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07화 (107/1,497)

〈 107화 〉1부 6장 (13)

괴수가 얼어붙었다.

모비딕이 얼어붙었다.

바다가 얼어붙었다.

"미친."

하야테는 마력을 풀어 바닥을 디뎠다. 수면 위에 바람의 마력을 둘러 서있는게 아니라, 얼어붙은 바다 위에 발을 올렸다.

탁, 탁탁. 구두굽의 끝으로 슬쩍 얼음을 두드렸다. 겨울철 강이 얼어붙듯 표면만 언게 아니다. 바닥 깊숙한 곳까지 얼어버렸다.

아무리 이능력자라고 해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S급 괴수의 돌진을 저지하고, 그 뒤를 따르는 수백의 괴수들을 얼리고, 거의 섬을 만들 정도로 바다를 얼려버리는게.

빠아아앙--!

크루즈가 뱃고동을 울리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크루즈 안에는 한국의 S급 히어로-가웨인이 새로운 원탁 후보로 점찍어둔 화권, 이승형이 사람들을 구하러 들어갔다.

만약 한국에서 SS급이 나온다고 하면 화권일 것이다. 그만큼 그의 S급 각성은 이례적이었고, 9년 동안 S급에서 답보상태에 놓였던 설화공주는 여러모로 미흡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온실 속 화초같던 공주님이 제가 만든 얼음의 섬 끝에서 여왕처럼 오만한 얼굴로 모비딕을 내려다보고 있다. 하야테는 시야를 가리는 서리에 고글을 벗어 스카프 위를 눌렀다.

"광검 제자라고 했지."

SS급 이었을지도 모르는 자의 제자. 분명 뭔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모비딕을 마저 처리하는게 더 중요했다.

파앙! 하야테가 빠르게 얼음위를 달렸다. 허공보다는 디딜 땅이 있는 쪽이 더 빨랐다.

모비딕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 있던 설화공주, 하랑이 겸연쩍은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보니 인사도 못했네. 처음뵙겠습니다?"

"이쪽이야말로."

두 남녀는 머쓱하게 웃었다. 불과 1분전까지만 하더라도 합이 전혀 맞지 않아, 속으로 상대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그러나 더 쑥쓰러운건 하야테 쪽이었다. 그는 모비딕을 저지하지 못했고, 상대는 압도적인 힘으로 모비딕을 봉쇄하는데 성공했다.

"...고맙다."

"뭐?"

하랑이 제 스마트워치를 흔들었다. 번역이 잘못됐나 싶어 확인하는 티가 역력했다. 하야테가 짜증을 부리며 다시 소리쳤다.

"고맙다고!"

"어머. 왠 일? 질풍객이 자기 나라 사람들 걱정도 다 하고."

하랑은 순수한 의문으로 물었지만, 듣는 하야테에게는 비수처럼 들렸다.

오키나와를 멸망시킨 나하 게이트 발생 시점, 하야테는 여행이라는 이유로 오키나와가 가라앉을 때 까지 국내로 돌아오지 못했다. 원탁의 일원이 되어 다저스 게이트에서 활약하기 전까지, 그는 전 세계에서 비호감 랭킹에 상당한 순위를 차지했다.

하야테의 마력에서 느껴진 불편한 감정에 하랑이 곧 고개를 숙였다.

"아, 미안. 뭔가 속사정이 있구나."

"......느낀다고?"

마력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기술은 명백한 하수에게나 통하는 것이다. 아무리 하야테가 잠시 흐트러졌다고 해도, 하랑에게 제 마력에서 감정의 동요를 눈치채일만큼 어수룩하지는 않았다.

"너 진짜로 SS냐?"

"그건 또 뭐래. 싸울 채비나 해. 지금 이거 아직 안 죽었거든?"

하랑이 다른 손으로 얼음을 두드렸다. 얼음속 모비딕의 자색 눈동자는 하랑을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하야테가 자세를 취했다.

"과연. 죽이지는 못한 건가. 비켜라, 내가 벨테니."

"...일단 네 검으로는 이거 못 뚫고, 지금 이거 풀면 안 돼."

하야테가 울컥하며 모비딕의 등에 깊게 파인 흔적을 가리켰다.

"지금 저 도흔(刀痕) 안 보이냐? 내 일격에 피분수 쏟은 거?"

"풋. 마력 다 쏟아부어서 한 번 벤 거? 얘가 그걸 잘도 또 맞아주겠다."

