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외전3. 온천 여행 (8)
오후 8시. 저마다 짐을 꾸리고 방을 잡은 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그곳에 모였다. 저마다 지금까지 한 몸 고생 마음 고생을 풀기위해, 뜨끈한 물속에 몸을 들이밀었다.
* * *
<남탕.>
"더럽게 여기는 왜 봐?"
"누구한테 한 말이야?"
덕배의 짜증에 지화는 물을 머리에 끼얹으며 물었다. 락커룸에서 옷을 벗고 목욕탕에서 몸을 닦은 그들은 곧장 야외로 향하는 문을 열고 노천탕에 몸을 담갔다. 덕배는 저 멀리 수풀 너머를 가리켰다.
"저기 저 변태들."
"뭐?"
지화가 눈썹의 거품을 닦아내고 이능력을 사용했다. 손등에 붙인 눈에 시야가 확장되고, 밤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그의 이능은-
새-액!
어디선가 날아온 초록빛깔 화살에 곧장 해제되었다. 지화는 손등에 난 혈선에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이거 분명 유이신이지?"
"그러길레 자네는 왜 굳이 저기를 보려고 한겐가."
류천성은 우락부락한 가슴 근육을 꿈틀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수건으로 가리지도 않은 당당함에 지화와 덕배가 고개를 돌렸다.
"오, 그쪽이 <하늘성>? 밥 먹을 때 못만나고 이렇게 만나네. 반가워, <질풍객>이야."
비단같은 흑발을 앞으로 쓸어내린 하야테에 류천성이 흠칫 놀라 다리를 오므렸다. 그러나 곧 벌려진 그의 다리 사이에 떠오른 남자의 자존심을 보고는 안도하며 물속에 몸을 담갔다.
"지금은 시장일세. 사면 받았으니."
"우리 애가 서울 갔으면 잘부탁드린다고 하려고 했더니 아쉽네."
"진짜로 히카리 양을 청화단에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지화의 말에 하야테가 살기를 내뿜었다. 류천성과 덕배가 슬쩍 거구를 일으키자, 하야테는 그 꿈틀거리는 근육 덩어리들에 움찔하며 살기를 거뒀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
"이름으로 막 부르는 거 실례야. 물론 히카리가 한국으로 귀화까지 한다면 모르지만, 당장은 '히메지 양'이나 '히메지 씨'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 이름으로 부르는 건...."
하야테가 살기를 최대한 억누르며 미소를 지었다.
"본인에게 허락을 받고 나서다."
'시스콘이군.' 덕배가 눈짓했다.
'중증이야.' 류천성이 눈을 감으며 긍정했다.
"동생 사랑이 지극하시네요." 지화가 애써 얼버무리며 적당히 포장했다. 하야테는 물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긍정했다.
"나이 차이는 좀 많이 나는데, 이제 유일한 혈육이거든."
"아."
"미안하네."
지화가 놀라고 류천성은 사과했다. 하야테는 손을 흔들었다. 그의 손목에 찬 스마트 기어가 물 위에서 수월히 언어를 번역했다.
"신경쓰지 마. 그보다 청화단이라는 거, 제법 좋더구만. 일단 오야부터 엄청 쌘게 마음에 들어."
"오야?"
"너희 대장. 그 괴수 조종자 코스프레녀."
"싸워보신...겁니까?"
지화가 사색이 되어 묻자, 하야테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제 갈비뼈를 가리켰다. 그의 허리에는 온천에 몸을 담구고 있어도 녹지 않은 얼음이 달라붙어 있었다.
"설화공주랑 한 판 붙어봤는데, 아주 손도 못 쓰고 져버렸다. 근데 설화공주 말로는 걔가 자기보다 강하다네."
"...아마 가웨인 경 이상일 겁니다."
"그거야 어떻게 될 지 모르지. 이능력자들에게는 상성이란 게 있으니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니까."
하야테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다리를 꼬았다. 그에 지화가 상체를 뒤로 꺾으며 피식 웃었다.
"그렇겠죠. 굳이 대보지 않아도 눈에 훤히 보이는 게 있으니까요."
"......너 등대라고 했지. 뭐 협회 늙은이들한테 스트립쇼라도 했냐? 그러니까 이명 '등대'라고 됐지. 어이쿠, 길어서 좋으시겠어요. 딱 봐도 한 번도 못 써본 것 같은데."
