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7화 〉#57 소피아 함락(5)
결국 견디지 못한 듯, 소피아의 입에서 제지의 말이 터져 나왔다.
“그만...! 그만해요...! 하, 항복... 항복합니다......!”
“.......”
“요, 용서해주세요... 될게... 당신게 될테니까... 용서해주세요.... 진짜로... 제발...... 부탁드려요.......”
“.......”
“흐아아아악... 아아...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항복... 한다고요... 흐윽...!”
“...이상한데?”
애원하는 소피아의 목소리에, 13호가 고개를 갸웃하며 답했다.
“난 분명 진심으로 항복하면 용서한다고 말했는데... 아직도 갈 수가 없다고?”
“에......?”
소피아의 머리에, 한순간에 공백이 찾아왔다.
13호는 그런 그녀에게,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럼 진심이 아니었다는 뜻이네. 아직 뭔가 계산이 남아있었던 거구나.”
“아, 아냐....... 아냐....”
“이야, 순진하게 또 속을 뻔했네. 과연 무서운 여자야, 소피아. 이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아니에요... 아니라고... 아니야아...!”
“좋아, 용서한다는 말은 취소야. 아무리 애원해도, 용서해주지 않겠어. 미쳐버릴 때까지 쾌락에 몸부림쳐라, 소피아.”
“아...........!”
“그런데 지금 몇 번이나 더 거짓말을 한 거야? ...지금까지보다 훨씬 불어난 쾌감을, 감당할 수 있겠어?”
소피아가 다급하게 입을 열어 뭔가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도 빨리, 13호가 허리를 왕복시켰다.
찌걱-!
“~~~~~~~~~~~~~~~~~~~~?!!!!!!!!!!!!!!!!”
벌어진 소피아의 입에서, 소리 없는 절규가 터져나왔다.
* * *
찌걱, 찌걱, 찌걱!
“~~~~아으윽! 흐읏... 그만, 그만...! 더느으으으은...! 흐으으으읏... 아....!!”
찌걱, 쯔걱...!
“하아아아앗...! 악, 아...! 부, 부탁드려요... 죄송합니다... 용서... 히이익...! 하아앙...!!”
찌적, 쯔걱, 쯔걱...!
“......! 흐읏...! ...! .....!!!”
13호는 용서 없이 허리를 왕복시키며, 애가 탄 듯 자지를 꼭 죄는 소피아의 보지에 피스톤질을 계속했다.
지나친 쾌락에 소피아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흘렀으며, 입에서는 타액이 흘러나왔다.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소피아는 반복해서 내뱉던 애원의 말 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이 되어있었다.
13호는 흘린 땀으로 범벅이 되어 몸을 덜덜 떠는 소피아에게 음경을 깊숙이 삽입한 채로, 소피아의 몸을 더듬거리며 감촉을 즐겼다. 특히나 그 거유라고 해도 좋을 사이즈의 가슴은 특히나 끈질기게 주무르고 괴롭혔다.
그 조근거리는 애무에 소피아의 부드러운 몸이 희롱당할 때마다, 소피아의 요염한 입에서 열정적인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미 그녀의 눈동자에서 의지의 빛은 완전히 꺼져버렸다.
13호가 음경을 꽂아넣은 허리를 살짝만 움직여도, 소피아의 몸이 반사적으로 파득... 파득... 떨렸다.
소피아는 백옥 같은 피부에 구슬 같은 땀을 맺은 채, 13호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 밖에는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까.”
“응?”
“죄...송합니다...... 뭐든... 뭐든... 할테니까... 노예든....... 뭐든...... 될게요... 제발.... 용서 해주... 세요...... 제발... 제발... 흐윽....”
눈물과 함께, 소피아가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철옹성 같던 그녀의 의지도, 드높던 프라이드도 이미 예전에 박살 나버렸다.
“부탁드립니다... 이대로는 미쳐버려요... 안 돼... 그만해주세요... 절정... 가게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머리에는, 이 지옥 같은 쾌락의 연쇄에서 벗어나는 것, 그 하나 밖에는 남지 않았다.
