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화 〉#50 경찰은 빌런에게 패배했습니다(3)
“팔다리는 이제 움직여지지?”
“아... 움직여요....”
“일어서. 거기 책상을 붙잡고... 엉덩이를 이쪽으로...”
“네....”
초령은 순순히 책상의 모서리를 잡고, 매끈한 라인을 뽐내듯 엉덩이를 쭈욱 내밀었다.
13호는 드러난 그녀의 엉덩이를 꾹 붙잡고 원을 그리듯 주물렀다. 초령은 허리를 비틀며, 기쁜 한숨을 내쉬었다.
“초령, 이런 건 처음이지?”
“네... 처음이에요... 섹스는....”
13호의 손가락이, 그녀의 음순을 꾹 찔렀다.
“햐앗...?!”
“그래, 내 것으로, 네 여기를 꿰뚫을 거야. 이것으로 맹세의 의식을 새긴는 거야, 알겠지?”
“헤에... 넷... 어서, 어서 와주세요...!”
초령은 조르듯이 허벅지를 문지르며, 13호를 재촉했다.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13호는 초령의 가는 허리를 붙잡고, 어디까지나 신사적이게 육봉을 그녀의 보지에 찔러넣었다.
“하윽...!”
애액을 윤활유 삼아,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손쉽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미 질척하게 젖은 그녀의 보지에, 찌걱...하는 습기 찬 소리가 들려왔다.
“아파?”
초령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드, 들어왔어어... 이런 거... 처음....”
살짝 따끔했던 것도 같지만, 뇌내 마약이 콸콸 쏟아져나오고 있는 지금 그 사소한 통증마저도 쾌락으로 바뀌는 것 같았다.
13호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단단한 남자의 상징이, 초령의 보지를 들락거리며 습기 찬 소리를 내었다.
찌걱... 쩌억... 쩍, 척, 척, 척...!
“아, 아아, 후와... 대단... 히으... 하아앙...!”
13호의 손이 무방비한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매만졌다. 동시에 그녀의 귓가에 대고 악마와도 같이 속삭인다.
“경찰이라는 여자가, 빌런에게 범해지면서 이렇게 기뻐해도 좋은 거야?”
“아, 흐아... 그러지 마... 심술쟁이....”
경찰로서의 긍지도, 의지도, 13호의 자지가 찔걱찔걱 출입할 때마다 휩쓸려 사라져갔다.
오히려 희미하게 남아 떠오르는 경찰이라는 자각이, 악에게 범해지고 있다는 배덕감을 되살려 마치 끊을 수 없는 독약 같은 쾌락을 안겨주었다.
찌걱, 찌걱, 쩍, 쩍, 척-
이제 슬슬 13호의 물건도 한계에 다다라가고 있었다.
“자, 슬슬 가겠어, 초령. 내 것이 되겠다고, 내 손을, 내 물건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언제까지나 기억하겠다고... 네 영혼에 걸고 맹세하는 거야... 알았지?”
“흐읏, 앗, 읏, 읏... 응... 네... 맹세... 합... 히윽... 읏...!”
초령은 책상 모서리를 꽉 붙들었다. 팔이 후들후들 떨려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될게요... 13호님의... 당신의 것이 될... 게요... 맹... 세... 합니다... 흐으...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덜컹!
초령은 등골을 크게 휘더니, 그대로 휘청이며 책상 위에 엎어지듯 쓰러졌다.
퓨퓻- 촤앗-
13호는 힘이 빠진 초령의 보지에서 자지를 뽑아내고, 그녀의 둔부에 정액을 쏟아냈다. 음란한 백탁액이, 땀과 체액으로 젖은 새하얀 엉덩이와 허벅지를 더럽히고 흘러내렸다.
“뜨거워... 하아....”
“후....”
13호는 절정의 여운에 젖어 몽롱해진 초령을 끌어안고, 의자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 그러면 다음 이야기를 해볼까....”
이어서 13호가 속삭이는 말에 귀기울이며, 초령은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여갔다.
* * *
“.......”
“경정님, 괜찮으세요...?”
“아... 괜찮아요. 신경쓰지 마시길.”
초령이 힘없이 웃자, 힐끔힐끔 그녀의 눈치를 보던 특능범죄대책과의 인원들은 가슴이 일제히 조여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낮, 심문 중이던 13호가 도망쳐버렸다.
심문 상대인 한초령 경정, 그리고 그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시하던 베테랑 히어로 체크. 실력자인 두 사람의 의식에 한순간 공백이 생겼다 싶더니, 13호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CCTV의 영상이며 녹음내용도 확인해봤지만, 이 역시 【어비스】의 소행인지 데이터가 손 쓸 도리 없이 파괴되어 있었다.
“아니, 두 분이 계셨는데도 그런 거라면 정말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그 놈이 반칙인 거죠!”
“맞아요! 이런 짓도 가능하다는 걸 알았으니, 다음 번엔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고요!”
