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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295화 (295/1,497)

〈 295화 〉1부 13장 12

잠시 뒤.

박라온은 내가 준비한 가운으로 갈아입었다. 위로는 확실히 옷을 입고 있지만 아래는 뻥 뚫려있었고, 박라온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고개를 숙인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뭐해요. 안 벗어요?"

나는 가운 아래 스친 박라온의 팬티를 가리켰다. 터뷸러스가 원할하게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방해물이 있어서는 안 됐고, 당연히 의복도 문제가 되었다.

"벗어요. 당장."

"......흑!"

박라온은 울컥한 목소리와 함께 가운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허벅지 아래에 늘어진 가운의 자락 아래에 엄지를 살에 붙여, 아주 조심스레 가운 안으로 들어간 손이 허벅지를 타고 올라갔다.

사락.

박라온의 손가락에 팬티가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침대에 앉아 느긋하게 박라온이 팬티를 벗기를 기다렸고, 박라온은 터질것 같이 붉어진 얼굴로 팬티를 끌어내렸다.

스윽.

검보랏빛의 실크 팬티가 박라온의 무릎을 타고 내려왔다. 벌이가 쏠쏠하던 시기라서 그런지 속옷도 상당히 고급 제품으로 보였다.

'돈 없다고 떨이 제품 다섯 개로 돌려입었는데.'

새삼스레 박라온 루트의 데이트가 떠올랐다. 거의 대부분이 박라온의 생필품을 구매하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생필품 구매는 둘이서 함께 사는 살림살이로 발전해나갔다.

5년간 험하게 굴러 소위 '거지근성'이 붙어있었지만, 5년전인 지금의 박라온은 그런 거지근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 벗었습니다."

박라온은 발목에 걸쳐진 팬티를 내게서 보이지 않게 자신의 발 뒷꿈치에 옮겨 숨겼다. 한쪽 발로 접으려고 하는 행색이 방금 전에 벗은 것을 내게 보이기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럼 이쪽으로 와요."

"...위는 안 벗습니까?"

박라온은 가운 사이를 가리켰다. 하얀 가운의 안쪽에 팬티와 세트로 추정되는 자주색 브라가 가슴을 꽉 붙잡고 있었다.

"......음."

유이신은 눈을 감으며 침음성을 흘렸다. 이능력자가 눈짓 만으로 상대의 견적을 파악하듯, 유이신은 가운 아래에 가려진 박라온의 몸을 훑은 것이다.

"그, 그렇게 보시면 부끄럽습니다."

박라온도 그 시선을 눈치챘다. 침대 매트리스에서 일어나 박라온에게 권유했다.

"엎드려 누워봐요."

"...알겠습니다."

박라온은 쭈뼛거리며 매트리스 위에 올랐다. 내 지시에 따라 벽을 향해 머리를 뉘이고 일자로 엎드렸고, 나는 박라온의 옆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가운은 벗는게 좋을 텐데."

"꼭 벗어야합니까?"

"아무래도 입으면 감도가 떨어지니까요."

"......? ...일단은 알겠습니다."

박라온은 누워있는 상태에서 팔을 뒤로 돌려 가운을 벗었다. 나는 박라온이 벗기 쉽게 옆에서 도와 가운을 받았고, 그걸 유이신에게 건네 벽에 걸어두라 지시를 내렸다.

"음…."

등에는 얇고 검은 밴드 하나가 지나가는 것 말고는 5년 뒤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심장이 꿰뚫린 흔적도 없고, 오히려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긴 검은 머리칼은 곱게 흐트러져 있었다.

"걱정하지 마요. 잡아먹는 것도 아니니까."

"......저는 처음입니다. 제발 조심히…."

나는 박라온의 위로 올라탔다. 어깻죽지에 엉덩이를 깔고 퍼질러 앉았고, 다리로 박라온의 허리를 강하게 잡아 조였다.

"흐읍…?"

"단장님?"

박라온은 내 움직임에 신음와 함께 의문을 표했다. 유이신도 마찬가지로 내게 손을 뻗으며 질문했다. 유이신의 손은 굴삭기처럼 휘어져있었다.

