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61화 (61/1,497)

〈 61화 〉1부 4장 (18)

가을은 몸을 일으켰다.

눈가에 번진 화장을 지울 생각도 못한 채, 술에 취한 이처럼 관객석 통로에 비틀거리며 섰다. 어느덧 엔딩 크레딧이 끝을 향해 달려갔다.

조명마저 모두 꺼진 조용한 극장 한 가운데, 가을은 우두커니 홀로 섰다.

"그럼 이제 나는 죽는거야?"

가을이 가면의 천가을에게 물었다. 가면의 천가을은 객석에서 일어나 가을과 마주섰다.

"그래. 배우로서, 인간으로서는 죽었지."

"......?"

가면의 천가을이 손을 든다.

드르륵.

도르래가 움직이며 막이 올라가고, 거대한 스크린이 무대에 다시 내려온다. 관객석이 전부 재처럼 사라지고, 가을이 선 긴 통로만이 무대를 향해 남아있다.

"가."

"어딜?"

"네가 있어야 할 장소."

가면의 천가을이 무대를 가리켰다. 가을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통로를 걸어내려갔다.

쿵.

가을의 굽소리가 무대를 울렸다. 동시에 무대 위의 모든 조명이 가을에게 초점을 맞추며 켜졌다.

"죽기 전에 한 번 더 연기하라, 그거야?"

"아니. 다시 새롭게 연기하라는 거지."

가면의 천가을이 가면을 벗어 가을에게 던졌다. 가면은 제 의지를 가진 것 처럼 가을의 손으로 날아왔다.

가을이 가면을 손에 쥐었다.

오른쪽이 흰 색, 왼쪽이 검은 색.

흑백의 두 색이 세로로 갈라져있던 가면이 전부 검게 물들었다가, 회색 빛으로 탁해졌다.

"......? 이게 뭐야?"

가을은 가면의 표면을 쓸었다. 가면을 벗은 천가을, 마스커레이드가 얼굴을 가리켰다.

"이제부터는 얼굴, 가리는 게 좋을 거야."

"얼굴없는 배우가 되라고?"

"신체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이미 죽은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마스커레이드의 몸이 투명해진다. 빛으로 사라지는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킨 천가을이 미소지었다.

"이제부터 너는 유령이야."

팟.

엔딩 크레딧이 끝났다. 상영을 멈춰야할 영상은 끝나지 않고 마지막 남은 장면이 재생되었다.

국회의사당의 본회의장.

죽은 가을의 시체를 끌어안는 푸른 소녀, 피닉스가 가을을 끌어안는다. 가을의 가슴에 무언가를 박아넣더니, 이내 본회의장 전체가 회색 마력으로 물들었다.

짝.

유령은 고개를 돌렸다. 마스커레이드가 박수를 쳤다. 마스커레이드는 유령을 향해 부러우면서도, 대견하면서도, 안타까운 얼굴로 울면서 웃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 쿠키 영상 없는 영화가 어딨니?"

그것을 마지막으로 가을의 의식이 끊겼다.

푸른 불꽃이 극장을 삼켰다.

* * *

가을이 눈을 깜빡였다. 또렷해지는 시야에는 살포시 웃고있는 피닉스가 들어왔다.

"정신이 들어요?"

피닉스가 가을을 조심스레 흔들었다. 등 뒤로 간 오른손이 가을의 등을 받치고 있었다.

가을은 멍하니 피닉스를 바라보다가, 그대로 와락 끌어안았다.

"응? 저기요? 가을 씨? 갑자기 이러면...."

"미안해요."

가을의 두손이 피닉스의 양어깨를 잡았다. 무릎을 꿇고 앉은 피닉스와 시선이 맞았다.

"그렇게 결계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던 거. 다 이런 일이 있을까봐싶어서 그랬던 거죠? 미안해요. 말 안 듣고 나와버려서. 다시 보면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아니에요. 제가 더 미안하죠."

피닉스가 왼손으로 가을의 손을 붙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제가 괜히 구속했던 거예요. 가을 씨를 이런 사지에 두는 게 아니었어요.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아예 다른 곳에 숨겨뒀어야 했죠. 아니, 제가 조금 위험에 빠지더라도 가을 씨를 신서울에 데려다줬어야 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피닉스 씨도 사정이 있어서 그랬겠죠. 내기했잖아요? 서로 서로 양보한 부분이었어요. 단지 그 전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 그러니까 제가 더 죄송...."

