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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67화 (67/1,497)

〈 67화 〉1부 4장 (24)

<오후 7시. 여의도 C 호텔 라운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덕배는 죽었다.

그리고 다시 살아났다. 코어만 남기고 육체가 터진 덕배는 내 부활의 주문 덕분에 다시 살아났다. 아쉽게도 머리칼은 부활하지 않았다.

"죽었다 살아나면 그동안 쌓아둔 마력이 날아갈 줄이야.... 몰랐네요."

새로운 지식이 늘었다. D급에서 C급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B급으로 성장하려면 한참 마력을 모아야 했다. 그런데 가을에 의해 한 번 죽게 되면서, 육체에 쌓아둔 마력이 다 소멸해버렸다.

경지(레벨)은 유지되지만, 쌓아둔 마력(경험치)는 소멸해버리는 식일까. 가을이 연신 부활한 덕배에게 고개숙여 사과했다.

"미안해. 그거로 죽을 줄 몰랐어...."

"......."

덕배가 눈을 감아버렸다. 살랑이는 촉수 하나가 C자를 그리며 덕배에게 고개를 숙였다.

덕배의 육체를 산산조각 내버린 것은 다름 아닌 가을의 촉수였다. 단순 피지컬 부터가 S급과 C급의 차이. 덕배가 순수한 제힘으로 내지르는 정권은 가을이 촉수로 살짝 터치하는 것보다 훨씬 약했다.

"그보다...."

내 시선이 닿은 지화가 몸을 움츠렸다. 그 또한 서울에 있는 단 셋뿐인 괴인. 부하 2호가 어떻게 죽고 살아났는지 옆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지화는 체념한 얼굴로 손등을 만졌다. 이제 거리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때. 아직 그에게는 히어로들의 동태를 살피는 임무가 남아있다.

"선물은 잘 포장됐죠?"

"예. 말씀하신 것들 다 넣었습니다. 이제 뚜껑만 닫으면 됩니다."

자물쇠를 채울 아키택트가 핼쑥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선물함의 내용물을 본 그는 이미 진즉에 뱃속의 내용물을 토해냈다.

"이게 문명인들이 할 짓이냐...?"

"서울에 학살이 일어날 뻔한 거, 잊었어요? 그리고 이것들. 그 학살을 일으키려던 장본인들이잖아요."

대리석 상자를 두드리자 둔탁하면서도 맑은소리가 울렸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거죠. 문제라도?"

"아니다. 하아.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아키택트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얼굴은 깜찍한 게 행동은 끔찍하군."

이미 서울에서 온갖 추악함을 본 아키택트도 질색할 정도다. 아무리 평정을 가장하는 선의철이라도 보고 놀라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그런데 겨우 이것만 보낼 거냐? 안 보면 어쩌려고?"

"그래서 이것도 같이 보낼까합니다."

나는 USB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이왕 선물 크게 줄 거, 영상 편지도 하나 붙여주려고요."

* * *

잠시 뒤.

포장이 끝났다. 남은 것은 택배를 배달하는 시간.

언제가 좋을까 고민하던 나는 청화단의 간부들을 모아 시간을 물었고, 결행 시각을 정했다.

저녁 8시. 그전까지 히어로 측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면 상자를 신서울에 배달하고 온다. 내가.

왜 굳이 8시로 하기로 하냐면 그때가 한창 공중파에서 뉴스들이 떠들어 댈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부 청사 옥상에 테러. 속보로 띄우기에 아주 좋은 사건이다.

"정말 괜찮겠어?"

가을이 조심스레 묻는다. 다른 조직원들을 두고 굳이 내가 배달하러 다녀오는 것에 상당히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광검 허윤환. 신서울에는 그가 있다.

"괜찮아요. 저 멀리서 주고 바로 올 거니까."

나는 상자의 위에 달린 손잡이를 팡팡 쳤다. 마력이 불어 넣어진 상자는 공중에서 떨어져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견고해졌다.

"아니면 같이 갈래요? 업혀 가거나 안겨서 가면 될 것 같은데."

내 제안에 가을은 칼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신서울 가면 마음만 약해질 것 같아."

"멀리서 보고 오는 것도-"

가을이 단호히 촉수를 X자로 교차시켰다.

"알겠어요. 대신 빨리 다녀올게요."

