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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306화 (306/1,497)

〈 306화 〉1부 13장 23

타지마할이 불에 타 소멸한 것과는 별개로, 일단 인도의 협회는 야차의 레이드를 공표한 원정대를 실시간으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원정대-임시 명명 '청화단'이 야차를 중심으로 한 전장을 중심으로, 인도의 히어로들은 길고 긴 원진을 그려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대비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마하트마가 집행관과 맺은 계약이기도 했거니와, 인도의 히어로들은 야차의 위험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당사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인도의 협회는 야차의 공략에 실패했다.

공식적으로 3번이며, 비공식 공략 시도를 따지면 두 자리 수가 족히 넘어갈 것이다. 그게 집행관이 마하트마를 상대로 소위 갑질을 벌인 근거였다.

인도 땅에 있는 괴수라서 사냥 후의 코어든 부산물을 챙기는 건 나중의 일이고, 일단 당장은 저 더럽고 역겨운 살인귀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 것이다.

그래서 마하트마는 굳이 인도 히어로들을 지원부대로나마 파견하기를 자처했다.

위험하니까. 혹시나 청화단에 문제가 생긴다면, 덤터기는 인도가 쓰는 격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중국에서 이미 한 번 크게 활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야차는 그런 어중이떠중이 S급 괴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그런데.

눈 앞의 광경은 무엇이란 말인가.

"압도하고...있다고?"

10명도 되지 않는 소수 인원이며, 심지어 S급 전력은 한 명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어로들은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능수능란하게 야차를 압박했다.

인도의 히어로들은 전장의 열기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은 마하트마에게 꽂혔고, 마하트마는 근질거리는 몸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일곱 명이서 저정도로 싸울 수 있다면, 우리가 합세하면 더 쉽게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집행관. 전투 중에 죄송합니다."

-뭐죠?

마하트마는 집행관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의 손에는 날카로운 검이 들려있었다.

"저희도 가세하겠습니다!"

-뭐라고요? 자, 잠깐만!

집행관이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마하트마가 가장 먼저 나서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인도의 히어로들 몇몇도 눈이 뒤집혀 달려가기 시작했다.

"딸아이의 복수를 갚겠다!"

"우리 부모님의 원수!"

그들 대부분이 야차에게 가족과 친지가 살해당한 자들이며, 마하트마 또한 마찬가지였다.

"부디 우리에게도 적을 쓰러뜨릴 기회를--!!"

계속된 전투로 인해 야차는 지쳐있었다.

-잠깐만요! 지금 공격하면 안 되는-

집행관이 비명을 지르며 그들을 막으려했다. 하지만 분노에 눈이 뒤집힌 히어로들은 이국의 지휘관인 집행관의 지시를 전혀 들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오오오오!!"

청화단이 그들을 막을 새도 없이, 인도의 히어로들은 지시를 무시하고 야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의 눈에는 얼핏 광기가 스며들어 있었고, 야차는 슬그머니 풀려던 가드를 올렸다.

크르르....

야차는 십년 감수했다는 눈빛과 함께, 몸을 한 가득 웅크렸다.

* * *

"<광기 전염>이에요."

집행관은 갑자기 미쳐버린 인도 히어로들에 상당히 당황했지만, 나는 이미 겪어본 이벤트라서 전혀 감흥이 없었다.

"반격기를 하는 도중에 적이 눈치를 채면 의미가 없으니까, 상대를 격분시켜서 이쪽에서 먼저 달려들게 하는 거죠."

다행히 우리쪽 히어로들은 광역 도발에 면역이다. 내가 그들의 몸에 입힌 방어구 덕분에, 야차의 수작은 적어도 우리 쪽에는 통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S급 괴수가 내장 두 번 그였다고 저렇게 웅크리지는 않겠죠?"

"그럼...?"

"곧 반격기가 엄청 강한 게 날아올거라는 거죠."

