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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화 〉#49 경찰 VS 빌런(2) (198/271)



〈 198화 〉#49 경찰 VS 빌런(2)

각성자들이 수면 위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12년 전.

 전까지도 이능력자들에 대한 우발적인 보고는 있었지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도 시설도 생겨지기 전에, 사건은 일어났다.

대규모 빌런 테러.

그 전까지 숨을 죽이고 있던 빌런들이 있었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어느 유능한 리더가 있었던 것인지.


전세계 각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빌런들의 능력을 이용한 테러에, 국가의 기능은 마비되고 사람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재해라고도 표현되는 대규모 테러의 뒤에 이어진 것은 기나긴 암흑기.

치안도 질서도 제대로 세워질리 만무할뿐더러,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의지의 근간부터 뿌리뽑겠다는 양 집요하게 일어나는 빌런 범죄에 사람들은 살 의지를 잃고 두려워 떨었다.

이 암흑기만 없었다면 사람은 이미 화성 진출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인간을 초월한 힘을 행사하는 빌런들에게서 인권을 박탈한다는 말도  되는 일이 허용된 이유가 이것이다.

당시의 공포는, 당시의 불안은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에 뿌리깊게 박혀있으니까.


이성이나 논리보다, 어쨌든 당장 평안과 안식을 추구한 결과 이런 모양새가 되었을 뿐이다.

그 사실은 차치하고.

치안이 무너지고 오랜 혼란 기간 속에서,  암흑기를 끝마치는데 크게 일조한 인물들이 있었으니, 라헤를 비롯한 특출난 히어로는 물론이고, 개중에는 현장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는 경찰도 있었다.


여자의 몸으로, 각성자도 아닌 일반인의 몸이자 당시 순경이라는 직급.


그럼에도 히어로들조차 상대하기 어려워하던 빌런 테러범을 체포하고.


비상한 두뇌와 직감으로 무너진 치안을 복구시키는 데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했으며.


그녀의 존재 자체로 빌런 및 편승하는 각종 범죄자들의 억제력이 되었다는, 전설의 여경.

나라에서 그녀의 공적을 인정해, 사상자로 인해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사실에 편승, 이례적인 특진에 특진을 거듭해 젊은 나이에 도달한 직급은――경정.


그것이 바로 S시 A구 경찰서 특능범죄대책과 과장, 한초령 경정이다.


* * *


‘젊은 나이 출세한  둘째치고, 일반인의 몸으로 빌런이든 범죄자든 닥치는대로 잡아들였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조금 전의 수완은 대단했다. 참모의 네비게이션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딜 가나 이쪽을 억죄어 오듯이, 다음의 다음 수를 읽듯이 인원을 배치하고 이용한다.

“하지만 그래봐야 일반인... 다치기 싫으면 비켜줬으면 좋겠는데.”


“투항하라고 했을 텐데,  들리나요? 당신이 능력을 쓸  없는 상태라는 건 보고로 알고 있습니다. 객기는 부리지 마세요. 적어도 순순히 투항한다면 목숨은 보장해드리겠습니다.”

“눈물 겨운걸....”


대화하는 틈새틈새 주변을 살핀다. 비뚤어진 십자로의 각 입구는 봉쇄되어 있고,  외의 길은 건물로 막혀있다.

완벽하게 외통수.

“체포하세요.”


““예!!””

한초령의 명령에 양옆에 서 있던 듬직한 체구의 경찰들이 다가왔다.


“가만히 있어.”

억지로 당겨진 손목에, 은색의 수갑이 철커덕, 걸렸다.


“.......”

확실히 나는 약하다. 예전에 비하자면.

지금은 능력도  수 없어, 원래라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몸뚱이가 되었겠지.

하지만――.


꾸욱.


“어?!”


내 손목에 은팔찌를 채운 손을, 꽉 붙잡고 온 힘을 다해 몸을 빙글 돌렸다.


나보다 두 배는 나갈 것 같은 듬직한 체격.


그러나 그 몸은, 어이없을 정도로 가볍게 공중에 떠올랐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쿠우우우우우우웅!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경찰의 몸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7번대의 히어로들에게서 뺏은 마력을 이용한, 육체강화.


히어로들과의 싸움에서라면 부족할 힘이지만, 단순히 몸을 단련했을 뿐인 경찰 정도라면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는다!


“이,  놈이!”

탕! 탕!


 명  한 명. 이쪽을 경계하고 있던 경찰이 망설임 없이 발포했다. 그러나 강화된 동체시력으로, 방아쇠가 당겨지기 직전의 총구를 보고 피하는 정도야 어렵지 않다.