"아닙니다. 가을 씨. 제가 더 미안-"

가을과 피닉스가 동시에 피식 웃었다. 꼭 드라마 속 싸우고 난 연인이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삽질하는 듯한 대화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다시 존대하시네요? 지난번에 둘이 있을 때는 말 놓으라고 했는데."

"네?"

가을의 눈에 당황의 감정이 비쳤다.

"......여기 저승 아니에요? 그래서 막 죽기 전에 소원 들어주고 그런 거?"

"저승은 아닌데.... 소원이요?"

가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를 잡았던 손을 내려 피닉스의 손을 꼭 잡았다.

"팬 분들이나 부모님께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당장은 피닉스 씨가 생각나더라구요. 사과하고 싶었어요. 그냥. 미안하다고."

"...하아."

피닉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딘가 웃음을 참으려는 듯한 기색이 서려있었다.

화륵.

창염이 본회의장의 어둠을 밝혔다. 가을은 그제서야 이 장소가 제가 죽은 곳임을 깨달았다.

"어?"

가을은 본능적으로 가슴에 손을 올렸다.

두근, 두근.

찔렸던 심장이 분명히 움직인다. 박동은 아주 미약하지만, 심장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무언가는 가을의 전신에서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가을은 그것이 무엇인지 금방 깨달았다. 죽기 직전 각성한 이능력. 그 덕분에 개안(開眼)한 육감이 마력을 감지해냈다.

"이거, 마력?"

"네. 어떻게 알았어요?"

"...어, 그러니까."

가을은 제 손을 들어올렸다. 피가 빠져나가서인지 창백하기 그지 없지만, 분명히 의지대로 움직인다.

죽지 않은건가? 가을은 침을 꿀꺽 삼키고 피닉스를 노려보다가, 손으로 피닉스의 볼을 잡았다.

"흐즈므여."

반죽하듯 양 볼이 움직이자 피닉스의 말이 울렸다. 가을은 무언가에 홀린듯 피닉스의 뺨을 손바닥으로 굴렸다.입술이 세로로 뭉쳤다가 다시 풀리고, 가로로 길게 늘어지기도 했다. 피닉스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하지 말라고.]

"꺅!"

제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 의사를 담은 마력에 가을이 깜짝 놀랐다. 피닉스가 뚱한 얼굴로 가을을 노려봤다.

"......죽은 건 맞아요. 심장이 찔렸죠. 그래서."

피닉스가 바닥에 떨어진 큐브를 들어올렸다. 기괴한 문양의 큐브는 빛을 잃고 탁해져 금방이라도 으스러질 듯 보였다.

"이걸로 되살렸어요. ...어?"

파직.

큐브에 금이 갔다. 표면이 깨진 큐브는 피닉스의 손바닥 위에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피닉스는 의아한 얼굴로 큐브를 노려봤다.

"이게 왜 깨져...?"

"그럼 저 되살아난 거네요?!"

가을이 피닉스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이계신의 코어는 그대로 피닉스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아니, 이게, 왜 망가, 잠깐만요!!"

피닉스가 소리를 쳐 가을을 진정시켰다. 피닉스나 가을이나 서로 당황해있다. 서로 놀란 이유는 다르지만.

잠시간의 심호흡 후, 먼저 진정한 쪽은 피닉스였다.

"후우. 큐브가 깨진 이유는 나중에 알아보도록 하죠. 가을 씨가 어떻게 살아있냐고요? 사자소생(死者蘇生)! 죽은 자의 부활! 저는 장비와 도구만 갖춰지면 죽은 자도 되살릴 수 있습니다! 오케이?!"

가을이 피닉스의 손에서 흩어진 파편을 보다가 눈물을 왈칵 터뜨렸다.

"그.... 나를 살리는데...."

"아, 너무 마음쓰지마요! 어차피 이런 거 다시 구하면 되니까! 이런 세계 망하게 할 쓰레기보다 가을 씨가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 있어요. 어째선지 몰라도 가을 씨 살리고 바로 망가져버렸지만...."

"...아! 동작! 동작구에 사람들 죽이려고 하는 미친 놈들이 있어요! 그 놈들을 막아야 해요!"

가을이 정신을 차렸다. 피닉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가을 씨 설마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 구하려고 결계 밖으로 나온 건...."

"그거 더 있어요?! 사람 살릴 수 있잖아요!"