하야테가 비꼬자 지화는 다리를 오므렸다. 하야테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등대로 빛은 열심히 뿌려대는데 정작 정박한 배는 없어서 어쩌나? 야, 만난 기념으로 내가 참한 아가씨 하나 소개시켜 줄까? 응?"
"......됐습니다. 세상에 누가 저같은 사람 좋아한다고."
지화가 툴툴거리자, 덕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류천성은 슬쩍 웃으며 그에 답했다.
"원래 등대가 자기 바로 밑을 보지는 못하지 않나."
"하긴. 그쪽도 쑥맥이기는 하지."
의미심장한 두 근육 덩어리의 말에 지화는 사색이 되었다.
"저,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오. 누구 있어? 야, 복받았네."
하야테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하야테가 발 가는 곳마다 온갖 가십거리를 만들어내는 장본인이지만, 그래도 타인의 연애사는 항상 새롭고 흥미가 넘쳤다.
물론 그 당사자인 지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제 주변을 바라볼 눈치는 없어도, 대화의 흐름을 파악하며 이면을 캐치하는 능력은 발군이었다.
"누, 누굽니까? 혹시 청화단 내에 있나요?!"
"......알아서 찾으라고 하세."
"나무를 보기는 커녕 숲 전체부터 훑으려 하네."
류천성과 덕배는 그냥 입을 꾹 닫아버렸다. 옆에서 지켜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 도와주려고 했지만, 저 답답한 안목에 그들은 지화를 도와주기를 포기했다. 하야테는 휘파람을 불며 수풀 너머를 가리켰다.
"혹시 저쪽에 있나? ...우리 동생은 아닐테고."
"저쪽이라고 해봐야 다섯 명 밖에 더 있나?"
"그 쪽 동생, 유성의 회장님, 천가을, 유이신, 그리고 설화공주. 다섯 명이네."
하야테가 잠시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전전긍긍하는 지화를 보며 혀를 찼다. 간부 진 중 한 명이라면 이지선다였고 하야테조차 눈치챌 정도로 지화 주변에 맴도는 사람이 하나 있었지만, 그는 굳이 알려주기는 싫었다.
하야테는 류천성과 덕배를 바라보며 제 팔의 근육과 비교했다.
"그나저나 그쪽들 몸도 참 대단하단 말이야. 우리 쪽 덩치들이랑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겠어."
"누구? 원탁?"
"그래. 제로니모랑 칸가루. 그 아저씨들이랑 비교해봤을 때 시장 아저씨는...."
류천성이 가슴 근육을 좌우로 불끈거렸다. 불혹은 커녕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덕배보다 훨씬 더 큰 근육질에, 지화가 오히려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최소한 밀리지는 않겠다. 이능력자 아니었으면 어디 보디빌더 대회 나가도 우승하셨겠어."
"S급 되려고 온갖 발악을 했지. 신체강화 능력자라 육체를 단련하면 언젠가 S급으로 각성할 거라고. 크허허! 덕배 군, 자네도 그렇지 않은가? 근육이란게 말이야, 키우다 보면 더 키우게 되어 있다네."
"난 아니야. 그냥 노가다 뛰다가 보니 이렇게 됐어. 같은 취급 하지마."
덕배가 노골적으로 꺼리는 모습에 류천성이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류천성의 시선은 덕배의 전신을 훑었다. 특히, 그곳에서 류천성은 흠칫 놀랐다.
"대머리가 그곳이 크다고 하더니."
"그건 코 말하는 겁니다. ...조덕배, 쓰지도 않는 걸 뭐하러 달고 다니냐?"
"내가 얘기했지? 더럽게 왜 이런 걸 보고 있냐고. 그렇게 보고 싶냐? 자!!"
덕배가 몸을 일으켰다. 하야테는 숨을 헛들이키며 얼굴을 붉혔다.
"남사스럽게...."
"야. 네가 거기서 그러면 상황이 진짜 묘해지거든?"
"부, 부끄러우니 좀 앉아줄래?"
"□□□□□□□□□□□□□!!!!"
덕배는 정체불명의 괴성을 지르며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거근이라고도 부르기 힘든, 그 엄청난 존재감에 하야테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저기, 어디까지 커지는 지 혹시 물어봐도 돼?"
"너 혹시 그거냐? 그쪽이지? 그렇지?"
덕배가 질색하며 하야테에게서 떨어졌다. 하야테는 태연하게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혀를 찼다.
