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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54화 (54/1,497)

〈 54화 〉1부 4장 (11)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형님?"

적송은 안절부절하며 구로의 전장으로 눈이돌아갔다. 철표는 금방이라도 구로로 돌아가려하는 적송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는 워치를 가리켰다.

"우린 우리 할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작게 띄운 스크린에는 누군가로부터 전달된 밀명이 있었다. 적송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수색하라. 발견된 모든 존재는 즉시 사살하라.

"대통-"

"이 새끼가?!"

퍽. 철표가 적송의 뒷통수를 다시 때렸다. 아직 소나무 부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라 빌런 때의 경솔함이 남아있었다.

"잘 들어. 우리는 그냥 명령대로 이행하면 되는 거다. 알겠냐?"

"그치만...."

"그치만이고 나발이고. B팀 부대가 합류하지 못한 이상, 우리가 둘로 나뉘어서 임무를 완수해야 해. 알겠냐?"

철표는 뒤에 따라온 부대원들을 지정했다. 이미 그와 함께 수차례 임무를 같이 했던 베테랑들.

"너, 너, 너. 적송과 함께 움직여라. 나머지는 나와 함께 여의도로 간다."

"라져."

소나무 부대의 베테랑은 곧 수많은 임무를 완수한 자들을 뜻했다. 그리고 그 임무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어둠 속에서 행하는 대부분의 것들이다.

요인암살, 불순분자 제거, 코어 탈취.

온갖 범죄의 온상임에도 그들은 묵묵히 따라야 했다. 원래 출신이 악질 빌런들이라 범죄에 익숙한 것도 있고, 임무를 하나 완수할 때마다 그들의 형기는 줄어들었다.

적송은 부대원들과 함께 다시 임무를 확인했다.

"......아, 진짜."

적송은 붉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미 철표는 역사로 들어가 전철길에 발을 올렸다.

"이거 진짜로 해야 하는 겁니까?"

"싫으면 하지 마라. 대신 네 복역일수는 줄기는 커녕 늘어날 테니."

다른 부대원의 말에 적송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구잡이로 날뛰었던 빌런일 때는 몰랐는데, 막상 소나무 부대가 되어 족쇄가 채워지니 자유를 갈망하는 저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서...?"

- 지하에 숨어든 간첩들을 제거하라. (1명당 1일).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지만, 간첩이라는 말이 뜻하는 이들은 명백했다.

학살.

동작 지하에는 수만 명의 난민들이 지하 토굴 속에 숨어있었다.

* * *

"현재 B급 1명, C급 4명이 없습니다! 소나무 부대는 별동대로 구로를 떠났습니다."

"알겠습니다."

운사는 지도에서 움직임을 확인했다. 소나무 부대가 지휘관의 명령을 받아 별동대를 움직이는 이상, A팀의 전력은 더욱 약화되었다.

"오히려 잘 된 거죠, 팀장님. 소나무 부대 애들 분위기만 흐리니까."

"전력으로서는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사람마다 생각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겠지만, 소나무 부대 히어로들은 출신이 출신인 만큼 다른 히어로들에게는 기피의 대상이었다.

오히려 아무런 선입견 없이 판단하는 운사가 보통이 아닐 정도로.

"헬하운드는 전부 처치. 화염거인은 체포. 구로는 이걸로 끝입니다."

운사는 여전히 덕배의 위에 서 있었다. 템페스트 레이디가 기절한 덕배의 몸을 이리저리 찌르며 반응을 확인했다.

"구름으로 수갑을 채운 거예요? 이러다 도망가면 어쩌려고?"

"제가 의식을 잃지 않는다면 절대 풀리지 않습니다."

"그러면 뭐. 그런데 그 화염거인의 정체가...."

독산역에서 날뛰던 괴수가 사실은 인간 이능력자고 빌런이었다는 게 놀라웠다. 회백색의 바위 피부 사이로 흐르는 청백의 혈관도 어딘가 신기하게 보였다.

"이제 저희 어쩌죠?"

"지휘관에게 중간보고를 하겠습니다. 납치당한 히어로들을 찾아야 할 겁니다."

운사는 지휘관을 호출했다. 스크린 속 신진광의 표정이 어쩐지 좋지 않았다.

"......?"

