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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59화 (159/1,497)

〈 159화 〉1부 8장 19

질풍객의 난입으로 안 그래도 혼란스러웠던 전황이 개판이 되어버린 그 시각.

문제의 질풍객을 끌어들여버린 장본인, 샤오린은 흑염룡의 기수를 능숙하게 돌리며 전투기들을 회피했다.

[그냥 다 태워버릴까.]

"참으세요!"

흑염룡에게는 거슬리는 존재일테지만, 샤오린 적으로는 같은 나라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비록 뜻은 다르지만, 저들은 어디까지나 위의 명령을 받는 사람들-"

[그래. 나도 위의 명령을 받았지.]

흑염룡은 전투기의 옆을 스치며 눈을 부라렸다.

[그 분께서는 내게 명령을 내리셨다. 마구잡이로 날뛰라고.]

"......잠깐만요!"

샤오린이 다급히 흑염룡의 등을 두드렸다.

"저는 데려다주고 날뛰세요!"

[내가 택시도 아니고 그럴 이유는 없지. 여기도 중국 아닌가.]

흑염룡은 육지를 가리켰다. 바다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위치였지만, 일단 샤오린이 바랐던 중국은 중국이었다.

[내리시지?]

"그 쪽 주인도 당신이 오기를 바라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분업이야. 땅이 워낙에 넓어서, 내가 날뛸 곳은 따로 정해져있어.]

캬아아악!

흑염룡이 울부짖었다. 그의 포효는 전투기들의 기체를 흔들었고, 순간적으로 전투기들은 동체를 제어하느라 혼란에 빠졌다.

[북경.]

"이런...!"

[딱 거기까지만 데려다주지.]

수도에서 날뛰겠다고 하는 S급 괴수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샤오린은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멀리서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는 자신의 주인, 혼돈환룡이 있는 곳은 그보다 훨씬 먼 서쪽이었으므로.

"에이, 됐어요! 진짜 치사하네! 사람이 대범하지 못하게!"

[괴수인데.]

"진짜 짜증나게!"

샤오린은 흑염룡의 등을 박차고 허공에서 뛰어내렸다. 수 천미터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샤오린의 행동에 흑염룡은 당황했지만, 다시 총구를 겨눈 전투기들에 방향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우웅---

자유낙하하는 샤오린의 몸에서 마력이 들끓기 시작했다. 샤오린 본래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마력이었다.

[......S급 코어인가?]

흑염룡은 괴인 샤오린의 근간을 깨달았다. 자신의 A급 코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력이 샤오린의 몸에서 뿜어져나왔고, 샤오린은 다리에서 마력을 분사하듯 허공에 멈춰섰다.

"제가 지금까지는 마력이 모자라서 그랬지만...!"

샤오린은 끓어넘치는 마력과 함께 자신감도 넘쳤다.

"이제는 이런 것도 할 수 있다, 이겁니다!"

탁.

샤오린이 허공을 박차고 달렸다. 그 속도는 흑염룡도, 전투기도, 심지어 전속력으로 달리는 적토보다도 빨랐다.

[......부럽군.]

누구는 인간을 포기하고 괴수가 되면서 S급에 간신히 이르렀는데, 누구는 S급이면서도 S급 코어를 가지게 되다니. 왜 자신은 S급 코어를 하사받지 못한 건지 순간적으로나마 속상했다.

[아니, 아니야. 그 분이 아니었다면 S는 커녕 A급도 되지 못했을 거다.]

흑염룡은 용은 커녕 염소라고 조롱받던 시절을 떠올리며 날개를 펼쳤다. 슬슬 목적지에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전투기들은 민가를 향해 날아가는 흑염룡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군대와 싸울 생각은 없다.]

흑염룡은 날개를 접고 지상을 향했다. 시끄럽게 울리는 괴수 경보 아래, 개미때처럼 모여든 히어로들이 무기를 들고 흑염룡을 노리고 있었다.

[빌런은 히어로와 싸우는 게 당연하니.]

흑염룡은 자신을 향해 겨눠진 수천의 총구를 눈으로 흘기며 싱긋 웃었다.

[그 분의 명령에 따라, 미쳐 날뛸 뿐...!]

피닉스가 서쪽에서 날뛰는 동안, 흑염룡은 동쪽에서 시선을 끈다. 그게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이자 부여된 역할.

[죽이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흑염룡은 입을 벌리며 마력을 모았다.

[너무 약해서 죽어버리는 거라면, 그 분도 이해하시겠지.]

그러니까 시작은 크고 화려하게.

캬아아아----!!

흑염룡이 브레스를 쏘았다.

* * *

전투, 전투, 그리고 전투.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나는 피로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 피로감보다는 긴장감이 더 강했다.