“심지어 일반인의 몸으로 히어로들도 어쩌지 못하던 빌런을 붙잡았고!”
“애초에 13호를 붙잡은 사실은 저희 부서 밖에 모르니까... 아무도 뭐라 그러지 않을 거예요.”
초령은 필사적으로 자신을 위로해주려는 부하들에게 쓰게 웃어주었다.
“그래도 13호를 놓친 건 사실이니....”
그 실망스러워하는 표정에 결국 모두들 입을 다물고 각자 자리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혼자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배려해준 것이다.
그런 모두의 반응을 보며, 초령은 내리깐 어두운 표정으로 홀로 생각에 잠겼다.
‘아아... 내가, 내가 보내준 건데....’
눈 앞에서 13호가 도망치는 것을 초령은 전혀 막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13호의 명령이 떨어질 때면, 그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경찰인데.
지금은 빌런의 것이 되었다.
‘어쩌지... 이래선... 너무....’
감미롭다.
지금도 자신을 걱정해주며 신뢰의 눈빛을 보내는 부하들. 수많은 후배들의 동경을 받으며, 경찰의 카리스마라고도 불리는 자신이 사실 악의 손아귀에 떨어진 꼭두각시가 되어버렸다고 하면,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악의 상징인 빌런에게 만져져 암컷처럼 소리지르고, 그의 물건을 받아들여 절정하기까지 해버린 더럽혀진 경찰관이라는 것을... 들키면 어떻게 될까.
‘아아....’
초령은 묵묵히 입을 다문 채, 슬쩍 몸을 떨었다.
제대로 고쳐 입은 경찰 제복이, 마치 그녀의 몸도 영혼도 구속하는 구속복이 되어버린 기분.
겉은 경찰, 속은 빌런의 인형. 그 터무니없는 배덕감이, 자신의 정신을 오염시킬 것 같았다.
그 때였다.
『저기, 그 녀석 어디갔지?』
『누구?』
『그 신입 말이야... 아까 전까진 여기 있었던 것 같은데?』
『어라... 진짜네? 야, 그 녀석 자리가 어디야?』
『여긴 아닌데.』
『아니, 잠깐만. 그 녀석 진짜 자리가 어디야?』
『그보다 그 신입... 이름이 뭐지? 들은 적도 없는데.』
『나만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별안간 술렁이기 시작하는 분위기에, 초령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죠?”
“아니, 그게 말이죠... 경정님, 그 신입 기억하십니까, 13호 놈의 감시를 맡긴.”
그렇다. 분명 자신의 지시로 13호의 감시를 맡겼었던 여경.
이 과에 전입해 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열정적이며 당당한 태도가 장점인 신입.
이름이 분명――
“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얼굴마저도 가물가물하다. 진짜 여자였나? 단발? 장발? 안경을 썼는지 안 썼는지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의 자리는 어디였지? 이런 시기에 전입? 특능범죄대책과는 강력계 쪽에서 2년 이상의 경력을 채우지 않으면 안 될텐데... 근속연수 1년도 안 된 신입...?
그보다 신입인 여경 단 한 명에게,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범죄자의 감시를 맡긴다는게... 말이 되나?
‘13호한테 세뇌...? 아니야, 그 사람이 나한테 건 세뇌 내용은 이제 다 알아.’
애초에 자신을 세뇌하는 게 목적이었던 남자니까, 감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상관 없지 않았을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만 같아, 초령은 한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 * *
“수고하셨습니다, 13호님.”
“아, 13호님이다.”
“13호님~.”
어비스의 아지트. 그 라운지.
참모가 링크해 둔 체크의 그림자를 통해 아지트로 돌아온 13호를, 참모는 극진히 맞아주었다. 마침 잉여스럽게 아지트에 남아있던, 전 【시궁쥐】의 간부 에이와 씨씨도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보는 부하들의 얼굴, 그리고 그리운 아지트의 모습. 13호는 안도감에 휩싸여 그대로 비칠비칠 소파에 풀썩 몸을 던졌다.
“하으아... 아지트다... 집이다... 드디어 그 미쳐버릴 것 같은 독방에서 탈출이야....”
“흐윽,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지금 바로 퇴소기념 잔칫상을 준비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13호의 고행을 상상했는지, 반짝이는 은발의 참모는 눈물을 흩뿌리며 식당으로 향했다.
13호는 라운지의 소파에 몸을 묻은 채, 진이 빠져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경찰서란 곳은 있는 것만으로 긴장되고 진이 쭉쭉 빠진다. 정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13호, 돌아왔네?”
“보스. 보고 싶었습니다.”
“징그럽게...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다. 별 일은 없었고?”
“네, 뭐. 별 일 없었습니다.”
바이올렛이 태연하게 탁탁 걸어왔다. 대수롭지 않은 반응과 한 손에 들린 음료수캔을 보자니 13호는 묘하게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저, 그래도 무시무시한 경찰서에 붙잡혀있다가 온 건데 좀 더 극적이게 반겨주셔도 되지 않나요?”