"이걸로 하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이 음란마귀 같으니라고."

나는 세번째와 네번째 손가락만 수직으로 세워 간질이는 유이신의 손짓에 핀잔을 줬다. 지금 사람을 뭘로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얼척이 없었다.

"지금 자기가 그쪽으로도 가능하다고 어필하는 거예요?"

"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단장님께서 말씀하셨잖습니까!!"

유이신은 오히려 내게 역정을 냈다. 나는 유이신이 적반하장으로 억울함을 보이는 것에 기가막혔지만 잠자코 들었다.

"내가 뭐라고 했는데요?"

"운사의 자궁 속에 기생괴수가 있는데, 그걸 꺼내기 위해서는 운사를 가버리게 만든다고요! 처녀막 뚫어버려서!"

"지금 그 당사자가 제 밑에 있으니까 너무 적나라하게 말하지는 말아주시겠어요?"

"......좋습니다! 어쨌든 운사 처녀를 따먹으시겠다고 하시면서 저보고 음란마귀라고 하시는 건 아니죠!!"

"......이게 진짜."

나는 주먹을 두어차례 쥐고 한 번 쥐어박으려다 참았다.

"내가 언제 안에다 박는다고 했어요?"

"...박으실 거 아니셨습니까?"

내게 깔려있던 박라온이 고개를 돌려 내게 물었다. 최대한 무게를 줄였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적당한 무게감으로 깔고 앉은 탓에, 박라온은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두번째 음란마귀에게 제정신을 차리란 의에서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제정신 좀 차리-"

"아흑!"

"...세요."

박라온은 상당히 듣기 부끄워지는 신음을 터뜨렸다. 내가 튕긴 곳이 박라온의 성감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박라온은 가볍게 가기라도 한 것 마냥 몸을 떨고 있었다.

"잘 봐요. 음란마귀들. 제가 어떻게 터뷸러스를 박라온의 안에서 끌어내는지."

나는 손바닥을 아래로 내려 박라온의 허리를 살포시 눌렀다.

"아프면 말해요. 자도 좋으니까."

박라온을 위한 나의 혼신을 다한 '마사지'가 시작되었다.

* * *

"하으응…."

"운동선수들이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근육이 뭉치듯이, 이능력자들도 사용한 마력을 한 번씩 전신에 천천리 돌리면서 풀어줘야해요. 안그러면 다음에 바로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굳어버리는 거죠."

"흐아아…."

"S급 이상들은 본능적으로 호흡만으로 전신에 마력을 돌리는데, 당신은 아직 그런 감각이 부족해요. 이게 말 그대로 전신의 혈관을 마력으로 훑는 것 같은 작업이라, 처음에 누가 가이드를 잡아주면 그 뒤로는 몹시 쉬워지죠. 지금 느껴져요? 제 마력이 당신 몸 속을 흐르고 있는게?"

"느껴집니다…. 아응…."

"그 느끼라는 말이 아닌데. ...뭐 처음부터 잘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고, 지금은 터뷸러스가 메인이니까 그 쪽으로 집중하기로 해요. 당신은 그저 이 감각을 충실하기만 하면 돼요."

"너무…. 좋습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간다'는 감각입니까….?"

"그거랑은 다르죠. 굳이 비유하자면 온천에 전신을 담가서 피로를 푸는 느낌이죠. 아니다. 당신은 드라이 오르가슴을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마력 흐름 보니까 살짝 가버리셨네요."

"...하아, 성인으로 살았던 시간 싹다 손해본 느낌입니다…."

"겨우 이정도로 손해라니. 기다려봐요."

나는 엄지에 힘을 주고 박라온의 등을 지긋이 눌렀다.

"하윽!"

탄력있는 등허리가 눌리자 몸이 떨렸고, 동시에 하체도 떨렸다. 적당히 짙은 피부가 조명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큐브의 마력에 닿으니, 박라온은 정신을 못 차리고 헉헉거리고 있었다.

"이제 시작인 걸요."

주물주물.

