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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2화 (2/1,497)

〈 2화 〉1부 1장 (1)

의식을 차리고 보니 마그마 속이었다.

'이건 무슨 스타트지?'

눈을 떠보니 죄수 호송 마차에 실려간다거나, 세계의 권위적인 학식을 가진 박사가 나타나 세계관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장면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게임의 시작은 공항.

미국에서 주인공이 한국으로 귀환하는 것으로 게임은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붉다. 붉고 붉고 또 붉다. 온통 붉은 세상 한 가운데 서있다.

'게임 스타트가 뭐 이래?'

'나'는 우선 상황을 파악하고자, 상태창을 열기 위해 손을 올렸다.

'상태창...어?'

상태창을 열어 게임을 일시 정지하려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섬섬옥수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새하얀 손가락은 잡티 하나 없이 흰 눈처럼 하얗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게임 속 아바타의 손이나, 현실의 투박한 손과는 분명히 달랐다.

'이거 내 손이 맞긴 한가?'

의지에 따라 손가락 하나씩 구부려보기도 하고, 주먹을 쥐기도 하고, 다른 손가락은 접은 채 가운뎃손가락만 올려보기도 했다.

외형이 다르다는 것만 제외하면 이 손은 분명 제 손이 틀림없었다.

'DLC 전용 아바타라도 되나?'

작고 오밀조밀한 게 꼭 어린 소녀의 것 같아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모처럼 제작사 측에서 보내준 확장팩인 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자.

신제품의 첫 개봉기를 작성하는 얼리어답터의 기분처럼, 나는 새로운 이벤트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

'.......'

'......늦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10분은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캐릭터 생성을 돕는 인터페이스나 NPC가 나타나지 않고, 심지어 무언가 프롤로그 이벤트조차 진행되지 않는다.

'도우미 NPC를 직접 찾는 식의 이벤트?'

어쩌면 이 광활한 붉은 바다에서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거나, 이 붉은 바다를 빠져나와야만 스토리가 진행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럼 방향 마커라도 좀 주던가.'

로그아웃하면 최소한 퀘스트 마커로 안내의 편의성이라도 갖추라며 리뷰를 달기로 마음먹으며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뭔가 이상해.'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것 치고는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가장 이상한 건 지금의 감각이 VR 가상현실 기기의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라는 게 소름 끼칠 지경이었다.

'다 왔다.'

위를 향해 올라가기를 수 분째.

바로 전까지의 붉은 바다와는 달리, 어딘가 조금 어두컴컴한 색깔이 보인 곳을 두고 직감적으로 그곳이 이 붉은 바다가 끝나는 수면임을 깨달았다.

"푸-하."

물 위로 올라와 크게 숨을 골라 쉬었다. 공기가 조금 후덥지근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숨을 쉬는 데는 큰 문제가-

"......."

보글, 보글.

물거품이 인다. 물거품? 아니다. 열기를 머금은 불기운이 끓고 있는 거다. 이걸 언제 어디서 봤더라. 꼭 화산 폭발을 소재로 삼는 재난 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

"으아악!"

나는 물장구를 치며 땅을 찾아 헤엄쳤다.

이미 용암속에 있으면 사실상 끝난 거 아냐? 몸은 왜 정상이지? 같은, 태평한 생각을 할 수 조차 없었다.

다행히, 금방 땅을 찾았다. 굳은 바위같은 작은 땅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하아, 하아."

숨이 차다. 과도한 긴장으로 막혔던 혈이 풀리는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스스로가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긴. 아까까지 저 속에 있었는데 죽을 리가 없지.'

시각적 그래픽부터 시작하여 촉감까지 마그마의 텍스쳐를 구현해놓았다.

이 정도로 VR을 구현해두었으면 까딱 잘못하다가 나이 드신 분들은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으리라 생각을-

"이거 진짜 게임 맞...?"

성대가 있음 직한 부분을 만지작거리며 목소리를 내었다.

"어? 어어?"

마그마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들리는 제 목소리는 분명 본인의 것과는 다른 어린 소녀의 목소리.

그리고 그건 조금 전에 게임을 클리어하면서 수도 없이 들었던 게임 캐릭터의 목소리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아-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분명 의지대로 나오는 소리지만 그 목소리가 자신이 알고 있던 소리가 아니다.

