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1부 3장 (6)
<오후 7시, 구로 청화단 아지트>
이능력자로 각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그 누구도 모른다.
학계에서도 수많은 가설을 내세웠지만 다 그럴싸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이능력자를 각성시키려는 수많은 실험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서 조덕배의 설명을 들은 천가을은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끝이에요?"
"그래. 내가 들은건 이게 전부다."
덕배는 그가 피닉스로부터 맞아가면서 들은 '마력의 속성'에 대해 가을에게 이야기해줬다.
"진짜 감 하나도 못잡겠네. 마력에 속성? 애초에 마력부터 느끼지 못하는데 속성까지 끌어내라는게 말이 돼요?"
가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파 위에서 방방 굴렀다. 덕배는 그 모습이 영 안쓰러워졌다.
"그냥 며칠만 더 기다렸다 신서울에 얌전히 내려가지?"
"안 돼요!"
가을이 소리를 지르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덕배씨는 피닉스씨를 믿어요? 그 약속을 지킬거라고 봐요?"
"...반은?"
피닉스와 가을 사이의 내기에 공증을 섰던 사람은 다름아닌 덕배였다.
"조덕배씨는 어떻게 각성했어요? 원래 이능력자였다면서요."
가을이 물을 벌컥 들이키며 물었다. 맞은편 소파에 누워제 피부에서 떨어진 암석의 파편을 만지던 덕배가 자세를 바로했다.
"조직폭력배로 일하다가 옆 동네 조직과 시비가 붙었지. 쇠파이프 맞아서 죽을뻔했는데, 마침 영종도에 괴수가 습격을 하더라. 거기서 도망치다가 기적적으로 이능력을 각성했다."
"...과거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게요. 그런데 뭐 특별히 느껴진 거 없었어요? 막 몸 안에서 에너지가 느껴진다거나 그런거."
"없었는데. 넌 어떻게 각성했냐?"
"히익?!"
스툴에 무릎을 붙여 앉아있던 김지화가 덕배의 시선을 받자 놀랐다. 2m에 달하는 바위괴인이 전직 조폭 출신이었다고 고백하는 순간부터 그는 저자세였다.
"나야 싸구려 신체 강화의 이능력이지만 너는 특수한 계열의 이능력 아니냐."
"...? 덕배씨 이능력 그거 아니었어요?"
가을이 덕배로부터 떨어진 암석파편을 가리켰다. 덕배는 잠시 멈칫했다가 말했다.
"원래 이능력은 이게 아니다. 암석으로 된 피부는 괴인이 되면서 생긴 능력이야."
피닉스는 그에게 말했다. 본래의 이능력과 괴수의 핵이 섞여 새로운 이능력으로 변질되었다고.
물론 그 내용을 듣는 과정에서 장장 30분을 쉬지 않고 설명을 들었지만, 덕배는 그것을 아주 짧게 정리해서 설명했다.
"어...그 괴인이라는거. 저도 그런거죠?"
지화가 제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부하들에게는 이능력이 한 단계 더 높아지면서 생긴 변화라고 말했지만, 어쩐지 부하들이 저를 볼때마다 흠칫거리는게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다.
"애초에 괴인이라는게 뭔데요?"
"...죽은 사람에게 괴수의 핵을 박아넣어서 되살리는 것? 좀비같은거지."
"...히익."
지화의 두 눈이 떨렸다. 덕배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은 이미 한 번 죽었고, 괴수의 핵이 제 심장에 박혀있다는 얘기였다.
"좀비라기보다는 사자소생같은데요. 좀비는 이성이 없잖아요. 근데 덕배씨나 지화씨나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나요?"
"네, 네! 그, 저보고 죽었다고 하시는데 사실 별 실감은 잘 안나구요. 그냥 눈 뜨니까 '아, 이능력이 강해졌다' 그런 느낌만 들더라구요."
순간, 덕배가 사납게 웃었다.
"야. 김지화."
"네?!"
지화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다. 단장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B급 이능력자 수준까지 올랐지만, 어째선지 C급 수준이라는 덕배와 마주칠때마다 계속 주눅들었다.
"너 사람 죽여본적 있냐?"
"덕배씨?!"
가을이 놀라 덕배를 쏘아붙였다.
"다짜고짜 사람을 죽여본적 있냐고 물으면-"
"...그건 괴인이 되기 전을 말하는 겁니까, 아니면 그 다음을 얘기하는 겁니까?"
지화의 악마눈에서 마력이 낮게 가라앉았다. 지화가 저자세를 보이기는 해도 당장 이 회장실에 있는 셋 중에 마력량만큼은 제일 높았다.