이대로면 미쳐버리고 만다.
그런 공포심이 그녀의 머리를 지배한 지금, 그녀는 오로지 굴욕적인 예속과 굴종의 말을 토해내며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애원하며 흐느끼기 시작하는 소피아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13호는, 말없이 허리를 한번 더 왕복시켰다.
“흐기으으으윽...! 아... 앙.... 그만...... 그만... 웁....”
추웁... 쪼옵...
소피아가 지친 듯이 몸을 늘어뜨렸다. 그런 소피아의 입에, 13호는 입을 맞췄다. 입안을 비집고 들어오는 혀를, 소피아는 지친 몸으로도 순순히 받아들였다.
잠시 후 입술을 뗀 13호가, 소피아의 눈을 강렬하게 마주봤다.
“...소피아, 방금 그 말에 거짓은 없어?”
소피아는 입술을 꾹 닫고, 다만 갈망하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아. 그럼 마지막 기회를 주겠어, 소피아.... 내 물건도 이제 거의 한계야. 다음 사정으로, 네 자궁에 내 정액을 부어줄텐데... 만약 그때 네 마음에 거짓이 없다면, 용서해줄게.”
“네에... 네...!”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맹세하는 거야. 내 것이 되겠다고. 조금의 거짓도 없이.... 만약 조금이라도 거짓이 섞여 있다면, 그때는 평생 용서해주지 않겠어. 몸은 계속해서 민감해지는데, 평생 갈 수는 없는... 그런 몸이 되는 거야.”
소피아는 공포에 젖은 눈으로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간다, 소피아....”
삽입했던 음경을 쑥 뽑아내고, 그대로 다시금 거세게 찔러넣으며 피스톤질을 재개했다.
처덕, 쯔적, 쯔걱, 쯔걱....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아아아읏....!!! 으읏...!”
다시금 거세게 찔러오는 단단한 자지의 감촉에, 소피아는 필사적으로 보지를 조이며 사정을 재촉하려했다.
13호는 허리를 비틀면서, 더욱 깊숙이 자지를 삽입했다.
“흐아아아아아아...!!!! 읏... 거짓이 아니에요... 흐긋... 용서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13호님의 것이 되겠습니다... 몸도 마음도... 히이이이이잇...! 저, 전부... 13호님 것이 될게요...!”
13호의 음경이 출입할 때마다, 자신의 안쪽 깊은 곳을 쿵쿵 때릴 때마다, 소피아는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예속의 말을 되뇌인다.
――13호님에게 굴복하겠습니다.
――13호님의 것이 되겠습니다.
――몸도 마음도 13호님에게 바치겠습니다.
――평생, 평생 13호님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혹여나 조금의 거짓이라도 섞일까 싶어, 소피아는 스스로의 의지를 필사적으로 물들여갔다.
“아아아...!!! 저는... 소피아는... 흐윽...!! 읏...! 시, 13호님의... 노예입니다... 영원히... 13호님에게... 시중들겠습니다...! 나의 주인님은... 13호님... 13호님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평생, 평생... 모든 것이... 아아....”
마음 속으로 되뇌이던 예속의 말이, 입을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겉도 속도 없이, 무작정 토해내는 예속의 말은 방 안을 가득 메운 세뇌향과 함께 소피아의 머리에 각인되어 간다.
쯔걱...! 쯔걱...!
살주름이 갈라지고, 13호는 더욱 더 깊이 음경을 찔러넣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히이이익...! 으아... 거짓말 안 할게요... 진짜예요... 진짜예요... 13호님의 것이 되겠어... 인형이든 노예든 뭐든 할게요...!!! 빨리... 빨리...!”
자유로운 사지로 13호의 몸을 꽉 붙들어 안고, 미칠 것 같은 초조함에 소피아는 눈물 흘리며 애원했다.