“참모처럼?”
“뭐, 그건 아니더라도... 뭐랄까... 좀 더 감동의 상봉장면 같은 그런....”
“지랄.”
일축당했다.
13호는 조금 울 것 같았다.
“너니까 걱정도 안 했어.”
“저는 걱정할 가치도 없다는...?”
“그게 아니라, 너니까 분명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
바이올렛은 타박타박 13호에게 다가오더니, 13호의 옆에 풀썩 주저앉았다.
“날 두고 혼자 사라지거나 하지 않을 거 아냐. 아니야?”
“물론이죠, 보스.”
바이올렛은 씨익 웃었다.
“봐. 그리고 믿고 있던 대로 무사히 돌아왔지. 잘 돌아왔어, 13호.”
13호는 미소가 걸린 단정한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보스으으으으으~~~~~~~~~~!”
“우와, 야, 야! 다 보는 앞에서 뭐하는... 꺄아아악! 어딜 만져! 야!”
머리를 탁탁 두드리는 바이올렛의 반응에 아랑곳 않고, 13호는 바이올렛을 껴안고 그녀의 품에 얼굴을 부비부비 비벼댔다.
어쨌든 13호는 무사히 복귀했다.
경찰이라는 조직에 치명적인 독도 풀어놨고, 아지트는 들키지 않았으며, 만사는 순조롭다.
...순조로운 것처럼 보였다.
* * *
“다녀왔슴다~★”
“어머나, 타마라. 드디어 왔네요.”
“타마라! 그 차림으로 오면 어떡해!”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가득한 호텔방.
아이우스의 하이커맨더 소피아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체류하는 이 방에,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의 여성이 찾아왔다.
특이하게도 남색의 경찰 제복을 입고 있으며.
그녀가 바로 한초령에게 지시를 받아 13호를 감시하던 그 여경이었다.
“갈아입을 옷이 없었는걸~ 애써 임무를 마치고 온 동료한테 너무한 거 아냐, 클로에?”
“잠입임무라는 자각이 없는 건지, 그냥 빡대가리인 건지...!”
“너무해! 좀 상냥하게 대해주면 어디가 덧나?!”
서로 티격태격하며 싸우는 둘을 보며, 소피아는 손에 든 찻잔을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모델 같은 체형에 고급스런 분위기까지 더해져, 그렇게 한숨을 쉬는 모습마저도 그림 같았다.
“그래서 여기에 돌아왔단 건 임무는 잘 완수했단거겠죠?”
“물론임다, 커맨더 소피아!”
타마라는 발랄하게 윙크하며, 엄지를 척 들어보였다.
“그 멍청한 빌런의 머리에 폭탄을 심어뒀으니 안심하세요! 아, 물리적으로 터지는 건 아니지만! 제가제가 어떻게 했냐면요했냐면요~.”
“조용히(Be quiet), 타마라.”
쓸데없이 잡소리가 길어지기 전에, 소피아가 단칼에 뚝 끊어버렸다.
타마라는 의기소침해 추욱 어깨를 늘어뜨렸다.
“어린애도 아니고, 당신의 보고에는 쓸데없는 군살이 너무 많다고 했잖아요. 제대로, 요점만 집어서, 간단하게 요약해서 성과를 읊어봐요.”
“네에... 텐션 떨어지지만... 히잉....”
타마라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간단하게 정리해나갔다.
“그렇슴다... 일단 【어비스】의 아지트를 알아냈구... 그리고 【어비스】의 핵심 인원은 넷이지만 그 외에도 몇 명 더 멤버가 있고... 그러네요, 닥터란 녀석도 지금은 【어비스】의 동료래요.”
호오, 하고 소피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타마라의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각자의 능력이랑... 7번대가 사실은 【어비스】의 수족이랄까, 노예가 되었단 거랑... 【어비스】의 아지트 위치라던가... 아, 그렇네요. 세뇌에 대한 것도 다 말해줬슴다! 뭐, 대충 그 정도...?”
【어비스】의 기밀이, 아킬레스건이라고 불려도 좋을 정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하나하나 던져진다.
마치 잘했냐고 묻듯이, 타마라가 눈을 반짝이며 소피아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그거, 13호 본인한테서 뽑아낸 거죠?”
“네!”
“13호는 알고 있나요? 당신의 능력이라던가, 이 정보가 전부 빼내졌다던가.”
“전혀 모를 거예요! 확실하게 '제거'해뒀어요!”
소피아는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생각에 잠기더니, 금방 빙긋 웃으며,
“후후, 잘했어요. 아주 잘했어, 타마라. 시킨대로 잘했네.”
타마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것만으로 타마라는 행복한 듯 목을 울렸다.
“자, 그럼 지금 말한 것 하나하나, 다시 한번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