"......."
가을은 지화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김지화 또한 악인이었다. 피닉스의 말에 따르면 미래의 천가을을 몇 년 동안 성노예로 부렸던 빌런.
덕배가 턱을 쓸며 물었다.
"나는 이렇게 되기 전에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어서 비교가 안 돼. 원래 사람 죽이고 나면 아무 감정없이 무덤덤하고 그러냐?"
"그럴리가요."
지화는 고개를 거세게 가로저었다.
"...처음 죽였던 사람은 제 상사였어요. 맨날 자기 커피 타오라고 심부름 시키고 꼬장부리던 과장. 한 번은 너무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아 야근 못하겠다고 했더니 구둣발로 조인트를 깠죠."
지화가 양 손을 깍지꼈다.
"그런데 그 날, 괴수가 사무실을 습격했어요. 경보도 없었죠. 불은 다 끄고, 창문에는 블라인드까지 내렸으니 밖에서는 다 퇴근한 줄 알았을거에요."
"아. 그 구로 사변이...."
지화는 긍정했다. 덕배도 이미 들어본 적이 있는 사건이었다.
"4년전인가. 괴수 하나가 야밤에 빌딩을 들어왔지. 5층까지 아무도 없던 빌딩을."
"6층부터는 사람이 있었죠. 다들 퇴근한 척 사무실에 짱박혀있었으니."
지화가 제 컵을 들고 목을 축였다.
"아무튼 괴수가 우리 층을 습격하고 다들 난리가 났는데, 과장이 탕비실에 숨어서 저를 쫓아내려하더라구요. 몸싸움이 있었죠. 괴수는 그 앞에 있었고. 그 때 어떻게 그런 힘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그게 이능력의 각성인가요?"
가을이 찝찝한 얼굴로 질문했다. 지화는 부정했다.
"아뇨. 각성은 그 이후. 괴수를 피해 도망쳐 탕비실 문을 잠근 것 까지는 좋았는데, 바깥 상황을 볼 수 있는 수단이 없었어요. 스마트폰도 사무실에 있고, 워치는 고장났고. 그나마 탕비실에 있던 물건들로 며칠을 연명했었는데."
지화가 제 눈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다음에 눈을 떠보니 이게 되더라구요. 처음에는 문 밖, 그 다음에는 건물 위 아래. 나중에는 구로 전체가 눈에 보였어요. 하지만 이미 밖에 나왔을 때는 괴수는 사라져있었고, 시간은 4년이나 지나있었죠."
"그게 말이 돼요? 사람이 4년 가까이 영양공급없이 혼절해있었는데?"
"마력이면 모든게 다 돼죠."
따뜻한 온기와 함께 피닉스가 설명을 덧붙였다. 지화는 황급히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됐어요. 그쪽 얘기 듣고나서 내가 그렇게하면 과장같은 사람되니까. 편하게 해요."
"아닙니다! 저는 이게 편합니다!"
"그러다 나중에 과장한테 했던것처럼 뒷통수 친다던가? ...농담이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벌벌 떨지마요."
지화는 식은땀까지 흘리며 공포에 떨었다. 피닉스는 제 손에 들고있던 커피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마시면서 이야기하죠."
"...이거 어디서 사온거냐?"
"인천이요. 그 버스터미널 앞에 별다방."
"...?"
덕배는 머릿속에 지도를 켰다. 구로에서 인천까지.
"너 30분 전에 나랑 만나서 여기에 모이라고 하지 않았냐?"
"네. 가까워서 금방 다녀왔는데요?"
골판지색 박스에 각각 들어있는 네 개의 음료는 저마다 그 종류가 달랐다. 주문시간을 계산하던 덕배는 그냥 생각을 비우고 아메리카노를 들었다.
"어서 하나씩 챙겨요. 원하는 거 있으면 미리 얘기하고."
피닉스는 딸기가 생으로 갈아들어간 요거트를 집어들었다.
"......."
가을과 눈이 마주쳤다. 피닉스는 슬쩍 딸기 요거트를 내려놓았다.
"고마워요."
가을이 딸기 요거트를 챙겼다. 지화는 우물쭈물 서있다가 피닉스와 눈이 마주쳤다.
"먼저 골라요."
지화는 아이스티를 챙겨 스툴에 앉았다.
"......."
피닉스가 남은 카페라떼를 챙겼다. 한 모금 마신 그 시선이 잠시 요거트와 아이스티를 스쳤다 돌아왔다.
"그럼 작전회의를 시작할게요."
"갑자기 이런 분위기에서?"
