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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2화 〉#54 그것은 마치 공명의 함정처럼(1) (212/271)



〈 212화 〉#54 그것은 마치 공명의 함정처럼(1)

“...그렇구만... 스페이드를 노리고 소피아라는 여자가 판을 짰다 이거지?”

“예... 그렇습니다 13호님...”

13호는 타마라가 거의 실신하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범하고 능욕했으며, 타마라는 오히려 그 취급을 기뻐하며 받아들였다.

절정하면 할수록, 13호의 뜨거운 정액이 자신의 안에 부어질수록 자신의 모든 것이 13호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느꼈지만, 스스로를 ‘13호의 충실한 노예’라고 믿고 있는 그녀에게 있어서 13호의 색으로 물드는 것은, 흔들림 없는 충성을 바치게 된 것은 오히려 기뻐할만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스페이드는....”


“제가 【편집】한 대로, 자기가 소피아님의 스파이... 라는 식으로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편집】된 기억은 다시 돌려놓을 수 없나?”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쉽다.

“다음 번에  둘이 스페이드를 만날 일이 있으면, 기억을 다시 손봐줘. 스페이드한테는 얘기해둘 테니까.”


“알겠어용....”

“그쪽 아이우스의  사람한테는 들키지 않게.”


“물론이죠.”


“......뭔가 바라는 거 있니?”

타마라의 눈이 반짝였다.

“시, 13호님의... 듬직한 자지... 한번만  빨게 해주세요....”

야한 암캐다운 표정으로 부탁하니, 거절하기도 뭐했다.

“뭐, 그 정도야. 얼마든지.”


지치지도 않고 다시금 단단함을 되찾은 육봉을 내밀자, 타마라가 기쁘게 달려들었다.


13호의 자지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봉사하는 타마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추웁... 쭙... 춥...

맛있다는 듯이 자지를 문 타마라의 입에서, 음란한 소리가 퍼져나왔다.


“타마라, 빨면서 얘기해도 좋으니까 내가 묻는 거에 대답해줄래?”


“추웁... 예에... 뭐든 물어봐주세요오... 하아....”


자, 그러면 다음으론  물어보면 좋을까.

“그 클로에라는 여자에 대해, 아는대로 전부 가르쳐줄래?”


* * *


“~♪”

노트에 적히는 사각사각, 하는 소리가 기분 좋다. 소피아는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며 글자를 적어나갔다.


내용을 보자면 단순히 어떤 이야기의 시나리오를 적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여기에 적힌 시나리오가 그대로 사실이 된다고 생각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녀가 이곳에 적는 내용은 전부 사실이 된다.


황당한 이야기지만, 그게 히어로 소피아의 능력이니까.

【트루 스토리(True Story)】.

아이우스의 하이커맨더 소피아는, 그녀가 적는 그대로 현실로 만들  있다. 예를 들어 내일 길가다 500원을 줍는다고 적으면, 노트에 적힌 대로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다.


단순히 노트에 적든, 종이 쪼가리에 적든, 혹은 노트북으로 타이핑을 하든, 어느 도구를 사용하는지는 상관 없다.

히어로 내에서 희귀한 ‘현실개변’ 타입의 능력. 라헤의 ‘밸런스’ 능력도 따지고 보면 이쪽에 가깝다.

물론 단순히 적는다고 모든 것이 현실이 되는 것도 아니며, 소피아가 사용하는 능력이 이것뿐인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 능력이 지금 소피아를 그 지위에 올려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도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이만한 능력, 이만한 지위라면 웬만한 사람들은 가진 것을 만끽하며 인생을 즐길 것이다.

제약이 있는 능력이라 해도, 그녀가 바라면 이상적인 남자도, 바라는 부와 명예도, 남들이 모두 부러워 할 행운도 전부 가질  있으니까.

그러나 그녀가 소피아이기에.


그녀는 소피아이기에.


가진 것으로도 부족하다 느껴, 【만능】을 바라고 있다.


“...이것도 안 되나.”


소피아는 열심히 놀리던 펜을 멈췄다. 종이 위에 떠오른 글자가 뭉개지듯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현 불가능.

이 ‘시나리오’는 실패다.


그녀의 능력으로도 현실로 만들 수 없는 시나리오라는 뜻이다.

소피아는 쓰고 있던 종이를 잘게 찢어서 버리고, 다시 펼친 새하얀 종이에 새로운 시나리오를 적어내려갔다.

‘【만능】의 열쇠는 13호.’


13호라는 빌런은 내력도 능력도 특수했다.


아이우스에서 조사한 바로, 13호는 어느 불법 각성 실험의 실험체였던 모양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남자가 각성하는 케이스는 없었어요.’

같은 조직의 참모도 마찬가지로 불법 실험 끝에 각성했다.

‘하지만  경우는 더욱 특수한 케이스.’