"그럼 지금 베겠다."

"아니, 말귀를 못 알아먹네. 맨날 음속으로 날아다니더니 고막 찢어졌어? 지금 이거 해제하면 안 된다니까?"

하랑이 엄지로 뒤를 가리켰다. 그들의 뒤로 크루즈가 히어로들이 대기하고 있는 육지의 지척까지 닿았다.

"일단 사람부터 구하고 난 뒤에 베든 얼리든 할 것 아냐. 너 설마 이거 죽일 생각으로만 온 거야?"

"......그건 아니다."

사실, 크루즈를 구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크루즈에 타고 있는 제 여동생, 히카리를 구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

그런데 한참 아래로 보고 있던 타국의 여자가, 그것도 원탁 소속도 아닌-심지어 한 번 심사에서 탈락한-히어로가 저보다 높은 경지에 오른 것에 살짝 심술이 났다. 하야테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숨을 골랐다.

"좋아. 인정하지. 당장은 네가 나보다 강하다."

일단 한시름 놓았다는 것에, 하야테는 여유를 되찾았다. 물론 그 소리를 들은 하랑은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그딴 비교 해봐야 의미 없거든? 그보다 이거 어떻게 죽일 지 생각부터 해. 얘 슬슬 이거 깨려고 한다. 안에서."

"뭐?"

하랑은 얼음에 갇힌 모비딕을 가리켰다. 겉으로 보기에는 냉동된 것 같지만, 속에서는 아직 마력이 활화산처럼 끓고 있었다.

하랑이 모비딕의 이마에 올린 제 손바닥을 가리켰다.

"내가 당장은 억제하고 있는데, 저거 죽이려면 한 번은 이거 해제해야 돼. 그리고 크루즈에 있는 사람들 다 구조하기 전에 풀려."

구구구. 얼음섬에 지진이 울렸다. 하야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에서 브레스라도 쏘려고 하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아무튼 너 공격 준비해. 이거 푸는 즉시 모비딕 반으로 가를 수 있도록."

하랑이 모비딕의 등을 가리켰다. 갈라진 피부를 다시 베어가르라는 의미에, 하야테는 질린 표정으로 모비딕의 등을 올랐다.

"왜 내 주변 여자들은 하나같이 드센지 모르겠어."

"뭔 소리래. 내가 얼마나 여린 소년데."

풉! 하야테는 헛웃음을 애써 참았다. 하랑은 뚱한 얼굴로 스마트워치로 시선을 돌렸다.

[잘했다, 하랑아! 지금 크루즈 공원에 들어왔어!]

"...속도는 안 주는데요?"

스크린 영상 속 크루즈는 자연공원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그대로 육지를 들이받을 기세였다.

[유성의 망, 크흠! 은유하 이사님이 여기 와 계신다! 배는 다시 사면 되니까 우선 사람들부터 구하라고 하셔서, 공원을 완충지로 삼을 생각이다!]

"유하 언니가? 아, 잠시만요? 그럼 공원은?"

[그것도 유성에서 다 책임지기로 했다! 토지 보상 문제는 이제 신경쓰지 마!]

"와, 대박."

하랑은 실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새삼 다시 느꼈지만 은유하의 자금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아, 그러면 혹시?"

하랑은 붉어진 얼굴로 옷 상태를 확인했다. 마력을 두르고 바다에 빠졌음에도 바닷물이 튀어 거의 반이 젖어있었다. 심지어 신발은 슬리퍼 그대로였다.

"내, 내 이카고 싸운기가...?"

"뭐야. 번역이 왜이래. 고장났나?"

모비딕의 등에 올라타있던 하야테가 스마트워치를 두드렸다. 갑자기 검은 선글라스가 튀어나와 흠칫 놀랐다.

[잘했다, 히메지 하야테 군! 역시 우리의 보배! 자, 그대로 모비딕의 목을 베어버리게!]

"...하아, 시끄럽네."

하야테는 스크린을 그냥 내려버렸다. 하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높으신 분 같던데."

"관방장관. 별 거 아냐."

"관방? ...국방부? 장관? 별 거 아니라고?"

하랑이 코웃음을 쳤다.

"원탁 쯤 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가봐?"

"아니지. 너 지금 들었잖아. 이 양반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비딕 죽이라며?"

하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야테는 답답함에 가슴을 쳤다.

"너 이거 해제하고, 내가 벤다고 치자. 그러고 모비딕 죽으면 마격은 누가 넣게 되냐?"