피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남의 S병원. 오늘 자정 빌런들이 '회담'을 하는 장소죠. 지화씨가 고생해준 덕에 늦지않게 장소를 찾아낼 수 있었어요."
"아, 하하. 별 거 아니었습니다."
지화의 눈밑에는 아직 다크서클이 짙었다.
"그런데 자정이요? 저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데."
가을의 물음에 덕배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도 물으려다 말았는데 자정이라는거 어떻게 안 거냐?"
피닉스가 컵을 내려놓고 박수를 쳤다.
"그게 말이죠, 자고로 악당들은 밤에 모이거든요? 이건 세계 어딜가도 통용되는 법칙이죠. 당장 우리도 해 지고 모인거잖아요? 빌런연합도 마찬가지에요. 서울에 있는 빌런들은 블랙 마켓에서 회담 날짜와 장소를 정해요. 빌런연합의 패턴은-"
"요점만 말해주실래요?"
가을이 요거트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을 끊었다. 피닉스는 손을 물레방아 돌리듯 돌리다 그대로 굳었다.
"...조사결과 오늘 자정에 강남 S대에서 모인다고 합니다."
"좋아. 그래서 거길 습격하는건가?"
덕배가 고개를 꺾으며 물었다. 지화가 또 겁을 먹고 손을 저었다.
"아니, <하늘성>이 주최하는 거잖아요! 거의 준 S급이라는 괴물같은 빌런!"
테이블 위에 띄워진 스크린에는 S대 병원 주차장에서 내린 중절모의 남자가 있었다. 피닉스는 제 음료로 목을 축이며 지화를 진정시켰다.
"지화씨. 세상에 준S급은 없어요. 다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정체된 이능력자들이 인위적으로 구분한거죠. 이게 어떤 단계든 다음 급으로 넘어가려면 각성이 필요한데...."
피닉스가 가을의 눈치를 봤다. 가을은 의외로 계속하라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안 막네요?"
"혹시나 이능력 각성의 힌트라도 있을까봐요."
"......그럼 설명 안 할래요."
"네? 그런게 어딨어요?!"
피닉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으려했다.
"그런 거 여기있다느니 말 할거면 그냥 입 다물어라. 듣는 사람 열받으니까."
"...작전회의 끝나고 설명해줄게요. 됐죠?"
피닉스가 이를 갈며 고개를 숙였다. 가을이 덕배를 향해 살포시 웃고, 덕배는 민망한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뭐. 왜. 뭐."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화는 시선을 아이스티에 고정했다. 피닉스가 헛기침을 하며 다시 대화를 이끌었다.
"빌런들이 모여서 하는 회담이라고 해봐야 별 거 없어요. 야, 서울에 S급 히어로 두 명이 온단다. 정부에서 이번에 대대적으로 히어로들을 서울로 보낸다는데? 괴수들 싸그리 씨를 말리는거 아니야? 그러면 우리도 같이 쓸려나가거나 체포되는건가? 그런 걱정에서 모이는거죠."
"도망은 치고싶지 않은데 일단 모이고 보는거네요."
"그렇죠, 가을씨. 현재 빌런연합에는 특별히 구심점이 없어요. 말만 거창하게 연합이지, 실상은 그냥 서울 각 지역마다 자리잡은 난민들인거죠. 아, 지화씨 조직이 그렇다는건 아니고."
"괜찮습니다."
지화는 씁쓸하게 웃었다. 400여명의 난민들을 한 순간에 구로의 자경대로 바꾸어버린건 다름아닌 눈 앞의 괴물이었다.
"이미 어중이떠중이들은 서울을 빠져나갔을 거에요. 지금 빌런연합에 들어가는 녀석들은 그들 중에서도 제법 세력이 큰 녀석들. 그리고 서울을 떠나지 못하는 녀석들이죠."
"...강남 아파트 열 채를 그대로 버리고 신서울로 내려가지는 못하지. 현금도 없을테니."
"네. 아직 한강 이남은 괴수들에게 시설이 파괴되지 않았으니, 수복만 되면 자기 부동산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겠죠."
"그런데요."
가을이 손을 들었다.
"그냥 서울의 부동산이 문제라면 서울이 수복되는걸 기다리면 되는거 아닌가요? 나라에서 다 보상해줄텐데."
"그건...."
"서울에 남아있던 녀석들이 당신처럼 온정신으로 있을리가 없지. 최소한 이 녀석처럼 사람 한 명은 담갔을 거다."
"...서울은 이미 무법지대입니다. 이미 정부가 버린 땅이에요. 다시 정부의 품안에 들어간다고 해도 옛날의 그 좋던 시절로 돌아가지 못해요. 내가 지금 불법으로 지내고 있는 강남의 펜트하우스, 서울이 수복되면 다시 주인이 나타날거다. 나는 다시 노숙자가 될 거다. 그런거죠."