나는 위에서 아래로 살살 손을 밀며 마력을 흩뿌렸다. 내 마력은 박라온의 피부 아래로 스며들어 아주 느긋하게 박라온의 전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아아...."

온천수가 몸 안에서 파도를 치는 느낌이 들 것이다. 박라온의 피부는 점차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나의 마사지는 점점 더 강도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슬슬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이제 시작.... 흐윽?!"

나는 박라온의 몸에 막대한 마력을 집어넣었다. 척추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불기운은 박라온의 전신에 범람하여 박라온은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하아...."

전신이 마력으로 가득 채워지는 감각에 박라온은 맥을 추리지 못하고 있다. 척추로부터 퍼져나간 따스한 마력이 자신이 각성할 수 없는 화속성 마력임에도 불구하고, 박라온은 점점 자세를 편안히 하며 내 손길을 즐기기 시작했다.

"흐아아.... 이거 진짜...."

긴장으로 굳어있던 몸이 풀림과 동시에 마력의 흐름도 더욱 박차가 가해졌다.

몸이 긴장하면서 은연중에 내 마력의 흐름을 불편해하던 박라온의 마력은 주인의 의지를 읽고 내 마력의 움직임에 편승해 몸속에서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느껴져요? 제가 어디까지 들어갔는지."

"예, 하아, 청화 님께서 저를 가득 채워주시는.... 흐아...."

척수를 타고간 마력은 사지로 퍼져나가 손가락 발가락 끝까지 닿았다. 곧게 1자로 놓은 박라온의 발이 쾌감에 오므렸다 펴기를 수 차례 반복했고, 가끔씩 긴장해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하으윽, 여긴...."

내 마력이 박라온의 가슴을 훑었다. 혈관과 신경을 모두 뜨겁게 데우는 감각에 박라온은 다리를 접었다 펴며 버텨냈다.

"이거...진짜로 만지시는 것 같은, 흐윽!"

"그런 셈이긴 하죠."

마력으로 속에서 직접 신경을 자극하는 셈이니, 박라온은 지금 그 꽉찬 가슴을 희롱당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그 행위를 멈출 생각이 없었다. 마력의 근원인 흉부는 그 어떤 곳보다도 가장 마력이 많이 뭉쳐있는 곳이므로.

"하으, 흐으으, 흐응."

내 마력이 돌고 돌아서 박라온의 심장에까지 닿았다. 흉부 전체를 감싸는 내 마력에 박라온은 이제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듯 입술 사이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꿈틀.

장골까지 엄지를 밀어 겸사겸사 근육까지 풀어주던 그 순간, 박라온의 뱃속에서 요란한 진동이 울렸다.

"윽...!"

그건 박라온도 마찬가지로 느꼈는지, 기껏 풀어놓은 전신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나는 계속 마력을 돌려 박라온에게 편안한 상태를 유지시킴과 동시에, 박라온의 뱃속에서 깨어난 터뷸러스를 자극하기 위해 마력을 집중시켰다.

"지금부터는 살짝 아플 수도 있어요."

"아프다니, 허윽!"

엄지를 등에 박고 꼬집듯이 손으로 허리를 눌렀다. 소용돌이를 그리듯 엄지가 움직이자 퍼져있던 마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박라온의 몸에서 서서히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건, 흐아아...!"

"당신 몸에 들어간 석하랑의 마력을 잠깐 빌릴게요. 완충 역할을 하기에 딱 좋을 겁니다."

나는 아주 천천히 박라온의 몸에 있는 자신의 마력과 석하랑의 마력, 수속성의 마력을 '데워가기'시작했다. 석하랑의 마력이야 내 의도를 금방 읽고 내 마력을 그 속에 담기 시작했고, 박라온의 마력은 아직까지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 몸을 풀어주면서 전신에 인사를 하고 돌아다녔기에, 내 온기가 실리는 마력도 어느정도 있었다.

"흐어, 허윽."

이제 40 가량. 박라온은 뜨뜻한 미온수에 전신을 담근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 터뷸러스를 쫓아낼 수 없다. 나는 박라온에게 흐르는 마력을 서서히 뱃속으로 집중시켰다.