"이쪽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을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고."

삐빅. 8시 10분 전입니다.

스마트워치에서 알람이 울렸다. 나는 알람을 끄고 날개를 펼쳤다. 어둠 속에서 불타는 푸른 불꽃이 살짝 눈에 띄었다.

"다녀올게요!"

상자를 쥐고 하늘 높이 치솟았다. 63빌딩의 옥상과 눈높이를 마주할 정도의 높이. 나는 조금 더 높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새애애액!

몸이 로켓처럼 하늘로 날아오른다. 슬슬 구름이 걷어지기 시작하고, 피부에 차가운 서리가 닿기 시작한다. 야밤을 날아가는 새들을 스쳐 지나가고, 구름을 뚫고 계속 더 높이 올라간다.

고요함. 주변 온도는 지극히 낮아 금방이라도 얼어붙을 것만 같다. 스마트워치와 선물함에 마력을 보내지 않았으면 지금쯤 얼어서 터지거나 고장 났을 것이다.

삐빅. 다행히 이 높이에서도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 고도계, 20km.

"이 정도로 충분하려나...?"

마음 같아서는 좀 더 거리를 두고 싶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주의를 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단지 인사만 하고 오면 되는 일. 걸리지 않으면 더 좋고.

"그러면...."

조금씩 아래로 느긋하게 활공하듯 날아간다. 방향은 남쪽. 그렇게 몇 분을 밤하늘을 날아가니 미리 설정해둔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신서울. 고도계는 1km.

"후우."

째깍. 째깍. 째깍.

아날로그로 맞춰둔 액정 속 시계의 초침이 움직인다. 47, 48, 49.

50. 나는 지표면을 향해 급강하했다.

51. 구름을 스쳐 지나간다. 마찰열이 상자 겉의 서리를 녹여낸다.

52. 순식간에 구름을 뚫고 지표면에 가까워졌다. 목표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53. 속도를 늦춰, 공중에서 멈춘다. 내 발은 목표 지점인 신서울의 정부 청사 옥상에 살포시 닿았다.

54. 충격파가 주변을 휩쓴다. 나는 상자를 건물 옥상에 살짝 내려놓았다. 마력으로 최대한 낙하의 반발력을 죽여, 바람만 크게 일었을 뿐이다.

55. 상자가 건물 옥상에 놓였다.

주변 마력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56. 무릎을 구부린다. 날개 또한 살짝 접어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57. 옥상을 크게 박차고 뛰어올라 허공에서 수직으로 마력을 분사한다. 동시에 날개를 퍼덕여 빠르게 공중으로 솟구친다.

58. 나는 더욱더 바쁘게 마력을 분사했다.

순간, 멀리서 금빛이 반짝인다.

"칫!"

59. 빛의 탄환이 내 심장을 향해 쏘아졌다. 나는 그대로 손을 움직여 광탄을 쳐냈다.

60. 시침의 끝이 8을 가리켰다. 나는 그대로 허공에 멈췄다.

"역시 걸렸네요."

마력으로 시야를 강화한다. 협회의 본부로 추정되는 건물의 숙소 베란다에서 맥주캔을 든 한 남자가 나를 향해 손가락을 겨누고 있다.

다행히 상대는 그 이상의 견제는 할 생각이 없는지, 이쪽을 유심히 노려보고 있다. 제대로 보이지 않는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순간, 시선이 마주쳤다. 광검의 눈이 경악으로 물든다.

"역시. 아네."

표정을 보니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다. 원작에서도 정황만 파악할 수 있던 부분이라 확신할 수 없었는데, 지금 마주 보니 알겠다.

광검은 다크 레기온, 7간부의 존재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광검이 당황해하는 사이, 나는 손을 들어 살짝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이쪽의 의지가 전달될 리는 없지만, 광검이 입에 문 오징어 다리를 떨어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술꾼이었지, 저 양반.

"곧 만나러 갈게요."

나는 그대로 공중으로 치솟아 몸을 피했다. 동시에 신서울 전역에 경보가 시끄럽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애애애애앵-----!

도심부에 설치된 레이더 반경에 들어갔다가 선물을 던져두고 탈출하기까지 대략 10초. 광검이 눈치만 안 챘다면 레이더에 걸리지도 않고 다녀왔을 것이다.

