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49 경찰 VS 빌런(3)
“아~ 이거 참, 정말 무능한 놈들이구나. 정말이지 어마어마하게 유능한 나님이 없었으면 어쩔뻔 했어 떨거지들. 응? 응응응? 말 좀 해볼래, 거기 무능한 참모 씨?”
“(이를 악물고 있다)......!!!”
자정이 막 지난 늦은 밤, 빌런 조직 【어비스】의 아지트.
빌런 조직의 아지트임에도 불구하고 라운지에는 히어로가 두 명이나 있었다.
한 명은 스페이드. 어비스에 의해 함락된 7번대는, 봉사와 세뇌유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순서를 정해 돌아가면서 이 아지트에 방문하고 있으며, 오늘은 마침 그녀의 순서였다. 그렇기에 아침부터 이곳에 와서 메이드 복장으로 줄곧 봉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7번대 소속이면서 동시에 히어로협회 【첩보부】에도 적을 두고 있는 코코.
그녀는 능력의 유용성을 인정받아, 아리아와 마찬가지로 일반 부대와 동시에 본부 직속의 특별 부대에도 속해있다.
능력 【미라쥬】.
빛을 조절하거나 상대의 오감을 흐트러뜨리는 등, 각종 환각을 보여주는 능력.
이 밤에 급하게 이곳으로 오게 된 것드, 참모가 그 능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도망칠 수는 없었으니까요... 잡히는건 둘째치고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도 없으니....”
“맞아맞아. 같은 첩보부 소속에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도 있으니까. 너희들이 남겨 놓은 흔적에서 어떤 정보를 얻어낼지 알 수가 없지~.”
그러나 경찰은 코 앞에 와 있었고, 그러다가 궁여지책으로 꺼낸 수단이, 바로 이것.
‘환각을 이용해 흔적을 숨긴다’.
말로 하자면 쉽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인원이 있고, 눈이 어디로 갈지 모르니 일부를 숨겨봤자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참모가 제안하고, 코코가 해낸 것은――‘거리 전체를 덮어씌우기’.
한 눈에 들어오는 그림에서 위화감을 찾아내는 건 쉽지만, 시야 범위를 벗어나는 커다란 스케일의 그림에서 위화감을 찾아내는 건 어려운 법이다.
어쨌든.
13호는 코코가 어비스의 아지트에 오기까지 시간을 버는 동시에, 그녀의 능력으로 덮어씌울 거리에서 경찰들의 시선을 돌리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리고 덕분에 간발의 차로 경찰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덮어쓰기】가 완료되었다.
“정말이지, 참모라는 인간이 경찰의 습격도 예견 못했지, 방법도 없어서 결국 히어로한테 의지하고... 맙소사, 설마하니 ‘귀여운 여자애로 변하는 바람에 그에 비례해서 무능해졌습니다’ 같은 변명이나 하는 건 아니겠지?”
“크... 으으으으...!”
“뭐, 어쩌겠어. 무능한 인간에게 유능한 사람이 베풀어 줘야지. 응? 그렇지? ...어라, 표정이 안 좋은데? 이봐, 누구 덕분에 경찰의 눈을 피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응? 고맙다는 인사는 아직 못 들은 거 같은데? 야, 참모. 말해봐. 말해보라고.”
참모는 코코를 지그시 노려보고 있다.
그... 아니, 현재는 그녀에게 있어서 코코는 말 그대로 천적.
자신의 손 안에 뒀다하면 쥐새끼처럼 사고의 틈새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예측 불가능하며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재수 없는 여자다.
그런 여자에게 고맙다고 인사?
아니, 하지만 확실히 이번에는 그녀의 능력이 없었으면 위헌했는데.
반짝이는 은발의 참모는 고개를 숙인 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덜덜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피눈물을 흘린다)고......맙...습...!!”
“아하하하하하! 깔깔깔! 무능하대요~♪ 참모는 무능하대요~♪ 아, 당신, 그래도 여자로서는 꽤 귀여우니까, 응, 이제 그냥 참모 같은게 아니라 마스코트 캐릭터 같은게 되는 게 어떨까? 그 편이 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마스코트면 좀 무능해도 괜찮잖아?”
폭발할 것 같다.
참모는 코코의 도발을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며 버텼다.
그 사이에 낀 스페이드는 “우와아아... 저 참모가... 클럽한테 말해줘야지....”라며 홀로 중얼거리고 있다.
어쨌든 갑작스런 고비는 넘겼다.
‘경찰조직을 우습게 봤네요.’
이번만큼은 참모의 실책이 맞았다. 코코에게 놀림 받으면서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건 그 때문이다.
경찰조직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도, 그리고 이 짧은 시간에 아지트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도 모든 게 예상외였다.
