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0화 〉#61 이 나라에는 선녀가 산다(3) (250/271)



〈 250화 〉#61 이 나라에는 선녀가 산다(3)

불타오르는 편의점.

마리아나는 그 안에 펼쳐졌을 아비규환의 지옥도를 상상했으나,

“――【바람이여, 바람이여, 부디 이곳에 시원하게 불어주오】.”

“......어?”


그녀의 예상을 깨듯, 타오르던 불꽃의 격류가 무언가에 휩쓸리듯 순식간에 수그러들고 홍해바다처럼 갈라졌다.

부오오오―하고 바람이 불어온다. 그녀가 입고 있는 얇은 셔츠가 뜨거운 열기를 품은 바람에 펄럭였다.


조금 전까지 불길로 가득하던 편의점, 그곳 안에서 마치 거대한 계곡 앞에 선듯한 무시무시한 바람이 불어왔다.

열기가 빠져나간다. 불꽃이 차가운 바람에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어떤 정신나간 중생인가 했거늘, 이것 참 불쌍한 아이였구나.”

사뿐거리는 발걸음으로, 모세의 기적처럼 뻥 뚫린 불꽃 사이를 걸어나오는 여자아이.


그녀의 주변에는 하늘하늘한 투명한 천이 떠다녔다. 어깨 너머로 보이기로, 불에 탄 것은 편의점의 절반뿐. 얼빠진 표정의 남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수상쩍은 인간, 그리고 점원들까지 안에 있던 사람은 모두 무사했다.

“어어...? 뭐야...? 무슨 일이지이~?”

“아차, 이대로 두면 불꽃이 계속 번지겠구나.”

여자아이가 손을 딱, 울렸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부디 이곳에 비를 내려주오】.”


그러자 곧이어 쿠르릉, 쿠르릉, 하는 소리가 하늘 위에서 들리더니, 그대로 한 방울,  방울, 물방울이 떨어져내렸다.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은, 이어서 쏴아아아아아아―하는 빗줄기가 되었다.


“비...?”


“이제 괜찮겠지.”

떨어져 내리는 빗속에서, 소녀는 빌런 마리아나에게 다가갔다.

그 태연한 모습에, 마리아나는 공포를 느꼈다.

“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반사적으로 내민 손에서, 시뻘건 불꽃이 떨어져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혀를 낼름거리며 소녀에게 덮쳐왔다.

“【천상의 날개옷이여】.”


그러나 시뻘건 불꽃은, 그녀의 주변을 떠다니는 비쳐 보일 정도로 얇은 천에 가로막혔다.

천에는 그을음하나 나지 않았다.

작은 폭발이 일어나면서, 그녀가 쓰고 있던 모자가 툭 떨어졌다. 발목에 닿을 정도로 길고 새하얀 머리카락이 출렁이듯 드러난다.

“마, 말도 안 돼...! 어째서......!”

빌런 마리아나가 당황하는 사이, 여자아이는 이미 코 앞에 다가와 있었다.


고작해야 열하나, 열둘, 많아 봐야 열넷쯤 되어 보일까.


모자가 벗겨지고 나타난 것은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 모든 것이 순백인 여자아이. 마치  세상이 아닌 것 같은 조형미와 아름다움.


드러난 머리카락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스스로 움직이며, 머리 양옆에  모양을 만들어냈다.


그 모습을 보고, 마리아나는 그녀가 천사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아니야. 이건 천사라기보단――’


“불쌍한 아이야, 불쌍한 아이야. 얼마나 괴로웠느냐. 얼마나 아파했느냐.”

“어... 어...?”

“이제, 편하게 해주마.”

다음 순간.


마리아나의  뒤로, 가녀린 손이 튀어나왔다.


눈을 빚어 만든 듯한 새하얀 손은 마리아나의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으며, 손 안에는 여전히 맥동하는 따뜻한 심장이 쥐어져 있었다.

쿨럭, 입에서 피가 쏟아져나왔다.


“편히 쉬거라, 불쌍한 아이야.......”


분명 그녀가 더 어린데도, 마치 몇 백년은  연상인 듯한 그런 자애로움과 자비가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목소리였다.


‘아아, 죽는구나.’


마리아나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그대로  앞의 여자아이에게 기대듯, 몸이 풀썩 쓰러져버린다.

그녀의 얼굴에 괴로움은 없어보였다.


다만 안도의 미소가 입에 걸려있다.

――아아, 그렇다.


눈 앞의 여자아이는, 이 천사 같은 여자아이는.

‘선녀 같은 느낌이네....’


그 감상을 끝으로, 희대의 연쇄방화 빌런 마리아나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그대로 영원한 잠에 빠져든다.


“불쌍한 아이야... 이토록 사랑스럽고 안타까운, 불쌍한 아이야.......”

