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47 빌런은 커플을 용서할 수 없다
또각, 또각.
힐 끝이 히어로협회의 바닥을 울리며 소리를 냈다.
‘흐음... 뭔가 재밌는 일 없으려나.... 라헤는 어디 있지?’
오랜만에 오게 된 본부에서, 3번대의 대장인 메르는 콧노래를 흘리며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본부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장들의 회의에 참가하고, 조금 전에 끝난 참이다.
『그 부분은 기밀에 관련된 자료라 쉽게 유출할 수 있는 것이――』
『권한은 충분할 텐데요. 이쪽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유의해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렇더라도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주시지 않으면 저로서도 이 이상 협력해드리기는....』
두런두런 들려오는 말소리에 빼꼼 고개를 내밀어보니, 7번대의 대장인 라헤가 금발의 훤칠한 외국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일 할 때에 있어 표정 변화가 그다지 없는 라헤지만, 오랜 친구이자 동기인 그녀로서는 지금 라헤가 난처해 한다는 것은 대강 알 수 있었다.
저 외국인....
‘국제초상연합(International Union of Supernatural) 본부 쪽 사람이네.’
국제초상연합, 줄여서 아이우스(IUS)는 히어로협회의 상위 그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각성자라고 하는 초능력자들을 제어하고 관리할 권한을 가진 중심기관.
그러한 조직의 하이 커맨더(High Commander)라는 직책의 S급 히어로 소피아... 그랬던 것 같다. 회의 중에 언급됐었지.
커맨더 소피아는 라헤에게 뭔가를 집요하게 물어보고 있었고, 라헤는 질문마다 확실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얼버무리는 부분은 없지만, 그러나 기밀에 관련된 부분은 안 된다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말해주는 식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
역시 똑똑하네, 라헤는.
훔쳐 듣고 있는 메르가 듣기에도 소피아의 언변은 교묘해서, 웬만한 사람이라면 기밀이라고 분류하기 애매한 정도의 이야기라면 무심코 해버렸을 것 같았다.
소피아도 더 이상 라헤에게서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거만한 태도로 몸을 돌려 떠나갔다.
라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메르는 깡충깡충 뛰어나갔다.
“라헤?”
“아, 메르... 조금 전에, 봤나요?”
“응. 재수 없는 여자더라.”
“말을 참....”
“글쎄. 라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렇지 않아요. 객관적인 계급으로 따지면 확실히 저보다 위에 위치한 직급이고, 어쨌든 히어로협회는 연합 쪽에 속해있으니 따라야 할 의무도 있고요.”
하여간 고지식하긴. 요령이 없다고 해야하나.
이런 부분에 어리숙한 친구의 모습에 메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냐. 확실히 하이 커맨더면 부리는 부하도 많지만, 같은 S급이잖아? 주눅들지 않아도 된다고. 애초에 그 객관적인 지위가 높아도, 국내의 히어로협회에서 저 여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위 같은 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굳이 저자세로 들어갈 필요도 없고.”
“...으음.”
“아~아. 룰이라는 제약이 있는 거야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라헤 넌 연합 쪽에서도 유명한 톱클래스 히어로라고? 분명 저 여자도 알고 찝적댄 걸거고. 네가 얕보이면 한국의 히어로들이 깔보일 수도 있는 거니까, 자각을 가져.”
“네.......”
“풀 죽지 말고.”
메르는 라헤의 머리를 통통 두드려줬다. 빌런들에게 있어 냉혹한 마녀로 불리는데다, 늘 냉정침착하고 이지적인 그녀이지만, 이런 일로 풀죽거나 하는 건 귀엽다.
“그런데 뭘 요구했던 거야, 저 여자는?”
라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답했다.
“국내에 발견된 모든 각성자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빌런 조직 【어비스】에 관한 정보 일체를 제공해달라 하던데요.”
메르는 눈을 깜박깜박 떴다.
“......제정신이래? 저 년 진짜 미친 거 아니야?”
“메르, 말을 조심하세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절차도 밟지 않고 넙죽넙죽 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잖아? 외국인들은 다 저래? 아니면 지위 때문에 머리가 마비되었나?”
“메르.”
이번엔 라헤가 책망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자, 메르는 입술을 비죽 내밀고는 툴툴거렸다.
라헤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진지하게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어요. 다만... 뭔가 제 반응을 보려는 것 같아서....”
살짝 말 끝을 흐린다. 소피아의 오만한 태도에서, 약간의 적의 같은게 보였기 때문이다.
‘...흐응. 그런 걸까.’
대충 라헤의 반응에서, 그리고 조금 전 훔쳐들은 대화에서 메르는 무슨 의도인지 감이 잡혔다.
