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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59화 (59/1,497)

〈 59화 〉1부 4장 (16)

- 마스커레이드는 능력치, 외형 등을 모두 복사해냅니다. 본인의 경지 C등급 위로는 복사 불가능하니, B급 히어로를 동료로 들이는 것도 들이면 쉽게 공략 가능합니다. (좋아요 2, 싫어요 7)

ㄴ 네 다음 뉴비. 1장에 B급이 잘도 동료로 들어 와주겠다. 그냥 설화공주 부르지?

ㄴ 환속 친화력 A급이던데 첨부터 A급이면 사실상 메타○ 인정?

ㄴ 아니 보기만 하면 바로 복사하는데 어떻게 하라고ㅡㅡ

푸른 하늘의 데스디나스 발매 2주일 후, 1장 공략 팁.

* * *

쿠웅!

철표의 강철 주먹이 휘둘러진다. 본회의장의 문이 박살 나며, 주먹에 얻어맞은 여인은 통로를 굴렀다.

"......."

목에 두른 베일은 외부의 공격을 원천 봉쇄한다. 하지만 베일이 닿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방어가 취약하다.

"어디서 그런 기물(奇物)을 얻었지?"

철표가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오며 입맛을 다셨다. 두꺼운 철판도 구겨버리는 주먹에 얻어맞고도 눈앞의 여인은 피 한 방울 토해내지 않았다.

"......."

여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면을 손으로 만졌다. 끝까지 정체를 숨기려는 듯했다.

"이미 늦었다, 천가을."

"...!"

여인, 가을이 가면 속에서 입술을 깨물었다. 정체가 드러났지만 가면을 벗을 수 없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지 마라. 네가 창문을 뛰어나오는 순간부터 너를 봤으니."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가을은 베일을 정돈했다. 철표는 슬쩍 스마트워치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지금 동작에서 벌어지는 학살. 당신은 알아?"

가을이 목을 가리켰다. 철표는 제 목에 각인된 소나무 문양을 만지작거리다 웃었다.

"당연히 알지. 우리가 그것 때문에 서울로 올라왔는데."

"...당신들 히어로잖아! 사람 살리고 괴수 퇴치하는!"

가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소나무 부대.

사시사철 푸른 나무처럼 올곧은 정신과 마음으로 이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나쁜 마음을 고쳐먹은 모범수들. 교화된 이들은 언제나 웃는 얼굴로 신서울의 약자들을 위해 힘쓰고 봉사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신서울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본 그들의 모습은 위선이고 거짓이었다. 그들의 실체는 본질적으로 범죄자, 살인마였다.

"쯧. 얌전히 신서울에서 연기나 했으면 조용히 살 수 있었을 것을."

철표가 혀를 차며 어깨를 돌렸다. 불에 탄 본회의장 안에서 가을은 독 안에 든 쥐였다.

"숨기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서울에서 각성한 건지는 나는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마력이 높더라도."

철표가 뛰어올랐다. 가을은 황급히 옆으로 몸을 날렸다.

"네 죽음은 변하지 않는다."

콰앙!

본회의장 바닥이 폭발했다. 가을은 철표의 주먹을 피했지만, 그 폭발의 충격에 몸이 흔들렸다.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초보들이 종종 하는 실수지."

철표가 자세를 바로잡고 제자리에서 정권을 내질렀다. 마력이 실린 풍압이 가을을 덮쳤고, 칼바람은 베일이 닿지 않는 곳을 철저히 유린하며 가을의 몸에 생채기를 냈다.

"마력은 각성했지만 제 이능을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서."

철표가 다시 앞으로 몸을 날렸다. 가을은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안간힘을 썼지만, 다리가 굳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일방적으로 유린당하는 공포. 철표에게서 보라색 괴수의 그림자가 비쳤다. 주차장에서 자신을 죽이려 달려들었던 그 괴수.

"!!"

가을이 본능적으로 두 팔을 들어 머리를 보호했다. 철표의 주먹은 그대로 가을이 들어 올린 팔을 내리찍었다.

쿠웅!

"......푸흡."

가면 아래로 붉은 선혈이 흐른다. 본능이 마력을 끌어 주먹의 충격을 막아냈지만, 막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피했어야 했다.

"신체 강화 능력자가 아님에도, 마력으로 몸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모르지. 지금처럼!"

철표가 다리를 들어 올렸다. 무쇠처럼 빛나는 다리가 가을을 베일 째로 옆에서 차 날렸다.

까앙!

철과 철이 맞부딪히는 소리. 철표는 다리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순간 착각이 들었다.

찢어진 옷 사이로 드러난 가을의 피부는 철표의 피부처럼 강철로 뒤덮여 있었다.

"누가, 내 능력을, 모른다고?"