야차는 그저 얻어맞고만 있었다. 야차의 내장에서 흘러나오는 악취는 히어로들을 복수에 미친 광인으로 만들었고, 야차의 전신에는 점차 데미지가 누적되고 있었다.

"위험한 거 아녜요?"

"딱히? 아무렴 S급인데 2페이즈가 없으면 그렇잖아요."

"2페이즈...?"

"네. 반격기 풀리면 바로 죽여서 1페이즈에서 잡으려 했는데, 아쉽게도 2페이즈까지 가게 되었네요. 괜찮아요. 상정했던 부분이니까."

차원문을 통해 흘러나온 마룡도 아닌 진짜 괴수이니, 2페이즈는 어줍잖은 형태 전환 수준의 마룡들과 차원이 달랐다.

"백희아 아가씨, 혹시 토할 것 같으면 미리 얘기해요."

"예?"

내 말에 집행관의 표정은 아주 제대로 굳어버렸다. 히어로들 중에서도 나름 '비위가 강한'이들인 만큼, 그렇게까지 정신이 깎여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 2페이즈 시작한다."

무참히 얻어맞고 있던 인도의 히어로들을 향해, 무언가 실같은 채찍이 휘둘러졌다. 야차로부터 방출된 검은 마력이 사방으로 휘몰아쳤고, 히어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떨어져 나갔다. 나는 바로 히어로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혹시나 하던 2페이즈였지만 걱정하지 마요. 하던대로만 하면 됩니다."

하던대로. 공격을 유도하고, 피하고 내장을 찌른다.

"오히려 이제는 보는 데 문제는 없을 거예요. 2페이즈 시작되면 적어도 그로테스크해지지는 않으니까."

야차의 몸은 서서히 검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흉측한 몰골은 사라지고, 기형적으로 꺾여있던 사지가 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

야차가 두 다리를 굳게 박고 우뚝 섰다. 검게 물든 전신은 검은 안개를 흩뿌리며 흐느적거렸다.

"이제 저거 변신 끝나면 완전히 깡패가 되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야차가 허리를 펴려던 순간, 히어로들과 흑염룡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 복부를 향해 집중 공격!"

언젠가 한 번 꼭 해보고 싶었다.

변신 중에 공격하기.

모두가 나가 떨어진 가운데, 오직 원정대의 히어로들만이 야차를 향해 뛰었다.

* * *

타다닥.

화권과 운사가 땅을 박차고 뛰어 야차의 무릎을 디뎠다. 케이블 전선처럼 흘러내린 내장의 흔적이 둘을 향해 마수를 뻗었다.

파사사삭!

활을 당길 기회만 엿보던 궁성의 화살이 둘의 앞을 가로막는 내장의 채찍을 끊어버렸다. 화권은 앞을 가로막는 내장을 주먹으로 쳐냈고, 운사는 옆으로 피하며 창대를 채찍에 감고 높이 뛰어올랐다.

- 루트 확보. 이쪽으로.

방어구에서 흘러나온 푸른 마력이 허공에 길을 만들었다. 잔불씨를 흘리고 날아가는 푸른 카나리아는 내장의 사이사이를 지나가며 위로 올라갔고, 그 길은 사람 한 명이 각각 지나갈 수 있는 루트였다.

"......!"

의심할 순간도 없었다. 화권과 운사는 야차의 무릎을 발로 디딘 뒤, 다시 높이 뛰어올랐다.

"흐아앗!"

"갑니다!"

화권은 일직선 루트로 야차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며 앞을 가로막는 내장들을 전부 불태웠다.

운사는 내장의 케이블을 살짝 디디고 뛰어오르는 식으로 점점 높이 올라갔다. 타고 올라간 내장은 마력을 실은 창으로 찔러 제거했다.

혹시나 둘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다 싶으면, 귀신같이 화살이나 마탄이 날아와 앞길을 열었다.

우사, 궁성, 템페스트 레이디의 지원 사격은 둘이 내장으로 올라가는 길을 열었다. 그들의 지원 덕분에 하복부에 닿은 둘은 각자의 무기를 야차의 하복부에 찔러넣었다.