참모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마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렇기에 반쪽짜리.


 외에도 ‘각성약’ 주입으로 인위적인 각성을 시도한 빌런들이 다수.  ‘각성약’의 배포자는 ‘닥터’라는 닉네임의 요주의 인물.


‘하지만 이 각성약에도 문제가 있었어.’


약을 섭취한 인물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전부 여자가 되었다.


「여자가 아니면 각성자가  수 없다.」

 불문율을 지키듯, 전세계적으로 정상적인 ‘남자’ 각성자는 13호 한 명 뿐이다.


‘하지만 그 13호도 최근에는 능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고... 그런 보고가 있었어.’


최강의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던 빌런 13호.

승승장구하던 그가, 어느 시점부터 지지부진해지더니 히어로들에게 속수무책으로 패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점이... 내가 【만능】에 대한 예지를 받았던 시기와... 겹쳐.’

그리고 그 예지는 ‘【만능】의 열쇠’로 13호를 가리켰다.

과연 이 모든 게 단순한 우연일까?


13호가 【만능】의 단서가 될 거라고 알게  순간, 우연히 13호의 능력도 사라졌다고?

‘그렇다면 역시――’

몇 번이나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고 찢어내고 쓰고 찢어내고를 반복하던 소피아가, 문득 펜을 든 손을 멈췄다.

“...흐음?”


써나가던 시나리오에 문득 위화감을 느낀 것이다.

“소피아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마침 차와 다과를 준비해  클로에가 물었다.


푸른 머리, 그리고 늠름한 분위기의 부하.


소피아는 그런 클로에를 잠시 빤히 쳐다보더니, 조금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클로에... 타마라는 어딨죠?”

“타마라라면 자기 방에 있을 겁니다. 사흘 전부터 매일 같이 빌런 13호의 기억을 손 보기 위해 나갔다 들어오고 있습니다.”


“흠.......”

소피아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더니, 옆에 놓아 둔 스마트폰으로 어딘가에 연락하기 시작했다.




“타마라. 바쁜가요?”


“커맨더 소피아? 무슨  있나용?”

소파에 편하게 앉아 칩을 아작아작 씹으며 모바일 스도쿠에 열중하던 타마라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요즘, 즐거워 보이네?”

“에? 그런가아~?”

“응. 즐거워 보여.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리는 말에, 타마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됐고. 13호의 기억은 잘 손보고 있나요?”

“캐럿캐럿~ 커맨더 소피아의 유능한 부하 타마라를 믿어주세용~.”

“...요 며칠 13호를 만나느라 외박하고 있다면서?”


“응. 푸흐흐흐. 커맨더한테도 보여주고 싶다니까? 역시 남자란 것들은 하반신에 뇌가 있는 게 분명해. 머저리에 등신 같은 꼴이 웃겨서 매일밤이 즐거워용~.”


하여간 단순히 경박한 건지 밝은 건지... 뭐라 판단하기 어려운 부하의 모습에 소피아는 고개를 저었다.

뭐, 남자가 머저리에 등신 같다는  소피아도 동의하지만. 애초에 타마라의 남성관 자체가 소피아의 영향이 크다.

소피아는 개의치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임무예요. 클로에와 함께 가도록 해.”

“에? 클로에랑요?”

“빌런 조직 【사이코】. 저번의 그 빌런들을 처리해야겠어.”

애초부터 처리할 생각으로 손을 잡았다.

스페이드 때는 이쪽에서 협력을 요청한 꼴이 되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빌런이다. 빌런과 히어로가 손을 잡다니 언어도단. 앞으로도 황금길을 계속 나아갈 소피아에게 있어서, 오점이 될 수 있는 그들을 살려둘 의미가 없었다.


“우와... 커맨더 성격 나쁘네....”

굳이 구구절절히 설명하지 않아도 대강의 의미를 이해한 타마라는 질린 듯이 중얼거렸다.

딱히 반대는 하지 않았다. 커맨더가 그런 사람이란 걸 타마라도 알고 있으니.


“근데  저도 가는 건가요, 커맨더?”


“대충 두 명 정도는 남겨서 기억을 조작하겠어. 그렇네... 알고보니 7번대와 유착관계가 있었다던가? 그런 기억을 심어놓고 자백시키면 재밌어지지 않을까?”

“입맛에 맞는 증거도 알아서 만들어 놓고~?”


“그래. 내용은 타마라가 직접 생각하도록 해. 괜찮겠죠?”


“물론, 가능하지이~. 그런데 커맨더는 진짜 성격 나쁘구나.”

“쓸데 없는 소리를.”


소피아는 타마라의 머리를 따악 때리고 돌아섰다.


“이틀 뒤에 【사이코】를 처리하고, 그 다음은 【어비스】를 손볼 거예요. 그때까지 써먹기 좋게 13호의 기억을 잘 주물러 놓도록 하세요, 타마라.”


