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막간 닥터 후일담 & 어느 빌런의 사소한 비애
“이, 이거 놔아~~~~!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어느 빌런 조직의 아지트, 그 어느 한 독방.
달착지근한 향이 공간을 가득 메운, 어느 어두운 독방의 한가운데에, 닥터라고도 불리던 어느 빌런... 이제는 여자가 되어버린 도토리가 의자에 묶인 채 버둥거리고 있다.
다크서클에 백의. 전체적인 특징도 세세한 외모도, 남매...라고 할까 자매인 도로시를 쏙 빼닮았다. 머리는 도로시보다 좀 더 길지만.
이 달콤한 향은 분명 세뇌약의 일종일 것이다. 향기를 맡으면 맡을수록, 이성의 끈이 느슨해지는 걸 느끼고 있다.
“우후후, 글쎄요. 과연 저는 뭘 하려는 걸까요. 맞춰보실래요?”
부우웅- 하는 소리가 울리자, 도토리는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앞에 선 애플이, 손에 어른의 장난감을 든 채 위협하듯 스위치를 딸깍딸깍 울렸다.
흐에엑?!
저게 뭐야?!
뭘 어쩌려고?!
도토리는 애플을 앞에 두고 벌벌 떨기 시작했다.
“당신의 이기적인 욕망으로 온갖 소동을 일으키고, 거기에 서방님의 역린을 건드려 빡치게 만든 죄... 제대로 그 몸으로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히, 히이이이익~~~!”
“봐주는 건 없습니다... 13호님의 요망에 따라, 당신의 몸도 마음도 착실히 ‘여자’로 만들어드리죠....”
아지트의 독방 안에, 닥터라 불리던 여성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 * *
닥터와의 일전은 드디어 일단락나고, 우리는 폭발해버린 아지트 대신 새로운 아지트로 옮겨왔다. 원래 있던 아지트는 4번대 인원들도 알고 있으니, 차라리 잘된 처사라고 볼 수 있었다.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마지막의 마지막엔 라헤의 손에 정말 죽을 뻔 했지만, 그것도 임기응변으로 어떻게든 마쳤다.
임기응변이라고 해야하나.
최강의 히어로를 가슴을 주물러서 격퇴하다니.
일이 전부 끝나고 자초지종을 보스에게 보고했더니, “멍청이냐!”라면서 한 소리 들었지만 어찌되었든.
그 뒤로 라헤는 열심히 범해서 체벌해주었고, 애플이 직접 손을 봐서 폭주하던 상태도 안정시켰다.
4번대 인원들은 다시 자신들의 지부로 돌아갔고, 7번대 인원들도 평소대로 업무를 하기 위해 기지로 돌아갔다.
실과 메이벨에게 씌어진 누명은 원래대로 돌아온 엔데가 어떻게든 한 모양이다.
몇 번이고 죽을 뻔하고, 뭔가 하나만 어긋나도 전부 파탄날 뻔했던 고비를 줄타기 하는 심정으로 지나고.
그리고 오랜만에 평화가 찾아왔다.
* * *
“저기, 도로시. 이거 뭐야?”
“...‘고간 폭파 머신’. 스위치를 누르면 반경 10m 이내 남성의 불알이 폭탄으로 변해.”
정정. 내 사전에 평화 따윈 없었다.
새까맣게 죽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도로시의 분위기로 보건대, 장난은 아닌 것 같았다.
“이름 그대로네. ...근데 그걸 왜 나한테 겨눠?”
“......”
“도로시. 도로시! 잠깐만! 잠깐 멈춰 봐! 말 없이 들이밀지마! 무섭다고! 대화로 하자! 사람은 대화를 하는 동물이잖아!”
“대화......?”
도로시가 대화, 대화, 하고 수 차례 중얼거렸다.
“너한테 말이 통하긴 해...? 응?”
눈이, 트레이드 마크인 다크서클 위로 떠오른 눈의 안쪽에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게 보였다.
하여간. 어제부터 줄곧 이런 상태다.
원인이야 명백.
도망치자고 열심히 설득하던 도로시를, 세뇌를 이용해 억지로 홀로 보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상황이 상황이었고.
“너도 내 말 안들었잖아... 자꾸 잊는 거 같은데, 내가 네 상사라는 거 잊은 거 아냐?”
“너도 네 월급이 어디서 나오는지 잊어버린 거 아냐?”
“죄송합니다.”
도로시가 까닥 발을 들었다.
“핥아.”
이 녀석!
그래도 나름 구해준 은인인데!
상산데!
이런 대우는 좀 아니지!
이 녀석의 폭거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계속해서 이렇게 얕보였다간 나는 평생 우습게만 보여지겠지. 조직이란 상하관계가 무너지는 순간 답도 없는 오합지졸로 변해버린다.
