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화 〉#50 경찰은 빌런에게 패배했습니다(1)
......지금 뭐하고 있었더라?
빌런 13호를 이 손으로 체포하고, 그를 신중하게 심문하고 있었을텐데.
어쩐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둥실둥실 몸이 떠오르는 감각이 기분 좋다.
『이 짓도 벌써 며칠째지? 충분하려나, 이 정도면?』
충분...?
뭐가...?
『좋아, 이제 일어나도 좋아. 내가 셋을 세면 일어나는 거야? 하나... 둘....』
셋, 하는 말이 들려오고.
한초령의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 * *
아앙... 앙...♥
맨 처음 들려온 것은 여성의 음란한 신음소리.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한가득 들어오는 체크의 얼굴.
“..................어?”
철컥.
초령이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하자, 수갑의 사슬이 쇳소리를 울렸다.
지금 자신의 두 팔이 뒤로 돌린 채 수갑이 채워져 있다는 것, 두 다리도 수갑으로 테이블의 다리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하앗... 아... 초령... 히읏... 이, 일어났데이....”
하아하아 숨을 내쉬며 웃던 체크는, 갑자기 “하웃...♥”하고 어깨를 떨었다.
“무슨... 무슨 일이...?”
“눈에 보이는 그대론데.”
“13호...!”
체크는 심문실의 탁자 위에 개처럼 엎드려 있었다.
히어로 제복도 거의 벗겨져 갈색피부를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고, 검은색 속옷은 발목에 걸린 채, 탁자 위에서 13호를 향해 엉덩이를 쭉 내밀고.
그런 체크의 뒤에서, 13호는 무심하게 보일 정도로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체크의 보지를 찔걱찔걱 쑤시고 있다.
“아, 아아아아아앗...!”
“어이쿠. 아직이야, 아직.”
“흐엣... 아... 나빴어....”
13호는 눈물을 글썽이는 체크의 뒤에서 돌아나와, 구속된 초령의 옆에 섰다.
“일어났어? 기분은?”
“...이게 무슨 일인지, 다 설명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음란한 몸뚱아리에 잠들어있던 본능이 깨어난 거...라고 하면 어때?”
“닥쳐. 장난치지 말고.”
초령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체크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대답해!”
13호는 초령의 말을 무시하며, 책상 위에 엎드린 채인 체크의 뺨을 쓰다듬어주었다.
절정하기 직전에 방치되어 욕구불만에 쌓인 체크는, 그런 손의 감촉도 좋다는 듯 뺨을 비비며 아양을 떨었다.
답지 않은 친구의 모습에, 초령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세뇌했어.”
“세뇌...?”
“그래. 우리 과학자가 조금 대단해서 말야.”
“말도 안 되는....”
“그래? 그치만 봐봐. 어이, 체크. 네 입으로 지금 네 상태를 말해볼래?”
13호가 체크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자, 체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명령에 따랐다.
“네에... 체크는... 히어로인 주제에 13호님에게... 자지님에게 져버린 꼴사나운 패배자입니다... 지금은 13호님의 노예가 되어서... 원하실 때마다 이 음란한 몸뚱아리로 봉사하는... 13호님의 육변기입니다... 히읏...♥.”
스스로의 입으로 한 비참한 선언에 느껴버렸는지, 체크는 손도 대지 않았는데 애액을 흘리며 파들파들 몸을 떨었다.
“이런 느낌인데, 어때?”
“.......”
초령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일단 눈앞의 광경은, 들이밀어진 현실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이 재료들을 가지고 ‘다음은 어떻게 할지’다.
세뇌 당했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어디까지 세뇌가 된거지? 풀 수 있는 방법은?
보통 사람이라면 패닉에 빠져 발광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대재해를 겪으며 온갖 경험을 해온 초령은 냉정하게 현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마.”
불쑥 내밀어진 13호의 손이, 그런 그녀의 가슴을 제복 위로 주무르며 생각을 끊었다.
“...! 하지마...!”
“음음. 역시 경찰제복은 최고야. 솔직히 노골적인 바니걸 의상이나 본디지나 간호사복 같은 것보다 이 편이 더 좋단 말이지. 노출이 적은 것에서 생겨나는 배덕감 같은 걸까? 어떻게 생각해?”