마음에 위로를 안기는 그런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들으면서....



* * *




――이것으로 영상이 끝나고, 검은 화면이 찾아왔다.

“이것으로 끝이야?”

“하아... 네에... 서방님... 아마 바라시는 영상은... 이것 외에는.... 조,  더 찾아볼까요...?”


“아니, 충분해.”

빌런 조직 【어비스】의 아지트, 애플의 방.

도로시에게 부탁을 받은 나는 ‘선녀’라고 불리는 히어로협회의 총대장에 관한 정보를 가능한 긁어모으고 있었다.


마침 라헤를 두고 놀고 있었던지라, 그대로 고문을 진행해 라헤에게서 어느 정도 정보를 빼내긴 했다.

그런데 과연 대장이라고 할까, 그만큼이나 철저하게 세뇌했는데도 기밀에 관해서 토해 내는 데는 여전히 거부감을 보였다. 솔직히 그녀에게서 얻어낸 정보가 전부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그 외에도, 아직 정보가 여러모로 부족하다. 라헤가 알려준 것만으론 총대장을 공략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 다음으로 내가 찾은 것은 애플이었다.


정보관리의 명수인 그녀에게 총대장에 관련된 자료를 가능한 찾아달라고 부탁했으며, 지금 보게 된 것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초, 총대장님... 흐앙... 그러니까... 사령관님에 대한 영상은... 올라오는 즉시 삭제되어서요... 응... 아예 다시는 찾아볼 수 없게... 뭔가 조치를 취하는 모양... 하읏... 이, 이에요....”

“그럼 이 영상은?”


“응... 최, 최근에  영상이라... 그나마 어떻게든 데이터를 추적해서... 발굴해낼 수 있었달까요... 아읏... 서, 서방니임... 유두는...!”

나는 애플에게 영상을 다시 재생하도록 시키며, 컴퓨터 앞에 엉거주춤하게  있는 애플의 유방을 뒤에서 마음껏 주물렀다.


손안에 아슬아슬하게 다 담기지 않는 애플의 가슴은 주무르기에 무척 좋다. 쫀득쫀득하게 손 안에 달라붙어서 떼고 싶어지지 않기도 했다.


이따금 세게 주무르면 “하윽...!”하고 귀엽게 신음을 흘리는 애플의 반응도 마음에 들었다.

빌런이 등장한 장면부터, 영상이 다시 시작된다.

불타오르는 편의점, 그러나 홍해 바다처럼 불길을 가르고 걸어나오는 여자아이.

손가락을 튕기자 비가 내리고, 불꽃은 그녀를 건드리지 못한다.

‘...이게 별자리의 능력? 무슨 별자리에 선택받으면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흐읏... 서, 서방니임... 이제 슬슬...  외로운 보지에도 박아주세요....”

애플이 견디지 못한  달콤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잠시만, 좀  보고.”

“으읏... 흣... 아까부터 가슴만...♡”

이미  번 본 영상에 그다지 흥미는 없었다. 나는 영상을 보는 척하며 애플의 가슴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강하게 주무르고, 유륜을 쓰다듬고 유두를 꼬집는다.

자극이 강해질 때마다 내  안에서 몸을 퍼득퍼득 떠는 애플의 반응이 기분 좋았다.

“애플, 나는 걱정이야. 혹시나 라헤처럼 네가 뭔가 숨기고 있는  아닌가 싶어서.”

“마, 말도  돼요, 서방님! 제가 어떻게 서방님에게 뭔가를 숨기겠어요!”

“아냐, 너는 그 태연한 표정으로 우릴 속인적도 있으니까... 도저히 믿지 못하겠어.”

그대로 애플의 몸을 끌어안고, 침대 위에 풀썩 주저앉았다.


얇은 블라우스를 벗겨버리고, 방이라 편하게 입고 있던 돌핀 팬츠도 끌어내렸다. 방에서는 속옷을 입지 않는 편인지, 브래지어가 없어 탐스러운 유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팬티는 입고 있어서, 중요한 국부는 가려져 있었다.

얼굴에는 예의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다. 벗게 되면 지나치게 예뻐져서, 평소에는 일부러라도 쓰게 만들고 있다.

‘안경을 벗고 있으면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 성격도 뭔가 바뀌는 것 같고.’


――심문의 법칙이 있다.

심문할 때, 상대가 가르쳐준다고 순순히 믿는 것은 삼류다.

그도 그럴 것이, 스스로 알려주는 정보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90%가 거짓이어도, 알려주기 싫은 정보를 빼냈거나 어딘가 미묘하게 진실을 비틀어 말한 것일 수도 있고.


그러나 고문이라면.

상대방의 사고능력을 저하시키고, 밑바닥의 밑바닥에 있는 정보까지 전부 끌어내는 것이 고문이다. 무엇보다 쓸데없이 머리를 굴릴 틈을 주지 않으니, 정보에 이상한 장난질을 치지도 못한다.