운사는 보고하는것도 잊고 스크린 너머를 확인했다. 조금 전까지 있던 남자 하나가 없다.

"지휘관. 죄송합니다만 화권은 어디에 있습니까?"

- 인명 구조활동.

"예?"

- 서울을 이 잡듯이 뛰어다니며 인명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나참, 어이가 없어가지고....

운사는 본부로부터 히어로 이승형이 이동한 동선 정보를 받았다. 안양에서부터 시작해 북상하는 움직임은 서울 전체를 마력으로 훑는 것처럼 오 다녔다.

"정말 히어로로서 귀감이 되는 자입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혹시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을 구하려고-"

- 착각하지 마라, 운사. 서울에 남은 이들은 전부 범죄자일 뿐이다. 알겠나?

운사가 드물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건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저 서울에서 도망치지 못해 서울에 남게 된 것뿐입니다. 단지 위기관리지역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된다면, 서울을 수복하고 이곳에 살던 모두를 체포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 에에이! 시끄럽다!

운사가 단호하게 신진광의 말을 끊고 제 말을 이어나갔다.

"지휘관님의 명령에는 따릅니다만, 이것 하나만큼은 아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괴수를 퇴치하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지, 빌런들과 짝짜꿍하거나 무고한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운사가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 저희 A팀은 납치된 히어로들의 구조를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중에 신호가 잘 잡히지 않을 수도 있으니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

- 뭐? 야! 너 이 삼사 놈들....

뚝.

운사가 스크린을 내려버렸다. 템페스트 레이디가 떨떠름한 눈으로 운사를 바라봤다.

"...괜찮겠어요? 그래도 지휘관인데."

"명령 불복종으로 추후 징계를 받으면 끝납니다. 지금은 납치된 히어로들을 구출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어디 반응은 있었습니까?"

템페스트 레이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헬하운드가 물어간 이들의 반응은 구로에 일절 없었다.

"여기에는 없어. 어디 다른 곳으로 이동했나 봐요."

"...강서 방면이나 여의도 방면으로 갔을 수도 있겠습니다."

운사가 아쉬운듯 덕배의 어깨를 흔들었다.

"이 자가 깨어나면 뭔가 정보를 캐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럴 시간은 없습니다. A팀! 지금부터 구로를-"

흠칫. 대기 중의 마력이 크게 흔들렸다. 운사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경계!"

전투 후 숨을 고르던 히어로들이 의문스러워하면서도 운사를 중심으로 진을 짰다.

본부에서 오는 데이터에는 별다른 마력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이 불쾌한 감각은 무언가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하게 했다.

"템페스트 레이디!"

운사의 호출에 템페스트 레이디가 곧장 하늘로 치솟았다. 숙련된 바람술사들이 자주 보여주는 허공답보. 하늘로 높이 떠오른 템페스트 레이디는 사방을 훑었다.

"......?!"

경악.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고, 그걸 제 눈으로 봐놓고도 믿을 수 없었으니까.

"...이런 미친!"

템페스트 레이디는 제 워치를 돌려 영상 정보를 히어로들과 본부에 보냈다.

운사는 아래에서 그 영상을 확인하고 숨을 삼켰다.

".....부활?!"

좀비라는 표현이 옳을까, 아니면 반염(半炎)의 괴수라고 부르는 게 옳을까.

- 헤, 헬하운드들에게서 이상 반응! 구로, 강남 할 것 없이 헬하운드들의 시체에서 불이 붙었습니다!

불은 붙었다. 하지만 그 불은 시체를 소각하는 불꽃이 아니라, 헬하운드들의 상처를 채우고 네 발로 딛고 일어서는 새로운 육신이 되었다.

크르르륵.

온몸에서 푸른 불꽃을 풍기는 헬하운드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 마리.

적송에 의해 세로로 반 갈라져서 죽었던 헬하운드의 왼쪽 몸은 전체가 푸른 불꽃으로 타오르며 부활했다.

인류가 괴수들과 전쟁을 벌인 이래 이런 괴이한 현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차원문의 영향인가?!"

운사는 혀를 차며 마력을 모았다.

세계 최초로 등장한 화마룡의 차원문. 비록 그 문은 닫혔지만, 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안 그래도 강했던 헬하운드다. 그런 녀석들이 좀비처럼 부활해 다시 달려든다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

"어떡해?!"

