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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294화 (294/1,497)

〈 294화 〉1부 13장 11

나와 창염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대화의 주제는 당장의 문제인 터뷸러스로 돌아갔다.

"으으, 그래도 자궁 속 기체괴수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거 아녜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만 그걸 나한테 따져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어. 다 제작사가 나쁜 거야."

"그쵸? 마암룡도 그 정숙했던 애를 무슨 걸레로 만들고."

"......그래도 처녀니까 괜찮지 않나?"

콕.

"아야."

"내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

나와 창염은 한참동안 제작사의 불합리한 설정을 따졌다.

"석하랑도 그렇고 샤오린도 그렇고 어떻게 하나같이 다 비극의 히로인이네요."

창염은 히로인들에게 동정을 보냈다.

박라온. 유망주였으나 몰락하고 밑바닥에서 5년동안 굴렀다.

히카리. 이지메를 당해 일본을 떠났지만, 청송에게 잡혀 햇빛조차 보지 못하고 연구 결과를 착취당했다.

샤오린. 친부에게 자유를 억압당하고 자신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살아야 했다.

은유하. 평양사태로 일가가 몰살당하고 어린 나이에 그룹을 이끌어야 했다.

천가을. 다른 히로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구르는 미래가 확정되어 있었다.

백희아는-

"백희아는 어쩌실 거예요?"

창염은 싱글벙글 웃으며 내 볼을 깃털로 쿡쿡 찔렀다. 나는 백희아에 얽힌 문제를 당장 처리할 생각이 없었다.

"나중으로 보류. 주인공이랑 엮이는 애니까."

"진짜 걱정하시네요. 아직도 주인공 보면 반해버릴까봐 겁나요? 보는 것 만으로 큥큥할까봐?"

"그래."

라스푸틴만으로도 그렇게 두려움에 떨었던 나다. 원작 주인공 놈은 나에게 있어 라스푸틴보다 더한 마성의 존재였고, 나는 그를 보자마자 내 이성을 잃을까봐 두려웠다.

"뭣보다 내가 너한테서 눈이 돌아갈까봐 무서운 거지."

"푸흐흐. 알았어요. 그래도 주인공 덕분에 히로인들은 구원을 받잖아요. ...안 그래요?"

17명의 히로인은 저마다 비극적인 상황을 가지고 있었고, 주인공은 그 상황을 해결해줌으로써 히로인과 관계가 깊어졌다.

"그래. 너도 마찬가지였지."

"저는 죽었잖아요."

"그래서 살렸잖아. 네 루트 찾아서."

"그래서 저만 바라보겠다고 하시는 분이 다른 히로인이랑 놀아나는 걸 허락받으시는게 참…."

기껏 허락해놓고 창염은 내가 하려는 행동을 지적했다. 나는 창염을 붙잡고 확언했다.

"얘기했잖아. 절대로 마음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나 이것만 쓸 거야."

나는 손가락을 세워 미니피닉스의 배를 살살 간질였다. 창염은 마사지를 하는 듯한 내 손길에 지긋이 눈을 감았다.

"진짜 손만?"

"그래. 손만."

"정말로 손으로 만족할 것 같아요? 당신이? 하다가 막 흥분해서 혀도 막 쓰고 할텐데? 막 하다가 급해서 중국으로 날아가서 라스푸틴 빌려오고 그러는 거 아녜요?"

"......아마 절대 안 그럴 거야. 아마도."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나는 의지가 확고하지만, 저 망할 큐브 놈이 풍기는 기운은 영 심상찮았으니.

톡톡.

창염이 내 마도기어를 건드렸다. 창염은 내 마력으로 이루어진 분령인 만큼, 마도기어도 능숙하게 다를 수 있었다.

"어디보자.... 알람."

창염은 알람을 설정했고, 시간을 맞췄다.

"딱 15분 드릴게요. 손만 쓰세요. 분위기 타서 선 넘지 마시고."

"당연하지. 그리고 15분이면 떡을 쳐. 환자를 구하는 의료행위에 내가 음심을 가질 것 같아?"

"제가 당신이 아르엘이랑 무슨 짓을 벌였는지 다 알고 있는데 그런 말이 나와요?"

"......."

창염은 너무 나에대해 속속들이 알고있어서, 내가 무어라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몸안의 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열기로 독을 태워버리는 방법이 제일이잖아?"

"하여튼 말이나 못하면. 알았어요. 당신이 박라온을 그렇게 아낀다면 어쩔 수 없죠. 제가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드릴게요. 대신."

창염은 자신이 큐브를 뱉은 내 미간에 이마를 맞대고 나를 노려봤다.

"지금까지도 수도 없이 흔들렸는데, 박라온을 SS급으로 만들고 나서도 안 흔들릴 자신 있어요? 정말 저만 바라보실 수 있으시려나? 푸흐흐."

