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1부 5장 (15)
<5월 9일 자정, 관악산 정상.>
"으아악! 괴물이다!!"
히어로가 기겁하며 소리 질렀다. 관악산 정상에 자리 잡은 히어로들 또한 큰 이견이 없었다.
우사가 침을 꿀꺽 삼기켜 지팡이로 땅을 두드렸다.
"...서울에 진짜 지옥문이 열린 건가?"
관악산 정상으로 목 없는 괴인들이 좀비처럼 산길을 걸어오고 있다. 전신에서 푸른 불꽃을 흩뿌리며 올라오는 게 꼭 지옥에서 올라온 괴물과도 같았다.
"차원문의 영향인 게지. 저게 보통 일인가?"
풍백이 가래를 바닥에 뱉으며 스틱에 바람을 일으켰다.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기운은 금방이라도 사람들을 몰살시킬 것처럼 흉흉했다.
"운사야. 몸 사려라. 지난번처럼 쓰러지지 말고."
"괜찮습니다. 지난번처럼 못 볼 꼴은 보이지 않습니다."
운사가 창대를 휘둘러 자세를 잡았다. 유성을 통해 새롭게 보급받은 전투 슈트에 저장된 마력이 운사의 창대로 흘러갔다.
"...아가야, 그런데 그건 좀 그렇지 않니?"
풍백이 헛기침을 하며 운사의 슈트를 지적했다. 새롭게 지급받은 전투 슈트는 몸 군데군데가 맨살을 노출하는 디자인이었다.
운사는 거리낌 없이 웃었다.
"피부를 드러낼수록 방어력이 높아진다고, 사용 설명서에 나와 있었습니다!"
"......영감, 유성을 소비자보호법으로 고소할 수 있을까?"
"늙은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변호인단 한번 꾸려봄세."
풍백과 우사가 한숨을 내쉬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비탈길을 틀어막은 다른 히어로들도 다가오는 괴물들에 마력을 일으켰다.
삑. 스마트워치에 스크린이 떴다. 유영호의 얼굴은 해골처럼 피골이 상접해있었다.
- ...<집정관>이 명령한다.
히어로들의 스크린에 상대에 대한 분석 정보가 떠올랐다. 마력 패턴을 읽은 결과는 충격 그 자체.
- ......상대는 죽은 것으로 파악된 히어로들. 소나무 부대다.
"뭐...?"
운사가 다급히 마력으로 시야를 강화했다. 비록 목은 없고 의복은 다르지만, 저마다 들고 있는 무기나 걸음걸이가 운사가 알고 있는 이들과 비슷했다.
특히 정중앙에서 붉은 검을 꼬나쥔 목 없는 검사는 유독 눈에 띄었다. 풍백이 자세를 낮추며 인상을 찡그렸다.
"적송...!"
그가 직접 체포했던 A급 빌런. 적송은 마치 전설 속의 좀비처럼 부활해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 정신 차려. 상대의 마력 패턴을 다시 확인해.
집정관의 진정에 히어로들이 그들의 마력 패턴을 다시 확인했다. 분명 적의 마력 패턴은 붉은색, '괴수'의 신호였다.
-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저들이 이제는 인류를 위협하는 괴수라는 거다.
"사람이니까 괴인(怪人)이라고 하는 건?"
풍백의 제안에 집정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수정했다.
괴인과 히어로가 눈이 마주쳤다. 괴인은 저마다 든 무기를 들어 올려 히어로들에게 달려왔다.
- 총원! 전투 개시! 괴인 '듀라한'을 처치한다!
5월 9일 자정, 모두의 시선이 관악 정상에 쏠렸다.
* * *
땅이 갈라진다. 파도가 요동친다.
검과 권이 부딪히는 그 충격파만으로 주변 환경이 모두 파괴된다.
초전(初戰)과는 다르게, 일격도 허용하지 않는다.
횡으로 상단에서 베어오면 옆으로 피해 검을 흘린다.
종으로 하단을 가르면 주먹을 내려 검로를 틀어막는다.
사선으로 크게 베어오면 손을 펼쳐 들이민다. 맨주먹이 아니라, 손에 두른 마력의 보호막으로 검날을 움켜쥔다.
키기기긱!
마력과 마력이 부딪힌다. 청색과 금색의 마력이 아귀다툼하듯 맞부딪혔다.
검날이, 조금씩 건틀릿을 파고든다.
"큭!"
검사와 권사의 대결은 당연히 권사가 불리하다. 이쪽은 면을 타격하지만, 저쪽은 선을 베어가른다.
빠르게 몸을 숙인다. 검은 손등을 스치지만 상처는 없다.