근처에 펼쳐둔 경계용 기믹도 있었지만, 베테랑 경찰의 감인지 이것도 저것도 전부 회피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지척까지 왔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나마 히어로 아리아의 【예지】가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이봐, 무능.”
“(부들부들)네...! 유능하신...! 코코님...!”
“후훗, 좀 더 이 몸을 칭찬하고 칭송하도록. ...그건 그렇고, 네가 그렇게 좋아 죽는 상관이 붙잡혔는데, 어쩔 거야? 그림자를 이용해 탈출시키거나, 그런 건 안 해?”
“음... 하고 싶어도 조금 전에 링크가 끊겨서요. 못합니다.”
“에. 그럼 진짜 위험한 거 아니야? 이것으로 바이바이?”
참모는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하, 위험하다니, 무슨 그런 말씀을.”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말이 있다.
확실히 이번 경찰들의 기습은 예상 외였다. 허를 찌른 훌륭한 일격이었다.
그래도 그것뿐이다.
“본래는 저희 쪽에서 판을 만들려고 했었는데.. 덕분에 짜놓았던 플랜에서 일곱 개 단계를 스킵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리되니 오히려 참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후, 후후후후....”
참모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 * *
[...질문에 똑바로 대답해. 거부할 권리는 없어...]
‘――내용 자체에는 이상이 없나.’
한초령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조금 전 녹취한 심문 내용을 다시 들어보고 있었다.
중간에 잠깐 졸았던 모양인지, 심문 도중의 기억이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심문 내용은 빼곡할 정도로 가지런히 잘 정리해 노트했으며, 내용도 충실하니 적지 않은 정보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어비스】의 행방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 외의 것은 사족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13호 그 남자, 은근 수다쟁이일지도 모르겠다.
혹시 몰라 체크에게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 물었지만,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아보이던디? 뭔가 문제 있드나?’
라며 오히려 좋았다는 말만 들었다.
13호를 추적하기 위해 최근 잠도 줄이고 철야로 작업했다. 그 폐해려나.
스스로의 신체 컨디션은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래서야 자신이 없어진다. 아직 팔팔한 이십대 중반이건만, ‘벌써 늙었나...’ 같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혹시 몰라 녹음기록도 들어봤지만 이상한 건 없어... 정말 피곤했을 뿐이구나.’
“한초령 경정님.”
“응?”
눈을 가늘게 뜨고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에 귀기울이는데, 부하가 다가왔다.
“심문은 어떠셨습니까? 그 시끼, 뭔가 털어놓긴 했습니까? 지금 일단 심문실에 감시를 붙여서 대기시켜놨는데, 어디에 던져놔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13호는 아무래도 완전히 ‘무능’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구치장에 넣어놔도 철창을 우그러뜨리고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히 13호를 놓치는 것뿐이라면 그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에 편승해 같은 방에 수감된 범죄자들도 따라서 탈옥한다거나, 경찰 인원 쪽에 피해가 생겨버리거나 하는 건 걱정된다.
한초령은 턱에 손가락을 대고,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독방.”
“예?”
“특수능력 대책으로 개축해뒀던 독방을 준비해주시고, 그곳에 13호를 감금시키도록 하세요. 감시는... 그렇네요, 얼마 전에 새로 들어온 신입 여경이 있었죠. 그쪽을 붙여주세요.”
“예?”
“13호 그 남자를 심문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여자에게는 웬만해선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성격입니다. 스스로도 인정했고요. ...오히려 남자라면 봐줄 것 없이 제압할 것 같은 뉘앙스였습니다.”
“아... 확실히, 그 괴력이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은 없겠죠....”
“네. 차라리 여성을 붙여서 행동을 제한하고, 감시하는 사람에게는 확실한 무기를 쥐여주는 편이 낫겠죠. 수상한 짓을 하면 이마든 뭐든 그냥 쏴버리라고 하세요.”
“여기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경정님 밖에 없습니다....”
“......테이저건이라도 들려주면 되겠죠.”
초령은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뭐지, 뭔가 찜찜한 느낌이다. 가슴 안 쪽에 답답한 기분이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듯한.
하지만 원인은 알 수 없었으므로, 그게 무슨 느낌인지는 그냥 흘려넘기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인원들에게도 전해주세요. 「13호와의 심문은 장기전이 될 것 같으며, 민감한 사항이 많으므로 기타 인물의 접근을 금할 것」. 심문은 제가 전담해서 맡고, 녹취한 기록도 저 외의 타인이 열람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13호를 붙잡았다는 것도 다른 과에 발설해선 안 됩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까다로운 명령이었지만, 한초령은 존경하는 전설의 경찰이자 상관이다. 부하 순경은 별 다른 반론 없이 각이 잡힌 경례 후 떠나갔다.