"하아, 흐윽, 흐아아...."

"아파요?"

"아, 아픈 건 아닙니다아.... 생경한 감각이라, 히끅!"

다리가 안쪽으로 오므려졌다. 허벅지를 서서히 비비는게, 아무래도 사정없이 제대로 느낀 모양이다. 나는 상체의 힘을 실어 손으로 박라온의 등을 쓸어내렸다.

꿈틀, 꿈틀.

긴 잠에서 깨어난 터뷸러스가 서서히 박라온의 속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자고 있는 사이 숙주의 몸에서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깨닫고 경계를 시작했지만, 이미 박라온의 전신에는 내 마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화속성은 풍속성의 하드 카운터죠. 자, 어쩌실련지."

나는 노크를 하듯 박라온의 등을 두드렸다. 뱃속에 깃든 터뷸러스는 내 마력을 눈치채고 화들짝 놀라 경기를 일으켰다.

"하으으윽!!"

박라온이 고개를 치켜들며 교성을 터뜨렸다. 터뷸러스는 박라온의 속에서 기어나와 문 바로 앞에서 요동치고 있었고, 결국 그 진동은 박라온에게 또다른 자극으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 이거 뭡니, 꺄하윽!"

박라온의 골반이 점점 위로 들어올려졌다. 기체는 열을 받으면 팽창하기 마련이고, 잠들어있던 터뷸러스도 사방을 에워싸는 내 화속성 마력에 서서히 몸집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배 안에 가스가 찬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박라온의 모습은 마치 임산부가 엎드려 누워있는 모양새였다. 태아에게는 좋지 않은 자세였으나, 박라온의 뱃속에 있는 것은 태아가 아닌 괴수였다.

우우웅----

거센 바람소리가 귀를 때렸다. 굳게 닫힌 창틈으로 바람이 새어들어나오는 소리였고, 그건 터뷸러스가 자신의 몸을 일부나마 밖으로 빼내고 있다는 증거였다.

자신이 들어간 구멍을 통해.

"흐으읍!"

박라온의 엉덩이가 잔뜩 힘이들어갔다. 안쪽에서부터 막이 기류에 흔들거리는 감각은 분명 어지간한 경험으로는 견뎌내지 못할 감각이었다. 하지만 터뷸러스 덕분에 다행인 것도 있었다.

"흐, 흐으윽!!"

박라온이 점점 쾌감에 미쳐가기 시작했다. 이능력자로서 내 마력이 채워지는 충족감만으로도 절정에 달했는데, 여자로서 안쪽에 바이브레이터라도 들어간 것 마냥 터뷸러스가 움직이니 쾌감이 정신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그러고 있어요. 이제 빼낼 테니까."

나는 등에서부터 서서히 마력을 방사했다. 태양의 더위에 나그네가 옷을 벗었던 것처럼, 화끈거리는 뱃속에 터뷸러스는 시원한 곳을 찾아 현관까지 나온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터뷸러스가 문을 찢고 나오는 것을 경계하기만 하면 되는-

쩌적.

"어?"

방금 무슨 소리가 났-

뾱.

박라온의 아래에서 지름이 1cm도 되지 않을 작은 구슬이 튀어나왔다. 녹빛의 구슬은 아무리 봐도 코어였고, 박라온의 안에서 나올법한 코어는 터뷸러스 밖에 없었다.

"저거 뭔-"

푸쉬-------!!

코어로부터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압축되어있던 것이 터져나오듯, 터뷸러스는 코어를 중심으로 잽싸게 제 형체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오호. 방이 너무 뜨거워서 집에서 나왔다 이거죠? 방화범을 직접 때려잡으려고?"

나는 유이신에게 손짓을 해서 잽싸게 등을 때렸다. 유이신은 금방 코어가 되어 무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다.

"큐브 하나 놔둔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창염이 말했다. 큐브 두 개면 미연시가 되겠지만, 큐브 하나면 RPG라고.

쿠와아아아아아!!

실체를 갖춘 S급 기체 괴수-터뷸러스가 내 방에서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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