"마격? 라스트 어택? 네가 되겠지."

순진무구한 하랑의 얼굴에 하야테는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야, 잘들어. 나 원탁 소속이라도 내가 이거 잡으면 일본 협회에서 사냥한 거로 등록돼. 지분 문제는 나중에 따져봐야겠지만, 모비딕 잡은 사람은 질풍객으로 등록된다고."

"그게 뭐?"

"넌 억울하지도 않냐? 네가 이렇게 얼려서 다 죽여놓은 거, 내가 날름 잡아먹는 게?"

"지랄, 니 또라이가?"

하야테는 다시 번역기를 확인했다. 다른 건 몰라도 '또라이'라는 부분이 'トライ(트라이, 시도)'이라고 번역된 것이 번역 오류가 아닌가 의심됐다. 발음이 명백히 다르고 왠지 욕설같아서.

"다시 한 번 말해줄래? 번역 오류난 것 같거든?"

하랑이 헛기침을 하며 다시 말을 바꿨다.

"크흠. 난 상관없어. 누가 잡든 뭐 어때."

하랑이 크루즈를 가리키며 웃었다. 크루즈는 땅을 300m 가까이 미끄러지며 가까스로 공원 한가운데 멈췄다.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히어로들이 하나둘 배에 올라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당장 이거 죽여서 사람들 구해야지. 안 그래?"

"......."

하야테는 고글을 쓰고 스카프를 둘렀다. 괴수의 위협을 앞에 두고 속물적인 생각을 하게 된 제 자신이 부끄러워져 얼굴이 달아올랐다.

"원탁 13번째 자리 주인 정해졌네."

"응? 무슨 소리야? 못 들었어."

"너 강하다고."

하랑은 머쓱한 듯 손으로 머리를 긁었다. 머리핀으로 걸려있던 미니피닉스가 잠깐 반짝였지만, 하랑은 눈치채지 못했다.

구구구구----

얼음 안쪽에서 느껴진 진동에 두 히어로가 표정을 굳혔다. 모비딕의 몸 안에서 거대한 마력이 끌어넘쳤다.

"미친?!"

"야, 피해!"

하랑이 크게 뒤로 물러서고, 하야테는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모비딕의 자색 안광이 반짝이고, 하야테가 벤 상처에 보라색 마력이 뭉치기 시작했다.

■■■■■!!!

고래가 해수를 분출하듯, 모비딕이 마력을 쏟아냈다. 얼음 안에서 제 몸의 상처를 입으면서도, 모비딕은 서서히 제 몸을 구속한 얼음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래, 나를 노린다 이거지."

수면을 얼리고 선 하랑이 침을 삼켰다.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공포감 때문인지, 모비딕의 살기는 온전히 하랑을 향하고 있다.

"여기는 설화공주! 모비딕 어그로 저한테 끌렸어요!"

[뭐? 아직 구조 덜 끝났어!]

"괜찮아요!"

콰아아앙! 모비딕이 얼음을 부수고 수면 위로 치솟았다. 전신을 허공에 띄운 모비딕은 그대로 머리를 하랑을 향해 낙하했다.

하랑이 백덤블링으로 뒤로 크게 뛰며, 다시 수면을 짚었다.

"나 아직 마력, 쌩쌩하니까!"

바다가 얼어붙었다. 모비딕은 그대로 얼음섬에 머리를 찧으며 미끄러졌다.

■■■■!

이마가 찢어진 모비딕이 몸을 팔딱이며 얼음섬을 엉금엉금 기었다. 하랑은 손을 까딱거리며 모비딕을 도발했다.

"생긴 건 거지같이 생긴게 대가리도 멍청하네."

■■■■■■■!!!

"아, 말 알아 듣는구나! 왜! 꼬우면 덤벼보던가! 니 고래고기 좋아하나?!"

모비딕이 하랑을 뒤쫓아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하랑은 재빨리 북쪽으로 날아가며 모비딕과의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인성 테스트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하야테는 가벼워진 마음으로 모비딕의 뒤를 쫓았다.

* * *

"흐아아!"

이승형의 주먹이 심해아귀의 머리를 터뜨렸다. 팔을 휘저으며 느릿느릿 걸어오는 괴수는 S급 이능력자에게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승형이 문을 잡아 뜯었다. 방 안에는 공황상태로 침대에 처박혀있던 수염의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일본어로 중얼거렸다.