"당연하지."

나는 미니피닉스의 아랫배에 입술을 맞추며 맹새했다.

"내가 너 말고 누구를 바라본다고."

"......푸흐흐."

창염은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내 미간에 이마를 비비며 불꽃으로 흩어졌다. 내 얼굴에 따스한 열기가 스쳤고, 나는 창염이 한 번 입에 넣었던 큐브를 천장으로 올렸다.

"분명 이것도 나를 방해하려들…. 역시."

파-앗.

큐브는 천장에 스스로 매달려 은은한 조명을 뿌렸다. 붉으스름한 기운이 내 방을 가득 채웠고, 결계안은 마치 홍등가의 객실마냥 변해버렸다.

"......."

나는 내 두 손을 만지작거리며, 마도기어를 조심스레 눌렀다.

"들어와요."

결계가 살짝 열리고, 두 명의 풍속성 이능력자가 어색한 얼굴로 쭈볏거리며 내 방에 들어왔다.

"일단 들어와서 앉아요. 그리고 영 못하겠다 싶으면 꼭 말하고. 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볼테니까."

그렇다.

나는 아직 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터뷸러스를 뽑아낼지 설명하지 않았고, 우선적으로 창염의 재가를 받았다.

창염의 허가가 떨어졌으니, 이제 당사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에 따라 내가 하고 안 하고 하는 문제가 결정되는 것이다.

* * *

터뷸러스를 어떻게 이식할 것인가.

나는 창염에게 설명한대로 내 수술 계획을 소상히 둘에게 밝혔다. 적어도 수술 당사자들은 수술의 과정이 어떻고 그 결과가 어떨지에 대해서 확실히 알아야했다.

"......."

먼저 박라온은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있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보다 연상이지만, 지금은 아직 석하랑보다 나이가 두세살 더 많은 처녀에 불과했다. 대학교를 갔다면 아마도 졸업반이 되었을 나이인 만큼, 내 수술 과정에 대해 상당히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청화 님께서 직접 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죠.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보장해드립니다."

나는 다섯 손가락을 유연하게 꺾었다 접었다. 문어 다리처럼 흐느적거리는 손가락의 움직임에 옆에 앉아있던 유이신이 흠칫했다.

"왜 다리를 갑자기 오므려요?"

"......단장님, 역시."

"쉿."

나는 손가락을 살짝 세우는 걸로 유이신에게 넌지시 협박했다. 유이신은 금방 내 의도를 깨닫고 입을 닫았다. 나는 그 손을 박라온을 향해 뻗으며 손장난을 쳤다.

"아마 전세계에서 이걸 저보다 잘 하는 사람은 없을 걸요?"

손가락을 세워서 쿡쿡.

"단장 님은 도대체가…. 하아. 아닙니다."

결국 유이신은 붉어진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았다. 박라온의 치태를 옆에서 봐야하는 것도 그랬지만, 터뷸러스를 이식받는 당사자로서 희생양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유이신은 여러모로 쑥쓰러워하고 있었다.

"꿀꺽."

유이신은 내 손길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박라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우선 박라온. 당신은 각오가 되어있나요?"

"정말로 청화 님께 몸을 맡기면 고통없이 다 해결이 됩니까?"

박라온은 미지의 공포에 대해 심각하게 두려움을 느꼈다. 괴수, 빌런과의 전투에서 다쳐서 입은 고통은 익숙하더라도, 막이 찢어지는 고통은 박라온에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다.

"네. 적어도 아프지는 않을 거예요."

과연 정신이 날아간 상태에서도 고통을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확신한다. 쾌락으로 고통을 덮는다는 것은 이미 다른 히로인을 통해 검증된 방법이었다. 비록 그게 박라온은 아니었지만.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박라온이 고개를 숙이며 내게 부탁했다. 나는 안심하라고 박라온의 손을 붙잡고 손등을 쳐줬고, 박라온은 호흡을 크게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당사자의 허락을 얻었으니 이제 다음은 유이신의 차례.

"잘 들어요. 어떻게 되는지."

나는 유이신에게 수술의 과정에 대해 다시금 설명했고, 유이신은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호흡을 골랐다.

"정말로 터뷸러스를 가지면 강해지는 겁니까?"

"예. 터뷸러스를 이식하고 나면 어떻게 성질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화살보다는 살상력이 더 올라갈 거예요."

나는 원작에서 터뷸러스의 숙주가 된 이능력자, 풍마가 즐겨 사용하던 기술을 떠올렸다.

"터뷸러스의 기본 특징은 '먹어치워 없앤다'는 거예요. 운사는 그게 탐식운으로 발현되었죠.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폭풍'으로 발현되기도 했고."