퍼억!


갑작스레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내게 당황하던 경찰의 배에, 사각에서의 묵직한 니킥을 먹여주고, 고개를 숙인 경찰관의 턱을 붙잡아 그대로 건물 벽에 메다꽂았다.

『저, 저 자식이...!!』


『멈춰!!!』

타다닥-!

경찰들 사이에 당황하는 기색이 퍼지기 시작하고, 그 틈을  단숨에 질주한다.


“......그렇군요. 그렇게 나오시겠다?”


“흥...! 빌런을 얕보지 말라고 아가씨!”


앞으로 고속으로 달려나가며 , 두 팔에 힘을 주자 수갑이 파캉! 하고 손쉽게 부서졌다.


노리는 것은 정면.

안 그래도 적은 인원수로 골목을 막기 위해 분산시켰으므로, 지금 정면에는 한초령 밖에는 사람이 없다.

대장이라는 입장에 있기 때문인지 총을  기색조차 없고.


경찰이니만큼 조금쯤 무술에 소양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봐야 일반인. 남녀라는 체격과, 마력으로 강화한 압도적인 근력이라면 상대할 것도 못 된다!

“혹시 다치게 되면 미안해!”

혹시라도 총을 뽑아들지 못하도록 오른손을 붙잡고, 그리고 목을 붙들어 졸라매 인질로 삼으면 도망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일반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이동하며, 생각한 경로대로 움직이고자 팔을 들어올린다.

“그건, 제가 할 말이네요.”

그런데 한순간.


한초령의 몸이 흔들린다 싶더니, 어느샌가 내 눈 앞에 와 있었다.


거리감이 어긋났다? 아니다. 그녀가 기대고 있던 경찰차는 바로 저기 있다.

언제 여기까지 왔지? 시간이라도 멈췄나? 무슨 일이 일어났지?

의문에 빠진 채, 속도조차 줄이지 못하는 내게.

“저는 ‘그’ 한초령 경정이라고요?”

경찰다운 흰 장갑에 감싸인 주먹이, 강화된 동체시력으로도 미처 따라오지 못할 속도로 날아들고.


쿠-웅!

주먹과 인체가 격돌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무시무시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쿵! 쿠웅! 콰과곽!

내 몸이 아스팔트 바닥에 물수제비라도 하듯  번이나 튀어오르고, 마지막에는 꼴사납게 데굴데굴 굴렀다.


“아, 커... 억?!”

무슨... 일이?


단순히 주먹에 얻어맞았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프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뇌가 흔들렸는지 몸이 말을 들어주질 않았다.

그 짧은 순간, 얼굴에 턱, 배에다 명치까지, 총 네 군데를 연달아 얻어맞았다. 괴물 같은 속도로 내지른 주먹과 팔꿈치에.

강화된 몸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묵직한 통증이 몸 안에 꽝꽝 울려퍼진다...!


“크에에엑... 쿨럭...!”


“각성자 상대로 힘조절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전력으로 때렸습니다. 평범한 몸이었다면 그대로 중심부가 터져나가도 이상하지 않았겠죠. 더 이상 일어서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쓰러진  볼썽사납게 위액을 흘리는 내게,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울리며 한초령 경정이 가까이 다가왔다.


“고작해야 조금 전 당신 정도의 각성자들은 차고 넘칠 정도로 있었으니까요, 3년 전에는. ......다들! 체포해!”


사지가 떨리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와중에, 몇이나 되는 경찰관들에게 눌리고 수갑이 채워졌다.


『경정님! 차 안에 있는 건 인형입니다!』

『칫... 잔꾀를. 대기하고 있던 팀들은 지금 당장 지정한 포인트로 돌입하라!』


이게, 경찰....


‘대단하구만...’


희미해져가는 의식속에서, 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의식이 툭, 끊겼다.


* * *



“칫...!”

경찰서, 집무실 안.

한초령은 초조한 음색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지금껏 히어로들도 붙잡는데 난색을 표한 빌런 조직 【어비스】. 그 주요 멤버인 13호를 붙잡은 건 분명 쾌거였다.

그러나 이어진 아지트 수색에 대해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13호가 그곳에 나타났으니, 분명 아지트는 그 주변 어딘가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미 예상 지역도 뽑아놨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었다.