"...!!"

에이, 설마. 아닐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주인공은 고정이 아니었던가.

'얼굴.'

손가락으로 얼굴을 잡아 뜯듯이 이리저리 만진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푸석푸석한 피부가 아니라, 마치 갓 태어난 아이처럼 매끈한 피부.

마네킹같은 얼굴이 아니라, 분명 '어떤 존재'의 얼굴형이었다.

'설마.'

그리고 시야를 내렸더니 그곳에는-

"!!"

거대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두 개의 둔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 이게 지금 내 아바타라고?

"...음."

이건 불가항력이다. 어쩔 수 없는 확인 절차일 뿐, 절대 음심이 담겨있는 변태 행위가 아니다.

몰캉.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포근한 감각에 얼굴이 다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아바타'가 명백한 여성형의 몸이라는 것.

'아바타여야지. 그래, 음. 아바타다. 설마 진짜 '그 거' 겠어?'

슬쩍 눈을 뜨고 고개를 흔들자, 시야에 청색의 무언가가 엿보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그 청색의 무언가를 집어 들고 눈앞에 들어 올렸다.

"머리카락이네요."

푸른 불꽃을 머금은 듯한 색깔. 적어도 검은 머리는 아니었다.

멍하니 그걸 보고 있자, 눈앞에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히익?"

기겁해서 놀라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눈앞의 불꽃은 정작 '내가 만든 것'임을 깨달았다.

"에이, 설마."

몸 안의 '마력'이 빠져나가는 감각. 주인공으로 활약하면서 수 차례 겪었던 그 감각은 실제가 되어, 지금 눈앞에 맑고 푸른 불꽃을 일으켰다.

창염(蒼炎). 오염된 마력을 불태우는 정화의 불꽃.

그리고 그 창염을 다루는 존재는 이 세상에 단 한 명 뿐이었다.

"내가?"

창염의 피닉스.

* * *

푸른 하늘의 데스디나스.

마력과 괴수, 이능력자라는 흔한 설정을 두고 만들어진 이 게임은 '다크 레기온'이라는 세계 정복 집단의 야욕을 물리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다크 레기온(암흑연합).

이름부터가 뭔가 요란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이 집단은 괴수나 괴인을 조종하여 지구를 정복하려는 악의 조직이다.

그리고 창염의 피닉스는 그 집단의 일곱 간부의 한 명이며, 간부진 중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공식 설정 상으로 게임 내 전투력 4위.

1위가 각성한 주인공이고, 2위가 진 최종보스, 3위가 페이크 최종보스임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피닉스는 작중 최강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

'문제는 내가 최종보스 부하라는 거지.'

그것도 지구 정복에 성공하고 나면 최종보스에 의해 뇌가 절여져서 사망하게 될 비운의 존재.

토사구팽이라고 들어는 보았나. 그게 피닉스를 위시한 일곱 간부들의 운명이었다.

'나 혼자서 잡을 수 있으려나?'

불가능하다. 전투력은 분명 피닉스가 훨씬 우위에 있지만, 다크 레기온의 수장이자 3위 따리인 페이크 최종보스는 간부들을 '세뇌'한 장본인이다.

'애초에 악의 조직 간부들도 아니고.'

정령.

페이크 최종보스, 성주(星主)라는 존재가 '테라'라는 이세계를 침략해 정복하고, 그 세계에서 '정령'이라는 존재를 세뇌하여 자기 수하로 만든게 다크 레기온의 시작이다.

'즉, 나는 원래 세뇌된 상태라는 거지.'

자신의 원래 세계가 성주에 의해 파괴된 것도 모른 채, 성주에게 충성을 바쳐 다른 세계를 파괴하고 다니는 첨병들.

그리고 지구를 파괴하는 것으로 솥에 삶아질 운명을 가진 비운의 존재들이 되고 만 것이다.

'전생빙의록 이라더니....'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물론 피닉스라는 최강자의 몸에 빙의시켜준 건 감사할 따름이지만, 그래도 주인공 측도 아닌 악당 측 인사에 빙의시키는 것은 너무 악의가 심했다.

'다행히 성주는 지금 활동하지 않아.'

