었으나, 원정대의 히어로들은 팬텀의 뒤를 따라 달렸다.

"뭐 아는 거 있나?!"

"저거 쿠션이야!"

팬텀은 그 누구보다도 결계의 단단함을 잘 알고 있다. 팬텀이 한 번 결계에서 소동을 일으킨 이후, 피닉스는 이후로 결계 하나 만큼은 단단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넘어가는게 아니라 부딪힌다고!"

파사삭!

불가시의 결계벽에 부딪힌 포탄이 도탄되어 바닥을 향해 날아갔다. 포탄이 장외홈런을 할 거라고 예상했던 히어로들은 부랴부랴 포탄을 피했다.

콰---앙!!

포탄이 바닥을 때렸다. 아무도 다치는 이는 없었지만, 결계 벽을 쿠션삼아 포격하는 CAR루라의 불합리함에 히어로들은 울분을 토해냈다.

"저거 뭐야! 도대체 뭐냐고!"

"뭔 괴수가 저따위야!!"

전차로 변해서 포격을 하는 괴수라니. 히어로들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카루라는 현실이었고, 카루라는 열심히 주변을 돌아다니며 돌담의 조각들을 모았다.

드르르륵.

차문처럼 접혀있던 카루라의 오른날개가 살짝 올라갔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겨드랑이 아래로 3문의 포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콰과광!

벽력같은 굉음과 함께 돌덩이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30, 60도의 각도로 날아간 돌덩이는 아직까지 발을 동동 구르는 히어로들을 향해 떨어졌고, 하나의 포탄이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게 100m 정도의 높이에 이른 순간.

콰--앙!!

천장에서 폭발했다. 돌은 가루가 되어 소멸했지만, 포탄에 붙어있던 붉은 마력의 잔재가 비처럼 하늘에서 흩뿌려졌다.

"천장이 막혀있다고?!"

불꽃의 비는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풍술사들이 다급히 바람을 일으켜 막아보려했지만, 불꽃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내려앉았다.

화르륵.

땅에 불이 붙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불꽃은 땅에 떨어져도 꺼지지 않았고, 집행관은 그것이 야차 공략 전에서 화권이 전담마크했던 야차의 내장같은 것임을 깨달았다.

"전장에 깔리는 함정입니다! 피하세요!"

피하라, 피하라.

당장은 오직 그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결계 속에 있는 히어로들의 수가 족히 100명을 넘는다고 할지라도, 점점 더 늘어나는 포격의 종류에 히어로들은 자신의 눈과 감각에만 의존한 채 피해다닐 수 밖에 없었다.

철컥, 철컥, 드르르륵!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카루라는 주포를 제외한 모든 포문을 닫았다. 열기를 식히려는 것 같기도 하고, 꼭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바퀴 돌고 있는 것 같지 않냐?"

부릉, 부릉, 부릉!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히어로들은 직감했다. 현대 문명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소리가, 하필이면 저 전차같은 괴수에게서 들려오고 있었다.

"여기서 달리겠다고오?!"

결계가 펼쳐진 타지마할 가든.

"오, 온다아아아!!

부아아아아아아앙!

가로 300m, 세로 300m의 작은 공간에서 뱁새 모양의 전차가 100여명의 히어로들을 상대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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