“Yes, sir~!”




* * *



“......13호.”

“응?”

“이거.”


【어비스】의 아지트.

평소대로 아무 일 없이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싶었는데, 갑자기 스페이드가 찾아와선 기묘한 상자를 내밀었다.

기묘하다고는 하지만, 딱히 보기 어려운 것도 아닌 평범한 종이상자다. 카페에서 케이크 같은 걸 사면 얼마든지  수 있는.

근데 문제는 이걸 왜 스페이드가 나한테 내미냐는 거지.

“안 받아?”


“아니, 어, 나 받으라고?”

“그래 멍청아. 팔 아파. 받아.”

고릴라보다 센 주제에 그거 들었다고 팔이 아플 리가 있나.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굳이 입 밖에 내밀었다가는 맞을 것 같아서 순순히 받아들었다.

“비싼 케이크니까. 맛있게 먹어. 너희 숫자대로  왔으니까. 케이크 하나를 통째로 사는 것보단 여러 맛이 있는 게 낫지?”


“어, 어... 뭐야... 독이라도 들었어?”


“뭐?”


스페이드가 언짢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니, 왜 갑자기 케이크를 주나 싶어서....”

“주면 그냥 좀 닥치고 받아 먹어.”

“선물 주는 건데  이렇게 험악한 거야....”

“네 태도가 그러니까 그렇지!”


이제는 어짢음을 넘어서 아르르릉 위협한다. 머리 나쁜 소형견이 깡깡거리는 기분.


“저번에 병문안 와준거. 답례.”


“아.”

빌런 조직 【사이코】와의 충돌로, 스페이드는 온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엉망진창으로 당했었다. 그때 도로시 특제 포션을 전해주기 위해 잠깐 들렀었는데, 그 일을 말하나보다.

“굳이 이런 것까지 주지 않아도 되는데.”

“빚지는  싫어서. 그래. 왜. 그래도 못 믿겠어?  들었을까봐?”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데.”


“.......”

“아, 아야. 아파! 아파! 머리 잡아당기지 마! 미안! 잘못했어! 잘 먹을게! 독이어도 먹을게!”

“독~ 안~ 들었다고오오오~~~~!!!!!”


눈꼬리에 눈물을 찔끔 달고 나를 괴롭히는 스페이드.


선의로 가져왔는데 독이 들었니 뭐니 하면 확실히 속이 상할지도 모르겠다. 미안하네.


근데 진짜 이런 거 주지 않아도 되는데. 스페이드가 잠든 사이에 무방비한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면서 즐겼으니까, 오히려 내가 케이크를 사주면서 감사해야할 정도다.

그래도 일단 고분고분 스페이드에게서 케이크를 받아들었다.

“아이우스 쪽은 뭔가 새로운  없고?”


“응. 별건 없고... 【사이코】 녀석들, 아이우스 쪽에서 처리하기로 한 모양이야. 내일이 결행일이라던데.”

“그건 나도 들었어.”

“......어떻게 들었어? 그거 나름 협회의 기밀이거든?”


 기밀을 주저없이 말하는 너는 뭐냐.

“뭐, 그런  듣는 구멍이 있어.”

세뇌해 둔 타마라에게서 직접 전해 들은 정보다. 교섭인 척 만나서, 클로에의 힘으로 일망타진하고 그중 몇 명은 잡아다가 타마라가 기억을 조작할 생각이라나 보다.


그리고 마침  됐다.

클로에와 소피아가 떨어지는 순간이니까.


이 기회에 클로에를 노려서 세뇌할 생각이다. 수족을 전부 잘라내버리면, 소피아 그 여자는  이상 반항조차 못하겠지.

“......무슨 생각해?”


“응? 아니, 그냥.”

지그시 나를 올려다보는 스페이드. 호기심 어린 눈이 나를 올려다보니, 나는 한숨과 함께 순순히 자백할  밖에 없었다.

“......스페이드, 상처 남은 건 없어? 걱정되서 못 참겠어.”


스페이드가 눈을 깜박깜박 감았다 떴다. 의외라는 표정 너머로, 걱정받는 게 그렇게 싫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흐응~ 걱정해 주는 거야? 빌런주제에 히어로를? 지금은 나보다 한~ 없이 약해빠진 약골 주제에, 이 나~ 를~?”

“......그래서 어때. 저번에 꽤  멍이 그대로 남아있었잖아.”

“후후... 없어없어,  다 나았어. 말끔해. 걱정 안해도 돼.”


흐흥, 하고 스페이드가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그렇구나. 다 나았구나.


“그래? 그럼 보여줘.”


“.......뭐?”

“스페이드. 명령이다. 지금 당장 스커트를 올려서 허벅지를 보여봐. 빨리!”

스페이드의 얼굴이 쩌적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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