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1화 〉#61 이 나라에는 선녀가 산다(4)
스륵― 스륵―
하아... 욱... 으... 후우우...!
살과 살, 피부와 피부가 스치는 소리가, 정막에 휩싸인 방 안에 간헐적이게 들려온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여러모로 힘겨워하는 여성의 허덕임 소리도 함께 섞여왔다.
“서, 서방님... 도대체 언제까지...!”
눈을 꼭 감은 애플은, 힘겹게 허덕이면서도 13호의 명령을 착실히 지키며 꼼짝 않고 앉아있었다.
여전히 속옷 한 장만 입은 채 꼼짝 않는 애플의 무방비한 몸을, 13호는 야금야금 음미해간다.
“언제까지라... 글쎄... 애플 네가 솔직하게 전부 말해줄 때까지?”
“저는 숨기는 거 없다니까요...!”
“아직도 버티다니, 대단한 심지구나. 역시 히어로야. 만만히 봐선 안 되겠어.”
아니, 그러니까, 그게...!
애플이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13호가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살짝 깨물자 그 목소리가 쏙 들어가 버렸다. 심장은 두근두근 뛰어오르고,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미 그녀의 몸은 이상해질 대로 이상해져서 고작해야 손가락을 매만지는 것만으로 머리가 먹통이 되어버린다.
이 단조로운 애무만 계속된지――이미 40분.
그동안 13호의 손은 단 한 번도 그녀의 중요한 부위에 닿지 않았으며, 애플 또한 단 한 번도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
파도가 목 언저리에서 넘실거리며 차오를 것 같은데, 마치 아슬아슬한 고무줄에 줄타기를 하듯 도저히 절정에 이르는 선에 닿질 않았다.
‘아아... 괴로워... 왜 이런 심술을... 으으.... 심술쟁이이...!’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숨은 잔뜩 흐트러져있다.
자궁에서 피어오르는 넘쳐나는 욕망이, 13호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세포 하나하나에 기억된 관통당할 때의 쾌감이, 그녀의 안 쪽 깊은 곳에서 ‘어서 범해져라!’라면서 소리친다.
“아, 아아... 흣...!”
13호가 애플의 골반을 조심스럽게 붙잡고, 그녀의 배를 혀로 핥았다.
혀에 닿는 부드럽고, 탄력있으며 그러면서 매끈한 피부의 감촉. 관리하는 몸인 만큼 군살은 없지만,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이 혀를 통해 13호에게 애매하게 전해져왔다.
손으로 만져보면 확실하게 느껴지겠지만, 혀로는 부드러움보다는 매끈함과 짭짤한 땀의 맛, 더불어 희미하게 페로몬이 섞인 달콤함 쪽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애플은, 배에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따뜻한 혀의 감촉이 느껴져 감격하면서도, 동시에 배꼽 근처를 애매하게 돌 뿐인 애매한 움직임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보지가 안 된다면, 적어도 배꼽에라도.
뭔가가 안 쪽으로 쏘옥 들어오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바란다.
배꼽에라도 혀끝을 밀어 넣어줬으면 좋겠다. 배꼽 안을 혀로 유린하면서 쿡쿡 찔러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 절정 해버릴 자신이 있다.
지금과 같이 애매한 위치를 자극하고 끝나는 애매한 애무는 답답해서 뇌를 그냥 녹여버릴 것만 같았다.
‘아아... 안 돼... 적어도 30분이면 될 줄 알았는데... 도저히 기약이 없어....’
심지어 방 안에는 13호가 피워둔 달콤한 향이 퍼져있었다.
세뇌와 더불어 미약 성분까지 있는 향기는, 그녀가 숨을 들이킬 때마다 차츰차츰 성감을 날카롭게 띄워올렸다.
총명하던 애플의 머리는, 시간 감각도 잃게 만드는 오랜 애무에 이미 8할은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를 채우는 건 어떻게 해서든 이 지옥 같은 시간을 빨리 끝내고 싶은 일념 뿐이다.
‘아아, 적어도 팔이라도 움직이고 싶어... 앉아있는 것도 괴로워...!’
“참아. 움직이지 마.”
조금이라도 움직일 것 같으면, 13호가 귀신 같이 알아채 귓가에 그렇게 속삭였다.
몽롱해진 정신으로도, 그의 명령이 각인 된 애플은 그 말에 순순히 따를 뿐이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또륵또륵, 이따금 안경 아래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13호는 그 눈물을 아무 말 없이 혀로 핥거나 빨아마시기도 했다.
13호의 손이 이제는 골반에서 슬슬 기어올라가, 그녀의 맨등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멀스멀 매만지는 감촉은, 감미로우면서도 괴로웠다.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싶어가고싶어가고싶어가고싶어가고싶어가고싶어가고싶어가고싶어!!!’
하지만 이대로는 언제쯤에야 갈 수 있을지.