“그, 그딴 거 몰라... 변태... 그보다 주무르지 마! 어차피 있지도 않은거!”
가슴이 주물러지니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 초령은 눈가가 촉촉해지는 걸 느꼈다.
“조금 전까지 체크의 가슴을 잔뜩 주물렀을 거 아냐! 지금 주무르면서 막 비교하고 있지?! 이게 가슴인지 배인지 긴가민가 하고 있지?! 같은 여자인지 아닌지 의심하고 있지?!”
우와아아아앙~~~ 나쁜 노오오오옴~~~ 인간 쓰레기~~~~!!!
어린아이 같이 울음을 터뜨리며 13호를 마구마구 욕한다.
그 서슬퍼런 기색에 질려 13호의 얼굴도 굳었지만, 제복 위로 가슴을 주무르기는 계속했다.
“아니, 비교는 안 했는데....”
“거짓말!”
“그보다 없는 것도 아니고, 난 이 정도면 딱 좋다고 생각하는데.”
“거짓말!”
“진짜야. 딱 이만큼이 최고라고 생각해.”
“......거짓말.”
“진짜라니까.”
13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한 말에 한치의 거짓도 없었다.
“가슴에 귀천은 없는법... 하지만 경찰제복에 큰 가슴은 아니야. 그건 용서할 수 없어.”
“......뭐?”
“나는 가슴은 큰거든 작은거든 상관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하지만... 경찰제복에 만큼은 아니야! 정의와 질서와 고결의 상징, 그 푸른 제복에 쓸데없이 육감적인 몸매가 더해졌다고 하자... 뭔가 그냥 그런 플레이로 밖에 안 보인다고. 야한 누나가 심심해서 한 번 입어본 옷으로 밖에 안 보인단 말이야!”
“.......”
“하지만 조신한 가슴에 경찰제복은 현실성이 있어! 이쪽은 뭔가 성실한 누나 같은 분위기라고! 그런 경찰 누나한테 야한 짓을 할 때, 비로소 깨끗한 정의를 범한다는 그런 배덕감이 생기는 법이라고!”
“.......”
말도 안 되는 13호의 폭론.
보통의 여자라면 13호의 말에 혐오감을 감추지 못하고 오물이라도 보듯 쳐다봤을 테지만.
한초령은 평범한 여자가 아니다.
13호의 말을 듣고, 오히려 ‘성실... 어울리는 분위기라니... 기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떠올리고는 황급히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냈다.
“...뭐, 됐어요. 그건 그렇고, 수갑으로 제 팔다리를 이렇게 구속한 걸 보면 그 세뇌란 건 제게는 먹히지 않았나 보네요.”
그 점이 있어서 초령은 그나마 냉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굳이 공들여 그녀의 사지를 구속했다는 것은, 세뇌라는 것에도 뭔가 제약이 있기 때문일 테니까.
그리고 수갑 정도는 그녀에게 그다지 구속이 되지 않는다. 당장에라도 구속을 풀어버리고 13호에게 달려들 방법만해도 몇가지는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수갑? 그런게 어딨는데?”
“응, 초령... 수갑 같은 건 없데이....”
13호가 히죽 웃으며, 체크는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소리... 여기, 이렇게 수갑이...!”
“내 눈에는 네가 두 손을 뒤로 돌린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당황하며 돌아보는 초령의 눈에, 확실히 수갑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손은 뒤로 돌린 채 뭔가에 붙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딱히 구속하고 있는 건 없다. 발목도 마찬가지.
그럴 리가.
확실히 조금 전에 수갑이 걸려있는 걸 봤다. 철그럭, 하는 쇳소리도 들렸다고!
그런데...!
.......
...설마......?
“세...뇌... 이런 것도....”
초령의 반응이 마음에 든다는 듯, 13호는 히죽 웃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의심없이 체크가 건네 준 커피를 마셨지? 세뇌약이 들어간 커피를.”
――‘마시라.’
――‘수고했대이. 참말로 해낼 줄은 생각도 못혔는디.’