이제 한초령의 지시대로 실수 없이 그대로 해주겠지.
‘...슬슬 쉴 때가 되었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듣고....’
부하가 떠나간 후, 초령은 이어폰을 도로 귀에 끼고 조금 전 녹음기록을 다시 재생했다.
자신의 목소리와 13호의 목소리.
주거니 받거니하는 음성을, 그 내용을, 단어 하나하나 놓치지 않도록 초령은 집중해서 새겨들었다.
* * *
아앗... 아앙....
‘...뭐죠...? 여성의... 신음소리...?’
희미하게 그런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뭐랄까, 몽실몽실 몸이 떠다니는 것 같은 감각도 그렇고, 느낌상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자신의 눈 앞에는... 어라... 아는 얼굴....
.......
맞아, 친구인 체크다. 건강하게 탄 피부도, 귀에 잔뜩 달려 반짝이는 피어싱이며 귀찌도, 땋아서 정리한 금발도 익숙하다.
7번대의 무투파 히어로. 경찰들의 무술지도도 해주면서, 자신과도 깊은 교류를 맺고 있는 오랜지기 친구.
하응... 아아... 거기는....
그런 그녀가, 지금껏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모성이 절절이 느껴지는 풍만한 가슴을 드러낸 채, 자신의 앞에서 요염하게 얼굴을 붉히고 있다.
등 뒤에서 뻗어온 손이, 탐스러운 과실 같은 유방을 주무르고, 그 정점에 선 돌기를 빙글빙글 돌리며 자극하고 있다.
다른 한 손은 탁자에 가려져 있는데, 체크가 저렇게 꿈틀거리고 있는 걸 보면 탁자 아래에서 무슨 짓이 벌어지고 있는지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찌걱....
아읏....
음란하게 들리는 습기찬 소리와 함께, 친구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고통스럽다기 보다는, 밀려오는 쾌감을 참는 듯한, 그런 얼굴. 그녀를 껴안은 남자가 귓가에 뭔가를 속삭이자, 그 표정도 순식간에 노골노골 녹아버렸다.
저 친구의, 저렇게 무방비한 표정을 본 적이 있었던가...?
지켜보고 있자면, 자신의 안에서도 뭔가가 몽글몽글 솟아날 것 같았다.
여자의 본능이라는 것이.
넘실넘실 고개를 쳐드는 것 같았다.
아아, 저길 저렇게 만져지면 기분이 좋은 걸까.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싶다.
나도....
.......
.......................
* * *
“한초령 경정님?”
“......아, 어라?”
아무래도 깜박 졸았던 모양이다.
특능범죄대책과의 과장인 한초령 경정은, 부하의 목소리에 깜박깜박 눈을 감았다 떴다.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져 있지만, 듣고 있던 내용은 이미 재생이 끝난 듯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런.
일터에서 졸다니...! 쪽팔려...!
얼굴이 화아악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괜찮으신가요? 요즘 제대로 쉬시는 걸 못 본 것 같아요....”
“아아, 괜찮아, 괜찮아요. 당신은....”
한초령은 눈을 깜박깜박 감았다 뜨며, 눈앞의 여경을 떠올렸다.
최근에 이 부서에 배속된 젊은 여경으로, 얼굴이나 몸짓에서 감도는 싱그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사람이다.
싱그러운 분위기와는 반대로 범죄자를 지극히 혐오하는 결벽한 성격 덕에, 한초령을 잇는 두 얼굴의 도깨비... 라는 망발이 떠돌기도 했다. 물론 소문을 퍼뜨린 순경은 한초령의 손에 의해 대련이라는 이름으로 끔찍한 응징을 당했지만.
어쨌든 그녀의 무자비한 성격을 믿고 독방에 가둔 13호의 감시를 맡겨놓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이제 곧 그 남자의 심문 시간이어서.... 7번대에서 히어로도 와 계십니다.”
“벌써 그렇게 됐나요.”
“하루에 몇 번씩, 연일 이어서 그 남자를 심문하고 계시는데,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걱정스런 시선에, 초령은 쓰게 웃었다.
“제 몸 컨디션은 제가 압니다. 괜찮아요.”
딱히 힘든 일은 없다. 13호는 생각 이상으로 협력적이라, 정작 원하는 【어비스】에 관한 정보를 제외하고는 유익한 정보들을 술술 불고 있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이 정도면 정보제공을 공로 삼아 형의 감량을 주장해도 될 정도다...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남들에게 보여선 안 될 민감한 내용이라, 누구와도 공유는 하지 않았지만」.
‘......?’
뭔가, 위화감이...?
“한초령 경정님?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건 그렇고.”
초령은 대강 얼버무리고, 눈 앞의 여경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 흉부를.