역시 광검. 대한민국 최강의 영웅임과 동시에,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인류 최고의 업적을 가진 자.

정령 살해자.

나는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 신서울을 떠났다.

* * *

"각하! 피하십시오!"

경호실장이 황급히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의철은 느긋한 얼굴로 태연히 근무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의 괴수 경보군. 어딘가?"

"바로 윕니다!"

"......?"

선의철이 안경을 고쳐 썼다. 그는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괴수 레이더에 찍힌 괴수 출몰지는 이곳, 정부 청사입니다!"

"자네 지금 나랑 농담하자는 건가? 이리도 평화로운 곳에서 괴수 반응이 나올만한 곳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님."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경호실장은 황급히 자세를 바로 하며 예를 갖췄다.

"청송님."

검은 정장에 복면으로 전신을 가린 자. 목소리마저 변조하여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대통령의 심복. 그는 단지 자신을 청송(淸松)이라 자칭했다.

추정컨대 A급 이능력자. 선의철의 눈짓에 경호실장은 허리를 숙이며 집무실을 나갔다.

"옥상에 이런 것이."

청송이 그림자를 움직였다. 동시에 그림자 속에서 대리석으로 된 상자의 뚜껑에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긁은듯한 글씨가 박혀 있었다.

선의철

자지

삼센티

선의철이 그걸 확인하자 청송이 고개를 돌려 낮게 웃었다. 선의철은 뚱한 얼굴로 상자를 가리켰다.

"열게."

"위험합니다. 협회의 지원을 받아 검사하고 여심이...."

"참을 수 없는 모욕이군. 이건 나에 대한 도전이야. 유언비어에 혹세 무민이라고!"

청송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물쇠를 부쉈다. 그다지 걸어 잠글 생각 자체가 없었는지 자물쇠는 쉽게 박살 났다.

흠칫. 자물쇠를 부수며 살짝 들린 상자 사이로 짙은 혈향이 풍겼다. 선의철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열게."

"......."

청송이 덮개를 열었다. 그곳에는 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들의 머리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목에는 전부 다 똑같은 소나무 문장이 있었다.

"......끄응."

짙은 피 냄새가 집무실을 가득 채웠다. 청송이 재빨리 덮개를 닫자, 선의철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안에 뭔가 있어."

"예?"

"유이신의 입에 뭔가가 있다고."

그 잠깐의 순간 동안 선의철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청송이 다시 덮개를 열고 머리통들을 확인했다.

"과연."

불에 지져지고 안면이 일그러진 수많은 머리통 가운데 유독 깨끗한 머리통이 있었다. 아래 단면이 깔끔하게 잘려나간 로빈 유이신의 입에는 작은 USB 하나가 물려있었다.

청송이 USB를 꺼냈다.

"당연히 안에 뭔가 있겠지?"

선의철이 그것을 건네받고 벽걸이 TV로 다가가는 사이, 청송이 상자를 다시 그림자 속에 집어넣었다.

"대전에 가서 조사하겠습니다."

"그러게."

선의철은 TV 옆에 USB를 꽂았다. 외부입력을 통해 확인한 USB 속에는 단지 두 개의 동영상 파일이 있었다.

1.avi

2.avi

아주 단출하게 숫자만 적힌 영상은 누가 봐도 순서대로 보라는 듯 되어 있었다.

삐빅.

선의철은 TV 전원을 끄고 스마트워치를 확인했다. 익숙한 얼굴이 스크린 너머에서 연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 대책부 차관 장후정입니다. 금일 20시 00분 05초에 발효된 괴수 출현 경보는 시스템 오류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출몰지인 정부 청사 인근을 수색한 결과, 그 어떤 괴수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늘 속 청송이 제 어깨를 두드렸다. 선의철은 혀를 한 번 차고는 차관에게 지시했다.

"국민 여러분 혼란스럽지 않게 당장 정정해. 공중파 뉴스에도 속보 띄우고."

-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이행하겠습니다.

연결이 끊겼다. 선의철은 다시 TV를 켜고 소파에 앉았다.

철컥. 청송이 문을 걸어 잠그고 선의철에게 다가왔다. 그는 선의철에게 이어폰 한쪽을 건넸다.

"혹시 모릅니다. 주의를."

선의철은 무선 이어폰을 귀에 끼웠다. 청송이 TV를 조작해 소리가 이어폰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정했다.