"화권!"

"한번에, 하나, 둘-!"

화권의 주먹에 불길이 모여들고, 운사는 창끝에 마력을 모았다.

"세--엣!"

둘은 한 번에 같이 공격을 내질렀다. 야차를 검게 감싸고 있던 마력이 아직 보호하지 못하고 있던 곳, 채찍으로 쓰기 위해 밖으로 꺼내놓았던 대장이 삐져나온 곳을 향해 둘의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키에에에에에엑--?!!

변신에 집중하던 야차는 제 아래를 파고들어 올라오는 둘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걸로 세 번째 내장을 공격당했고, 야차는 고통을 억누르며 배를 뒤덮은 마력을 해제했다.

"웁...!"

검은 피부가 열리며 구더기가 들끓는 내장이 훤히 보였다. 둘은 역겨움에 구토감이 들었으나, 문제는 그 역겨움이 그들을 죽이려고 다가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장이 떨어져...?!"

후두둑.

빠져나온 장기 조직이 두 히어로를 압사시키려는 것 마냥 몸에서 튀어나왔다. 허공에 뜬 둘은 금방이라도 내장에 깔려 떨어질 것 같았다.

그 순간, 바람이 둘을 휘감았다.

덥썩-!

"선배님!"

"도망친다!"

화권의 뒷덜미와 운사의 창을 잡은 풍백은 전속력으로 둘을 데리고 이탈했다. 한움큼 게워내진 내장은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고, 풍백은 한 끝 차이로 둘을 데리고 무사히 빠져나갔다.

푸시---익!!

바닥에 떨어진 내장은 역한 냄새를 풍기며 산화했다. 구더기와 파리가 들끓었고, 그것들은 모두 괴수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거...?"

화권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피닉스에 의해 명명된 2페이즈로 넘어가기 전부터, 화권은 야차가 흩뿌린 체액과 신체 일부를 태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눈앞의 것도 응당 불태워야 한다고 몸이 경고하고 있다.

"저거 불태워야 하는데...!"

하지만 흩뿌려진 장기가 너무나도 많다. 아무리 화권이 S급이라도, 아직 죽지 않은 야차를 눈앞에 두고 잔챙이를 제거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 화권은 야차에 집중.

곧장 피닉스의 일갈이 날아왔다. 떨어져나간 장기조직에서 들끓기 시작하는 괴수들을 처리해야하지 않냐고 묻기도 전에, 하늘에서 흑청색의 불꽃이 비처럼 떨어졌다.

화르륵!

흑염룡이 쏜 불꽃은 야차의 주변을 전부 뒤덮었다. 흑염룡 또한 S급 화속성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위에 올라탄 피닉스가 자신의 마력을 은근슬쩍 전해주고 있었다.

끼에엑-

야차가 흩뿌린 장기 조직에서 들끓던 괴수들이 불꽃에 휩싸여 절명했다. 화권은 손에서 타오르는 자신의 불꽃과 괴수를 덮은 불꽃을 비교하며 숨을 골랐다.

"정화의 불꽃...!"

백색이든 흑색이든 피닉스의 '푸른 불꽃'이 섞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미 괴수들은 불꽃에 맥을 못추리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피닉스와 집행관의 지시대로 적을 완전히 쓰러뜨리는 것.

■■■■■■!!

야차가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비틀거렸다가 절규하듯 비명을 질렀다. 막대한 마력이 흔들거리며 주변을 덮쳤고, 미쳐 대응하지 못한 인도의 히어로들이 하나 둘 나가떨어졌다.

"큭, 아직도 이런 마력이...!"

위협을 하는 듯한 포효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실린 마력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진했다. 히어로들의 사기가 살짝 주저앉으려는 순간, 집행관의 일갈이 날아왔다.

- 집중하세요! 아직 우리가 불리한 거 아닙니다!

"그렇지, 그렇기는 헌데...."

