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화 〉1부 9장 16
빨리 협상의 진척 과정에 대해서 알고 싶던 나와는 달리, 셋은 화수분처럼 터져나온 괴수들의 문제부터 우선 처리하고 싶었나보다.
[고객님. 고객님이 한 거죠? 그렇죠?]
"니 말고는 이런 미친 짓 할 사람 없다 아이가."
"후후."
셋은 세 방향에서 나를 에워싸며 압박했다. 은유하와 환룡은 장신의 남자 몸으로 나를 압박하는 통에, 멀리서 보면 위험한 영상을 찍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일단 진정해라. 천천히 이야기하면 될 일이다."
"우예 진정하는데? 지금 차원문 터진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 거 모르나?"
[차원문이 아닌 이상 중국 현지 히어로들이 대처할 수 밖에 없어요. 국제 조약이 그러니까.]
은유하는 조약의 유효성을 지적했다. '그 나라의 괴수는 그 나라가 해결한다'는 골자의 조약은 5년 뒤의 시점에도 살아있는 폐단이었다.
"그 놈의 조약. 쯧. 걱정마라. 흑전갈들 하나하나는 약해. A급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근데 그 수가 억수로 많제? 내는 여기서 협조 요청 안 하면 못 나간다. 북경까지 들이닥치면 모를까."
[그런데 북경까지 올 것 같다는 말이죠. 꼭 누구 쫓아오는 것처럼.]
석하랑과 은유하는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변명하기 위해 품에서 코어들을 꺼냈다.
"내가 이전에 잡은 흑전갈들의 코어, 그리고 그걸로 부활시킨 시황제 괴인의 코어 기척을 느낀 거다. 모체인 흑사갈이 자식에 대한 복수를 하는 거지."
실상은 큐브를 탈취당해 전병력을 이끌고 나를 쫓는 거지만, 이 정도 변명이라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변명이 될 것이다. 실제로 석하랑과 은유하는 나를 한심한 듯 노려보고 있지만, 내 변명에 어느정도 수긍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이제 어쩌면 좋은데? 다 때려잡을끼가?"
[저거 다 잡으면 금전적 가치는.... 환산 불가능이에요. 무조건 다 잡아야 해요.]
"그래. 다 잡기는 해야하겠지. 하지만 욕심부리지는 말자."
나는 북경으로 달려오는 S급 코어 노다지에 눈이 돌아간 은유하를 우선 진정시켜야 했다.
"괜히 소화 못 할 걸 먹으면 배탈날 수가 있어. 흑염룡이 물지기의 코어를 얻어올테니, 일단 너는 이걸로 만족해라."
내가 아직 사용하지 않은 흑전갈의 코어 두 개를 건네자, 은유하는 잽싸게 그걸 챙겨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하지만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법인만큼, 동쪽으로 진격하는 수 천 마리의 흑전갈이 뭇내 아쉬운 모양이었다.
[다 잡으면 조단위는 훌쩍 넘길 것 같은데....]
"여러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지. 환룡."
"......응?"
환룡이 졸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분명히 안 듣고 자고 있었을테지만, 나는 환룡의 옆 빈자리를 가리켰다.
"모택평을 이용해서 타국의 개입을 정당화한다. 괴수관리대책국의 국장으로서, 원탁과 이국의 원조 없이는 흑전갈 무리를 피해없이 제압하기 어렵다고 주장해라."
"나 그런 거 잘 못하는데...."
"이 녀석이 도와줄 거다."
나는 봉효의 코어를 튕겼고, 환룡은 봉효를 낚아채 바로 부활시켰다.
"흐억!"
봉효는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허리 상태를 확인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대기실에 있는 우리의 면면을 살피고 상황파악을 끝냈다.
"흠, 흠흠."
"봉효가 S급 괴수들을 잡아 환룡에게 진상하려다 흑사갈을 깨워버렸다. 지파룡은 성공적으로 잡았지만, 그 성공에 도취되어 무리수를 뒀지. 그렇지 않나?"
나는 남들 모르가 봉효에게 눈을 부라렸다. 봉효는 환룡의 눈치를 슬쩍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불찰입니다."
"뭐...살다보면 그럴 수 있지. 안 글나? 하하."
[성과를 내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리스크가 컸네요. 이래서는 본말전도예요.]