애초에 이 단조로운 애무는 절정에 이르지 않도록 교묘하게 조절하고 있었지만, 만야 이대로 가버리기라도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괴로울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게, 이만큼이나 초조해져 있는데.
만약 단순히 배를 어루만지는 것으로 가버리기라도 한다면?
그런 만족스럽지 못한 절정을 맞이해버린다면 어떡하지?
‘――용납할 수 없어!’
이만큼이나 고조된 성감이다. 이만큼이나 쌓여버린 성욕이다.
이 상태에서 절정을 맞이한다면, 적어도 최고의 절정을 맞고 싶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나....’
이대로 정말 별 거 아닌 애무로 절정해버리던가.
그 전에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13호가 하는 대로 몇 십 분 몇 시간 동안 당하기만 하던가.
이대로면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찾자.’
그래서 애플은 결단했다.
뭔가, 아직 13호에게 전하지 않은 정보를 찾아내서 내밀어보자고.
숨겨서 죄송하다고, 이제 더는 정말 숨긴 게 없으니 제발 그 씩씩한 자지로 관통해달라고.
애플은 자신의 침대 정면에 있는 컴퓨터를 시선만으로 조작했다.
그녀의 능력 【전뇌(電腦)의 주인】.
전자기기 및 전자데이터를 제 몸처럼 조작하는 능력으로, 철저하리만치 은폐되고 숨겨진 게 분명한 히어로협회의 수장에 대한 정보를 있는 대로 끌어모으고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 * *
“음......?”
그리고 히어로협회의 어느 공간.
장지로 된 창문이며 무겁게 세워진 위엄 넘치는 병풍,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전통장식이 가득한 방.
그 안쪽에 놓여진 낮은 키의 원목 탁상 앞에 방석을 잔뜩 늘어놓고, 그 위에서 뒹굴거리는 소녀가 있었다.
반짝이는 새하얀 백발은 머리 양옆에 고리를 만든 특이한 머리스타일로 고정했으며, 하의가 보이지 않는 지나치게 커다란 박스티 한 장만 입고 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구먼....”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히어로협회】의 총대장, 혹은 사령관이라는 지위를 가졌으며, 오랜 수련 끝에 선녀가 된 그녀는 하늘의 기운을 점지해 운의 좋고 나쁨을, 운명의 방향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녀는 지금 어떠한 부정적인 기운을 느꼈다.
마치 세상이 그녀에게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은, 그런 기운이다.
‘이건... 설마...!’
손에는 커다란 스마트폰.
그리고 화면에는 요즘 유행하는 가챠게임.
안 그래도 그녀가 벼르고 벼르던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이벤트 날이기도 하다.
“설마... 아니야... 아닐 게야...!”
그녀는 가지고 있던 모든 재화를 사용해 뽑기를 돌렸다.
이번 이벤트 캐릭터는 무척이나 갖고 싶었으며, 3달 전에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벼르고 별렀던 캐릭터 였으니까.
게임을 사랑하고 애니를 사랑하고 웹툰을 사랑하고 만화를 사랑하며 드라마와 영화마저 사랑하는 속물적인 선녀님께서는.
그 날 하늘이 점지해준 대로 200연차 폭사라는 처참한 결과에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 * *
“아... 아아아아아앗!! 서방님! 서방니...임...! 제발... 제발 해주세요...! 흐으으으... 흐으으으으으으...!!”
――애무를 당한지, 이제 1시간이 지났는지, 2시간이 지났는지.
애플의 방에선, 여전히 애플이 침대에 걸터앉은 자세로 꼼짝도 않고 있었다.
이제 13호의 말은 그녀의 안에 주박처럼 박혀버려서, 그녀의 의지로는 움직이고 싶어도 도저히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세뇌의 명수인 그녀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13호에 대한 가드가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으며, 세뇌향과 오랜 애무로 인해 그 너덜너덜한 가드마저 완전히 뚫려있었다.
즉, 이제는 자신의 의지고 뭐고 13호의 말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꼭두각시 인형이나 다름 없는 상태였다.
처음에는 언제라도 스스로 움직여서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낼 수 있었다. 그 사실은 그녀의 안에 어느 정도 여유를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의지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해버린 지금은.
지금껏 13호가 단조로운 애무로 쌓아왔던 성욕과 맞물려, 초조함이 극에 달해 그녀의 자아를 뻥! 터뜨려버렸다.
“살려줘... 살려주세요!!! 13호님! 서방님! 제발. 제바아아알...! 흑, 흐윽... 안 돼...!!! 더는, 더는 못 버텨요... 아아아아앗...!”
“참아, 애플.”
“흐아아아앙...!”
13호의 손가락이 그녀의 허벅지를 훑고, 그의 혀가 살짝 벌려진 그녀의 겨드랑이를 핥았다.
그것만으로 미친 듯이 애원하던 애플의 목소리가 잠시 누그러들었다.