라헤는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국외에서도 톱클래스의 히어로이며, 대장으로서의 지휘능력, 그 외의 이곳저곳에서도 충분히 유능함을 입증했다. 능력면에서도 연구할 가치가 높다.
현재 한국 히어로협회의 총대장과 마찬가지로, 라헤 또한 국제초상연합 쪽으로의 이동 얘기가 나왔었다.
‘출세욕이 강해 보이는 여자니. 벌써부터 마운팅 걸려는 거구나.’
자신도 같은 부류의 사람이니까 그 부분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메르 자신도 친구가 되었든 동료가 되었든 전부 차내고 끌어내려 출셋길을 비집어 열고자하는 야망이 있다.
설령 친구를 배신하게 되더라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메르다.
그런 여자의 사고방식이 어떤지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저 소피아라는 여자도, 같은 부류의 것이겠지.
저런 여자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되도록 이 이상 얽히는 일이 없으면 좋을텐데....’
메르는 언짢은 표정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 *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피아님?”
“음... 들었던 거에 비해 초라한 느낌인걸. 무엇보다 애교도 없어. 외모는 내 타입이지만.”
“.......”
“저기, 클로에? 지금 그 시선 심히 불쾌한데요.”
“또 병이 도졌나 싶어서... 아닙니다, 아무것도. 정말 어쩔 수 없는 변태년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
“크헉!”
복부를 정확하게 때리는 주먹에 클로에의 몸이 꺾였다. 나름 오래 함께 해온 부하이기 때문에 가능한 몸의 스킨십이라는 것이다.
그보다 신경 써야할 것은 조금 전 라헤의 반응이었다.
라헤는 유능한 히어로고, 연합 쪽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인재인 것도 맞다.
그렇기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도, 그 외의 것도 대강 메르의 짐작대로였다.
다만 한가지, 두 사람은 알 수 없었던 일이 있었는데, 소피아가 어느 정보를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바로 【어비스】에 대한 건.
이런 야만스런 나라의 빌런 조직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일 생각은 없지만, 【어비스】에 대한 것만은 달랐다.
“남자의 몸으로 각성자가 된 13호, 언령이라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보스 바이올렛, 거기에 과학기술을 몇 단계나 건너뛴 천재 과학자 도로시.”
소피아가 재밌다는 듯 중얼거렸다.
“거기다 ‘그’ 실험체가 있어. 참모라고 불린다지?”
이레귤러, 이레귤러, 이레귤러.
“【전능】에 대해 연구하던 닥터라는 인물은 도로시와 혈연 관계라는 것도 있지. 어쩌면 같이 행동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소피아가 이곳에 온 이유는 【전능】의 단서를 얻기 위해서다.
무엇이든 소원을 이뤄주는 능력자.
소피아 본인이 인식하기로는, 지금껏 전무했던 규격 외의 능력. 말하자면 이레귤러의 집합체.
애초에 그녀가 이 나라에 온 것은 단서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점괘’ 때문이지만, 이런저런 정황상 가장 유력한 건 역시 그 빌런 조직 밖에는 없으리라 판단하고 있었다.
덧붙여서.
“저 라헤 대장이 빌런 조직과 내통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만.”
“조금 전 보인 반응으로는 그런 낌새는 없었습니다. 다만 영리해보이는 사람이니 교묘하게 숨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소피아의 중얼거림을, 클로에가 받았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신뢰할만한 출처에서 비롯된 정보이니 그냥 흘려보내기도 아깝다.
“나보다 나은 톱히어로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만약 정보가 사실이라면 그 여자도 끌어내리는 겸에, 겸사겸사 【어비스】에 닿을 수도 있겠지. 한동안 저 여자를 감시할게요. 타마라를 불러줘. 다음 계획에 대해 의논해봐야겠어.”
* * *
“이게 바로 오늘의 전리품.”
“오오, 이것이... 여경의 팬티...!”
빌런 조직 【어비스】의 아지트.
“야, 13호.”
“응? 뭐야, 스페이드. 무서운 눈으로.”
라운지의 소파에 반짝이는 은발의 참모와 함께 느긋하게 앉아 오늘의 전리품을 구경하고 있자니, 별안간 스페이드가 무시무시한 눈을 한 채 찾아왔다.
타오를 것 같은 붉은 머리에 루비를 녹여만든 듯한 붉은 눈, 그리고 뺨의 큼지막한 스페이드 문양.
옛날부터 이래저래 연이 많은, 앙숙이기도 한 7번대의 폭력계 히어로.
스페이드는 퀭한 눈으로 나를 흘겨보더니, 믿기 어렵다는 듯이 물었다.