"순수하게 궁금한 거야. 응? 그런 거 함부로 쓰다가 파트너 다치게 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야. 내 아들내미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너나 잘 해. 이 집 저 집 드나들다가 덜컥 애 만들지 말고. 동생 보기 부끄럽지도 않냐?"
"사람이 마음 가는대로 살다보면 그럴 수 있는거지. 야, 나 그래도 한 번도 사고 팔거나 한 적 없어. 그건 어디까지나 서로 사랑을 주고 받는 즐거운 거니까. 안 그래?"
"......."
덕배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팔짱을 꼈다. 명백히 대화를 거부하는 기색에 하야테는 무안해져서 물장구를 쳤다. 지화가 호들갑을 떨며 화제를 바꾸었다.
"그래서 질풍객, 당신은 이제 어쩔 겁니까?"
"뭘 어째?"
"히메지 양이 청화단에 들어온다고 가정하고, 당신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아직 생각 안해봤는데."
하야테는 표정을 고쳐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나는 항상 바람따라 몸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지, 특별히 계획이 있는 건 아냐. 지나가다 괴수 있으면 죽이고, 강한 사람 있으면 한 판 붙고, 좋은 여자와 맛있는 술 있으면 즐기는 거지."
"마인드는 어디 유럽 제비라고 해도 꿀리지 않겠군."
"혹시나 5년 뒤에 진짜로 멸망할 세상이라면, 그동안 원없이 즐겨봐야하지 않겠어? 그런 의미에서 난 내 동생이 여기 들어간 거 대찬성이야. 동생 원하는 대로 연구하게 해준다고 하더라고."
하야테는 뭔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잠시 고뇌에 빠졌다.
"아니다. 아예 서울에 정착해버릴까? 석하랑이랑 치고박고 싸우는 것도 재밌고, 그 단장이라는 아가씨랑 잘하면 한 판 붙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목적인가? 그러다 자네 죽을 수도 있어."
"나보다 강한 사람이랑 싸우다 죽으면 그건 영광스러운 일이지. 아. 그 성주라는 놈이랑 싸우기 전에 죽으면 조금 아쉬우니까, 혹시 그 전에 죽으면 괴인인가 뭔가하는 걸로 살려달라고 해야겠다."
청화단의 간부진은 직감했다. 이 중성적인 외모의 남자도 보통 또라이는 아니구나. 점점더 제 주변에 줄어들어가는 정상인의 비중에 덕배는 개탄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다 몸을 일으켰다.
"야, 어디가?"
"먼저 일어난다."
덕배가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덕배가 걸어가던 뒷모습을 응시하던 하야테는 손을 길게 찢으며 한 뼘을 최대한 키웠다.
"어때, 이거 보다는 훨씬 길었지?"
"......부러워 하지마. 저거 대머리야."
류천성은 쯧쯧 혀를 차며 덕배가 떠나간 자리를 응시했다.
"머리칼을 잃고 거근을 얻었다면, 그건 요즘말로 '이득'인가?"
"그거야 머리도 풍성하고 탈모 아닌 분한테 여쭤봐야죠."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세 남자는 가지지 못할 것을 두고 헛된 생각을 품느니, 조금 더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말이야, 괴인의 체액은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그럼 정액도 마력으로 되어 있는 거야?"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났으니 정자도 모두 죽었을 가능성이 있지. 지화 군, 자네 수음을 할 때 예전이랑 같은 기분이었나? 용량이 늘어났다거나, 조금 더 사거리가 길어졌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
지화는 헛기침을 하며 슬쩍 목소리를 깔았다.
"사실...."
지화가 탐구한 괴인의 비밀들이 하나 둘 노천탕에 퍼지기 시작했다.
* * *
"콜록, 콜록!"
"서방님? 괜찮아? 혹시 감기 걸린거니?"
"괴인이 무슨."
허윤환은 목을 만지작거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혹시나 사장이 제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목소리를 바꾸려 애를 썼다. 아나스타샤는 들뜬 발걸음으로 윤환을 재촉했다.
"빨리 가자꾸나. 오랜만에 서방님이랑 온천가려니 쑤셔서 견디질 못하겠단다."
"...어디가?"
"말 안해도 알잖니?"