마력을 무한히 탐하는 아귀나 다름없는 터뷸러스를 가지게 된 풍마는 두 손으로 기파를 날리듯 토네이도를 쏘았고, 터뷸러스는 토네이도의 형태로 안에 들어온 것들을 집어삼켰다.

"그가 바람을 날리기만 하면 괴수는 흔적도 없이 갈려나갔어요."

풍마가 다녀간 곳에는 모든 것을 파헤쳐놓은 자국 뿐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터뷸러스가 먹어치운 것일 뿐이다. 유이신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적어도 가져서 이능력적으로 나쁠 건 없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문제는 제게 주기적인 코어 수급이 이루어져야한다는 것 아닙니까?"

"걱정마요. 코어 수급은 결코 차질이 없을 거예요."

나는 먼저 실험을 위해 품에서 흑사갈이 낳은 코어를 꺼내 유이신에게 건넸다.

"이건 용기있게 제 실험에 동참해준 당신을 위한 포상."

"사랑합니다, 단장님."

"사랑은 나한테 하지 마시고."

"......후후."

유이신은 내 손에 들린 코어를 잽싸게 낚아채고는 셔츠 앞섶을 풀어버렸다.

"무슨…?"

갑작스레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는 유이신의 행동에 박라온이 당황한 사이, 셔츠 왼쪽을 젖혀서 반만 벗은 유이신은 브라의 앞 후크까지 풀어버렸다. 천가을보다는 못하지만 확실하게 존재감을 가진 유이신의 젖이 크게 흔들렸다.

"이, 이건-"

"마침 잘 됐네요. 보세요. 이게 괴인이 성장하는 방법이니까."

박라온은 당황해 어쩔줄 몰라했으나, 나는 박라온의 손을 잡고 지긋이 눌러 진정시켰다. 박라온의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이 손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잘 먹겠습니다."

유이신은 활짝 열어젖힌 윗가슴에 코어를 올렸다. 하얀 맨살이 좌우로 갈라졌고, 그 사이로 코어가 몸속으로 쏙 들어갔다.

우우우웅.

"하으응…."

유이신의 코어는 흑사갈이 낳은 코어를 게걸스럽게 흡수하기 시작했고, 유이신은 팔짱을 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건 마치 살짝 절정에 달했을 때나 볼법한 모습이었다.

"흐아아…. 정말 이 감각은 끊을 수가 없어요."

"......."

이능력자들 대부분이 강해지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야 한다만, 괴인은 그 성질이 유독 심했다. 등대만 하더라도 초기에는 코어가 주는 쾌락에 절여지지 않았던가.

"그게 그렇게 좋아요?"

"말도 마십시오. S급 코어를 흡수하는 거, 솔직히 섹스나 마약보다 더 좋-"

유이신은 입을 닫았으나 이미 늦었다. 평소에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려고 하는 유이신이 실언을 했다는 것부터가 지금 그가 상당히 흐트러졌다는 증거였다.

"......."

유이신은 고개를 떨구었다. 나야 유이신을 여러차례 1.5군 급으로 사용했으니 알고 있던 배경이지만, 박라온은 누가봐도 조신해보이는 유이신의 문란함과 방탕함에 경악했다.

"과연. 이전에는 몸을 함부로 굴리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단장님. 얘 저 멕이는 거 아닌가요?"

"운사가 표현이 좀 직설적이라서 그래요. 이해하세요. 그리고 궁성, 당신이 그렇게 열을 낼 건 아니잖아요. 실제로 소나무 부대에 있을 때 당신-"

"죄송합니다, 단장님. 입 닥치겠습니다."

유이신은 금방 꼬리를 내렸다. 아무리 청화단의 간부라고 하더라도 내 우선순위는 어디까지나 히로인 먼저였다. 유이신은 내가 은근히 박라온의 편을 들어주는 것을 깨닫고 금방 머리를 조아렸다.

"흠흠. 아무튼 흑사갈이 낳은 코어, 잘 흡수했죠?"

"예. 조금 흘리기는 했습니다만."

유이신의 닫힌 흉부에서는 미처 흡수하지 못하고 넘친 검은 마력이 끈적하게 흐르고 있었다. 검은 코어는 한여름의 초콜릿처럼 녹아 유이신의 가슴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S급 코어를 그만큼 흡수한 것도 대단한 거예요."

유이신의 몸속에는 암속성의 마력이 차고 넘쳤다. 비록 유이신의 주력 속성과는 다른 속성의 마력이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코어는 마력을 풍속성으로 전환할 것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손실되는 마력은 엄청나겠지만.

"이렇게 괴인은 강해질 수 있답니다. 그러니 마력이 깎이는 건 걱정하지 마요."

"알겠습니다…."

유이신이 마력을 늘려나가는 방법을 본 박라온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시간 없으니까 바로 하도록 하죠."

나는 두 손을 모아 비비며 박라온에게 활짝 웃었다.

"그럼 팬티부터 벗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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