“밤늦게 거리를 돌아다니던 남학생을 습격해 팬티를 벗겼다는 게 사실이야?”
“응. 사실인데.”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데, 너 그런 취향이었어? 어쩐지 남자 시절의 참모랑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싶더니....”
“남 듣기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끈적끈적은 무슨 끈적끈적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오늘 했던 빌런 짓의 의도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것 같다. 이건 내 실책이다. 다음부턴 내가 무슨 의도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제대로 전달되도록 확실한 성명문을 써서 괴도처럼 사건현장에 남겨둬야겠다.
“내가 오늘 팬티를 뜯어내 버린 놈은 고딩이었지. 아니, 고딩인지 중딩인지는 몰라. 교복을 입고 있었으니 학생이란 건 분명해.”
“...그런데?”
“근데 그 녀석 말이야, 여자친구랑 같이 있더라고. 같은 교복의.”
나는 테이블을 쾅! 두드렸다.
“어디 신성한 학생시절에!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자기 단련을 하느라 바빠야 할 그런 시기에! 학생커플이라고?! 동급생이라고?! 그것도 밤늦게 꽁냥꽁냥이라고?! 서로 꼬치를 먹여주며 당장에라도 키스하기 일보직전이었다고?! 그런 거 용납할 수 있겠냐?!”
“역시 13호님! 그 치졸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닥쳐 멍청이들! 좀 용납해 멍청아! 너랑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 안이한 생각이 문란한 요즘 풍조를 만든 거라고! 그러니 상식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불장난을 저지르고 학생 임신 같은 사단이 나는 거 아냐! 주변의 사람들이 확실하게 주의를 주고, 옳은 건 옳다, 틀린 건 틀리다, 신중할 건 신중하도록 혼을 내줘야 하는 법이라고!”
“역시 13호님! 뭇 어른의 귀감이십니다!”
“으, 윽...!”
무시무시한 기세에 눌렸는지, 스페이드가 뒤로 주춤했다.
“솔로천국 커플지옥! ...이라고는 하지만, 나도 악마는 아니야. 적어도 진실된 사랑인지, 그저 한 때의 불장난인지 시험해봤을 뿐이야. 학생 임신이라도 행복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고, 서로가 고심하고 고민한 후에 후회하지 않도록 결정한 것이라면 나도 말릴 생각은 없어.”
“...그래서?”
“그래서 그 재수 없는 남자 녀석의 팬티를 벗기고 가장 추한 모습을 보여줬지.”
“뒈져 진짜!”
빠악!
“13호니임?!”
무시무시한 돌려차기에, 목이 180도 가까이 꺾여버렸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데, 세뇌할 때 나한테 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분명히 암시를 걸어뒀거든? 근데 점점 소용이 없어지는 것 같다?
“...그보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데, 왜 여자애는 그냥 둔 거야? 너라면 짐승처럼 달려들 것 같았는데.”
“아하하하,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스페이드. 미성년자한테 손을 대는 건 범죄잖아.”
“남자 쪽은 괜찮고?! 아니, 너희들은 존재 자체가 범죄 덩어리라고!”
“커플, 그 중에서 남자를 벌하는 건 범죄라고 하지 않아. 솔로국 경전에도 확실하게 적혀있다고. 「커플, 그중 남자를 벌하는 건 범죄가 아니라 신성한 심판입니다」라고.”
“솔로국은 뭔데... 한심해 빠진 인간들의 집합체야...?”
“솔로국을 무시하지 마! 너도 어차피 솔로면서!”
“으, 으읏...!”
“그리고 그 남자애는 도가 지나쳤어.”
“...뭐가.”
“잘생겼더라고. 짜증나.”
“나 세상 살면서 너만큼 속 좁은 인간을 만난 적이 없어....”
의외로 많은 법이다. 남자 중 80%는 나랑 비슷한 사고구조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스페이드는 한숨을 쉬더니,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내 손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내 손에 들린 전리품을.
“...그럼 그 팬티는 뭐야? 아무리 봐도 여자 속옷인데.”
“남자애를 벗겨놓고 전봇대 위에 대롱대롱 매다는 데 경찰이 오더라고.”
누군가 신고한 걸까. 마침 남녀 한 쌍으로 이루어진 경찰들이 다가왔다.
“아무리 봐도 풋풋한 커플 같은 분위기를 풍기길래, 남자 쪽은 같이 매달고 여자 쪽은 팬티를 빼앗았지. 이건 그 전리품.”
“범죄야! 범죄라고?! 심지어 경찰한테까지 손을 대는 거냐고!”
“미성년자도 아니고 딱 내 취향이었어... 제복이.”
“여자 본인이랑 상관 없잖아!”