이 빌런 조직의 미래를 위해서.
【어비스】를 위해서.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고 말겠어!
“옳지, 그래. 잘한다.”
“헤헤, 낼름낼름... 도로시님, 이번 달에 보너스를 좀....”
......다음에 해주겠어!
* * *
“아니... 도로시도 네가 세뇌했다며? 그냥 명령하면 되는 거 아니야?”
바이올렛은 하도 어이없어 중얼거렸다.
닥터의 일이 일단락나고 아지트의 이사도 마친 김에 한가롭게 BL 소설이나 읽으면서 뒹굴거릴랬더니, 상담을 부탁한다며 찾아온 13호의 말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다.
“그거야 저도 생각은 해봤지만요....”
“그런데 왜?”
“모럴이라고 할까, 나쁜 짓이지 않습니까.”
“...이제와서 네가 그런 말을 한다고? 빌런이?”
여자들을 마구 세뇌해서 말 못할 짓을 하는 놈이, 이런 데서 모럴을 찾는다고? 돌았나?
“악당은 악당의 미학이 있는 법입니다, 보스.”
“네 그 생각은 도저히 이해 못하겠어.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바이올렛은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13호라는 남자는 바보는 아니지만, 이따금 바보보다 더 바보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치만 들어보니까 도로시도 그렇게 화난 것 같진 않은데? 진짜 화났으면 13호 너, 벌썩 독먹고 죽었을걸.”
“설마... 동료인데....”
“도로시는 한다면 하는 여자니까.”
13호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무튼 제3자인 자신이 보기에도 아직 도로시는 뭔가 응어리가 남은 것처럼 보였다. 도로시의 성격으로 보건대, 타인의 의지로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만큼 억지로 자신의 의지를 꺾은 13호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던 거겠지.
아니, 하지만.
도로시도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아니까, 긴급시의 억지를 이해못하는 건 아닐텐데.
그리고 심술부리는 모양새도, 조금 묘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상대의 관심을 끌고 싶은 것 마냥.
뭐라고 할까.
‘암컷’의 얼굴을 한 것 같은.
‘......아니지, 아닐 거야. 그건.’
문득 스쳐지나간 어이없는 망상에, 바이올렛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설마. 도로시에 한해서는. 그 냉혹무비한 과학자에 한해서는 그럴 일이 없다고 부정했다. 애초에 둘이 티격태격하는 건 일상이다.
가슴 한구석에 불안함이 남기는 했지만.
설마하니 도로시가 13호한테...
“보스? 무슨 생각 하십니까?”
“아니, 아니야! 아무 것도....”
“그러습니까... 그보다 슬슬 움직여주시죠, 보스.”
13호의 재촉에 바이올렛이 허둥거렸다.
“으, 아... 자, 잠깐만... 마음의 준비가....”
“이래서야 어떻게 체벌이 되겠습니까.”
“으.......”
흔들림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 바이올렛은 머뭇거리며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
지금 그녀는 낙낙한 추리닝의 상의만 입은 채, 달콤한 향기가 날 것 같은 소중한 균열을 드러내고, 13호의 위에 올라타있었다.
위를 보고 거만하게 누운 13호의 불뚝 솟은 자지를 가녀린 손으로 붙들고, 조심조심 그 귀두 끝에 자신의 균열을 맞췄다.
“자, 어서.”
“아, 알겠어... 잠시만... 지금....”
부하의 채근에, 바이올렛은 그대로 풀썩 허리를 떨어뜨렸다.
“그흐읏...?!”
쯔적... 질벽을 비집어 열고, 13호의 단단한 육봉이 자신의 아랫배를 찔렀다. 체벌을 위해 13호의 앞에서 스스로 자위해 질을 적셔놨으므로, 그녀의 보지는 어렵지 않게 13호의 물건을 받아들였다.
“하아... 응....”
“보스. 잊지 말아주세요. 이건 체벌입니다.”
“응. 맞아....”
맞다, 이건 체벌이다. 바이올렛은 수긍하며 울먹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올렛의 방에 멋대로 쳐들어온 13호는, 난장판인 그녀의 방을 보고 체벌을 결정한 것이다.
방청소도 하지 않는 못돼먹고 글러먹은 자신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 마음의 목소리에 따른 바이올렛은, 13호의 지시대로 꼬챙이형 체벌을 받게 되었다.
바이올렛은 허벅지를 슬금슬금 움직여 내렸던 허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다시 풀썩 내렸다.
찌걱... 하는 물기 어린 소리가 들리고, 바이올렛이 “히윽...”하고 신음을 흘렸다.
“어허. 이래선 체벌이 안 됩니다, 보스.”
“응... 알겠어.”