‘뭐, 애플이 나한테 거짓말을   같진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것이 있는 법이다.

이 여우 같은 여자니까,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다 해도 이상한 건 아니고.

무엇보다 이 편이 재미있다.


“음. 수갑이 있으면 좋겠는데.”


“...저번에 가져가셔서 안 돌려주셨어요.”


“그럼 어쩔  없나.”

“이제 보지를 범해주시는 건가요?”


“애플,  명령은 다 들을 거지?”

“그럼요. 서방님 명령이면 무엇이든. 그러니까 어서 빨리 보지를 범해주세요. 자! 어서요!”

나는 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애플을 침대 가장자리에 앉혀놓은 채 명령했다.


“그럼 그 상태에서 『꼼짝마』.”

“......네?”


“팔도, 다리도 꼼짝도 하지 말 것. 내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는 건 괜찮아. 네 스스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아. ...만약 어기면 일주일 동안 네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겠어.”


“마, 맙소사~~~?!”


“그런 네 눈 앞에서 스페이드를 범해줄 텐데, 그동안 손가락이나 빨면서 지켜보고 있겠네. 세뇌 키워드를 써서 자위도 못하도록 금지할 거니까.”


“서방님...! 너무해요...!! 저 벌써 나흘이나 서방님 없이 지냈는데...!”


“싫으면 움직이지 말든가.”


나는 공포에 질려 입술을 떠는 애플에게 다가가, 그녀의 목덜미를 가볍게 깨물었다. 그러자 애플은 그것만으로 황홀경에 떨며 푸르르 떨었다.


깨문 애플의 목덜미에서는, 과일 같은 달콤한 향기가 났다.

여자들은 다 이런 걸까.


아니면 애플이기 때문에 이런 향기가 나는 걸까.

‘다음 번엔 다른 여자들도 확인해볼까....’

막상 떠올리려 해보니 기억이  나지 않았다.






* * *



아... 아아아... 하아...

읏... 히윽... 흐으앗...!


애플의 방, 침대 위.

뜨뜻하게 허덕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방 안에서, 애플은 13호의 명령대로 침대에 걸터앉아 꼼짝도 않고 있었다.

“애플. 지금 손가락이 살짝 움직인  같은데?”


“흐이잇... 아, 아뇨... 아녜요... 그렇지... 않아요... 치, 침대가 흔들려서... 아마... 으읏...!”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애플의 말을 13호는  귀로 흘리면서, 그녀의 입술 아래를 할짝할짝 핥았다.

동시에 겨드랑이를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듯 쿡쿡 찌르자, 애플은 어깨를 떨며 신음을 흘렸다.

이미 그녀의 온 몸은 13호의 손바닥 너머로 느껴질 정도로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있는데, 아직까지도 그녀의 중요한 부위에는 손 끝 하나 닿지 않았다.


그 사실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아으으으... 거기... 거기를 만지고 싶어....’


13호는 부드럽고 섬세한 손으로 그녀를 정성들여 애무해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마치 공주님이라도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차츰 이게 ‘고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3호의 손길은 그녀를 계속해서 애타게 하는데,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곳은 만져주지 않았다. 팬티가 아직 그대로 입혀져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답답해... 거기가 뜨거운데....’

이미 보지는 애액으로 질척하게 젖어있었다.


팬티도 보지에서 흘러나온 음란한 즙으로 잔뜩 젖어있을 것이다. 피부와 음모에 달라붙는 천의 감촉이 성가시고 답답했다.


이대로 손가락을 쿡 찔러넣어주면 분명 가버린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13호는 여전히 애를 태울 뿐인, 미적지근한 애무를 계속하고 있다...!

“아... 아아... 서방님... 13호님...! 저, 저는 숨기는  없어요... 제발 믿어주세요......!”


“글쎄. 그렇게 말하고서도 속이는 걸 수도 있잖아.”

“아, 아아아아아아아...!”


쿡쿡 웃는 13호의 얼굴을 보자니, 애플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이미  얼굴에도, 13호라는 빌런 그 자체에도 반해버린 애플이 그에게 거짓말을 할  없는데.


이렇게나 사모하는데.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아아... 서방님의 손이 나를 만져주고 있어... 기쁜데... 기쁘긴 하지마안...!’


언제나 13호의 위에 올라타 잔뜩 짜내던 격한 성행위에 익숙해져 있던 애플이다.


코 앞에 국부 부분이 불룩 솟아오른 13호의 바지가 보이는데.


조금만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

혹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손으로 그곳을 스스로 위로할 수 있을 텐데.


13호의 명령 때문에 꼼짝도  수 없는 그녀는, 애를 태우는 초조함에 괴로워하며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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