“스페이드, 다음 번엔 경찰 코스프레나 해볼래? 아니, 하지만 히어로 제복도 마음에 드는데....”
스페이드는 나를 퍽퍽 짓밟았다. 용서 못 해. 다음번에 노팬티 초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주말 번화가를 돌아다니게 해주마.
적당히 나를 패고 나니 만족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체념한 건지, 스페이드는 주머니를 뒤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됐고, 그것보다 라헤 대장한테서 이런 걸 받아왔는데.”
“응?”
스페이드가 내민 건 쪽지였다.
러브레터인가 싶어 새콤달콤한 기분으로 받았더니, 귀염성 하나 없는 종이쪼가리에 라헤다운 성실한 글씨체로 무어라 적혀있었다.
대강의 내용은 국제초상연합이라는 조직이 【어비스】에 대해 모종의 이유로 조사하는 것 같다거나, 라헤 자신에게도 감시의 눈이 붙었다는 것이다.
“국제초상연합... 아이우스라고?”
“그것도 모르는 거야?”
그게 뭐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려니 스페이드와 참모가 보충 설명을 해줬다.
듣고나서도 역시 이유를 모르겠다.
왜 그런 큰 조직이 우리에 대해 조사하는 거지? 특별히 바다 건너서 영향을 줄만한 큰일을 저지른 기억은 없는데.
라헤는 평소에는 ‘【어비스】는 현재 추적중인 적’ 정도로만 인식하도록 암시가 걸려있다. 그리고 특정 상황에만 스위치가 들어가듯 내 노예가 된 인격으로 변한다. 다른 7번대 인원들도 마찬가지다.
‘...라헤가 우리에 대해 유출할 일은 없어. 한동안 아지트에는 오지 못하게만 하면 될 것 같고....’
하지만 어째서 우리를?
“참모는 어떻게 생각해?”
“아이우스인가요....”
내가 넘겨준 쪽지를 다시 살펴보며 참모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13호님, 아이우스가 특히 성가신 점이 어떤 점인지 아십니까?”
“알 리가 없잖아. 조금 전까지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서양권 대부분 나라에서는 각성자를 ‘신인류’라고 부르며 우대해주는 분위기입니다. 각성자들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아이우스 같은 경우 생각이상으로 권한이 많죠.”
“우리나라랑은 분위기가 다르네.”
“연합에 속해있는 히어로협회야 말할 것도 없고... 귀찮은 건 공권력까지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
공권력. 즉, 경찰.
여기서 귀찮다고 하는 건 경찰과 같은 권위를 행사할 수 있다는 부분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어비스】는 빌런 조직으로서 히어로들의 타깃이 되었습니다. 활동 범위를 고려해 그 수색은 7번대가 주로 맡아준 덕분에 피하기 편했지만... 만약 저쪽에서 본격적으로 저희에 대해 조사한다면 전국의 히어로들... 거기에 더해 경찰조직까지 움직여서 저희를 찾아내려 하겠죠.”
“그건 큰일인데....”
아무리 도로시의 기술력과 참모의 지략으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려 해도, 그 정도로 주목받게 되면 얼마나 도망칠 수 있을지.
갑자기 나타나서 폭탄을 터뜨리려하다니.
도대체 뭐지, 이 소피아라는 여자?
다시 생각해봐도 바다 건너까지 미움 받을 짓을 한 적은 없는데.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픈 상황이지만 스페이드는 오히려 마음에 드는지,
“헹! 잘 됐네! 이 참에 싸그리 잡혀서 뒈져버려라 13호!”
라면서 크게 기뻐했다.
그 얼굴이 굉장히 짜증나서 넓은 라운지 테이블 위에 엎드려 펜으로 항문자위를 시켰다.
스커트 아래의 보지와 항문에 미약 성분이 들어간 젤까지 발라주니 아주 좋아 죽으려하더라.
“아앗... 흐으... 시, 13호... 가만 안... 둬어... 흐기이이이잇...!!”
보지를 손가락으로 찔걱찔걱 쑤시면서, 마찬가지로 펜으로 항문을 자극하며 엉덩이를 씰룩이는 스페이드를 나는 만족스럽게 지켜봤다.
“그래서 참모, 이제 어쩌면 좋을까?”
이 정도로 스케일이 커지면 나로서는 어쩌면 좋을지 감도 안 잡힌다.
“별 거 없습니다. 우선 손발부터 잘라버리도록 하죠.”
그리고 내 질문을 받은 참모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싱긋 웃으며.
“히어로쪽은 어차피 만년 인력부족. 바로 움직일 만한 전력은 아니에요... 그러니 우선 경찰부터 제압할까요.”
그렇게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