광검의 몸이 그대로 회전하며 공격을 이었다. 나는 한 손에 마력을 둘러 그 공격을 튕겨 올리고, 다른 주먹을 휘둘렀다.
검면을 빗겨치고, 검날을 건틀릿 등에 튕겨 흘리고, 검을 회수하기 전에 빈틈을 주먹으로 찌른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광검이 크게 휘두른 공격을 양손으로 흘려내 빈틈을 만든다.
팔꿈치를 허리에 붙인다. 팔꿈치를 오른팔에 붙여 수직으로 만든다. 광검이 내 자세를 보고 마력을 전면으로 분사해 몸을 피한다.
"칫!"
이미 늦었지만, 내지른다. 제자리에서 허리를 비틀어 팔을 뻗는다. 주먹의 점이 되어 벌처럼 광검을 찌른다.
카앙!
아쉽게도 주먹은 광검의 몸에 닿지 않았다. 광검은 검의 가드를 당겨 주먹의 경로를 가로막았다. 광검이 만든 투검이 아래에서 솟구쳤다.
나는 그대로 뒤로 뛰어 거리를 벌렸다. 광검의 검이 넥타이의 끝을 잘랐다.
암묵적인 휴식. 서로 마력만 갉아먹는 검과 권의 합이 벌써 30번은 오갔다.
광검은 전신의 마력을 다시 갈무리하고, 나는 손상된 건틀릿에 마력을 집어넣어 복구했다.
펄럭. 일부러 양손을 턴다. 자연히 광검은 이 사소한 습관조차 누군가를 연상할 것이다.
"너."
드디어 광검이 입을 열었다.
"확실하게 해라. 창염이, 철수 형님과 무슨 관계냐?"
"같은 불속성?"
나는 머리를 옆으로 살짝 움직였다. 광검이 날린 투검이 머리카락 옆을 살짝 스쳤다. 광검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했다.
"장난치지 마라. 다음은 없다."
"장난 아닌데.... 뭐, 소모된 마력 다시 채우는 동안 잡담이나 할까요?"
으레 격투 게임을 하다 보면 암묵적인 순간이 생긴다. 서로 초필살기를 사용하기 위해 거리를 벌리고 기를 모으는 때가. 굳이 광검이 원해주니,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저와 화권과의 관계가 그렇게 궁금해요?"
궁금할 수밖에. 내 인간형 전투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박투(搏鬪). 특별한 무술의 형태는 아니지만, 그 골목길 주먹다짐을 실전 무술의 형태로 바꾼 남자가 한 명 있다.
"화권 김철수. 이승형 같은 짝퉁이 아니라, 평양 사태에서 죽은 히어로를 말하는 거죠?"
"그래. 그 형님이 죽는 걸 내가 직접 봤었다. 어떻게 그분의 기술을 네가 알고 있는 거지?"
"...배웠는데요? 직접 몸으로 두들겨 맞으면서."
그 말 말고는 딱히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형님이, 살아계신다고?"
"아, 그건 아니네요. 죄송합니다. 오해하실 뻔. 이미 돌아가셨어요."
단지 평양의 히든 보스를 잡고 나면 얻는 히든 피스가 화권의 전투 데이터라고 설명하면 어찌 믿겠는가. 그걸 나는 VR 시뮬레이터에서 화권의 유령에게 직접 두들겨 맞으며 수도 없이 배우고 또 배웠다.
최초로 그 데이터를 얻은 2회차부터 마지막 17회차 클리어까지.
16명의 화권은 내 스승이 되어 내게 그 전투기술을 가르쳐줬다. 거기에 틈만 나면 운장과 운사가 쌍으로 나를 대련이라는 명목으로 괴롭혀댔다.
어차피 주인공의 전투는 세네 번 정도밖에 없었지만, 그 죽을 것 같던 고된 훈련이 이렇게 빛을 발하게 됐다.
피닉스의 몸은 그 기억을 충분히 실현시켰다. 나는 혼란스러워 하는 광검에게 그 수많은 기억을 하나로 뭉쳐 요약했다.
"유령이 되어 가르쳐주셨다. 이러면 믿으시려나?"
"말이 안 통하는군. 광인과 말을 섞으려 한 내 잘못이지."
광검이 다시 검을 비스듬히 세운다. 서로가 마력을 다시 채우며 숨을 골랐으니, 다시 싸움을 계속할 때.
하지만 이래서야 대전에서 싸웠던 시간의 연속이다. 의미 없는 검권의 공방. 시간만 낭비하는 셈이다.
그래서 주먹을 내렸다. 자세를 풀자, 광검이 더욱 긴장한다. 나는 웃으며 심장이 있을 위치를 가리켰다.
