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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302화 (302/1,497)

〈 302화 〉1부 13장 19

청화의 인도 방문은 아무 예고도 없이 이루어졌다. 전세계의 이목이 인도로 쏠렸고, 마침 타지마할에서 난 거대 화재의 참상은 전세계에 퍼져나갔다.

- 쟤는 해외 나갈 때마다 방문하는 국가에 사고가 터지네.

사람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청화가 중국에 방문하던 날, 중국 전역에는 이른바 <굿모닝 테러>가 벌어졌다. 중국 전역에 잠자고 있던 이능력자들이 모두 깨어나는 이득은 있었지만, 귓가에 맴도는 알람음에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말았다. 어쩌면 청화가 가는 곳마다 사고가 터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음모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 사실 괴수를 만들어내는 거 아님? 흑염룡도 원래는 없던 괴수라며.

청화가 일부러 사고를 일으켜서 괴수를 만든다. <비스트 테이머>가 아니라 <몬스터 메이커>라는 음모론이 솔솔 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음모론은 청화의 팬덤, 이른바 <태양 교단>에 의해 빈축을 사고 잠재워졌다.

- 그냥 단순한 우연 아니냐?

- 아무리 괴수들 위험이 있어도 그렇지 문화재 관리도 못하고. 쯧즛.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고,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우연임을 주장했다. 이미 이전부터 타지마할을 비롯한 인도 전역의 사원들은 정부나 협회에서 관리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고, 실화이든 방화이든 아니면 자연발화이든 불이 붙으면 쉽게 겉잡을 수 없다는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 일단 끄고 봐야하는 거 아닌가요?

- 그럴만한 인력이 있나?

뉴델리에서 출발한 소방사들이 도착하기 이전. 인도의 히어로들이 장막을 펼쳐 불꽃을 막고, 원정대의 일부가 뛰어다니며 불을 끄려 했다. 하지만 불꽃의 기세가 워낙에 강했고, 결국 히어로들은 망연자실하게 타지마할이 불타는 것을 두 눈 뜨고 보고있어야만 했다.

끼요오오오옷-

검붉은 불꽃의 모양은 분명히 전설속 불사조가 날아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불사조의 비상과 함께 대들보가 무너지고,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히어로들은 고군분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쏴아아-

쨍쨍하던 태양광이 물러나고, 먹구름이 드리워져 거센 비가 억수같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늦게나마 하늘은 타지마할의 불꽃을 잠재웠으나, 이미 타지마할은 전부 타버려 흔적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깔끔하게 타버렸네요. 이걸로 조건은 클리어입니다."

방화를 저지른 장본인은 그 어느때보다도 기뻐하며 주변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야차 잡으러 가죠!"

해맑게 웃는 미소는 그 어떤 아이보다도 순수해보였다고 주변인들은 증언했다.

* * *

<오후 3시, 인도 상공. 백나로 호 브릿지 룸.>

인도 공군의 호위를 받는 백나로 호는 동쪽으로 날아올랐다. S급 괴수 야차는 인도의 동부, 콜카타 인근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람들 우리 도망치는 거 아니냐고 지금 난리에요."

집행관은 한층 더 초췌해진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백나로 호로 돌아온 나는 가을과 다시 바꿔치기했고, 가을은 팬텀으로서 다시 내 뒤에 시립했다. 나는 가을에게서 딸기를 받아먹다가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왜요? 우리 지금 야차 잡으러 가는 길인데."

"동쪽으로 가니까요."

"아하. 불났다고 도망가는 줄 아는 구나."

방화범으로 오해를 받는 상황이 참 재미있다. 피다 만 담배꽁초 수준의 불씨가 엄청나게 뜨거운 햇빛을 받고 겉잡을 수 없는 화마가 되었을 뿐인데.

"걱정마요. 오히려 이럴 수록 시선을 돌리면 되잖아요."

"그게 말처럼 쉬운, 하아. 알겠습니다."

더 파고들었다가는 집행관의 머리가 폭발할 것이다. 나는 마도기어를 이용해 브리핑 룸 앞에 야차에 대한 정보를 띄웠다.

"흐음...."

히어로들은 모두가 야차의 외형에 인상을 찌푸렸다. 산발이 된 머리도 그렇고, 군데군데 흘러내리는 내장은 일부러 그로테스크하게 만들라고 해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역겨워보였다.

"일단 히어로 협회에서 파악한 내용부터 찾아보죠. <야차>. S급 괴수. 개가 인간이 된 듯한 형태로, 크기는 대략 20m. 전신을 털로 덮고있어서 잘 알아보기가 힘들기는 하죠. 피해상황으로는.... 아는 사람 있나요?"