아나스타샤는 팔짱을 낀 몸을 더욱 밀착하며 음흉하게 웃었다. 윤환은 팔꿈치에 닿는 아주 작은 언덕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순간, 윤환과 아나스타샤의 앞에 푸른 불덩이가 떨어졌다. 둘은 본능적으로 마력을 일으켜 공격을 피했다.
"...무슨 짓이지, 쓰레기?"
"이건 용서 못해. 뭐하는 짓이야, 지금?"
허공에 불꽃의 날개를 펼치며 나타난 피닉스가 살포시 땅에 발을 디뎠다. 초여름에도 불구하고 피닉스는 곧 있을 전투에 대비해 평소처럼 두터운 사제복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익숙한 마력이 느껴져서 잠깐 산책나왔는데, 설마 당신들이 여기에 올 줄이야."
피닉스는 두 부부를 상대로 싸울 생각이 만만이었다.
"둘이서 뭘하든 저는 상관없어요. 둘이서 사랑의 도피를 하든, 아니면 야외에서 사랑을 나누든. 대신...."
피닉스는 제 뒤의 <황신당> 간판을 가리켰다.
"당신들, 분명 온천에서 같이 들어가서 그 짓 할게 뻔하니까 어서 다른 곳으로 꺼져요. 정액 온천 만들 생각하지 말고."
"...크흠! 크흠흠! 그, 그 정도까지는 안 한다!"
"미친. 진짜로 온천에서 할 생각이었어요?"
"......."
광검, 격침.
"......뭐가 문제야? 불만 있으면 네가 온천 하나 파주던가."
"그건 귀찮은데. 여기 혼탕이 하나 있기는 해요."
"그럼 됐네. 자, 비키렴. 당장 우리 눈 앞에서 꺼지려무나."
"대신 거기 야외노천이라서 앙앙대는 소리 다른 손님들한테도 들릴 걸요? 석하랑도 지금 여기 와있는데."
"......."
아나스타샤, 격침.
순식간에 말로 부부를 제압한 피닉스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은유하한테 얘기할테니까, 당장 부산으로 돌아가요. 당신들 한나절 동안 한 흔적들, 여차하면 내가 직접 가서 다 제거해줄테니까. 괜히 여기서 그 짓 하다가 걸리지 말고 다른 곳에서-"
"하랑이가 여기 있다는 말은, 네놈도 같이 들어갈 생각이란 말이렷다?"
"ㅆ...."
허윤환의 말에 피닉스가 쌍욕을 퍼부으려다 간신히 참았다.
"...같이 들어갈 생각 추호도 없으니까, 당장 돌아가요."
"어머, 얘. 네가 무슨 수로 우리를 막는다는 거니. 우리는 어디까지나 손님으로 여기를 이용하려는 건데. 정 네가 신경쓰인다면 말이야...."
아나스타샤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피닉스를 가리켰다.
"네가 가족탕에 결계치고 우리 숨겨주던가."
"이 미친 것들이. [email protected]를 하지 않는 다는 선택지는 머릿속에 없어요? 나한테까지 보여주면서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래, 저놈한테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아니야, 서방님. 어디 한 번 제대로 보여주자고."
아나스타샤는 전의를 불태웠다.
"사랑의 위대함을 모르는 저 불쌍한 촉새한테 우리 사랑의 결정체를 말이야."
"...온천에서 말이야, 내 궁극기도 같이 쓸까?"
피닉스는 날개를 해제하며 코웃음을 쳤다.
"왜 그렇게 온천에서 하는 걸 집착해요? 예전에 하다가 쫓겨났어요?"
"응."
"사장님께는 죄송했지. 살아계신다면 사과드릴 생각이다."
"헐."
부부는 무안한 얼굴로 서로를 보며 웃었다.
"죄송하지만 진상 손님은 받지 않습니다."
하선태 사장은 이미 입구에서부터 그들의 실랑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온천의 수질을 위해 과감히 손님을 거부하는 결단에 피닉스는 감탄했고, 부부는 낯부끄러워 저 멀리 도주했다.
"사장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디 제가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없게 잘 부탁드립니다."
"그건 무슨 의미에요?"
"다 년간의 경험에 따른 제 감입니다. 손님께 오늘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뭔진 모르겠지만 노력은 해볼게요."
피닉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하선태 사장은 먼산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이렇게 비올 것 같은 날씨면 꼭 사고가 하나씩 터지던데."
곧 빗방울이 떨어지며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하선태는 노란 우비를 뒤집어쓰고 황급히 집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