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41화 (41/1,497)

〈 41화 〉1부 3장 (9)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서울을 수복하겠다 선언했지. 다름아닌 선의철 대통령 본인이."

가을이 발언하자 빌런들이 귀를 기울였다. 신비한 분위기 덕분인지 아니면 그들이 미인에 굶주린 건지, 빌런들은 가을의 목소리에 홓혔다.

"지금까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참가 의사를 밝힌 히어로의 수가 100명을 넘어. 사실상 경기도, 인천에 있던 히어로들이 지금 서울로 진격해 온다는거야. 하나같이 너희들같은 어중간한 C, B급이 아니라, 괴수와의 전투 경험이 풍부한 백전노장의 A급들."

"지금 우리를 무시-"

"내가 말하고 있잖아."

빌런 하나가 열받아서 일어서지만 가을이 손가락을 들어 그에게 향하자, 빌런은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거기에 S급 둘이 같이 온다네. 너희들, S급 있니? 어디 있는 사람 대답해봐."

빌런들이 모두가 말을 삼켰다. 오로지 하늘성만이 자신있게 입을 열었다.

"조직 전체가 달려들면 어떻게 해볼수 있지. 그러는 네 조직은 S급 둘을 이길 수 있나?"

"물론. 가능해. 둘 다."

호언장담하는 가을의 말에 막 상처를 마력으로 치료한 땅개가 일어서며 소리쳤다.

"개소리! 그 얼음땡이 이길 수 있는 이능력자는 한국에 없어! 그 화권인지 훠거인지 하는 놈팽이 놈도!"

"이길 수 있으니까 이렇게 왔지. 우리 청화단 아래에서 싸우면 히어로? 협회? 다 이길 수 있어. 간단하지?"

땅개가 얼척없다는듯 제 목을 가리켰다. 피부조직이 벗겨진 그 상처에는 소나무 문양이 낙인처럼 찍혀져 있었다.

"이게 뭔지 아나? 망할 정부놈들한테 잡혀서 '재사회화'된 빌런들의 노예낙인이다. 날 체포해서 감옥에 집어넣은 년이 설화공주 그 년이고!"

"그건 네가 약해서 잡힌거잖아? 우린 달라."

"하, 이길 수 있으면 네 년 조직이 알아서 처리하시던가. 왜 여기 와서 지랄이야, 지랄은."

가을이 다리를 꼬았다. 사제복이 흘러내리며 드러낸 청바지의 선에 땅깨가 침을 꿀꺽 삼켰다.

"기회를 주는 거야. 우리 청화단에 들어올 기회. 지금 바로 들어오는 사람은 간부로 추천해줄게. 어때?"

빌런들이 폭소했다. 여전히 가을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기회? 크하하! 누굴 동네 그지새끼로 아나!"

"염동력 좀 쓸 줄 안다고 깝치는 모양인데, 아줌마. 설화공주보다 나이 많고 약하면 좀 닥치세요. 질투하지말고."

가을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렸다. 떨리는 어깨에 투박한 마력이 올려졌다. 가을이 슬쩍 제 어깨에 손을 올렸다.

"길게 시간 끌 필요없이 지금 물을게. 우리 청화단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있어?"

당연히,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가을은 예상했다는 듯 눈썹을 으쓱였다가 말을 이었다.

"좋아. 갑자기 우리 조직 아래에 들어오라고 하면 당연히 판단이 어렵겠지. 너희도 각자 조직이 있고 가오가 있을테니. 그래서 딱 한 명, 딱 한 명에게만 기회를 줄게."

가을의 눈이 빌런들을 훑었다. 탁자위를 검지와 중지로 걸어가듯 옮기던 가을의 손이 맞은편 남자를 가리켰다.

남자가 앉은 자리에는 송파, 흑염소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당신, B급이지?"

"아닌데? A급인데?"

흑염소의 의연한 태도에 가을이 웃었다.

"B급 끝에 걸쳐있어도 A급이랑은 다르지. 80점 커트라인 시험에 79점 맞으면 합격시켜주는게 아니잖아?"

"그래. 나 아직 A급 못 된 B급따리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흑염소가 일어섰다. 손에서는 검붉은 불길이 치솟았다.

"당장 타죽고 싶다면 말해라. 뼛조각 남기지 않고 다 태워버리-"

"당신의 이능력, 우리 청화단이 올려줄게. 지금바로 A급으로."

흑염소의 불길이 꺼졌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선언에 흑염소의 두 눈이 흔들리며 주변을 살폈다. 다른 이들도 어안이 벙벙해져 할 말을 잃었다.

"이, 이거 제대로 미친 년이네. 하늘성! 언제까지 이거 놔둘거야. 당장 치우고 제대로 회의 시작하자니까!"