초령은 기억을 떠올렸다. 체크가 건네줬던 커피를, 자신은 의심도 없이 받아마셨다. ...확실히, 그때부터 기억에 위화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뒤에는 체크의 제안대로 의심 없이 사람을 물려줬고, 단둘이 된 상태에서 이것저것 할 수 있었단 거지. 필요한 세뇌도구는 체크가 전해줬고.”
그렇게 말하며 가리킨 건 책상 위에 늘어선 각종 도구들. 약병이나 손수건, 구슬이나 소형 라디오 같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체크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7번대의 히어로들이 돌아가면서 당신을 감시――”
거기까지 말하고, 초령은 아, 하고 입을 다물었다.
“설마... 7번대 전원이...?”
“뭐, 그렇지. 그리고 매번 심문이 끝나고 나면 녹취록을 받아갔지? 우리가 준비한 ‘세뇌용 음원’을 ‘심문내용’으로 인식하게 한 것 뿐이지만.”
초령은 입술을 까득 깨물었다.
자신은 그걸 유익한 심문내용이라 판단하고 열심히 들었다. 스스로의 손으로 독을 집어먹는 것이라고는 깨닫지도 못하고.
“그렇게 해서 충분히 세뇌되었다고 생각해서, 의식을 잠깐 돌렸다는 거야... 설명은 이제 충분하지?”
13호는 다시 체크의 뒤로 돌아가, 방치되어 있던 그녀의 살주름에 혀를 내밀었다.
“아아... 13호니임...!”
체크의 사타구니 사이에 얼굴을 박은 채, 혀를 깊게 밀어넣어 체크의 질을 자극했다. 이어서 손가락을 넣어 난폭하게 쑤셔댔다.
“앗... 히잇... 앗... 거기, 거기가 좋아요... 히익... 아....”
주륵 흘러나오는 애액을 떠내어, 체크의 음핵 위를 문지르고, 그대로 젖은 음핵을 손가락으로 꼬집어 내렸다.
“가, 간데이~~~~ 끄으으으읏...!”
그대로 체크는 기지개펴는 고양이처럼 몸을 꼿꼿이 편 채, 파들파들 떨며 절정해버렸다.
“좋아, 그럼 잠시 나가서 대기하도록 해, 체크.”
“응... 알겠데이....”
절정의 여운에 잠긴 체크의 귓가에 몇마디 속삭이자, 체크는 순순히 책상에서 내려와 비칠비칠 방을 나갔다. 13호는 다시 의자에서 꼼짝 않는 초령의 앞에 섰다.
“...자, 그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 이해했지?”
“그렇네요.”
“납득은 했어?”
“왜 그런 걸 묻죠?”
“어차피 난 빌런이니까 마음대로 할 테지만, ‘죽을 때는 죽을 각오’를 한 히어로들과 너는 사정이 다르니까.”
그래서 일부러 의식을 한차례 되돌렸다. 합의까지는 뭐하지만, 적어도 납득은 시켜주고 싶었다.
딱히 선인 행세를 하려는 건 아니다. 빌런에게는 빌런의 미학이 있을 뿐.
마음 가는대로 사람을 범하고 다니는 건 그냥 악질 성범죄자다.
초령은 하, 하고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됐어요. 이제 지지고 볶든 맘대로 하세요. ...시원하게 당해버렸는걸요. 무슨 짓을 당해도 원망하지는 않아요.”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드네.”
“빈말이라도 고마워요.”
“아니, 빈말이 아닌데.”
13호는 초령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똑똑하고, 능력있고, 당당하고, 취향도 잘 맞고, 매력적이고, 시원시원하고... 솔직히 이런 관계가 아니었다면 좀 더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나쁜 남자 같으니.
초령은 체념하듯 쓰게 웃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반해서는 안 될 남자에게 반해버렸다. 남자운이 없다는 체크의 말이 꼭 맞다.
13호가 그녀의 턱을 꾸욱 잡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입술을 통해서 전해져오는 온기.
‘그래도 첫키스는 좋아하는 남자와... 나쁘지 않네요.’
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초령의 의식이 다시 어둠 속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