피닉스가 무어라 말하려다가 입술을 우물거렸다. 가을의 두 손이 다시 피닉스의 손을 잡았다.

"한 번 약속을 어겨서 미안해요. 하지만 부탁해요. 이기적인 년이라고 욕해도 좋으니까-"

"아뇨. ...제가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기는 한데, 그게 사람은 아니에요."

"? ......?"

가을의 눈이 동그래졌다. 피닉스는 천장으로 고개를 들었다. 명백히 시선을 피하는 행동이었다.

"죽은 사람이 일반인이든 이능력자든 괴수의 핵이나 코어, 거기에 제 마력이 있으면 다시 살릴 수 있어요. 이게 그런데 완전히 인간(人間)으로 살리는 게 아니라...."

피닉스가 왼손을 얼굴 가까이 움직여 턱으로 스마트워치를 눌렀다. 스크린에 홈 화면이 열렸다.

"셀카 켜볼래요?"

가을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돌려 카메라 어플을 실행했다. 피닉스는 스마트워치를 움직여 가을이 거울처럼 제 얼굴을 볼 수 있도록 스크린을 조정했다.

"히익."

가을이 스크린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며 기겁했다.

핏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흰 피부. 마네킹과도 같은 얼굴. 눈동자는 동공의 회색빛만 아니었으면 꼭 썩은 동태 눈깔처럼 총기가 없어보였다.

"이게...?"

눈 위로 비친 눈썹과 머리칼은 은회색으로 탈색되어 있었다. 색소가 빠진 자리를 마치 마력이 자리잡은 것처럼, 머리칼에는 마력이 느껴졌다.

톡, 톡.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가면. 머리 오른쪽 위에 걸린 회색 마스크가 장식처럼 걸려있었다. 꿈속에서 마스커레이드에게 건네받았던 그 마스크가.

"...마스커레이드? 아냐, 조금 다른데?"

피닉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가면은 곧 천가을이 가진 이능력의 상징. 그런 가면이 가을의 머리에 걸려있다는 게 더욱 피닉스를 혼란스럽게 했다.

복잡한 생각은 나중에. 일단은 당장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피닉스는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흠흠, 그래서 인간이 아니라 괴인, 괴인(怪人)으로 되살리는 거에요. 조덕배 씨가 바위 괴인, 김지화 씨가 등대 괴인으로 변한 것 처럼...."

피닉스가 말꼬리를 흘렸다. 뒤는 더 듣지 않아도 가을은 대번에 이해했다.

"저를 괴인으로 되살렸다, 그거죠?"

"네."

"...됐어요. 말 안 듣고 날뛰다가 죽었다가 살아났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가을이 씁쓸히 웃었다가 무언가 퍼뜩 생각났다는 듯 호들갑을 떨었다.

"아! 아직 저를 죽인 사람들, 이 근처에 있을 거예요! 분명 지화 씨를 노리러-"

"괴인은."

피닉스가 드물게, 그리고 강한 어조로 가을의 말을 끊었다.

"...괴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건 생전의 이능력이 아니라, 새롭게 심장이 된 코어가 큰 역할을 해요. 원래 신체강화의 이능을 가진 덕배 씨가 바위 괴수의 코어로 다시 태어나, 바위 괴인으로 이능력이 융합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그래서요?"

"김지화 씨 처럼 원래의 이능력이 더 강화되는 경우도 있죠. 제가 설명 안 했죠? 김지화 씨의 심장에 박힌 코어, 괴수 중에서도 테라의 영향을 받은 B급 괴수의 것을 사용했어요. 그래서 악마눈이 된거죠."

피닉스는 가을의 가면을 가리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가을 씨의 코어로 가면 괴수같은 걸 사용하지 않았어요."

피닉스가 왼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가을은 그제서야 피닉스가 계속 오른손으로 제 등을 받치고 있던 걸 깨달았다.

사람은 보통 왼손의 손목시계를 만질 때 오른손을 쓰지, 일부러 턱을 이용해 스마트워치를 두드리지 않는다.

그건 즉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는 방증. 가을은 슬쩍 몸을 들어올렸다.

몰캉.

" "

등 뒤에서 느껴지는 정체 불명의 촉감. 아이들이 자주 가지고 놀던 액체괴물같은 감촉에 가을은 소름이 끼쳤다.

말랑말랑.

더 무서운 것은 그게 가을이 만져서 느껴진다는 게 아니라, 그 촉감이 제 신체의 일부와 같은 감각이라는 것이다.