만약 성주가 지구에 있었으면 진지하게 성주의 아래에서 정체를 숨기고 지구 파괴에 힘썼을지도 모르지만, 성주는 다행히 지구에 없다.

'혼자 단신으로 왔다가 지구인들한테 개털려서 도망쳤으니까.'

감사한다, 지구인들아! 이제는 이세계인이 된 입장으로서, 활로를 찾아 준 지구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

'내가 성주한테 팽당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그를 찾아야 한다.

주인공.

'근데 피닉스 주인공한테 살해당하잖아.'

"으아악!"

절규했다. 소리를 지른 덕분에 동굴 속 잔잔하게 흐르던 마그마가 넘실거린다. 하지만 피닉스의 몸에는 아무런 위해가 없다.

"어떡하죠?"

피닉스가 지금까지 히로인으로 공략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피닉스가 죽어서 주인공에게 힘을 넘겨주는 것으로 이야기의 종막이 시작되니까.'

여섯 간부가 주인공에게 차례차례 패배하고, 결국 마지막으로 나선 피닉스는 주인공의 동료들을 하나 둘 쓰러뜨린다.

최후에는 주인공과 1:1로 승부를 펼치다가 승리 직전에 이르지만, 전투의 여파로 세뇌가 풀리게 된다.

'폭주하고 자괴감을 느껴서 주인공에게 힘을 넘겨주고 소멸하지.'

죽어야만 하는 캐릭터.

반드시 죽어야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애초에 공략하고 싶어도 공략할 수 없는 비극의 히로인.

그게 이제 나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직 활로는 있어.'

살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성주에게 개처럼 엎드려 목숨을 구걸하는게 아니라, 존재를 소멸당한 채 주인공의 힘으로 남아 살아가는 것도 아니라, 온전히 '창염의 피닉스'로서 살아가는 길.

'내가 공략했잖아.'

피닉스 루트.

그 길만이 살 길이다.

'피닉스처럼 죽을 수 없다. 피닉스를 죽일 수 없어.'

이미 지금의 상황이 단순히 현실감 넘치는 VR 가상현실 게임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최소한 몸만 어딘가에 감금되어 전뇌 상태로 게임 속에 갇혔거나, 최악의 경우 으레 있는 이세계 빙의일지도 모른다.

"후우."

이 세상은 현실이고, 자신은 창염의 피닉스가 되었다.

그건 의식을 되찾고 잠도 자지 않으며 두뇌 회로를 풀가동한 결과, 아무리 부정해도 부정할 수 없는 결론이었다.

"외계인을 갈아 넣어 만든 게임이라고 하더니, 진짜로 GM이 외계인 같은 놈들일 줄이야...."

범인은 그들밖에 없다.

게임을 클리어하자마자 메시지를 보내 확장팩으로 유혹을 한 것도 그렇고, 그들이 보낸 확장팩을 실행하자마자 곧장 창염의 피닉스가 되었으니.

어쩌면 트루먼 쇼 같은 상황에 놓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클리어한 게임 속 캐릭터에 갇힌 모습을 제작사 측에 의해 스트리밍되고, 전 세계 게이머들은 그것을 보며 즐거워하는 그런 몰래카메라.

"하하, 하."

메마른 웃음과 함께 '나'는 몸을 일으켰다. 어떤 상황이든 결국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뿐이다.

'주인공을 구슬려서 동료가 된다. 절대 히로인으로 공략당하지 않고!'

아무리 히로인이 되었어도 남자에게 깔려 앙앙대는 건 이쪽에서 사양이다.

'우선 나가자.'

스스로가 '창염의 피닉스'임을 자각한 이래, 힘의 사용법은 얼추 깨달았다.

화르륵.

푸른 불꽃의 날개가 등 뒤로 펼쳐졌다. 감옥을 탈출하고 바다를 날아오르는 이카로스 처럼,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숨을 골랐다.

"아. 이카로스는 날다가 바다에 고꾸라저 죽던가요."

'...그러면 부끄럽지만 천사로 정정.'

천사라는 표현이 완전히 틀린게 아니다. 일본계 커뮤니티에서는 '피닉스냥 마지 텐시(PMT)'라고 농담삼아 이야기하니까.

'실체를 알면 과연 그런 말이 나올까.'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젠 그 피닉스가 내가 되었으니, 원본은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후아아."