애플의 입에서는 후욱, 후욱, 하는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고, 눈에서 넘쳐흐르는 눈물이 뺨을 적셨다. 입술 틈새에서 흘러나온 침은 턱을 타고 가슴 위로 뚝뚝 흘러나왔다.
“서방님! 서방니임...! 13호님...! 서방님은 모르죠...! 이게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잖아요! 아아아악...! 그만, 그만해주세요... 미묘하게 자극하는 거 그만해요...!!! 영혼이, 영혼이 빠져나갈 것 같아...! 몸은 뜨거운데...! 으아아아....”
그녀가 아직도 유일하게 입고 있는 의복인 팬티는, 그녀의 음부에서 흘러나온 음란한 꿀로 질척하게 젖어있었다.
얼마나 많은 액을 흘리고 있는지, 그녀가 엉덩이를 들어 보이면 흥건하게 젖은 시트도 훤히 보일 것이다.
지금도 속옷 천 아래의 보지가 멋대로 벌름벌름 벌어지며, 애액을 끊임없이 토해내는 게 느껴졌다.
항상 이성적이던 애플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정의하고 있던 한계 이상으로 넘어가는 일이 생기면 더욱 쉽게 무너지는 법이다.
지금의 애플이 그러했다.
이미 그녀가 버틸 수 있는 허용치는 오래 전에 넘어버렸다.
“움직이게... 움직이게 해주세요! 당장... 당자아앙... 으아아... 아... 거기, 거기 만져주세요... 유두! 보지...! 어디든 좋아요... 클리토리스 만져주세요... 아아.. 아아아아아아... 제발... 거기가 아니에요... 배가 아니에요... 목도 아니... 흐아아... 흐잇... 쇄골... 흐이... 안 돼... 부족해요오... 아아아아아아...!”
애플의 애원을 무시하고, 13호는 이번엔 그녀의 옆구리를 애매하게 매만졌다.
13호는 손바닥에 닿는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을 즐겼다.
하지만 소망이 채워지지 않는 애플은 괴로움에 몸을 부르르 떨 뿐이다.
‘정보, 정보, 정보, 정보, 정보, 정보! 뭐든지...!’
정보만 얻는다면.
총대장의 정보만 얻을 수 있다면... 그러면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뭐든지... 나와라... 제발....................!!!!!!!!’
그녀는 미쳐버릴 것 같은 뿌연 시야 속에서, 실낱 같이 남아있는 의식을 전부 능력에 쏟아부었다.
가지고 있는 마력을 전부 소진하며 전뇌의 바다를 헤집고.
그리고.
극한까지 깎여나간 정신이, 그녀는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나왔다...! 서방님! 나왔어요! 나왔어요...! 그러니까, 이제...!”
“나와? 뭐가?”
“총대장... 그 총대장에 대한 정보예요...! 아아... 말도 안 돼... 이런 일은 없었는데...!”
【히어로협회】의 【데이터뱅크】. 히어로들의 온갖 비밀자료가 들어서 있는 전자 도서관이자 기록매체.
애플과 비슷하게 전자를 다루는 능력자는 협회에도 몇이나 있으며, 기밀자료에는 어떠한 해커나 능력자도 막아낼 수 있는 초과학급의 시큐리티가 설치되어 있다.
아무리 애플이어도 이 복잡한 시큐리티는 뚫어낼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순간.
13호의 괴롭힘이 의도치 않게 그녀의 능력을 한층 개화시켜버린 것이다.
실이 죽음의 순간 그 직전에 능력을 한층 개화했던 것처럼.
한 단계 위로 승화해버렸다.
‘아아... 이제... 이제 드디어... 갈 수 있어....’
“됐어요... 서방님... 아아... 새로운 정보예요... 이제 그만 해주시는 거죠...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아주시는 거죠...!”
그러나 애플은 능력이 승화된 기쁨보다는, 드디어 이 괴로운 애무에서 해방된다는 기쁨쪽이 앞섰다.
별 거 아닌 정보 같지만, 어쨌든 새로운 정보다.
이 정보를 알려주면, 이제 13호도 만족할 것이다.
더 이상 뭔가를 숨긴다는 의혹도 없어질 것이다.
그런 희망을 가져본 그녀였지만.
“......어... 서방님...?”
13호의 손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그녀의 오금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타구니 사이, 다리와 사타구니의 접힌 부분에 혀를 살짝 밀어넣고 있다.
“서방...님...? 저기...요....”
13호에게서 답은 없다.
깨달았다.
애초에 그는 들을 생각이 없었다.
“.....................아........................................?”
충혈된 눈에서, 눈물이 또륵또륵 흘러넘쳤다. 반쯤 벌어진 입술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이미 그녀는 한계에 달해있는데.
“그 얘긴, 조금 나중에.”
13호는 아직도 더 하겠다는 듯, 담담하고 굴곡 없는 애무를 계속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