채앵!

검날이 볼을 스쳤다. 미처 흘려내지 못한 날카로운 검로가 내 얼굴을 노렸고, 질풍객은 회색 눈동자를 번뜩이며 혀를 날름거렸다.

"난 말이야, 한 번은 그 상판을 으깨버리고 싶었어."

"전투 중에 누가 잡담을 해요?"

내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나는 주먹을 말아쥐어 질풍객의 배를 노렸다. 그는 황급히 몸을 뒤로 빼려고 했으나, 나는 아래에서 처올리던 주먹의 방향을 바꾸었다.

퍼억!

"큭?!"

나는 질풍객의 손목에 주먹을 찔렀다. 순간적으로 그의 검이 흔들렸지만, 질풍객은 검을 놓지 않았다.

"하압!"

질풍객은 기합과 함께 다리를 뻗었다. 구둣발이 내 안면을 노려 나는 팔을 교차하며 가드를 세웠고, 질풍객은 내 팔을 박차고 뛰어 거리를 벌렸다.

"어딜?!"

질풍객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나는 등뒤로 날개를 펼쳐 그를 향해 솟구쳤다. 얼얼한 팔 대신, 다리를 뻗어 발끝을 세웠다. 푸른 마력이 송곳처럼 날카롭게 반짝이고 있었다.

카앙!

내 발끝과 질풍객의 검끝이 맞닿았다. 두 마력의 충돌했고, 나는 다른 발에 마력을 실어 수평으로 휘둘렀다.

부웅-!

질풍객은 검을 아래로 내리는 것으로 내 킥을 피했다. 그리고 검을 역수로 뒤집어 위로 베어올렸다. 마력을 머금은 칼날은 내 다리를 횡으로 자르려는 듯 날카로운 예기를 번뜩이고 있었다.

"흥!"

나는 날개를 회전시키는 것으로 몸을 돌렸다. 검은 아슬아슬하게 내 로브 사이를 갈랐고, 나는 무릎을 당겼다.

"어딜 보려고!"

나는 발뒷꿈치에 마력을 실어 올라가는 검의 옆면을 때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정통으로 때리는 데 성공했고, 질풍객은 눈을 찌푸리며 검을 놓아버렸다.

챙강-!

마력의 칼날이 반으로 쪼개졌다. 질풍객은 바닥에 착지해 손목을 털었고, 나는 날개를 좌우로 펼쳐 허공에 정지했다.

"빙의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아주 자유자재로 움직이시네요. 그것도 S급을."

"그게 내 힘이지."

질풍객에 빙의한 혼돈환룡은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 자신의 이능에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나는 절로 심사가 뒤틀렸다.

"그 빙의 능력을 이용해서 세뇌를 풀어보려고도 안 했어요?"

"그러니까 그런 걸 왜 하냐니까...."

혼돈환룡은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나를 향해 뻗은 손에서 회색의 마력이 피어올라, 날카로운 검으로 굳어졌다.

"너는 세뇌 완전히 푸는 방법 알아? 모르니까 너도 괴인체를 쓰는 거 아냐."

"알아요."

"뭔데?"

"사랑이죠."

"푸, 푸하하하!"

혼돈환룡은 배를 잡으며 폭소했다. 나는 날개를 접고 땅에 착지했다.

"사랑이래, 사랑! 하하하! 아, 나 왜 네가 세뇌 푼 건지 알 것 같아."

혼돈환룡은 눈물까지 찔끔 흘리며 나를 비웃었다.

"워낙에 자기애가 강한 년이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해서 세뇌를 깨뜨린 거야. 그렇지?"

"......반쯤은 정답이라고 해두죠."

설명해봐야 입만 아프고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냥 그렇게 착각하게 내버려두는게 낫다.

"그래.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사랑을 느끼게 하려고 하시려나? 응? 지금 모처럼 남자 몸...에 들어와있으니까 나랑 떡이라도 치려고?"

"어디서 상스러운 소리를. 당신 사랑해 줄 사람은 내가 아니에요."

또 선후관계가 틀렸다. 나는 혼돈환룡의 착각을 정정해줬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족쇄를 풀게 되는 거죠."

"......그럴 일은 전혀 없어."

혼돈환룡은 표정을 굳히며 칼등을 어깨에 걸쳤다.

"사랑같은 귀찮은 걸 왜 해? 왜 내가 남의 감정같은 걸 신경쓰면서 살아야 하는데? 응? 내가 다른 사람 때문에 내 마음 상하면서 살아갈 이유가 있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렇게 되는 거죠."

"...이해할 수 없네, 정말."