길게 심호흡을 하며 마그마가 폭포처럼 흘러내려 오는 중심부를 향해 움직였다.

동굴 속에서 마그마가 강처럼 흘러가는 와중에 유일하게 아래로 흐르는 곳. 이 거대한 지하 속에서 유일하게 지상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

막상 마그마 속으로 직접 다시 기어들어 가려고 하니 머뭇거려진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은 수도 없이 했지만, 위로 얼마나 마그마를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죠."

에베레스트 정도는 되지 않으리라.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불꽃 속으로 손을 뻗었다. 뜨끈한 온천 속에 몸을 담근 것 처럼 따스했지만, 여기서 계속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자."

스스로 다짐하듯 짧게 외치며, 나-창염의 피닉스는 위를 향해 강하게 날개를 움직였다.

* * *

<2020년 4월 1일 오전 4시, 하와이의 화산관측연구소.>

흰 가운의 연구원은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며칠째 제대로 씻지 못했는지, 수염이 덥수룩하고 초췌한 인상이었다.

"......쿨."

눈가 아래에 짙게 깔린 다크서클이 그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스읍. 졸았네."

벌써 사흘째 야근 중인데 당직까지 서게 하다니. 수석 연구원 맥스웰은 눈꺼풀을 깜빡이다 기지개를 켰다.

"흐아아아아암."

시간은 어느덧 새벽 네 시.

불과 삼십 분 전에 커피를 마셔놓고도 졸아버린 게 웃프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어떤 활동도 없던 휴화산에서 화산 활동의 징조가 보였으니까.

"어차피 안 터진다니까 왜 자꾸 확인하라고......."

맥스웰은 남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손을 뻗었다.

덜덜덜덜덜

"응?"

내가 스마트폰을 진동으로 켜놨던가? 생각보다 강한 진동 소리에 맥스웰은 컵을 들어 올리려다 화들짝 놀랐다.

"뭐야!"

관측 계가 조금씩이지만 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거대한 진동. 지금까지는 아주 약한 진도의 지진파에 불과했지만, 점점 그 진동이 강해지고 있었다.

쨍그랑!

선반에 놓여있던 유리병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허."

분명 떨어지지 않도록 조치해둔 물건이었는데. 맥스웰은 사색이 되어 온도 관측 프로그램의 창을 확인했다.

"폭발한다고?"

지하에서부터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곳은 높이 솟아오른 산봉우리의 중심.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 소리와 함께 창밖에서 붉은빛이 피어올랐다. 맥스웰은 비상 알람을 울리며 창밖의 산봉우리를 보며 넋을 잃었다.

"...허."

붉은 마그마가 바위산을 뚫고 솟아오르는 거대한 폭발. 그 마그마의 분출 속에서 푸른 날개를 퍼덕이는 작은 인간이 눈에 보였다.

"사람?"

아주 먼 거리를 맨눈으로 보는 거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형태는 분명 사람의 것이었다. 날개의 형태는 다르지만, 그가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히어로 '뇌신'과 비슷한-

"젠장! 이럴 때가 아닌데!"

맥스웰은 황급히 짐을 챙겼다.

지금까지 휴화산이었던 녀석이 갑자기 폭발했으니 다른 휴화산들도 폭발하게 될지 모르고, 안전지대라고 생각한 이 연구소에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었다.

"헬기는...!"

긴급 헬기를 띄워달라고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바깥은 분명 화산재로 가득해 시야를 방해할-

"...엉?"

깔끔했다. 화산폭발이 일어났다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밤하늘은 맑고 투명해 별자리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게 무슨-"

근 20년간 연구원으로 살아오며 처음으로 겪어보는 자연의 이상 현상에 맥스웰은 의아해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화산의 정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없어?"

조금 전까지 허공에 떠 있던 푸른 날개의 인간이 없다. 맥스웰은 유령에 홀린 듯한 기분에 넋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하, 하."

처음 화산이 폭발했을 때 흘러나오던 양은 잘못 나왔다는 듯, 지진은 점점 잠잠해지고 흘러나오는 양도 적어졌다.

화산활동이 멈췄다. 맥스웰은 저 멀리서 연구소의 헬리포트로 날아오는 헬기를 보며 안도감에 의식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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