덕배와 지화의 설명에 피닉스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미 서울의 주민들은 현대 문명에서 크게 유리되어버렸어요. 범죄에 익숙해지면서 사고방식 자체가 달라진거죠. 당장 여기 덕배씨랑 지화씨만 해도 그렇잖아요?"
피닉스가 둘을 번갈아 가리켰다.
"한 명은 그래도 망해가는 도시에서 근근히 살고 있었지만, 다른 한 명은 거의 난민 정도로 살고 있었죠. 고작 인천과 서울, 한 시간이면 오다닐 수 있던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왜 여태까지 서울을 이 지경으로 내버려둔거에요, 도대체?"
가을이 기가차다는 듯 물었다.
"피닉스씨 말대로 대통령님이 서울 수복을 하려고 하는거잖아요. 승형씨...히어로 이승형이 S급으로 각성했으니까 힘이 갖춰졌다고."
"그건 나도 좀 궁금하군. 차원문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부국강병을 위해서죠."
피닉스가 비꼬듯 말하자 다른 이들이 의아해했다. 피닉스는 다리를 꼬며 말했다.
"서울을 수복할 힘은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선의철 대통령의 기반은 모두 신서울에 있고, 서울은 그저 애물단지에 불과하니까."
피닉스가 스마트워치를 두드려 탁자에 지도를 펼쳤다.
"인간과 괴수의 완충지대. 평양에서 아직도 만들어져 주기적으로 내려오는 괴수들이 서울시청에 자리잡은 S급에게 먹잇감이 되면서, 선의철은 생각했어요. 서울은 이대로 두자."
피닉스가 손을 튕기자 허공에 여러 개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불꽃은 각각의 형상을 갖추어나갔다.
"평양에서 내려오는 괴수에게는 새로운 먹잇감이 있는 곳.
서울에 자리잡은 괴수들에게는 위에서는 괴수가, 아래에서는 인간이라는 먹잇감이 몰려드는 곳.
사냥꾼들에게는 괴수의 핵을 캘 수 있는 천혜의 사냥터.
빌런들에게는 제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날뛸 수 있는 무법지대.
다리가 모두 파괴되고 S급 괴수라는 거대한 위기가 서울 북부에 자리잡으면서, 강을 기점으로 아주 기묘한 균형이 생기게 됐죠. 선의철은 그걸 끝까지 이용한거에요. 신서울은 안전하니까."
"...그럼 왜 이제와서 서울을 수복하려고 하는거지? S급 한 명 늘어났다고 그걸 과시하려고 그러나? 자기 조카라서?"
"아뇨. 절대 그럴리 없죠."
피닉스가 안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덕배씨. 예전에 우리 청화단의 목적을 이야기했나요? 인천 카페에서."
"...그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모아야한다는 장난감 큐브?"
피닉스가 씨익 웃었다.
"한 나라의 지도자 즈음 되면 싫어도 알게 되는게 있죠. 선의철은 이미 당시부터 그 큐브의 존재와 가치를 알고 있었고. 다만...."
피닉스는 지도를 확대했다. 실시간으로 위성사진이 보이는 여의도 끝자락에는 불에 전소해 앙상한 건물 뼈대만 남은 국회의사당이 있었다.
"서울 퇴각 작전에서 그걸 대통령 몰래 훔쳐서 여기로 도망친 사람이 있었어요. 당시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던 국회의원이었죠."
"뭐? 잠깐. 그 두꺼비가 설마."
"역시 덕배학생, 추리력이 좋아요. 그쵸. 괴수도 만들고 이능력자도 만들 수 있는 신의 파편. 제 욕심으로 훔치고 도망쳤던 국회의원은 큐브의 영향으로 괴수가 되었죠. 얘기했잖아요, 계속. 여의도에 가야한다고."
피닉스는 안주머니에서 꺼낸 주먹을 제 앞에 들어올렸다.
"자. 그럼 문제의 큐브가 잠들어있을 국회의사당이 불탔습니다. 그럼 이게 국회의사당에 잠들어있다는걸 알고 있었을 유일한 사람은 이제 어떻게 하려고 할까요?"
"...전 대통령님은 신서울 자택에서 양심의 가책을 못이기고 자살했다고 들었어요."
피닉스가 주먹쥔 손을 펼쳤다.
"대통령이 이능력자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네요. 안 그러면 진작에 이거 찾으러 왔을텐데."
악동같이 웃는 피닉스의 손에는 기괴한 문양이 그려진 큐브가 들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