석하랑은 볼을 긁적이며 창밖을 바라봤다. 은유하는 정체를 숨기지 않고 봉효를 나무랐다. 봉효는 억울한 듯 눈을 깜빡였지만, 내가 슬쩍 손톱을 세우니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주군...."
"...음. 귀찮은 일이 생겨버렸네. 고맙긴 한데 어쩔 수 없지. 일단 수습이나 하자. 그래야 발 뻗고 편안히 잘 거 아냐."
환룡 또한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청화단이든 환룡단이든 결국 주먹-이능력이라는 힘의 논리가 지배적인 집단이었다. 꼬우면 나와의 대결에서 이겼어야지.
"크흠."
나는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 땅이었으면 청화단이 모두 독식하겠지만, 그래도 남의 땅에 와서 싹쓸이를 할 수 없지."
"맨날 황해 와가꼬 물고기 털어가는데, 흑전갈 천 마리 정도는 가져가도 되지 않겠나?"
"...석하랑, 아직 말이 안 끝났다. 진정해. 흐흠. 아무튼 비스트 테이머의 능력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숫자라고 포장할 거다. 지금 청화는 화이허에서 흑염룡이 물지기를 쓰러뜨리는 걸 기다리고 있는 걸로 사람들은 알고 있으니, 자신들이 흑전갈에 대처해야하는 걸 직감하고 있겠지. 누가 흑전갈 코어로 만들어진 괴인 시황제를 데리고 가서 흑사갈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그러니까 흑사갈을 건드린 봉효가 나쁜 거다. 나는 봉효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
"그렇다고 중국 히어로들이 인해전술로 밀어붙이기에도 수가 많아. 흑사갈 근처에는 진짜 S급 수준의 개체들도 있을테니, 어지간한 수로 맞상대하면 인명 피해가 생기겠지."
[지금이야 한 갈래로 동진하고 있지만, 갑자기 수 십 갈래로 퍼질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면 내가 갈까? 원탁 나서면 쉽게 끝나는 거 아이가. ...운장은?"
"지금 미친 놈 상대하느라 바쁘다."
싸움밖에 모르는 살인귀를 상대로 무인 기질을 발휘한다면, 아마 샤오린은 흑전갈 무리고 뭐고 질풍객이 만족할 때 까지 싸워줄 것이다. 그러니 샤오린과 질풍객은 사실상 전력을 세지 않는 게 속이 편하다.
"너도 자중해라. 어제 실컷 즐겼으니."
"아, 왜? 내가 손 하나만 까딱하면 다 아이스크림 만들겠더구만."
"그러니까 자중하라는 거다. 너 말고도 지금 몸이 근질근질한 놈들 많을테니."
석하랑을 칭송하기 위해 모여든 2만 이능력자들이 그 증거다. 석하랑의 활약을 직접 눈으로 목도했을테니, 자신들도 그만큼 활약하고 싶다며 끓는 마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을 터.
"비단 중국 히어로들만이 아니겠지. 밥상에 숟가락 올리려는 놈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아."
봉효가 내 의도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모두에게 기회를 주시려는 겁니까?"
"그래. 괴수는 말이야."
나는 헌터계의 절대적인 불문율을 언급했다.
"잡는 사람이 임자야."
"끄응. 아, 아까운데."
"앞으로 흑사갈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괴수들 많다. SS급 잡을 때 너 꼭 부를테니 참아라."
"...글나? 그럼 어어쩔 수 없지."
석하랑은 뭇내 아쉬운 듯 입술을 삐죽였지만, 석하랑은 불과 어제 세계 최초로 SS급 괴수인 혼돈을 쓰러뜨렸다.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위업을 연달아 달성하면서도 욕심을 부리는게 참 그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흐음.]
은유하도 입꼬리를 비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아무리 S급 코어를 무상으로 갖다받쳐도, 욕심을 조금만 부리면 싸그리 얻을 수 있는 코어가 아쉬운 눈치였다.
"은유하."
[네, 고객님.]
"천가을 편으로 한국에 보내려 했던 큐브, 어떻게 쓸 지 고민해봐라."
[......어머나.]
다행히 은유하는 만족하는 것 같았다. S급 코어 수 백개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물건을 사용할 기회를 얻었으니, 이제 은유하는 큐브로 어떻게 돈을 왕창 뽑아낼 지 고뇌할 것이다.