"...잠깐."

하늘성이 손을 들어 다른 빌런을 제지하고 일어선 흑염소를 가리켰다. 흰 눈썹 아래의 찢어진 눈은 가을, 그리고 가을의 뒤를 노려보고 있었다.

"구로의 청화단이라고 했나?"

"구로말고 영등포도 있지만, 그래. 청화단이야."

"정말로 너희 조직이 이곳에서 발언권을 얻고 싶다면 힘을 증명해라."

"어떻게?"

하늘성은 떨리는 마력을 가라앉히고, 일어선 흑염소를 가리켰다.

"네 말대로 저 남자를 바로 A급으로 만들어봐."

"그래? 쉽네."

가을이 곧바로 식탁위로 올라갔다. 하이힐이 식탁위를 걸으며 로브 사이로 드러난 다리에 남자들이 침을 삼켰다.

"머리."

가을이 흑염소의 앞에 서서 오른 손을 뻗었다. 마치 세례를 하는듯한 뻗어진 손에 흑염소는 기가 차서 하늘성에게 물었다.

"하늘성, 이거 꼭 해야해?"

"해줘라. 무슨 이상한 짓 하면 곧바로 내가 움직일테니."

"성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흑염소는 불안함을 이겨내고 빈정거리는 태도로 두 손을 모았다.

"자, 그러면 이제 어느 신을 믿어야되지?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아, 뭐 새로운 종교라도 만드셨나?"

가을이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태양."

"뭐?"

가을은 왼 손으로 베일을 더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베일 사이로 비친 가을의 목덜미가 살짝 붉어져있었다.

"태양만세, 라고 한 번 해봐."

"푸하하하하!"

흑염소가 배를 잡으며 뒤집어졌다. 다른 빌런들의 상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크흐, 나라에는 소나무부대가 날뛰더니 이제 서울에 사이비 종교가 들어섰구만! 크흐, 그래. 이렇게 하면 되냐?"

흑염소는 아예 작정한듯 기사가 서임을 받듯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 가을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그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태양만세! 크, 크하하! ......하?"

흑염소의 몸 속에 있던 마력이 들끓었다. 온 몸의 피부가 갈라지고 각질이 푸스스 흘러내렸다. 흑염소의 몸에 검붉은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미친-"

"그마-----안!!"

막 제 무기들을 들고 일어서려던 남자들을 하늘성이 노성과 함께 마력을 일으키자 곧바로 굳었다.

"아니 미친!"

땅개가 불신 가득한 눈으로 가을과 흑염소를 번갈아봤다. 순간적으로 마주친 하늘성과의 시선은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진짜 각성이라고?"

이능력자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성장. B급에서 A급으로 오르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 직접 겪어본 땅개로서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오, 오오오! 히야아아! 끄오오오어어오오오어어어!"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괴성을 내던 흑염소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온 몸에 타오르는 검붉은 불꽃은 그 전까지의 탁한 색이 아닌 조금 더 선명한 색을 띄고 있었다.

파사삭.

몸에 일어난 각질과 노폐물마저 태워버린 흑염소의 피부는 갓 태어난 아이처럼 매끈해졌다. 그리고 빌런들은 느낄 수 있었다.

"A급으로...진화했다고…?"

B급에 있던 이들은 흑염소가 저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올랐음을, 그리고 A급에 있던 이들은 저보다 아래에 있던 자가 한 순간에 자신과 같은 경지에 올라섰음을.

"태, 태양만세!"

강동에서 온 빌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의 눈에도 어딘가 간절한 기운이 서려있었다. 다른 빌런들도 그와 비슷한 눈치였다.

"흥. 막차 떠났어."

가을은 그 눈길을 무시하고 탁자 아래로 내려가 제 자리에 앉았다.

"이제 회의를 재개해도 되려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참가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가 하늘성의 눈치를 봤다. 이미 하늘성도 가을을 제지하지 않는 눈치에, 오히려 다른 이들처럼 안달이 나있었다.

이들 중 가장 다음 경지에 오르지 못해 가장 답답한 사람은 하늘성이었다. 하늘성이 재촉하 듯 물었다.

"무슨 방법으로 이능력을 강제로 각성시킨거지?"

"그거야 알려줄 수 없지. 알고 싶다면."

가을이 검지를 땅밑으로 향했다.

"우리 청화단의 아래에 들어와. 그러면 능력과 공헌도에 따라서 적절히 보상을 줄테니까. 물론 그 보상에 이능력의 각성도...있다는거 잊지 말고."

"그럼 저 놈은 왜 그냥 각성시켜준건데!"

땅개가 억울함에 성을 냈다. 가을은 숨죽이며 그를 비웃었다.