‘13호가 미끼가 된 사이 모두가 도망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사람이야 도망칠  있을지 몰라도, 그 짧은 시간에 ‘사람이 있던 흔적’까지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13호를 체포한 후, 남은 인원들을 총 동원해 수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선 ‘평범한 공업지대’ 이상의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13호를 체포하는 게 본래목적이었으니, 【어비스】를 놓치는 것까지는 솔직히 상관 없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다만 참모의 능력이 문제였다.

“‘그림자를 이용한 공간 전이’... 그게 있어서야 기껏 붙잡은 13호도 언제든 탈출할  있으니....”

그게 초조함의 원인이다.


다행히 무슨 조건이 있는 것인지, 아직 13호가 자취를 감출 기미는 없다.

‘일단 히어로측에 전달은 해뒀으니, 뭔가 방법이 있으면 좋겠는데....’


“한초령 경정님. 7번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아, 네.”


부하의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멀찍이 문 앞에서 체크가 손을 흔드는게 보였다.


친구의 긴장감 없어 보이는 태도에, 초령의 초조함도 누그러들었다.

“여기 쪼까 불편한디, 일단 좀 나가불까?”


“음~ 다들 착한 사람들인데, 인상이 험악하니 불편하지? 알겠어~.”


일단 바로 심문실로 향하기로 했다.



“마시라.”


“응? 오오, 고마워.”


복도로 나오자 체크가 내민 것은 유명한 카페의 커피.


“수고했대이. 참말로 해낼 줄은 생각도 못혔는디.”

지친 몸에 카페인을 흘려넣었다.

‘으음~ 고급스런 맛.’

솔직히 커피맛은 잘 모르지만, 왠지 그런 기분이다. 상관 없는 얘기지만, 커피를 잘 마시는 여자는 왠지 유능해 보이지?


“그런데 체크가 여기에 왔다는 건, 참모 대책이 있단 거지?”

“응, 그렇대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체크라면 마력이라고 하는 이질적인 힘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모양이다.

“스페이드 같은 아들이면 느꼈을 때는 이미 늦겠다마는, 나라면 괜찮디.”


“든든하네. 겨우 붙잡았는데 그대로 놓쳐버리나 싶어서 조마조마했는데.”

가장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무자비한 심문의 시간뿐. 어비스의 아지트가 어디에 있는지, 그 외에 필요한 정보들을 마구마구 불게 해주겠다.

“그런데 아이우스 쪽에는 어떻게 할끼가?”


“일단은 보고하지 않을 거야. 그 쪽에서 멋대로 참견해들었다가 일이 귀찮아질  같고....”


“내도 그렇게 생각한대이.”

“그래, 그러니까....”


......

......................

.........................................................................


“초령? 어이, 이봐, 초령. 가시나야.”


“......아?”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나서야, 초령은 체크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하나, 가시나야. 복도 한복판에서 멍 때리고.”


“어라... 그랬어? 피곤한가....”

“아, 설마.”

“응?”


“...니, 그 남자랑 단둘이 있겠다고 막 발정해삐는건 아니겠제...?”


“사람을 뭘로보고~~~ 발정이라니 정말~~~!”

“아님 됐다, 아니믄.”


체크는 아하하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보다 부탁 하나만 들어도. 쪼깨 조심하고 싶으니께.”





* * *


“여, 경정나리.”

“어라, 진심으로 때린 건데  멀쩡해보이네요.”


“멀쩡하긴. 얼굴에 이렇게 커다란 멍자국을 만들어놓고.”

심문실에 들어가니,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13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교대하듯 안에 있던 인원들이 나갔다. 유리창 너머에도 방이 있지만, 그곳에서 대기하던 인원들도 빠져나갔다.

“체크까지 왔어?”

“글타, 문디야.”

체크는 슬쩍 시선을 돌리더니, 서슴없이 척척 걸어가 13호의 그림자를 콱 짓밟았다.

짓밟힌 그림자는 13호가 가만히 있는데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떨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13호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다.

“체크, 그건?”

“마, 신경 쓰지 마라. 연결을 끊어부렀응께 그냥은 수작  부릴끼다. 이제 안심하그라.”

“오....”


“나가있을테니, 니 편하게 심문하그라.”

그렇게 말하며 체크는 선선히 나갔다. 유리창 너머의 방에서 계속해서 감시해 줄 것이다.

“구두굽 부러져서 골목길에서 훌쩍이던 아가씨가 이렇게 무시무시한 경찰 누나였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네.”


“누가 누나입니까. 당신이 저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딱딱하긴. 저번처럼 대화하자고.”