"후후."
"은근슬쩍 또 자지?"
"......졸려."
"너는 당장 주석에게 가서 의견을 나눠라. 원탁을 비롯해서 모든 이능력자들이 흑전갈들을 상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걸 성공하면 마음껏 쉬게 해주지."
"정말?!"
환룡이 반색을하며 의욕을 보였다. 의욕이 없어서 능력도 없어보이기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빙의한 대상을 얼마든지 제몸처럼 부릴 수 있는 게 환룡이다. 의욕이 난 환룡은 주석과 유황숙을 상대로 모택평 이상의 지모를 발휘하여 원하는 바를 이끌어낼 것이다.
"그럼 전세계인들을 중국으로 초대하도록 하지. 아 참. 전세계에 초대장 보낼 때 이 말을 잊지 않도록."
나는 기억 속의 흑전갈이 가진 효능을 더듬었다.
"흑전갈의 내단을 잘 달여 마시면 몸안에 흑전갈의 독소가 퍼지게 되는데, 이게 혈관에 쌓인 지방을 제거하는 효과가-"
"내 협회 간다!"
[잠시만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지금 언론에 찌라시 뿌리게.]
"그래. 잠시만. 환룡."
"어."
나는 아직까지도 나가지 않는 환룡에게 문밖을 가리켰다.
"환룡단을 쓰든 중국 히어로를 쓰든, 네가 버는 코어는 내가 신경쓰지 않으마. 마음 껏 이용해라."
"...그, 그러면."
환룡이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모택평의 얼굴로 그런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코어로 침대 만들어서 자도 돼...?"
"......마음대로 해라."
"후후, 후후후후!"
환룡이 의욕을 보였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 하리라. 나는 구석에 세워둔 덕배를 집어들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봉효."
"...예."
막 다른 일을 하려던 세 히로인이 침을 꿀꺽 삼켰다. 허공에 덕배를 휘두르는 나와 두려움에 질린 봉효를 번갈아 보더니, 안쓰러운 얼굴로 봉효를 동정했다.
"그...있다 아이가. 너무 심하게 하지 말그라."
"안 죽여. 걱정마라."
나는 손을 휘저어 셋을 안심시킨 뒤, 봉효에게 손짓을 했다.
"일단 어제 그 세이프 하우스로 갈까."
"...예."
봉효는 영체가 되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걸 직감한 가축마냥 눈을 글썽였고, 졸지에 내가 나쁜 놈이 되어버렸다.
"아, 아니. 안 때린다니까."
[그거 내려놓고 말하시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요.]
"또 알 깨뜨리려 하지마...."
"......오냐. 말로만 할게. 말만."
나는 덕배를 내려놓으며 코어로 바꾸었다. 어째선지 내가 말로만 훈계한다고 말하자 봉효를 보는 석하랑과 은유하의 표정이 더 동정이 깊어졌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모두 잘 부탁한다. 흑전갈들, 마음 껏 잡으라고 해."
"니는 아무것도 없어도 되나? 몇 마리 잡은 거 얻어올까?"
"필요없어. 애초에 내가 중국으로 온 궁극적인 목표는 달성했으니까."
"뭔데?"
나는 창문을 열고 창틀에 선 채로 환룡을 가리켰다.
"정령 만난 거."
"......."
"간다."
나는 날개를 펼쳐 태양빛 아래에 몸을 숨겼다. 영체가 된 봉효가 내 뒤를 따라붙었고, 우리는 조용히 누구도 듣지 않을 환룡단의 비밀 기지에 몸을 숨겼다.
잠시 뒤.
우리는 비밀 기지의 소파에 마주앉았다. 봉효는 중앙당 대기실을 나오는 순간보다 아주 여유로운 얼굴로 흑우선을 흔들며 소파에 몸을 뉘였다.
"후우. 그러면 다시 이야기를 할까요, 봉효."
"왜 갑자기 존대하십니까?"
"당신에게 말 놓기는 아까워서요."
"예???"
봉효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청화단의 간부도 아니고 히로인도 아니니, 굳이 말을 놓으며 편안하게 대해줄 이유는 없는 놈이었다. 그렇다고 원작에서 나와서 나와 안면이 있는 자도 아니고, 따지고보면 내 뒷통수를 쳐서 엿을 먹인 놈이다.