마스크 속 가을의 눈이 번뜩였다. 동공에서 회색빛 마력이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었다.

"이미 귀에 딱지 생기도록 밤낮으로 들었거든?!"

가을이 주먹을 휘두른다. 전투경험조차 없어 마구잡이로 내질렀지만, 그 주먹은 철표와 마찬가지로 강철로 뒤덮여있었다.

카앙! 카앙!

철표와 가을의 주먹이 부딪힐 때마다 파공성이 퍼진다. 망치가 모루를 때리듯 청명한 쇳소리가 본회의장을 채우지만, 맞부딪히는 두 이능력자의 표정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되는대로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차는 가을과, 복싱하듯 스텝을 밟으며 피하고 반격을 하는 철표.

언뜻 보기에 둘의 박투는 호각지세로 보였다.

까아앙!

가을이 두 손으로 밀치는 것으로 철표의 몸이 붕 떠서 날아갔다. 철표는 급소는커녕 가드를 올린 두 팔뚝만이 살짝 구겨져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그에 반해 가을은 온몸에 타박상이 가득했다. 베일로 가린 급소는 간신히 타격을 면했지만, 철표는 집요하게 베일에서 노출된 팔과 다리를 때렸다. 강철 피부가 해제됨과 동시에 그 충격이 타박상으로 남았다.

"신기하군. 어떻게 나와 똑같은 능력을 각성할 수 있지?"

철표가 치를 떨었다. 상대는 마치 제 능력을 복사라도 한 듯 이능력이 너무나도 똑같았다.

"하아, 후우."

가을이 책상에 몸을 기대고 숨을 몰아쉬었다. 입안에 고인 침에서 비릿한 철 맛이 났다.

"퉤."

본회의장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이 떨어졌다. 가을은 가면을 다시 얼굴에 고정했다. 흰 가면에에 피가 묻었다.

철표는 목을 좌우로 꺾었다.

"포기해라. 얌전히 있으면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주지."

"동작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아?"

"참 대단한 히어로 납셨군. 네가 가면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나?"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

철표가 주먹을 쥔다. 가을이 다시 자세를 낮추었다.

능력도 같고, 마력도 비슷하다면, 당연히 전투의 승패는 경험에서 갈린다. 일반인인 가을이 철표에게 밀리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에도 가을은 끝까지 의지를 놓지 않았다. 지금도 동작에서는 소나무 부대의 이능력자들이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을 것이다.

힘이 없을 때는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힘이 생겼으니, 지킬 수 있다.

"좋다. 나도 그쪽 드라마 자주 봤던 만큼, 기회를 주지."

철표가 검지를 들어 베일을 가리켰다.

"그 보호구를 벗고 전력으로 덤벼라. 만약 네가 내게 일격을 먹인다면, 너를 순순히 보내주도록 하지."

"내가 거기에 속을 줄 알고?"

가을은 감각을 끌어올렸다. 상대의 표정, 행동, 몸짓, 그리고 풍기는 마력까지. 무덤덤한 상대로부터 읽어낸 감정에 거짓은 없었다.

철표는 진심으로 내기를 걸고 있다. 가을은 베일은 만지작거렸다.

"......"

한번 하기가 어렵지, 두번째 부터는 하기가 쉬워지는 법이다. 하지만 가을은 베일을 내려놓지 않았다.

"이런 얄팍한 방법으로 날 속일 수 있을 거 같아?"

"그래. 하지만 너, 각성한 지 얼마 안 됐군. 싸워보니 알 것 같다."

철표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사나운 표범이 먹잇감을 노리듯 입을 쩍 벌렸다.

"마력이 들끓어 미칠 것 같지. 전신에 활력이 돌고, 제 마력과 이능력에 취해 심장이 두근거리지. 그리고 자랑하고 싶어. 내가 이능력자다, 내가 이만큼 강하다. 마약 같지 않나? 이능력으로 각성한 누구나 다 그러지. 힘을 과시하고 싶어서."

"......악당들은 원래 그렇게 말이 많아?"

철표가 배를 잡으며 웃었다.

"크하하! 나는 나라에 정식으로 등록된 히어로다! 너는 그 임무를 막으려고 하는 이능력자, 빌런이지! 누가 악당이라고 할 수 있겠나?"

"아무 죄 없는 사람들 죽이는 살인마들이 히어로라고 한다면, 나는 차라리 그냥 빌런이 되겠어!"

가을이 주먹으로 옆의 책상을 내려쳤다. 강철의 주먹이 책상을 일격에 부숴버렸다.

철표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상대의 이능은 조금 더 정교해지고 강해졌다. 이능력의 활용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징조였다.

"싸울 맛이 나겠어."

피식. 철표는 주먹을 맞부딪혔다가, 아쉽다는 듯 입술을 핥았다.