"판촉은 끝났어, 멍청아. 각성이 얼마나 어려운건지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텐데?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운이 좋은거야. 모르모트로 나설 용기가 있었으니까."

가을의 말에 흑염소가 무릎까지 꿇으며 감읍했다.

"저, 저를 데려가주십시오! 당신의 조직에 들어가겠습니다!"

흑염소의 눈은 아까전부터 가을에게 홀려있었다. 다른 빌런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흑염소를 노려봤다.

"배알도 없이...."

"닥쳐! 날 A급으로 만들어주신 분이다! 이분은 신께서 보내주신 성녀다! 아니, 신이야!"

광신도와 같은 행동에 가을마저 질렸다. 예전에 사이비 종교에 관한 드라마를 찍을 때 참고했던 자료가 떠오를 정도였다.

가을은 헛기침으로 시선을 모았다.

"흐흠. 우리 아래에 들어오기를 원한다면 내일 정오, 여의도로 와."

"여의도라고? 그 마경을?"

땅개가 이죽거렸다.

"이봐. 거기 S급 괴수가 산다고 하는 섬이라고. 한강 넘어가는 유일한 통로. 아무리 자살희망자라도 이제 여의도는 안 가."

"오기 싫으면 오지마. 겁쟁이는 필요없으니까."

가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굳이 나라에 반기를 들면서까지 싸울 필요는 없어.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도 돼. 대신...."

화륵.

가을이 탁자에 손을 올리자, 탁자 전체에 푸른 불꽃이 일었다. 놀란 빌런들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나는 것을 본 가을은 피식 웃으며 손을 들었다.

섬섬옥수같의 고운 손가락이 빌런들을 하나하나 지목했다.

"송파, 강남, 서초, 동작, 금천, 양천, 강서.... 관악은 지난번 차원문 사건 때문에 없는거야? 흐음."

가을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빌런들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쳤다. 꼭 얼굴을 기억하겠다는 듯.

"우리 청화단이 서울을 점령했을때, 싸우지 않고 도망친 자들은 다시 서울에 발을 들이지 못할줄 알아."

단호한 엄포에 빌런들이 침묵을 지켰다. 가을이 막 떠나려고 발걸음을 돌린 순간, 땅개가 앞을 가로막았다.

"어딜 가려고! 그, 그래! 네년 사실은 협회의 첩자지?! 우리를 여의도에 불러서 다 체포할 생각인거야! 그리고 소나무 낙인을 찍겠지!"

"당신 아까부터 망상이 너무 지나친거 아니야?"

"시끄러! 성녀? 신? 지랄하지마! 이 년은 마녀야! 우리를 죽음으로 몰고 갈 마녀!"

콘크리트로 만은 검을 휘두르며 침을 튀기는 땅개는 어딘가 정신이 나간듯 보였다. 가을은 불쌍하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아. 오히려 살리고 싶어하지."

"개소리 집어쳐!"

땅개가 콘크리트의 검을 들고 가을에게 달려들었다. 하늘성과 흑염소가 놀라 달려들려했지만, 땅개는 그보다도 더 빨랐다.

"죽어라아아아!"

가을은 그저 로브를 슬쩍 들어올렸다.

[.......]

멈칫.

땅개가 높이 들어올린 검을 떨어뜨렸다. 두 눈은 가을의 로브 안쪽에 주렁주렁 달린 구슬들을 따라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죽일 생각이 있으면 진작에 이거 풀어서 죽였지. 안 그래?"

가을이 로브를 훌쩍 벗자, 수많은 구슬들이 우수수 식당 바닥을 굴렀다. 빌런들은 구슬들의 정체를 보고 경악했다.

전부다 C~B급 코어였다.

"뭘 그리 놀라고 그래?"

가을이 코어 하나를 주워 땅개에게 던졌다. 땅개는 몸을 던져 공중을 가르는 코어를 두 손으로 주웠다. 그리고 그는 코어를 감싸는 푸른 막을 보고 입을 벌렸다.

"이게...코어?"

"일부러 찢지 않는 이상 탐지기에 들킬 리 없을 거야. 넉넉하게 가져왔으니 끝나면 알아서들 챙겨가. 여의도로 오라는 초대장이야."

가을이 손을 흔들며 식당 밖으로 나섰다. 초대장을 바닥에 뿌린 주인이 떠나고, 빌런들은 바닥을 구르는 수십 개의 코어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내, 내가 먼저다!"

"이 새끼야! 이건 내 거라고!!"

빌런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코어를 줍기 시작했다. 오직 하늘성만이 눈을 감은 채 의자에 앉아 시름을 앓고 있었다.

* * *

잠시뒤, 강남 상공.