가을의 고개가 기계처럼 꺾였다. 피닉스의 동공이 격하게 떨렸다.

"그, 급하게 하려다보니. 가지고 있던 것 중에 어차피 할 거 이왕 제일 좋은 거로 쓰려다...."

"야."

가을이 말을 놓았다.

"너 혹시 촉수꺼비 코어 썼니?"

피닉스의 고개가 떨어졌다. 동시에 떨어진 피닉스의 오른손에는 가지런히 정리된 아홉개의 촉수가 꼬리처럼 흔들거렸다.

" "

가을은 정신을 잃었다.

삐빅. 피닉스의 스마트워치에 알람이 울렸다. 등대였다.

- 피닉스님, 살려주십시오

- 죄송합니다

- 그런데 지금

- 밖에서 소나무 부대들이

- 결계를 10분째 두드리고 있

"......왜 괴인들은 부활하면 다 정신을 잃는걸까."

피닉스는 괴인형으로 몸을 바꾸고 가을을 안아들었다. 오른팔로 상체를 받치고 왼팔로 두 다리를 모아 들었다.

흐느적.

아홉 개의 촉수가 땅으로 떨어졌다. 촉수들은 촉수꺼비의 것과는 달리, 가을의 골반 윗부분에서 꼬리처럼 튀어나와 살랑거렸다.

물론 그 형태는 원작이 원작인만큼,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외설적이었다.

[나중에 수습을 해야겠다. ...그 전에.]

피닉스는 발걸음을 옮기려다, 그대로 발을 굴렀다.

쿵!

피닉스를 중심으로 타오른 원형의 불기둥.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나타난 창염의 결계가 어둠 속에서 쏘아진 검은 화살을 튕겨냈다.

[범인은 사건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더니.]

피닉스가 불기둥을 거두었다. 동시에 다시 검은 화살이 사방으로 퍼졌다.

동서남북 네 갈래로 펼쳐진 빛의 화살은 곡선을 그리며 피닉스를 향해 쏘아졌다. 피닉스는 가을을 안고 그대로 본회의장 정문을 향해 점프했다.

"큭!"

벽 뒤에 숨어있던 사수가 재빨리 활시위를 당겼다. 활에 검은 마력이 깃든 화살이 걸렸다.

[모를 줄 알았나?]

피닉스가 눈을 번뜩이자, 주먹만한 화염구들이 피닉스의 곁에 나타났다. 먼저 쏜 화살들의 사선에 놓인 화염구들이 마력 화살을 태워버렸다.

"...!"

피닉스가 다가오자 사수는 재빨리 활을 버리고 도망쳤다. 통로 끝에 와이어를 쏜 사수는 벽을 내달려 피닉스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화륵.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여기지 마라.]

눈앞에 나타난 피닉스가 발을 들어 사수의 가슴팍을 차버렸다.

"커헉!"

사수는 거친 숨을 토해내고 바닥에 쓰러졌다. 피닉스는 그대로 사수의 명치를 밟고는 복면을 태워버렸다.

"......."

[궁성(弓星) 유이신?]

흑색 단발의 미인. 피닉스는 금방 상대의 얼굴을 보고 누구인지 대번에 깨달았다. 원작에서 사냥꾼 출신의 용병이자, 고용금 대비 효율이 좋기로 유명했던 B급 이능력자.

[과연. 소나무 부대에 있었다가 사냥꾼으로 신분 세탁을 했었나.]

"큿, 죽여라!"

유이신은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다. 상대가 이미 제 정체를 알게 된 이상,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었다.

[그래?]

피닉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을을 살짝 흔들었다.

"......."

가을은 여전히 기절한 채 의식을 되찾을 기미가 없었다. 순간, 유이신은 투구 속 불꽃이 흔들리는 게 꼭 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그러지 뭐.]

피닉스는 발끝으로 유이신의 목을 그었다.

서걱.

유이신의 머리가 목에서부터 떨어져 복도를 굴러내려갔다. 유이신의 눈에는 경악과 공포만이 가득했다.

[아 참.]

피닉스는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큐브의 파편을 모았다. 추후 연구를 위해 보관할 한 줌의 재. 나머지는 필요 없었다.

화르륵.

본회의장에서 피어오른 창염이 큐브의 파편을 불태웠다. 재초차 남기지 않고 타버린 파편은 그대로 지구에서 소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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