"이대로 계속 안 쓰고 있을 거예요?"
"...이걸로 충분해."
"전력으로 싸우지 않으면 죽을 텐데?"
"내 의지가 꺾이기 전까지는, 나는 절대 죽지 않아. 너를 죽이지 못해도."
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건 맞는 말이다. 광검의 이명 중 괜히 미친개라는 멸칭이 있는게 아니다.
상대를 죽이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 악착같은 성정에 팬들은 그에게 광견이라는 경의 어린 이명을 붙였다.
"그럼 그 의지, 어디까지 가나 봐줄게요."
물리 내성이 100%인 적은 정신계열 공격을 하면 된다. 물론 내가 가진 마법이나 기술 중에는 정신을 흔드는 계통은 존재하지 않는다.
"화권에 대해 말해준 기념으로, 한 가지 물어봐도 되나요?"
"쓸데없는 소리를...!"
광검이 땅을 박차고 뛰었다. 한걸음에 지척까지 다가와 나를 반으로 가르려 한다. 나는 그저 웃으며 검의 경로에 왼팔을 올렸다.
"루살카."
카앙!
광검의 검이 내 왼팔에 맞닿았다. 팔뚝 아래부터 변한 검은 갑주가 검을 가로막았다.
부분 괴인화. 인간형에서 신체 일부만 괴인형으로 바꾸는 간부의 특권과도 같은 기술.
"...!"
광검이 흠칫 놀란다. 팔에서 흐르는 이계-테라의 부정한 마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자, 광검의 눈에도 혼탁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크윽!"
무언가 설육이 끊기는 소리와 함께, 광검의 입가에 피 한 가닥이 주룩 흘렀다.
파아앗--!
광검의 전신에 금빛이 서렸다. 마력이 다시 차오르고 신체의 모든 상처가 사라지며 광검은 부활했다.
무한의 목숨. 무한의 컨티뉴. 스스로 포기하기 전까지 광검은 죽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스로 컨트롤러를 놓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루살카 말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냐!"
"루살카가 남기고 간 물의 힘, 그거 언제까지 안 쓰고 버틸 수 있을까요?"
광검이 굳는다. 나는 한 발자국 내디디며 광검의 검을 붙잡았다.
"루살카의 심장을 찌르고 그 코어를 마셨잖아요? 그게 고작 D급 사냥꾼 허윤환이 S급까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죠."
나는 광검의 심장을 가리키며 웃었다.
"이미 평양 때 한 번 써봤잖아요? 그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아, 이건 비밀이었나? 평양 사태에서 S급들이 몰살당한 이유."
"닥쳐!"
"화권이 괴수에게 죽어버리고 모두가 죽을 위기. 당신이 루살카의 힘을 쓰려다가 폭주한 나머지, 그걸 막으려다 그 사달이 났었죠? 결국 당신 빼고 다 몰살이었지만."
"닥치라고...!"
광검의 검이 떨린다. 광검이 어떻게든 내 입을 막으려고 검을 빼내어 다시 휘두르지만, 소용이 없다.
내 입은 칼보다 빠르다.
검은 내 옷깃을 스치며 허공을 갈랐다.
"뭘 그렇게 떨어요? 아직 나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철저하게 검을 피하며 말을 잇는다. 광검은 그 소리조차 듣지 않겠다는 듯 주변을 파괴하며 검을 휘두르지만,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다.
검은 허공을 가른다. 회피에 온 정신을 쏟고 있는 이상, 광검의 검은 내게 닿을 리 없다.
"루살카의 힘을 쓰지 않으면 저를 죽이지 못해요~"
푹! 광검이 빛의 바늘을 만들어 제 귀를 찔렀다. 고막을 터트려 아예 내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술책을 부린다.
"어, 그렇게까지 제 말을 듣기 싫어요?"
광검이 대화를 거부한다.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콰아아앙!
광검의 발아래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광검은 어떻게든 마력의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려 했지만, 불꽃은 그 보호막마저 불태웠다.
푸쉬이---
불기둥이 사라지고, 소사체(燒死體) 하나가 무릎을 꿇은 채 나타났다. 온몸이 그을린 그에게서 금색 빛이 반짝이더니 다시 곧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물론, 고막도 다시 재생됐을 것이다.
"불에 타죽는 게 제일 고통스럽다고 하던데."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거 완전 가망이 없네요."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광검은 검을 들어 올리며 불기둥을 베었지만, 다시 불꽃에 휩싸여 죽었다.
세 번째 부활. 광검이 몸을 일으키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눈빛에는 아직 투지가 살아있다.