템페스트 레이디가 급히 하강해 의견을 구했다. 아직 신진광의 지휘는 전해지지 않았다.

운사가 스크린을 내려버린 것에 대한 치졸한 복수인지, 아니면 패닉에 빠져서 재빨리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운사는 판단했다. 이대로 구로에서 포위망이 형성되면 자신들은 죽은 목숨이라고.

"...영등포로 북상합니다! 이미 남쪽으로 도망치기에는 늦습니다!"

"어떻게 하려고요?!"

육중한 거구를 제 등에 업은 운사는 빠르게 이동 루트를 그려 히어로들에게 전달했다. 여의도로 북상해 동 쪽으로 돌아 관악산을 가로지르는 귀환 루트.

"도망칩시다!"

현 시점에서 운사가 내린 최고의 판단이었다.

* * *

그 시각. 강남은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젠장! 저것들 뭐야!"

하나둘 몸을 일으키는 헬하운드들.

다리가 잘린 헬하운드는 불꽃의 다리로 일어서고, 목이 잘린 헬하운드는 목 위로 불꽃의 대가리가 돋아났다.

결손된 부위를 채우는 푸른 불꽃은 마치 부두술사가 좀비들을 깨우는 것과 같았고, 하나 둘 부활하는 B급 괴수들에 히어로들이 질겁했다.

"보통 저러면 부활해서 더 강해지지?"

"아이고, 신령님께서 도망치라고 하셨을 때 진작에 튀었어야 하는데!!"

선무당은 도로에 얼굴을 처박고 오열했다. 이미 그는 손이 등 뒤로 묶여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마력의 흐름을 방해하는 이능력자 전용 수갑은 선무당 휘하의 빌런들에게 모조리 채워져 있었다.

"크하하, 신께서 노하신 거다! 신벌이다!"

흑염룡은 그 푸른 불꽃을 보며 환희했다. 헬하운드 좀비들이 일어서는 그 광경을 마치 신의 구원으로 여기는듯한 행동에 풍백이 스틱을 휘둘렀다.

퍽.

흑염룡이 뒷목을 맞고 고꾸라졌다. 합동기를 파괴하느라 힘을 다쓴 흑염룡은 진작에 제압당해 수갑을 차고 있었다.

"육시럴. 운사를 데려올 걸 그랬나?"

풍백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우사도 입꼬리를 비틀며 긍정했다.

비, 바람, 구름.

정부에서는 물을 다루는 마법사와 바람을 두르고 달리는 노인, 그리고 탐식운이라는 특이한 이능력자를 하나의 팀으로 묶어 신화 속 삼사(三師)의 이명을 부여했다.

이미 삼사로 묶이기 전부터 명성이 높던 운사는 풍백과 운사의 지도하에 전도유망한 A급이 되었다.

"그 아이가 있었으면 탐식운으로 진작에 다 먹어 치웠을 텐데."

"아쉬운 소리 마시오, 영감님. 그쪽은 그쪽대로 고생하고 있지 않겠소."

전장의 지도는 구로 쪽도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둘 늘어나는 붉은 점들. 퇴치한 헬하운드들이 부활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꿀꺽.

헬하운드들이 하나둘 불꽃을 흘리며 히어로들을 포위했다. 풍백이 전장 확보를 위해 양쪽 도로로 치워버린 것이 화근이 되었다.

"우사야. 마력 얼마 남았는감?"

"...칠 할? 아직은 멀쩡하우. 저놈들 방해만 없으면."

우사가 저 멀리서 우왕좌왕하는 빌런들을 노려봤다. 하늘성을 위시한 빌런들은 벌써 저만큼 거리를 벌렸다.

"내 저럴 줄 알았지."

히어로와 빌런. 인류의 위험을 상대로 등을 맞대고 함께 싸운다는 선택지는 빌런들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전장에서 꽁무니를 뺐다.

"내 그래도 하늘성 저 양반은 괜찮게 봤는데."

"빌런이면 빌런이지 좋은 빌런이 있고 나쁜 빌런이 있는감? 끌끌. 괜찮네. 어차피 이 정도는 위기도 아니지 않은가!"

풍백이 호기롭게 외치자 히어로들이 동조하며 사기를 끌어 올렸다.