혼돈환룡은 흙바닥을 툭툭 차며 코웃음을 쳤다.

"세상 모든 걸 싫어하는 미친 년이, 자기자신밖에 모르는 미친 년이, 심지어 자기만 사랑해서 세뇌를 풀어버린 년이 그게 나한테 할 소리야, 지금?"

"......모든 걸 귀찮다는 이유로 놓아버린 당신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요."

역시 말이 통하지 않는다. 미래의 환룡이 장담했듯, 지금의 혼돈이 섞인 환룡은 갱생의 여지가 없는 존재다.

"역시 맞아야만 정신을 차릴 모양이네요."

뚜둑. 뚜둑. 나는 주먹을 말아쥐며 손을 풀었다.

"나, 그거 진짜 이해가 안 돼. 맞을 짓을 한 건 너 아냐?"

혼돈환룡 또한 자세를 잡았다. 질풍객의 검기를 그대로 담은 자세로, 혼돈환룡을 나를 베어버리려 했다.

"그냥 깨우러 왔으면 내가 여기까지는 안 해. 근데 듣기만 해도 소름돋는 알람음 울리면서 깨우는 것 부터 네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덕분에 당신은 스스로 침대에서 일어나 저를 찾아왔죠. 얘기했잖아요. 부탁받았다고. 5년 뒤의 당신에게."

"또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푸흐흐."

이해하지 못하겠지.

설마 5년 뒤, 원작에서의 자신의 과거에 대해 부끄러워하며 '혼돈환룡 갱생 프로젝트'를 스스로 계획했다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개인 이벤트 중에 그냥 나온 화제를 바탕으로 장난을 치듯 이야기를 나눈 거니까.

'애초에 굿모닝 테러의 기획자는 너라고.'

난 그저 그 스케일을 조금 크게 키웠을 뿐이다. 어찌됐든 지금은 혼돈환룡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는게 중요했다.

"당신, 나한테 미친 년이라고 욕했죠? 세 번이나."

"미친 년한테 미친 년이라고 하는 게 뭐가 나빠?"

"푸흐흐. 그쵸. 저는 용서해요. 하지만...."

나는 마력을 일으켜, 다시 괴인형으로 전환했다.

[창염의 피닉스를 미친 년이라고 욕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진짜 미친 년이네, 이거!"

미친 년이라고 한 만큼 볼기짝을 때려줄 것이다. 나는 반달같이 휘어지는 검로에 건틀릿을 때려박았다.

* * *

봉효는 몸을 비틀거리며 부하들의 코어를 모았다. 이미 코어만 있으면 부활한다는 설명은 들은지 오래였고, 혼돈환룡이 부활만 시켜줄 수 있으면 그들의 성기도 살아날 수 있었다.

"크허억."

봉효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한 팔이 뜯겨나가고, 허리가 뒤틀려 뒤뚱거리며 부하들의 코어를 모으고 있었다.

"마지막 하나...!"

피닉스가 마지막으로 죽였던 검괴인의 심장에 손을 쑤셔넣어 코어를 파낸 봉효는 안주머니에 코어를 집어넣었다. 아끼는 부하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셈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부활이 불가능했다.

카앙! 카앙!

다만, 그 부활을 시켜줄 혼돈환룡은 지금 열세에 놓여있다. S급 이능력자이자 원탁의 히어로인 질풍객의 몸을 탈취했음에도, 혼돈환룡은 괴인으로 변한 피닉스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강해! 강하다!'

권격을 찔러넣은데 군더더기가 없다. 마치 오랫동안 같은 무술을 연마해 온 달인마냥 주먹은 매끄럽게 질풍객의 몸을 두드렸다.

"크윽!"

검을 휘두르는 속도보다도 주먹은 더욱 빠르고 강하게 몸을 때렸다. 혼돈환룡은 환속성 마력의 특성상 데미지를 반이나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신에 멍이 들기 시작했다.

'샤오린을 쓰러뜨릴 때도 느꼈지만, 접근전은 불리해.'

원탁 내에서도 접근전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두 명을 내리 압도하는 무술에 침이 절로 넘어갔다. 봉효는 땀을 뻘뻘 흘리는 혼돈환룡을 돕고 싶었으나, 마땅한 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몸이 문제라면...?'

스펙상의 문제라면 혼돈환룡은 이길 수 있을까. 큰 오해는 풀린 모양이지만 피닉스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혼돈환룡을 때려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상대는 SS급의 빌런.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육신을 찾아야 한다.'

누가 있을까. 저 멀리 반도에 잠들어있는 광검? 영국에 있을 가웨인?

'하나 알고 있기는 하지만.'