"콜카타 일대를 전부 박살낸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사상자만 수 천으로, 주거지는 정해져있지 않고 동부 일대를 떠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의외로 화권이 내 설명을 보충했다.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아카데미에서 상당히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졸업했다고 들었는데, 그 명성대로 이국의 괴수들에 대한 귀도 꽤나 밝은 모양이었다.

"그럼 화권. 상대의 공격 패턴을 말해볼래요?"

"...상대적으로 더 거대한 왼 팔을 휘두르는 것이 주요한 패턴입니다. 원패턴에 가깝죠."

화권이 영상하나를 재생했다. 인도 히어로 협회에서 대대적으로 야차 레이드를 나섰을 때의 영상이 우리의 앞에 재생되었다.

[키야아아아악!!]

히스테리를 부리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퍼짐과 동시에, 한쪽 다리를 저는 야차는 다른 쪽보다 세 배는 더 긴 팔을 휘둘러 히어로들을 압박했다. 히어로들은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공격을 피했고, 야차는 히어로들의 방어선을 뚫고 그대로 함정에 바졌다.

"맞아요. 돌진밖에 모르는 바보죠. 약점은 많은데 스펙으로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돌격계죠."

영상 속 히어로들은 함정에 빠진 야차를 쇠사슬로 묶었다. 하지만 야차는 전신에 휘감긴 쇠사슬을 손으로 끊어내고 한 차례 난동을 피웠다. 접근전을 펼치려던 히어로들은 전부 나가떨어졌고, 야차는 사람이 빈 인근의 도시로 달려가 건물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질문. 이 괴수를 쓰러뜨리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약점을 찾는 게지."

"정답입니다, 풍백. 그럼 약점은 어디죠?"

"......."

풍백을 비롯한 모두가 침묵했다. 협회에 등록된 정보에는 그럴싸한 약점이 전혀 적혀있지 않았다.

"암속성이라고 했지? 그럼 광속성으로 공격하는 건 어때?"

팬텀이 속성에 따른 약점 공략을 제시했다. 나는 팬텀에게 손가락을 튕겼다. 허공에 불꽃이 세 개 피워졌고, 그 하나가 '속성'이라는 문구로 변했다.

"일차적으로는 정답이예요. 하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광속성이 없죠."

광검이 있기는 하지만 그 양반은 지금 한창 러시아에서 데릴사위로서 어떻게 딸에게 사과할 지 훈계를 듣고 있을테니, 우리가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원정대의 면면을 가리켜 속성을 살폈다.

"화권 화속성, 풍, 수 속성, 우사 수속성, 풍백 풍속성, 템페스트 레이디 풍속성, 궁성 풍속성, 팬텀 환속성. 광속성은 아무도 없네요."

일단은 집행관이 암속성이고 다른 이들에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덕배가 지속성이니, 광속성 빼고는 모든 종류의 속성이 갖춰져 있다. 히어로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 광속성 없이는 못 잡는가?"

"아뇨? 광속성도 최소한 S급은 되어야 맞상대가 가능하죠. 광속성이랑 암속성은 순수하게 1:1 대결이라, 힘이 약한 쪽이 일방적으로 집니다. 근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으면 되잖아요? 스펙으로 때려잡으면 돼요."

나는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두 번째 문구, '스펙'.

"...저희쪽 교수님에 의하면 '레벨'이라고도 불리는 능력, 그러니까 이능력의 경지와 최대 마력량이죠. 그냥 힘으로 찍어누르면 돼요. 문제는 이제 야차의 마력이 어느정도 되느냐 하는 건데."

나는 스크린에 히어로들의 전력을 객관화한 수치와 야차의 스펙을 비교했다.

야차, 암속성 95.

"얘도 S+, 준 SS거든요?"

"S급 중에서도 최상급...!"

이미 히어로들은 히카리의 지표를 통해 강함의 척도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집행관이 원정에 나온 히어로들이 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입한 덕분에 나는 설명이 편해졌고, 나는 야차를 히어로들의 맨 위에 올렸다.

"그나마 비벼볼 수 있는 사람이 화권. 나머지는 스펙에서 심각하게 밀리죠."

나는 운사를 살짝 눈으로 흘겼다. 운사의 스펙은 SS급이 되었을 지 몰라도, 아직 전력 자체는 A급 최상급-잘 쳐줘도 S급 평균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요소, '장비'."

나는 내가 두르고 있던 청록의 베일을 벗어 팬텀의 목에 둘렀다. 팬텀은 우물쭈물하면서도 내 베일을 단단히 동여메었다.