"근데 미안하군. 우리가 지금 바빠서."

새액-

가을이 화들짝 놀라 뒤돌아본다.

본회의장 입구에선 여인이 활시위를 놓았다. 목에 두른 스카프 아래에 소나무 문신이 비쳤다.

새액--!

마력의 화살이 허공을 가른다. 가을은 재빨리 마력으로 몸을 강화하고, 베일을 들어 올려 화살을 막으려 했다.

순간, 화살이 크게 휘었다.

푹.

"아...?"

가을은 등에서 느껴진 아픔에 입술을 깨물었다. 호선을 그리는 화살은 가을의 몸을 돌아 뒤에서 심장을 찔렀다.

"역시 로빈. 화살의 궤적도 자유자재로 다루는 활의 명수."

"뉴비는 사과보다 맞추기 쉽지."

가을의 몸이 쓰러졌다. 마력의 화살은 빛이 되어 사라졌다.

철표가 가을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가을의 눈에 돌던 회색빛이 점점 희미해졌다.

"그러게 왜 뛰쳐나왔어. 조용히 숨어있었으면 조금 더 살았을 텐데."

털썩.

본회의장 통로에 붉은 피가 강물처럼 흘러내렸다.

* * *

막이 내린다.

무대 위의 조명은 전부 켜지고, 관객들은 하나둘 짐을 챙겨 객석을 떠난다. 스탭롤이 한창 올라가는 와중에도 가을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천가을. 향년 28세.

이능력을 각성했으나 소나무 부대 히어로들과 마주쳐 피습,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과다출혈로 사망.

그것이 천가을이 걸어온 인생의 끝이었다.

"아, 아흐, 아아."

가을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개를 숙였다. 눈에 맺힌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허벅지를 적신다. 후회되고, 후회되지만 돌이킬 수 없다.

천가을은, 죽었다.

"어때? 죽어본 소감이."

오른쪽에 앉은 관객이 묻는다. 천가을과 똑같은 생김새의 여자는 얼굴에 흑백의 가면을 쓰고 있다.

"화나고, 억울하고, 미쳐버릴 것 같지? 내가 왜 그랬을까. 그냥 숨어 있을 걸."

"시끄러...!"

가을이 고개를 들었다. 가면의 천가을은 통로 하나를 두고 앉은 옆자리에서 스탭롤을 가리켰다.

"28년의 인생, 14년의 배우 인생, 그리고 10분도 안 되는 이능력자의 인생. 어쩌면 새롭게 시작했을지도 모르는 2막이 그대로 끝나버렸어."

가면의 천가을이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가리켰다. 스크린에는 조금 전의 본회의장에서 있었던 장면이 되감기 되었다.

"냉정해야 했어.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힘이 생겼다는 고양감에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았지. A급 이능력자, 그게 특별한 건 줄 알아? 대한민국에 A급만 몇 명인데."

"알고 있어!"

"아는데 왜 그랬니? 알고 있었으면 나대지 말았어야지."

영상 속 가을의 눈에서 회색빛이 꺼졌다. 동공은 초점을 잃고, 심장을 찔린 곳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와 본회의장 아래쪽 끝까지 닿았다.

- 천가을, 사망 확인. 이제 어떻게 할까요?

- 물건을 찾을 때까지 내버려 둬. 찾고 나면 의사당에 다시 불을 지른다. 어디 이상한 곳은 찾지 못했나?

- 천가을이 나온 의장실을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무언가 마력이 작용한 결계같은 것이 있습니다.

- 가지. 당첨이다.

가을이 상대한 남자와 가을을 죽인 남자가 본회의장을 떠났다. 완전히 의식을 잃기 전, 천장을 향해 대자로 누운 가을이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 위로 손을 뻗었다.

- 미...안....

털썩.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마력으로 신체를 회복하거나 할 수도 없는 명실상부한 죽음이었다.

"도대체 뭐가 미안했던 거야?"

"......여러 가지."

가을이 몸을 숙였다. 눈물이 그대로 속눈썹을 타고 땅에 떨어졌다.

"사람들 못 구하게 돼서 미안하고, 부모님께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게 돼서 미안해. 그리고...."

가면의 천가을이 영상을 다시 앞쪽으로 되감았다. 의장실에 나타난 푸른 괴인은 가을의 베일을 정돈해주고는 다시 몸을 감췄다.

왈칵. 가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내 멋대로 행동해서.... 배신한 것 같아서 미안해."

"그래. 그러게 알면서 왜 그랬어."

가면의 천가을이 가면을 벗었다. 가을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고 피부에 상처가 많은 여자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가을을 비웃었다.

"이제 인간 천가을은 죽어버려서, 사과할 기회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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