13호는 그런 소피아의 눈물을 혀로 낼름 핥아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마지막이다, 소피아... 맹세하며 가버려라.”
깊숙이 내질러진 13호의 마지막 일격이, 소피아의 자궁입구를 쿠웅! 묵직하게 때렸다.
동시에 뜨거운 불기둥과 같은 육봉이 그녀의 질 안에서 부풀어오르고.
울컥...울컥울컥울컥울컥...울컥...!!
곧이어 어마어마한 기세로 분출된 정액이 소피아의 자궁에 쏟아졌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피아의 신체가 퍼득 튀어오르며, 요란하게 활처럼 휘었다.
쏟아내던 예속의 맹세는, 말로 할 수 없는 절규로 바뀌었다.
파득... 파득....! 몸을 경직시키며 자궁에 쏟아지는 정액을 받아들인 그녀는, 그대로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침대에 쓰러졌다....
“잘했어, 소피아... 이대로 지금의 맹세를 새기면서 잠들어라... 네 몸도, 네 마음도 평생 내 것이라고... 영원히 내 육노예가 되겠다고....”
“아하아... 하아.... 후아아.... 네... 제 몸도 마음도... 13호님의 것... 전부, 전부... 모든 것이... 13호님께... 하아아아.... 아........”
코 끝에 맡아지는 세뇌향의 달콤한 향기 속에서, 소피아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예속의 맹세를 되풀이했다.
되풀이하던 맹세는, 그녀가 정신을 잃고 잠들 때까지 계속 되었다.
* * *
“......드디어 끝났나.”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오는 고문실 안.
나는 지친 음색으로 툭, 중얼거렸다.
소피아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린 채, 금빛 실 같은 머리카락을 가만히 손가락으로 쓸어내려주었다.
땀으로 젖어 달라붙은 머리카락도 가만히 쓸어올려 주었다. 그러자 흰 피부의 단정하고 고운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렇게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그 오만하고 프라이드 높은 악녀 히어로라고는 조금도 생각되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는 아이우스의 하이커맨더.
그리고 【어비스】를 노리던 적이다.
그녀를 비롯해 한국에 타마라와 클로에까지 세뇌했으니, 이제 한동안은 아이우스 때문에 가슴 졸일 필요는 없겠지.
“.......”
곤히 잠든 그녀의 육체를 가만히 더듬었다.
쭉 뻗은 하얀 허벅지에 손을 대자, 손바닥에 달라붙는 것 같은 매끈매끈한 감촉과 부드러운 탄력이 되돌아왔다.
허벅지 사이의 음순에 손가락을 대보니, 정액과 애액이 뒤섞인 액이 흘러나와 균열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이어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주무르고, 그 끝에 있는 유두를 슬쩍 꼬집어봤지만, 곤히 잠든 그녀에게선 반응이 없었다.
끼익-.
고문실의 문이 열리고, 반짝이는 은발의 여성이 들어왔다.
“참모냐.”
참모는 안쪽을 살펴보고, 곤히 잠든 소피아를 보고 다 이해했다는 듯 빙긋 웃었다.
“수고하셨습니다, 13호님. 보아하니 무사히 마치신 모양이군요.”
“그래... 그보다 거의 네 책략대로 됐네. 역시 참모야.”
“후후, 운이 좋았다고 하죠.”
참모는 부드럽게 웃으며 옆머리를 쓸어올렸다.
...쓸데없는 생각이긴 한데, 참모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여성스럽다. 덕분에 남자였던 과거를 잊어버릴 것만 같다.
이번 아이우스의 습격은, 거의 시작부터 끝까지 참모의 손 위에 있었다.
처음에 경찰을 이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타마라나 클로에의 빈틈을 짜는 것까지 참모의 계략이었다.
물론 한초령 경정의 적극적인 체포극, 그리고 소피아의 스페이드를 이용한 아지트 습격 등은 참모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잘됐으니 문제는 없다.
“......근데 참모.”
“예?”