"히어로 슈트나 코어 웨폰 같은게 대표적이죠. 사람이 괴물을 상대로 맨몸으로 싸울 수는 없잖아요? 밀리는 스펙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려면 장비가 필수적이죠."

"하지만 그걸 조달할 방법이 지금 없지 않습니까?"

화권의 지적은 당연해보였다. 장비라고 해봐야 각자가 가진 무기가 대부분이었고, 아직 히카리의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히어로들은 제대로 된 장비가 없었다. 인도 협회도 마찬가지였고, 콜카타 까지는 불과 1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왜 없겠어요?"

하지만 장비는 만들어내면 되는 법. 나는 각자의 앞에 종이를 내밀었다.

"시간이 없으니까 각자 원하는 방어구 하나씩 적거나 그려봐요. 나는 잠깐 재료 좀 가지러 갈테니까."

"어딜?"

"중국이요. 겸사겸사 광속성 무기도 하나 들고 올게요."

이왕 생긴 거, 내버려둬서 무엇 하겠는가. 나는 가을이 두른 베일을 가리켰다.

"싹다 화속성 방어구가 되겠지만, 그래도 어디가서 이렇게 즉석에서 S급 슈트 얻기 쉽지 않습니다?"

* * *

"너 나한테 코어 맡겨놨나?"

환룡은 인상을 찌푸리며 내 방문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불과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나는 괜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라스푸틴이 문제라도...?"

"아니. 왜 내가 이 상태일 때 나타나냐고."

환룡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위아래를 가리켰다. 이제는 배불뚝이 중년 남자는 커녕 다부진 몸이 된 그는 난세의 패왕같은 외형이 되어 있었다.

"뭐 어때요? 별 차이 없는데."

"하지만 내가 인간형일 때 네가 가장 설레하지 않나."

몸의 영향 때문인지 환룡은 말투까지 변했다. 목소리에 위엄과 패기가 넘치는게 금방이라도 천하를 통일할 기세였다.

"꼭 그런 건 아닌데, 일단 언제까지 앉아있을 거예요?"

"......."

환룡은 자신의 책상에 빠짝 붙어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성격상 내가 유리창을 깨고 들어와도 두 팔을 벌리며 나를 맞이했을텐데, 환룡은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흐흥."

나는 환룡을 향해 다가갔고, 환룡은 기겁하며 내 접근을 막으려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환룡과 나 말고 다른 존재도 있다는 것을.

츄릅.

"흐에...?"

책상 아래, 더듬이같은 앞머리 두 가닥이 난 금발의 여인이 환룡의 성기를 맛있게 물고 빨고 있었다. 책상 아래 공간에 몸을 욱여넣은 여인-캘리펠라는 나를 한 차례 훑고는 환룡의 빳빳하게 선 성기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푸흐흐. 역시 이럴 줄 알았죠."

"...언젠가 너를 위해서 연습하는 거다. 오해하지마."

"좋으실대로 하세요. 하지만 지금은 미안하지만 이것 좀 빌려가야겠는 걸요."

"뭐?"

캘리펠라를 가져가겠다는 내 말에 환룡이 몹시 당황했다. 얼굴이 붉어져 온갖 생각을 하는 듯 했지만, 마침 캘리펠라의 봉사가 절정에 달해 환룡은 내가 보는 앞에서 사정을 하고 말았다.

뷰르륵.

"호에에.... 환룡 님 거 마시서요...."

캘리펠라는 자신의 얼굴에 흩뿌려진 환룡의 정액을 혀로 핥으며 요염히 웃었다. 얼굴에 요거트를 끼얹은 듯 정액이 뒤덮여 있었지만, 캘리펠라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더 반기고 있었다.

"......추태를 부렸군."

"아뇨. 여러모로 진귀한 광경이었으니까 괜찮아요. 봉효는?"

"뒤에 있다."

환룡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캘리펠라가 성기를 붙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엉거주춤한 상태로 멈췄다.

"어디가세요, 환룡 님.... 아직 청소 안 끝났어요...."

"큭...!"

캘리펠라는 완력으로 환룡을 주저앉혔다. 환룡은 어떻게든 나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지만, 나는 환룡을 향해 미소와 함께 두 주먹을 불끈 쥐어줬다.

"해피타임 방해해서 미안해요. 그럼 즐거운 시간!"

"자, 잠깐만!!"

환룡이 절규했다.

"나는 이 해피타임을 너와 보내고 싶어서 연습하고 있던 거-"

쮸와아아압--

추잡스러운 살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영혼이 빨려들어가는 소리같기도 했다. 나는 헐떡거리는 환룡에게 애도를 표하고 밀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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