풍백은 질린 얼굴로 아직도 한참 남은 내장을 뱃속에서 게워내는 야차의 모습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언제 끝나는 감?"

- 죽기 직전일수록 발악패턴으로 자기 힘을 과시하려고 들죠. 걱정마요. 지금 어떻게 도망칠까 속으로 대가리 굴리고 있는거니까.

피닉스의 신랄하고 냉철한 분석에 히어로들은 야차를 예의주시했다.

분명 기세는 주변 히어로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때려잡으려는 것 같았지만, 피닉스의 말을 듣고보니 어딘가 불안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 변신도 저지했고, 발악 패턴도 끝났어요. 이제 마무리만 제대로 넣으면 끝입니다.

- 모두 계획대로 진행합시다. 인도 히어로들은 무시하세요. 지금 그들은 방해꾼밖에 되지 않으니.

집행관의 지시가 떨어졌다. 흑염룡이 하늘을 빙빙 돌며 야차를 견제하는 사이, 후방에서 지원 사격을 하던 히어로들이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드디어 내 차례네?"

원진을 구성한 히어로들 가운데, 금빛의 톱날 단창을 든 팬텀이 고개를 좌우로 까닥이며 몸을 풀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마지막 일격을 넣기 위해 나타난 택이었지만, 히어로들은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어머, 걱정은."

팬텀은 금색의 무기를 옆으로 늘어뜨리며 지시를 기다렸다. 그들은 곧 떨어질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꾸드득.

가만히 있던 야차의 배가 꿀렁이며 입 같은 것이 생겨나 쩍 벌어졌다.

- 드디어 나왔네요, 야차의 본체!

- 달리세요!

히어로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앞으로 달렸다. 사수들이 지원사격을 통해 길을 열고, 풍백과 운사가 무기를 휘둘러 가로막는 적들을 치웠다.

끼에에엑!!

야차의 본체가 입을 쩍 벌리며 산성의 침을 쏟아냈다. 그 각도는 분명 히어로들을 노리고 있었지만, 기다렸다는 듯 쏘아진 흑염룡의 화탄에 요격되었다.

푸시이이이---!!

엄청난 증기가 들끓었고, 그 사이로 청백의 불꽃이 로켓처럼 튀어올랐다. 화권은 팬텀을 제 어깨에 앉힌 뒤, 야차의 본체를 향해 힘껏 뛰어올랐다.

"누님! 지금!"

양옆에서 내장이 화권을 요격하기 위해 날아왔다. 화권은 두 팔에 굳건히 힘을 줬고, 팬텀은 화권의 팔을 디디고 가볍게 뛰어올랐다.

콰드득!!

내장이 채찍처럼 화권을 때렸다. 화권은 전신에 불꽃일 피워 막았으나, 금방이라도 내장에서 풍겨오는 시취에 먹혀들어갈 것만 같았다.

"내가 살다살다 이런 일도 다 해보네."

팬텀은 헛웃음을 지으며 톱날 단창을 높이 치켜들었다. 마력이 들어가며 접혀있던 날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야차의 본체는 팬텀의 무기에서 빛나는 금색의 기운에 입이 쩍 벌어졌다.

도망쳐야한다. 입을 닫고 몸 속으로 도망치려던 순간-

화륵.

입속에서 뜨거운 불꽃이 폭발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야차의 지근거리에서 날아다니던 흑염룡의 위, 피닉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을 튕기고 있었다. 야차의 본체는 도망칠 수 없었다.

"끝이야!"

콰득!

팬텀이 톱날 단창을 휘둘렀다. 투박하고 흉흉한 금빛의 날은 야차의 본체 미간에 정확히 박혔다.

우우웅---!!

야차의 배에 꽂힌 톱날 단창-광속성 S급 무기인 캘리펠라가 막대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

엄청난 굉음과 함께 야차와 주변 일대를 전부 빛으로 집어삼켰다.

잠시 뒤.

S급 괴수, 야차가 공략되었다는 소식이 전 세계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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