“왜 갑자기 나한테 달라붙는 거냐?”
성큼성큼 다가온 참모는, 곧바로 상의를 슬쩍 드러내며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
“청소해드리겠습니다. 스페이드 양이 조종당하는 걸 깨닫지 못하고 기습을 허용해버린 못난 참모로서, 이제는 몸으로 봉사해드리는 것 말고는 쓸모가 없지 않을까 해서요.”
“필요 없어. 그보다 너 아니었으면 옛적에 당했다니까? 절대 쓸모 없지 않으니까 이런 거 하지 않아도 돼.”
“......하겠습니다!”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지, 변태 자식아!”
“아히잇...! 13호님에게 변태 소릴 들었어... 하아... 기뻐어어엇...!”
“그 귀여운 페이스로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변태자식아...! 으아아아...!”
추릅... 추웁... 춥....
소피아의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자지를, 참모가 그 작은 입으로 삼키고 핥아가며 청소하기 시작했다.
거절한다고 떠나갈 것 같지도 않고,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이 좋았기에 그 헌신적인 봉사를 받아들였다.
조금 후, 청소를 마치고 고개를 든 참모와 나는 현 상황을 정리했다.
“어쨌든 이젠 좀 쉬고 싶어... 아이우스 때문에 마음 고생이 많았지. 경찰서에도 끌려가고.”
“정말 고생하셨어요.”
“참모 너도.”
“그럼 소피아님의 세뇌는 끝난 건가요?”
“일단 꽤 깊게 되긴 했을 텐데... 여기에다 이 여자의 능력으로 쐐기를 박으려고. 그 다음엔 이야길 들어보고 아이우스에 돌려보내든지, 여기에 두든지 해야지.”
세뇌라고 하는 건 언제 어떤게 계기가 되어 풀릴지 모르는 법이고, 계쏙해서 지속시키려면 손이 많이 간다.
그런 내 제안에 참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보다 저로서는 이 여성분이 굳이 이 나라까지 와서 저흴 노린 그 이유가 신경 쓰이는데요.”
“【만능】에 대한 거 말이지? 타마라에게 일단 듣긴 했는데... 짐작 가는 게 없어.”
소피아가 굳이 【어비스】를 노렸던 것은, 내게 【만능】의 단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로서는 짐작 가는 바가 없다. 애초에 그 화제를 알게 된 것 자체가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제안입니다만, 그 노트나 수첩을 살펴보는 건 어떠십니까?”
“명안이네.”
일단 이곳에 있는 소피아의 노트를 확인해봤지만, 이렇다 주목할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이어서 벗겨서 놓아둔 그녀의 외투를 뒤지자, 손바닥 사이즈의 수첩이 나왔다. 팔락팔락 넘겨보니, 중요한 사항들을 적어놓은 수첩 같았다. 당연하지만 전부 영어로 적혀있었다.
이거라면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음...? 이건가...?”
수첩을 넘기다가, 어느 한 페이지가 딱 눈에 띄었다.
영어로 【만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문장이다.
어디보자, 대충 해석하면.
【빌런 13호와 접촉함으로, 만능의 단서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 순간.
눈 앞의 문장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13호님?!”
참모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나도 놀라긴 매한가지다.
갑자기 눈앞의 공간이 일그러졌으니까.
‘마력이...!’
소피아와 싸우고도 상당량 남아있던 마력이 요동치며, 눈 앞의 일그러짐을 향해 멋대로 모여들었다. 아니, 마력이 모이고, 그곳에 일그러짐이 생긴 것이다. 순서가 반대였다.
갑작스런 사태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반응조차 못 하던 사이.
눈앞의 ‘일그러짐’에서 무언가가 툭, 튀어나왔다.
바닥 위에 데굴, 구른 그것은.
“.................이건 뭐지?”
“.................글쎄요.”
바닥을 구른 건 주먹만 한 새카만 정육먼체의 상자였다.
......이게 【만능】의 단서?
나와 참모는 함께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