딸칵. 스크린을 누르자 영상이 재생된다.

1.avi.

영상 속에는 수많은 모니터가 늘어져 있다. 선의철은 곧장 그곳이 어디인지 대번에 깨달았다.

"동작역 역무실이군."

모니터에는 역 전체를 아우르는 폐쇄회로 화면 영상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영상 속에는 소나무 부대 히어로들이 서울의 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칼로 살해하는 잔혹한 학살 현장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선의철이 영상을 빠르게 넘겼다.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 그 영상 속에 나온 살인마들은 지금 머리만 남아 상자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상이 가진 의미는 간단했다.

"나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뭐 그런 건가?"

선의철은 왼쪽 눈 아래의 상처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1번 틀지."

치직. 영상이 전환된다. 이번에는 어둠밖에 없는 영상이었다.

잘못 틀었나 싶은 순간, 빛이 비쳤다. 그곳에는 재갈이 물리고 손발이 묶인 히어로들이 있었다. 히어로들은 하나같이 카메라를 노려보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행방불명된 히어로 9명이 살아있다. 선의철은 의자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불빛이 꺼지고 정체불명의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화면이 돌아가자 한 남자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자로 추정되는 자였다.

- 저, 저는 히어로 협회 대한민국 소속 C급 히어로, 이기성입니다. 저희는 이번 서울 수복 작전의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 지하에는 아직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모두 죽이기 위해 선의철 대통령은....

삑.

선의철이 TV를 꺼버렸다. 소파에 몸을 그대로 눕히며 두 눈을 감았다.

"대전에 연락해."

청송이 허리를 숙였다. 그림자가 상자를 다시 집어삼켰다.

"대전에 연락해서, 저 상자 보낸 새끼들 정체 알아내라고 해."

선의철은 청송에게 명령을 내렸다. 청송의 몸이 집무실에서 사라졌다.

"어떤 놈들인지는 몰라도...."

선의철이 스마트워치를 두드렸다. 연결되는 이는 그가 목줄을 쥐고 있는 최고의 사냥개.

광검.

"나를 건드리고 이 땅에서 숨 쉬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뱀같이 날카로운 눈이 번뜩였다.

* * *

<오후 8시 8분. 63빌딩 옥상.>

밤바람이 차다.

나는 날개를 접고 63빌딩 옥상 난간에 발을 디뎠다.

"후, 하."

크게 심호흡을 한다. 광탄을 쳐냈던 왼쪽 손등이 아직 붉었다.

"아프지는 않지만."

그 1초의 순간. 나는 광검과의 전투를 머릿속으로 상정했다.

인간형으로는 무승부, 괴인형으로는 신승(辛勝). 어디까지나 광검이 전력으로 달려들 때의 이야기지만, 1:1이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원작 시점에서 은퇴한 양반이지만 협회 측에 서서 주인공에게 아주 큰 도움을 주는 조력자다. 동시에 진엔딩으로 나아가는데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기도 했다.

"굳이."

천가을도 괴인이 된 마당에 큐브는 원인 불명으로 붕괴.

혼자서 아등바등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천가을은 말했다. 언젠가 나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이가 나타날 거라고.

"주인공을."

원작 메인 히로인 중 한 명으로서, 본능적으로 원작 주인공을 이야기한 것일지도 모른다. 5년 뒤인 2025년 3월 1일. 미국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망해가기 직전인 한국으로 들어온 괴짜 지휘관.

그가 이곳에 오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 시간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기다릴 필요는 없다."

천가을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천가을 덕분에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자.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무조건 협력을 보여줄 자. 창염의 피닉스보다는 못하지만, 그에 준하는 전력을 가진 자. 나는 그런 이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령.

당연히 아직은 다크 레기온의 간부로서 세뇌된 정령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미지수다.

피닉스가 마그마 속에 숨어 있었듯, 그들도 어디 사막이나 정글 속에서 잠을 자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딱 한 명. 원작 기준으로 소재가 명확한 간부가 하나 있다.

원작 기준 6번째로 등장하는 적 간부.

광검에게 살해당하고 봉인된 수속성 정령.

설야(雪夜)의 루살카.

나는 한국에 있는 정령을 각성시키기 위해

광검 허윤환,

그를 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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