봉효는 망설여졌다. 감히 그의 육신을 다시 일깨우기에는 양심에 가책이 있었다. 세계를 구한 영웅의 시신을 다시 일깨우다니, 악질도 그런 악질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지만.'

자신의 예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그 육신은 언젠가 모택평에 의해 능욕당할 것이다. 이미 지금도 능욕당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봉효는 그가 있을 위치를 이미 알고 있었다.

'틈을 노려야 하는데.'

봉효는 마력을 일으켰다. 조금이라도 그의 주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그는 마탄을 만들어 피닉스에게 쏘았다.

파앙-!

"뭣?!"

마탄은 피닉스에게 닿지도 못하고 공중에서 터져버렸다. 피닉스는 봉효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휘두르던 주먹을 펼쳐 혼돈환룡의 손목에 손을 뻗었다.

[잡았다.]

"큭?!"

검날이 잡히면 검을 버리는 것으로 도주했으나, 몸 자체가 잡혀버렸다.

[강제퇴거다.]

피닉스가 손바닥을 펼쳐 혼돈환룡을 향해 뻗었다. 피닉스의 장저가 질풍객의 명치를 때렸고, 그의 몸속에 깃들어있던 혼돈환룡의 마력이 크게 흔들렸다.

"커흑!"

혼돈환룡은 질풍객의 몸에서 튕겨져나와 바닥을 굴렀다.

온전한 타인의 몸에 깃든 기생령은 마력의 연결이 끊기자마자 튕겨나갔고, 피닉스는 질풍객을 옆으로 밀치며 혼돈환룡을 쫓으려 했다.

서걱!

피닉스의 손목이 잘렸다. 건틀릿이 떨어지고, 관절부에서 타오르던 불꽃이 새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딜 가려고?"

어느새 검을 뽑아든 질풍객은 원래의 녹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혀를 날름거렸다. 피닉스는 주먹을 말아쥐어 다시 질풍객의 가슴을 향해 뻗었다.

카가강!

질풍객은 피닉스의 주먹에 검집을 튕겨 앞을 가로막았다. 시야를 교란하는 검집에 피닉스는 전신의 관절부에서 불꽃을 뿜어내 주변을 불태웠다.

화르륵-!

검집은 불꽃에 불타 사라지고, 피닉스는 잘려진 손목에서 불꽃을 피워 손을 만들어냈다. 바닥에 떨어진 건틀릿이 다시 피닉스의 손에 붙었다.

[의지를 잃었던게 아니었나?]

"잃었지. 근데 상관 없잖아."

질풍객은 바닥에 주저앉은 혼돈환룡을 가리키며 싱긋 웃었다.

"쟤도 너랑 싸우려고 하고, 나도 너랑 싸우고 싶은데."

"......후우."

혼돈환룡이 숨을 고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다시 질풍객에게 빙의를 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질풍객이 혼돈환룡에게 검기를 날리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온전히 싸우고 싶은 거라고! 개수작부리지마!"

[나중에 마음껏 싸워주마. 지금은 비켜.]

"싫은데? 지금 안 싸우면 기회가-"

쿠웅-!

혼돈환룡의 앞에 사람이 착지했다.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난 인영은 긴 흑발을 날리며 혼돈환룡을 지키듯 앞을 가로막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운장, 샤오린은 회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몸을 일으켰다. 혼돈환룡은 눈물을 글썽이며 샤오린을 맞이했고, 샤오린은 살며시 웃으며 혼돈환룡에게 손을 뻗었다.

"마음껏 사용해주십시오."

"......응!"

스윽.

혼돈환룡이 샤오린에게 깃들었다. 피닉스는 어이가 없어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2:1, 아니 3:1이란 말이지....]

"4:1입니다."

봉효가 피를 흘리며 샤오린의 옆에 섰다. 피닉스는 자신을 향해 무기를 겨누는 세 명을 바라보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어쩔 수 없군. 지금 당장 원탁 둘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지.]

투구 아래, 피닉스의 눈동자가 푸른 빛을 냈다.

[이것만은 쓰기 싫었건만.]

척.

피닉스가 팔을 X자로 교차하며 자세를 잡았다. 이전과는 다른 기수식에 셋은 침을 삼키며 마력을 가다듬었다.

"질풍객. 지금은 공투를."

"시끄러워. 난 나대로 싸울 거다."

"...온다!"

혼돈환룡의 외침과 함께, 피닉스에게서 거대한 마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봉효는 엄청난 기술이 올 것이라 직감하며 눈을 부릅떴다.

[똑똑히 보아라! 나의 기술을!]

피닉스는 교차하던 두 팔을 투구 옆으로 흩뿌리며, 이마 양옆으로 손바닥을 펼쳤다.

[태양권!]

섬광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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