그 시선을 느낀 여경이, 몸을 움찔 움츠리며 두 팔로 가슴을 가렸다.
“으으으으...! 당신... 괜찮은 볼륨이잖아요...! 크윽...!”
“서, 성희롱입니다 경정님...! 그보다 경정님도 그렇게 작지 않고요!”
“가진자가 아무리 말해봐야 동정이나 비아냥으로 밖에 들리지 않아요! 나쁜 사람!”
“성가셔...! 경정님 이럴 때 너무 성가셔요...!”
초령은 귀기 어린 표정으로 엄지손톱을 빠득빠득 깨물면서 복도로 나왔다.
복도에는 지원 나온 히어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7번대에서 지원 나온 클럽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한초령 경정입니다.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곧바로 13호가 기다리고 있을 심문실로 향했다.
그리고 클럽을 만난 초령은, 그녀의 흉부를 보고 금세 기분이 풀려 싱글벙글한 표정이 되었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 없겠다.
“여어, 이젠 좀 지치는데. 슬슬 풀어주면 안 될까?”
심문실에 들어오자, 여느 때처럼 능청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서라는 분위기, 거기에 연일 제대로 휴식도 주지 않고 정신을 깎아먹는 심문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아직도 저렇게 여유가 넘치는 것은 허세일까 아니면 그냥 성격이 대범한 걸까.
어느 쪽이든 상대에게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한초령 경정은 들키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요. 심문이 끝나면 재판만 남게 될텐데, 그럴 바에야 지금이 낫지 않나요? 이런 미인과 대면할 수 있잖아요?”
“그것도 그렇네. 그럼 최대한 오래 끌어야겠는걸. ...음? 어째 기분이 좋아보이는데?”
13호는 이상하다는 듯 초령을 쳐다보고, 그리고 유리창 너머에 클럽이 있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는 아아, 하고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응징!”
퍼억!
“크헥?!”
“조금 전의 그거 짜증나요! 확실히 짜증났어요! 다 이해한다는 그 얼굴이 정말 죽일 듯이 짜증났어요!”
“고, 고소할 거야... 심문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휘두른 경찰이 있다고 고소할 거야...!”
“여자를 가슴 크기로 판단하는 멍청한 남자는 맞아죽어도 싸요.”
13호는 얻어맞아 굴러떨어진 의자에 툴툴거리며 도로 앉았다.
초령은 자신이 앉을 자리 앞에 예의 심문 노트를 내려놓고, 탁자를 빙 돌아 13호의 옆에 섰다.
“그럼 이제 심문을 시작할게요.”
“그래, 얼마든지.”
초령은 13호의 멱살을 쥐고, 억지로 그 몸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 입에 키스했다.
‘......따뜻해.’
우움... 추웁....
심문이 이어진지 벌써 며칠째.
연달아 이어지는 심문에, 벌써 이 ‘심문개시’의 행위도 수차례 이어졌는데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다.
서투른 그녀의 키스를 돕듯, 13호가 그녀를 리드하며 혀를 얽어갔다.
수갑이 채워진 손이 그녀의 몸을 더듬고, 남색의 제복셔츠 너머로 가슴 위를 꽉 누른다.
‘으으~~~ 가슴을 만져지고 있어~~~.’
자그마한 가슴을 만져지는 게 부끄럽다. 옷 위로 만지고 있는데, 혹시 배랑 착각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 같은 것도 들었다.
충분히 키스가 되었다 생각되자, 조금 후 입술을 떼었다.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13호가 손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이며 말했다. 조금 기쁘다. 빌런 따위의 말이지만....
“조금 전 ‘사인’으로 심문은 시작되었습니다. 잡담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래그래. 이번엔 어떤 걸 물어볼 거야?”
초령은 자리로 돌아가, 심문 노트를 확인했다.
“이번엔... 그렇네요. ‘당신이 좋아하는 체위’에 대해 심문하겠습니다.”
응, 엄청 중요한 화제...였던 것 같다.
반드시 알아내야 하는 정보라며, 초령은 의지를 불태우며 눈을 부릅떴다. 거짓말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눈이다.
그 화제에서 이상함은 조금도 못 느끼는 눈치였다.
“으음, 심오한 질문인걸.”
“심오한가요.”
“딱 말하라고 해도 어렵겠는 걸... 샘플이 있는 편이 좋겠는데. 클럽을 안으로 불러줄래?”
초령은 고개를 끄덕이고, 클럽을 안으로 불러들여 설명했다. 그러자 클럽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고, 13호의 선호체위를 알아내는 실험대가 되어주었다. 초령은 열심히 관찰하고, 13호에게 세세하게 질문하며 내용을 노트에 적어간다.
초령도 클럽도 이 상황에 이상함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