"괴, 괴수가 있어...."

승형의 스마트워치가 곧장 그 말을 번역했다. 승형이 남자의 어깨를 붙잡으며 안심시켰다.

"안심하세요, 저는 한국의 히어로입니다."

스크린이 떠오르고 승형의 말이 일본어로 바뀌어 흘렀나. 남자는 안도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해보였다.

"조, 조선인이 왜? 우리 히어로는 어디서 무얼...?"

"현재 이 배는 한국의 부산, 남구에 있습니다."

승형이 지도를 띄웠다. 남자는 그 위치를 보고 안심했다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승형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그, 살인귀의 동생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예?"

승형은 남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을 죽이는 살인귀? 그런데 동생?

남자는 상대가 한국인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부연설명을 했다.

"원탁의 히어로, 질풍객의 동생이 이 여객선에 타고 있어요! 지금 사람들 구하러 다닌다고 막 복도 뛰어다녔다고요!"

"......?!"

승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제서야 질풍객이 알래스카에서 마하의 속도로 달려온 이유를 이해했다.

"집정관! 구조한 시민 중 질풍객의 동생이 있습니까?!"

[뭐?! ...없어! 애초에 그 여동생, 중학교 1학년이야! 배에 혼자 탔을리가 없잖아!]

승형이 고개를 가로젓자, 남자가 확신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

"나한테 직접 찾아와서 깨워주고 갔다고요! 그래서 기억해요! 붉은 눈에 검은 머리카락!"

"어디로 갔습니까?"

"방에서 나가서 왼 쪽! 사람들 깨우러 다닌다고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승형은 곧장 복도로 뛰쳐나갔다. 곧 그의 연락을 받은 풍백이 복도를 달려왔다.

"어르신! 이 분을 부탁드립니다!"

"뭐?! 자네는?!"

"안에 사람들 더 있을지도 몰라요!"

승형이 눈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곧 시야가 무지개색으로 변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보는듯 복도 전체가 푸른 가운데, 중간중간 붉은 사람의 형상이 눈에 띄었다.

풍백이 일본인 남자를 구조하는 것을 뒤로한 승형은 복도를 달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이르렀다.

차가운 바닥에 온기가 느껴진다. 승형이 곧장 손가락을 대었다.

"피?!"

비릿한 향은 분명 피였다. 그 피가 드문드문 지하를 향해 있었다.

"젠장!"

승형이 곧장 계단을 박차고 뛰어내렸다.

* * *

"하아, 하아."

히카리는 차에 등을 기대고 끊어지려는 의식의 끈을 간신히 붙잡았다. 여객선을 뒤흔드는 충격에 복도에서 의식을 잠시 잃었고, 깨어난 히카리는 그대로 지하로 도망쳤다.

사람들을 구하다 '도망쳤다'. 괴수가 아닌 인간으로부터.

쾅, 쾅, 쾅! 철판을 달리는 남자의 발자국 소리에 히카리는 숨을 삼켰다.

"어딨어! 나와!"

남자의 외침과는 별개로, 남자는 어디서 구해온 건지 모를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꼬나쥔 쇠파이프는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후려칠 듯 보였다.

갑판에 오른 괴수들을 때려잡으려고 하는 걸까 싶었지만, 남자는 괴수가 아니라 사람을 찾아 다녔다.

"이 살인마 새끼야! 나오라고!"

"......흐읍."

히카리는 두손으로 입을 막았다. 벌렁거리는 심장 소리에 심장이 멈춰주기를 바랄 지경이었다.

"너 때문에 다 죽게 생겼어!"

지하로 내려온 덕분에, 남자는 바깥 사정을 알지 못했다. 설령 히카리가 남자에게 알려주려고 해도 남자는 히카리를 죽이려 들 것이다.

히카리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남자의 눈에 흐르는 보라색 귀기는 분명 차원문의 괴수에게서나 볼법한 기운이었다.

'인간이 어떻게?' 라는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순간도 아니었다. 히카리는 제발 남자가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거나, 바깥의 한국 히어로들이 저를 찾아주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순간, 히카리의 스마트워치에서 알람이 울렸다.

[한국에 계신 일본 국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현재 S급 괴수 모비딕은 쓰시마를 떠나 부산으로-]

삑! 히카리가 재빨리 스마트워치의 전원을 내렸다.

히카리가 숨은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에, 보라색 안광을 한 선원이 쇠파이프를 든 채 웃는 모습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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