"어쩐다. 끝까지 루살카의 힘을 쓰지 않게요?"
"그 힘은 절대 쓰지 않는다."
광검은 결연한 얼굴로 달려들었다. 나는 그 검날을 붙잡고 멈춰 세웠다.
"왜요? 여기라면 폭주해도 아무 문제 없잖아요? 여기서 핵융합이 일어나도 결국 파괴되는 것은 이 결계 안의 섬밖에 없는데. 지금이라면 루살카의 힘, 그걸 쓰면 저 죽일 수도 있어요! 라스트 찬스!"
"네 말대로 그 힘을 쓰면 너를 죽일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걸 쓰지 않고도 평생 여기서 싸울 수는 있다."
"...광검, 우리 거래하지 않을래요?"
"싫다. "
"쯧."
귀찮은 남자다. 나는 혀를 짧게 차고 광검을 태운 뒤, 거리를 벌렸다. 번쩍. 광검이 부활했다.
"나를 죽일 수 없는 대신에, 평생 죽으면서 시간을 벌겠다? 영원히?"
"그래."
원작에서도 그랬지만 몹시 짜증 나는 기술이다. 정령을 각성시켜야 한다는 이유만 아니었으면, 진작 밤에 야습을 걸어서 목을 갈랐을 것이다.
"후우, 귀찮게."
그렇다면 루살카의 힘을 쓰도록 만들어야 했다.
이 결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정령을 온전히 각성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냥 광검의 힘으로는 저를 죽일 수 없고, 루살카의 힘을 쓰면 저를 죽일 수 있죠. 그건 인정하죠?"
"알고 있다. 똑같은 말 쓸데없이 하지 마라."
쓸데없는 말이 아니다. 일부러 하는 말이다.
"이쪽도 순순히 죽어줄 생각은 없고. 제 설득은 통하지도 않고. 그럼 우리 허윤환씨가 스스로 루살카의 힘을 쓰도록 해야 할 텐데...."
나는 스마트워치를 켰다. 광검이 콧방귀를 뀌며 비웃는다.
"소용없다. 이곳은 바깥과 차단된 별개의 세계다. 통신은 의미 없어."
"아뇨. 사진 한 장 보여드리려고요. 한 번 볼래요?"
나는 광검에게 스크린을 띄웠다. 광검의 눈에 경악이 실렸다.
불과 30분 전에 찍은 사진에는 은유하가 석하랑과 함께 있다. 석하랑은 세상 모르게 곤히 잠들어있고, 은유하의 손에는 약품이 들려있다. 광검의 눈에 불신이 가득하다.
"사기 치지 마라."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공간은 단절되지만,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죠. 우리 싸운 지 한 15분 지났나?"
"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온 거냐!!"
광검이 분노에 치를 떤다. 나는 그저 두 팔을 벌리며 웃었다.
"당신이 여기다가 궁극기 깔고 기다렸듯이, 나도 사전작업을 좀 하고 왔어요. 유성의 아가씨,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하던 사람이던걸요? 설마 딸이 지금 누구랑 있는지 모르는 건 아니죠?"
나는 스마트워치를 두드렸다.
"평생 싸워? 푸흐흐. 안 그래도 바빠죽겠는데, 그럴 시간이 어딨어요? 어디 평생 싸우고 싶으면 싸워봐요. 대신...."
나는 손날로 목을 치는 시늉을 했다.
"당신 딸 석하랑, 그사이에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이 새끼가!!!"
드디어, 광검의 눈에 푸른 물결이 넘실거렸다.
콰아아아---
섬을 둘러싸던 파도가 요동친다. 마치 의지를 가진 짐승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내 주변을 감싼다.
"그쵸. 당연히 루살카의 힘을 꺼내야지. 왜 지금까지 이 개고생을 했는데."
불꽃의 건틀릿이 흔들린다. 대기 중에 가득한 수속성 마력에 불길이 사그라든다. 나는 손뼉을 치며 몸을 불살랐다.
괴인형. 광검의 두 눈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왜? 설마 인간형으로 싸워줄 거로 생각했나?]
전신의 불꽃이 요동치며 수속성 마력을 밀어낸다. 상성에서 밀린다면, 이쪽은 질과 양으로 밀어붙인다.
[그래. 정령의 싸움은 2차전이 기본이지.]
나는 손을 들어 광검에게 선수를 양보했다. 금색과 청색으로 회전하는 광검의 눈동자에 명백한 살의가 차오른다.
[자, 그러면 반령(半靈) 허윤환 선생의 세컨드 페이즈는 어떤지 볼까?]
"반드시 죽인다!"
수많은 빛무리와 거대한 파도가 나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