바이올렛은 다시 허리를 들었다, 다시 떨어뜨리길 반복했다. 리드미컬하게, 결코 페이스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다. 아직 경험이 적은 그녀의 보지가 13호의 물건을 꼬옥 조였다.
으응... 하아...
아아... 흐앙...
자신의 안이 채워지는 감각에, 라헤는 기분 좋은 교성을 흘리며 신음했다. 아아, 이건 체벌인데. 못된 자신을 혼내는 건데, 기분이 좋아져버리고 만다....
“흠. 이 정도로는 체벌이 안 될 것 같은데....”
13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뭔가 말하더니,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대고 뭔가를 말했다.
암시 때문에, 그게 세뇌키워드라는 사실을 바이올렛은 알지 못했다.
그저 잠시간 생겨난 의식의 공백.
그리고 다음 순간 의식이 돌아오고 나자,
“히으으으으으으윽~~~`?!”
13호의 자지를 물고 있는, 자신의 그곳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기분 좋다. 기분 좋은데, 받아들이기 힘겨울 정도로, 머리를 쾅쾅 때리고 헤집는 듯한 쾌락의 고통에 바이올렛은 몸을 떨었다.
“어떻게 된거죠, 보스. 갑자기 멈춰서선.”
“아, 이, 이상해... 몸이, 민감해져서...”
“체벌을 하는데,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보스.”
13호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하니, 바이올렛은 찍소리도 할 수가 없었다.
‘맞아... 힘들어도 하는 게 체벌이니까... 체벌이 힘든 건 당연... 응....’
바이올렛은 그렁그렁한 눈물을 머금고, 해왔던 것처럼 허리를 들었다, 힘차게 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찌걱!
“히야악?!”
찌걱!
“헤으응...!”
찌걱!
“흐아아아...!”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대단해... 기분이 좋다. 너무 좋다.
한번 찔릴 때마다, 온 몸의 뼈가 노골노골하게 녹아버릴 것 같았다. 칠칠맞게 풀어진 표정으로, 입가에 침이 흐르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채, 바이올렛은 필사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보스,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아응... 미, 미안... 체벌인데....”
“괜찮습니다, 보스. 좀 더 느끼셔도.”
“읏...! 아, 아아아....”
너무 기분이 좋아서, 당장에라도 허리가 빠질 것 같고 팔도 다리도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13호의 명령은 떨어지지 않았으므로, 바이올렛은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시, 13호, 가, 간다! 간다... 으구우우우~~~!”
전력으로 왕복을 계속하던 바이올렛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절정을 맞이했다.
13호의 막대기를 깊숙이 꽂은 채, 허리를 퍼득이며 누저앉는다.
그러나 13호는 매정했다.
“보스, 왜 갑자기 멈추시는 겁니까?”
“무, 뭐...? 지, 지금 나... 가버려서....”
“가버렸으면 멈춰도 되는 겁니까? 지금은 체벌 중입니다, 보스.”
“하, 하지만!”
“체벌중입니다, 보스.”
바이올렛은 파랗게 질려서, 괴로운 얼굴로 다시금 필사적으로 허리를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아직 절정의 여운이 남은 몸은, 조금 전에 비해 현저히 느려져 있었다.
“안 되겠군요.”
히윽...!
결국 13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바이올렛의 움직임에 맞춰 직접 허리를 처올렸다.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자극에, 한층 깊숙이 들어오는 육봉의 감촉에, 아직 민감해있던 보지는 금세 경련하며 또 절정해버렸다.
그러나 체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체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칠칠맞은 보지니, 어쩔 수 없지요.”
“~~~~~~~~~~~~~~!”
말이 되지 않는 드높은 교성이 바이올렛의 방에 울려퍼졌다.
바이올렛은 자신의 침대 위에 앞으로 엎드린 채, 두 손은 침대 가장자리에 자신이 입고 있던 추리닝 상의로 둘둘 말아 고정된 채다.
엎드린 그녀의 바로 뒤에서는, 옴짝달싹도 못하게 그녀를 구속한 13호가 격렬한 피스톤질을 하며 그녀의 보지를 범하고 있었다.
“방 청소는 좀 해달라고 부탁드리지 않았습니까. 방 안에 이상한 생물이 생겨버렸지 않습니까. 보스는 반성해주셔야합니다.”
“후와아...! 미, 미안해...! 잘못했셔...!”
“아직입니다. 보스는 톡톡히 혼날 필요가 있습니다.”
“히으윽~~~ 거, 거긴 안대애~~~~!”
내려앉은 자궁구를 꾸욱 누르자, 바이올렛은 기쁨과 환희의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찌걱, 쯔적, 쯔걱.
하아... 후아... 응...!
바이올렛은 또 다시 허리를 떨며 가버렸다.
“아, 아아... 잠깐만... 갔는데, 갔는데 또 찌르면...!”