초령은 능청스런 13호의 얼굴을 째릿 노려봤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빌런이고, 제가 경찰인 한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 없게 만드는 처진 눈꼬리였지만, 그 아래의 첨예한 눈빛은 칼로 찌르는 것 같은 위압감이 있었다.


13호는 쓰게 웃었다.


“그런데 다른 경찰들은 없어도 되겠어?”

“저 한사람한테 된통 당해놓고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아... 그것도 그렇네.”


“체크가 있는 것도 당신네 동료가 무슨 수작을 부릴까 싶어서입니다. 당신 따윌 제압하는데 저 혼자면 충분해요. 그 외에 다른 인원이 있어봤자 만약의 사태에 인질만 늘릴 뿐이고.”


“그렇지, 강했지~ 얻어맞은데가 아직도 아파 죽겠어. 인정사정없긴.”

“내장을 터뜨리고 얼굴뼈가 함몰될 기세로 쳤는데....”


“너무해?!”


경찰이면 뭐랄까, 과잉진압 같은 비판을 염려하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당황하는 13호를 내버려두고, 초령은 눈 앞의 노트를 톡톡 두드리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이제부터  가지 질문을 할텐데, 제대로 대답해주시기 바래요. 만약 대답을 피한다면――”


“흥, 묵비권을 행사한다!”


“자,  내밀어요. 어느 손가락부터 부러뜨려줄까요.”

“너 경찰 아니지....”

“실례네요. 경찰이잖아요. 자, 경찰제복. 경찰 제복의 미인이라니, 매력적이지 않나요? 막 설레고 그러나요? 두근두근해요? 반한 건 아니죠?”


“아니, 확실히 예쁘고 잘 어울리긴 하는데....”

“.......”


“응?  얼굴은 붉히고 그래. 뭐야, 그 반응은. 반응하기 어렵게....”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요!”

쾅! 탁자를 주먹으로 두드리는 초령.

“아니, 쓸데없는 소리라면 네가 먼저 했잖아....”

“시끄러! 질문에나 대답해 떨거지!”


“도저히 네 캐릭터를 종잡을 수가 없어... 무서운 경찰누나였다가 순진한 아가씨였다가....”


13호가 요란하게 한숨을 내쉬고, 초령은 분투하며 심문을 계속했다.


그런 두 사람을, 체크는 팔짱을 낀 채 따분하게 지켜보았다.




* *




......


.................


.............................................................

‘......어?’


“뭐야, 왜, 더 물어볼 거야? 난 끝까지 대답  할 거라니까?”


“.......”

초령은 처진 눈꼬리 너머로, 13호의 얼굴을 잠시 지그시 쳐다봤다.

이어서 시계, 자신의 상태, 그리고  앞의 노트를.


노트에는 자신의 필체로 쓴 내용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언제 이렇게 적었지?’

시간을 보니, 이미 심문을 시작한 지 꽤 지났다. 아직 어비스의 아지트라던가 다른 멤버들의 소재 같은, 직접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알아낸 게 거의 없었다.

그보다, 심문 내용이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데....

‘피곤해서 그런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졸거나 했던 걸까. 다행히 13호가 알아차린 것 같지는 않지만.

이대로 심문해봐야, 약점만 보일 것 같았다.


“일단 오늘 심문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그래? 난 풀어주는 거야?”


“미쳤어요?”


“...아까부터 느끼는데, 나한테 좀 차갑지 않아?”

“상냥하게 대해주면 어비스에 대해서 말해주실 건가요? 그렇다면 얼마든지 달콤하게 속삭여드리죠. 마성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후후후후....”


마성의 매력... 13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초령의 흉부를 슬쩍 내려다봤다.


“응징!”

퍼억!


“끄악?!”


손날로 13호의 두 눈을  때리자, 13호는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쓰러졌다.


“어딜 보는 건데요! 너무해! 여자의 매력은 가슴이 다가 아닌걸!”


“끄으으으으...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눈을 부여잡고 몸부림치는 13호를 내버려두고, 초령은 성큼성큼 출입문으로 향했다.


나가기 전에, 척, 손가락을 들어 13호를 가리켰다.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을 거라면, 좋아요. 전쟁입니다! 당신이 포기하고 제게 굴복하기까지, 잔뜩 괴롭혀드리겠어요! 그러니 빨리 포기하고 전부 불도록 하세요, 빌런 13호!”

그 말을 끝으로 초령은 그대로 나가버렸다.

방에 홀로 남은 13호는 “끄으으으으...”하는 신음과 함께 눈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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