"가을씨, 솔직히 얘기해봐요. 경력은 많은데 막 여우주연상 그런거 탄 적은 없죠?"

"지금 제 연기 무시하시는 거에요?"

가을이 입술을 삐죽 내밀자 피닉스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S병원을 빠져나온 순간부터 인간형으로 바꾼 피닉스는 가을을 안아들고 천천히 구로로 날았다. 밤하늘에 푸른 불꽃의 날개가 펄럭였다.

"무시하는 건 아니고, 사람들 협박하는 거라면 제가 더 잘할 것 같아서요."

"...연기가 아니라?"

"네. 진짜로."

피닉스가 베일을 꼬며 웃었다. 가을은 크게 요동치는 날개짓에 화들짝 놀라 목에 감은 팔에 힘을 꽉 줬다.

"그, 그런데 야밤에 이렇게 날개 펼치고 가면 들키지 않을까요?"

인간형으로 돌아온 피닉스의 날개 뒤에는 평소보다는 작은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괜찮아요. 인식저해마법도 걸었고, 위성에는 안찍혀요. 충분히 높은곳까지 올라왔으니 육안으로 보일리도 없고."

"마법...? 피닉스 씨는 어디까지 이능력을 쓸 수 있는거에요?"

"이능력이든 마법이든 마력을 쓰는건 죄다 똑같은거니까. 음, 저는 치유마법 빼고는 거의 대부분 쓸 수 있어요. 치유마법은 수속성 전유물인데 그건 저랑 상극이라."

"...또 말 길어지시네요?"

피닉스는 웃으며 눈을 껌뻑였다. 무언가 다른 주제를 찾는 것 같았다.

"지금 보온마법도 가을씨한테 걸어뒀는데 안 느껴져요? 이미 엄청 높이 올라와서 추웠을텐데."

"...어디까지 올라온거죠?"

"비행기 다니는 곳?"

히익. 가을이 몸을 피닉스에게 더 붙였다. 공주님 안기로 안겨 날아가고 있지만, 제 몸을 지탱하는 피닉스의 팔은 가볍기 그지 없었다.

가을에게는 애석하게도, 피닉스는 가을보다 훨씬 체구가 작았다.

"차라리 괴인형으로 안아주면 안 될까요?!"

"안 돼요. 그거 말만 괴'인'형이지 사람이 아니라서, 엄청 사고방식이나 의사가 달라져요. 마치 제가 아닌것처럼."

"하긴 말투부터 달라지긴 했죠. 아."

가을이 무언가 깨달았다는듯 소리쳤다.

"내기! 이러면 내기는 어떻게 되는 거에요?! 피닉스씨 시키는대로 했는데, 그냥 여의도로 오라고 하기만하고 끝났잖아요."

대본은 준비되어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가을의 모든 발언은 피닉스가 뒤에서 지시한 행동과 말이었다.

피닉스가 말하면 가을이 임기응변으로 발언하는 식. 강동의 빌런을 각성시킨 것도 당연히 가을이 아니라 가을 뒤에 투명화로 숨어있던 피닉스였다.

"빌런들 설득에 실패했으니 이 내기는 보류에요. 빌런들 상대로 청화단의 위세를 과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딱히 빌런들을 수하로 들인건 아니잖아요? 가을씨 악역 연기 너무 못했는데, 제가 나중에 그냥 받아들이려고 다음으로 미뤘-"

"야!"

길어지는 피닉스의 말을 끊으며, 가을이 빽 소리쳤다. 순간적으로 피닉스가 허공에서 날개짓을 멈추고 제자리에 설 정도였다.

"너 지금 나랑 장난해! 네가 하라는 그대로 말하고 해서 지금 이렇게 나온거잖아! 시킨대로 했으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네가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야...아...요...."

가을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피닉스는 아무말없이 가을을 보다가 가을의 상체를 들어올렸다.

두근. 가까워지는 얼굴에 가을은 숨을 삼켰다.

"천가을."

피닉스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둘만 있을때는 말 편하게 해도 돼요."

"네?"

피닉스가 날개를 크게 펼치며 속도를 높였다.

"그러면 아지트로 돌아가서 다음 준비를 할까요?! 가을 씨, 롤러코스터 좋아해요?"

"히익! 멈춰, 멈춰요! 갑자기 왜이렇게 빨리가는건데?!"

"내기 결과는 구로 가서 결과 알려줄게요! 그럴거면 더 빨리 가야겠죠?"

"뭐?! 야, 야! 꺄아아아아아악!!"

좌우로, 위아래로, 한바퀴 도는 등 피닉스의 곡예비행에 가을은 더욱 피닉스를 끌어안으며 비명을 질렀다.

피닉스의 입가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