“체벌입니다, 보스. 참아주세요.”
“히이이이이이이...!”
세뇌암시로 몇 배나 민감해진 몸에다, 절정했음에도 아랑곳 않고 피스톤질을 계속하는 13호의 소행에, 바이올렛은 타오르는 쾌감이 자신을 좀먹었다.
기쁨으로 눈물이 넘쳐흐른다. 입에서는 짐승 같은 교성이 흘러나온다.
이미 한번 사정했던 13호지만, 다시금 한계가 찾아왔음을 깨닫고 마무리를 짓고자, 바이올렛을 뒤에서 덮석 끌어안았다.
“그러면 보스, 슬슬 체벌을 끝내겠습니다... 마지막은 키스로 하죠.”
“후, 후와아... 에... 웁....”
13호의 말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바이올렛은, 자신의 가녀린 몸에 비해 훨씬 넓고 단단한 13호의 품에 안긴 채, 13호와 입술을 맞췄다.
뜨거운 숨결. 달콤한 향기와 음란한 타액이 교차한다. 부드러운 유방을 부드럽게 잡히고, 민감한 유두를 돌리듯 꼬집혔다.
그리고 쿵! 쿵!
마치 도장을 찍듯이 깊숙하게, 13호의 육봉이 그녀의 보지를 찌르고, 울컥울컥울컥울컥... 뜨거운 정령을 사출해냈다.
“~~~~~~~~~~~!”
바이올렛은 눈 앞이 새하얗게 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 번 절정했다.
* * *
“어떠셨나요, 보스. 체벌이 너무 힘드시진 않았습니까?”
구속되어 있던 팔도 해방되고, 침대 위에 엎드러져 하아, 하아, 숨을 고르는 바이올렛에게, 13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바이올렛은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13호를 슬쩍 보더니.
“...난 보스니까... 체벌이 좀 힘들어도... 견뎌야지... 딱 좋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다행입니다.”
13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바이올렛은 그런 13호를 보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잊은 거 같은데.
“그래서 도로시는 어떡하려고?”
“일단 지금은 비위 맞춰주려고 열심히 힘내야겠죠. 중요한 교훈도 얻었습니다.”
“무슨 교훈?”
“「세뇌는 들키지 않게 하자.」”
“진짜 쓰레기 같은 교훈이네....”
바이올렛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 히어로들은 그렇다치고 몰래 세뇌한 사람이 더 있는 거 아냐?”
“에?”
“그러니까, 지금은 여자가 되어버린 참모라던가, 혹시 모르지만 나라던가....”
그 때, 어쩐지 13호의 웃음이 짙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에 안 들어. 그렇게 생각해 언짢아진 바이올렛의 버들가지 같은 눈썹이 깊이 모여들었다.
“딱히 지금은 이상한 건 없지만... 잘못 했으면 ‘벌’을 받는 거야 보통이고... 아무튼 혹시 13호가 나한테 세뇌 같은 짓을 했으면....”
“그,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했으면요?”
13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왜 긴장했지, 이 녀석?
바이올렛은 13호의 반응을 이상하게 쳐다보며, “음...”하고 뜸을 들이더니.
“이번엔 내가 체벌해줘야지.”
그렇게 말하자, 13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
하여간 이상한 녀석.
“그건 그렇고, 보스.”
“응?”
“닥터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보스의 동생 일을 끄집어 낸 녀석입니다.”
“됐어.”
바이올렛은 베개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됐어, 이젠.”
힘 없이 중얼거린다.
짧은 말이지만, 그 안에 교차하는 온갖 감정에, 13호는 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잠시간 침묵이 이어졌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바이올렛.
“...저기, 13호. 아직 화가 났다고 하면, 또 체벌할 거야?”
어딘지 기대하는 듯한 눈으로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하지만 화를 안 내주시니, 대신 상을 드릴까 합니다만.”
“사, 상?”
“네. 체벌 따위보다 훨씬 훌륭한 겁니다.”
꿀꺽, 이번엔 바이올렛이 침을 삼켰다.
“어, 어떤건데...?”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닥터의 처우를 결정해야하니까. 그럼 보스, 이만 가보겠습니다.”
손을 휘적휘적 저으며 떠나가는 13호를, 바이올렛은 조금 아쉽다는 듯 지켜보았다. "체벌... 아니, 하지만 상이란 것도...." 열심히 고민하며 중얼거린다.
그러나 방 밖으로 나갔던 13호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아, 보스."
"응?"
"보너스 좀 주시면 안 됩니까?"
"그건 안 돼."
"......모, 목숨까지 걸면서 헌신하고 있는데...."
"훠이훠이. 꺼져."
"이 조직, 너무해...."
13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터덜터덜 떠나갔다. 다음으로 어떤 체벌을 해드릴지 고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