100여 마리에 이르는 헬하운드 좀비들. 8년 전 평양 사태로 극성일 때와 비교하면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우사는 하늘 높이 지팡이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두 당 세 마리씩만 잡읍시다!"

캬아아앙!

헬하운드 좀비들이 히어로들에게 달려들었다.

* * *

"역시 서울을 떠야 합니다! 하늘성, 이건 미친 짓이에요!!"

부하들이 동요한다. 다시 살아난 헬하운드들의 위세에 겁을 먹어도 단단히 먹었다.

이능력을 해제하고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하늘성은 중절모를 고쳐 썼다. 이미 그의 상의는 변신으로 찢어져 너덜너덜해졌다.

"기다려라."

그자는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응원군을 보낼 테니 살아남은 자는 퇴각하라는 지시.

퍼드득.

하늘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내려왔다. 푸른 불꽃을 흩날리며 내려온 미니피닉스에 부하들이 놀라 무기를 들었다.

"역시. 저건 너희들 짓이었군.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 거지?"

- 일손이 부족하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죠. 아, 지금은 헬하운드 손인가?

가로등 위에 앉은 미니피닉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성은 국회의사당에서 본 그 자임을 확신했다.

"네놈들! 우리를 기만했어!"

"하늘성, 도대체 무슨...?"

부하들이 마치 흑염룡을 보던 눈으로 하늘성을 봤다. 하늘성은 그 의아한 눈초리에 재빨리 무슨 일인지 깨달았다.

"마력 의사전달?"

- 정답이에요. 당신 부하들에게는 새 울음소리만 들리겠죠.

"어디 있지? 강남 근처에서 숨어있는 건가?"

- 아니요. 그럴 리가. 하지만 이쪽에서 강남이 보인다는 거만 알아둬요. 등대의 눈은 지금 서울 전역을 훑고 있으니까.

"...흑염룡처럼 이능력을 강화했군. 그래서 등대가 너한테 붙은 거였어."

하늘성은 이를 갈았다. 저들은 강남이 쑥대밭이 되는 걸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도 모른척했다.

물론 지휘를 거부한 것은 하늘성 본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자신을 되돌아볼 정도로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아직 전투의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이 개자식! 뒤에서 숨어서 지켜보는 게 그리 좋더냐!"

- 무슨 말이에요? 우리도 구로에서 얼마나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이쪽이 본대인 줄 알아요? 히어로들 주력은 아직 안양에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띠링.

하늘성의 스마트워치가 울렸다. 변신의 여파로 부서질까 중절모 안에 부착해둔 워치를 꺼낸 하늘성이 메시지를 확인했다.

"......!!"

전송된 파일은 속보로 전해지는 언론 기사들의 헤드라인. 지휘본부에서 속기로 전해지는 내용은 자극적이면서도 전황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속보] C급 히어로 이기성, 괴수들에게 납치

[속보] A급 빌런 화염거인, 운사에게 체포

[속보] 구로 디지털단지 전괴(全壞). 재산 피해는 얼마?

[속보] 신진광, 전력으로 서울을 복구할 것 재차 약속

[속보] S급 투입은 언제? 도 교수 "아끼다 똥 된다" 발언 뭇매

히어로들이 서울 수복 작전이랍시고 서울에 들어선 순간부터 분단위로 갱신되는 속보들. 그 헤드라인들만 살핀 것으로 하늘성은 전황을 금방 파악했다.

"구로가 붕괴.... 거기에 아직 S급들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 그런 셈이죠. 아무튼 수고했어요. 당신들은 이제 이쪽으로 도망쳐서 숨어있어요.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미니피닉스가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성은 멍하니 그 날개짓을 바라보다 워치에 도착한 지도로 눈을 돌렸다.

"...지하?"

- 아아, 들리나? 하늘성, 벌써 뒤지신 건 아니지?

스크린에 금발벽안의 남자가 얼굴에 검댕을 묻히고 나타났다. 안전모를 쓴 그의 뒤로 '강남역'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 사람 구하러 오라는 말 듣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게 빌런들 구하게 될 줄은 몰랐네. 뒤지기 싫으면 알아서들 이쪽으로 와라. 얼마 안 기다릴 테니.

지하에 활로가 생겼다. 빌런들이 재빨리 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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