"사소한 건 따지지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무엇부터 시작할까요?"
"저는 케이크 위의 딸기는 마지막에 먹는 편이니까, 잡다한 것 부터."
"잡다한 것이라...."
나는 오는 길에 사온 딸기 쉐이크를 한모금 들이켰다. 봉효는 자신이 태운 차의 향을 맡고 있었다.
"지파룡의 코어. 그건 알아서 하세요. 지분 따지기 귀찮으니까."
"S급 괴수의 코어를 잡다한 걸로 치부하기에는, 아뇨. 아닙니다. 원대한 선처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잡은 거니 당신이 알아서 쓰세요. 그걸로 동창 단원을 괴인으로 만들든, 팔아서 예산으로 만들든, 그도 아니면 지파룡을 괴인으로 만들든 알아서 하세요."
"...코어 자체로도 괴인을 만들 수 있습니까?"
"예."
내가 처음으로 만든 서해무기가 대표적인 예시였다. 등급이 높을 수록 괴수 시절의 자의식이 높게 떠오르는 모양이니, 아마 천가을의 코어인 촉수꺼비를 괴인으로 만들었으면 희대의 촉수 변태가 태어나지 않을까하는 잡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다음 문제."
"저, 정말로 코어 문제를 그냥 넘겨도 됩니까? 여기서 더-"
"SR-6974."
봉효가 흠칫 놀랐다. 그리고 표정이 변했다. 그럼 그렇지하는 얼굴로.
"역시 관심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당연하죠. 당신이 그걸로 샤오린을 겁박하려 들면 안 되니까."
"...생각보다 샤오린을 아끼시는 모양입니다?"
"어쩌다보니 환룡의 괴인이 되었지만, 제 사람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아무튼 만약 당신이 그걸 유포하려고 시도한다면, 환룡이고 뭐고 당신 세번째 알을 깨버릴 거예요."
나는 손톱을 세워 봉효의 코어를 가리켰다. 봉효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제가 생각했던 바와 다르군요."
"무슨 생각?"
"저는 당신께서 그걸 보고싶어하실 줄 알았는데."
"흥미가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그것보다 그걸 악용할 당신이 더 걱정되니까 하는 말이에요."
"주군, 아니 제 영혼을 걸고 말씀드립니다. 저는 샤오린에게 해를 끼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 왜 원본을 가지고 있던 건데요?"
봉효는 쓰게 웃었다.
"원본 하나는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샤오린을 협박할 때 쓰라는 모택평의 명령이 있어서."
"개새끼네요. 정말."
"예. 제 핏줄의 근본이지만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인이죠."
"......이제는 상관 없지만. 그러면 마지막."
"아. 그 SR-6974 말입니다만."
봉효가 내 말을 끊었다. 마음 같아서는 확 모가지를 뽑아버리고 싶었으나, 그가 말하는 내용 때문에 참았다.
"모든 일이 끝난 뒤, 원본이 담긴 USB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실 지, 파기하실 지, 아니면 샤오린의 목줄로 사용하실 지는 뜻대로 하시지요."
"......그건 받아들이죠. 하지만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게 있어요."
나는 그에게서 영상을 받아내겠다는 약속을 구두로 받아낸 뒤, 그의 착각을 정정했다.
"정말 샤오린이 그게 유포가 된다고 목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엽기 성행위 영상이 돌아다니게 될텐데, 어찌 협박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동생을 몰라도 너무 모르네. 됐어요. 진짜 본론으로 넘어가죠."
나는 곱상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혼란에 빠진 봉효에게 본색을 드러냈다.
"큐브."
"........"
"네가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지, 지금 어디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라. 그리고...."
다른 건 내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궁금한 건 따로 있다.
"네 이름."
"예?"
"아직까지 네 이름을 듣지 못했어."
큐브를 '따위'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것. 나는 내 가설을 확실하게 하고자, 봉효의 본명을 물었다.
"......이름 정도는 바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 이름은."
봉효는 허탈하면서도 슬며시 웃었다. 그 미소는 누군가와 꼭 닮아있었다. 내가 가장 주의하고 있으며, 내가 가장 만나기를 두려워하고 있을 금발의 미청년을.
"백청영(白靑英)이라고 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