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3화 〉#41 동생분은 화가 났습니다(1) (173/271)



〈 173화 〉#41 동생분은 화가 났습니다(1)

“누나, 누나, 누나, 누나, 누나, 누나, 누나, 누나, 누나, 누나, 누나... 정말 괴로워... 누나한테 배신당한 동생의 기분을 생각해본 적 있어...? 응...?”

“아, 아아아아아아아악...!”


“알겠지? 누나만 아픈 게 아니야. 나도 아파. 천재인 누나의 머리를 내가 감히 주물럭거린다니, 괴로워 죽겠어.”

“으기이이이이이익...!”

“아프지? 미안해 누나. 전부 누나가 잘못한 거니까... 이해해 줘. 미안해... 사랑해 누나....”


“꺄아아아아아아아...!!!!”

닥터가 패널을 터치할 때마다, 도로시의 몸이 뭍에 올라온 생선마냥 펄떡펄떡 뛰어올랐다. 괴로워하는 신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지만 닥터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슬슬 충분히 힘을 빼놓았다고 생각했을 즈음, 닥터는 다시금 패널을 조작해 도로시를 세뇌하도록 프로그램을 조정했다.

인격을 지우기까지는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누나에게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그랬다가, 천재로서의 지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다소 ‘말을 잘 듣게’ 하는 정도는 괜찮겠지.


‘문제는 일반인도 아니고, 누나 정도 되는 사람이니까... 2주... 아니, 넉넉 잡아 한 달 정도할까.’

 달 정도 지속적인 고문으로 정신을 약체화시키는 동시에 세뇌파를 쏘이면, 아무리 도로시라고 해도 배겨내진 못할 것이다.

“으....아.......”

“그럼 누나,  가볼게. 금방 또 올테니까 너무 외로워하진 말구. 알았지?”

닥터는 힘없이 늘어진 도로시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하고, 도로시를 위해 준비한 전용 실험실에서 나왔다.




“샌드위치네.”


 말대로, 실험실에서 나온 닥터를 맞아준 것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햄에그 샌드위치와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였다. 준비한 건 근처에 서 있는 은발의 여성이다.

“그래서, 그 남자 쪽은 어떻게  거 같아? 이걸로 죽어줬을까?”

“...분명 살아있을 겁니다.”

닥터가 가볍게 질문을 던지자, 근처에 목각 인형처럼 서있던 은발의 여성이 그에 답했다.

어깨에 닿는 반짝이는 은발에 투명한 피부, 가녀린 선을 가진 여성은 머리에 비해 큰 헤드기어를 쓰고 있었다.

닥터의 세뇌기구를 머리에 쓴 참모였다.

“내 특제 폭탄인데도?”


“하나, 아리아 양의 예지 능력이 폭탄은 예지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 체크 양의 반응속도와 신체능력이라면 폭탄이 터지기 전에 모두에게서 멀리 떨어뜨려놓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 메이벨 양의 직감과 능력으로 폭탄을 무력화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 코코 양이라면 13호님인 척 닥터님과 대화했을지도 모릅니다. 하나, 실의 능력으로 피해냈을지도 모릅니다.”

“드론으로 누군가 도망치지 않았나 생체반응을 확인해봤지만 걸린 건 없었어.”


“코코의 능력은 기계에 마저 영향을 미칩니다.”

“죽었으면 좋고, 죽지 않았으면 아쉬운 거네. 다음 행동은 어떻게 될 것 같아?”

“...도로시 님이 붙잡히고 계획이 탄로났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13호 님네가 실질적으로 떠올리고 채용할 수 있는 방안은 일곱 정도.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오늘 폭발의 피해를 메꾸고 실의 능력이 만전 상태일 내일 모레 자정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틀 정도만 있으면 충분해.  때는 걱정이 없어.”


그때는 최강의 카드의 세뇌가 완전히 끝난다. 너덜너덜해진 인격은 다시는 돌아올  없이, 닥터의 말대로 따르기만할 뿐인 병정이 되어버 주겠지.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참모도 그렇다.


“그나저나 네가 그 보스가 아니었다니 참으로 놀랐어.”

닥터는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베어물면서, 한탄하는 건지 즐거운 건지 모를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헤드기어를 쓴 참모가 즉시 사과했다.

세뇌가 끝나 완전한 추종자로 변한 모습이었다.


본래라면 정신방벽이 강고해 라헤보다도 세뇌하기 어려웠을 참모였지만, 닥터 또한 누나에 꿀리지 않는 프로페셔널이자 천재. 참모의 정신적 약점을 찾아내 이를 이용해 손안에서 굴리는 정도는 쉬운 일이었다. 라헤만큼은 인간이 별나서 그런지 그 약점이란 것이 영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어쨌든.

약점을 공략당한 참모는 라헤처럼 인격이 망가질 때까지 세뇌파를 쪼일 일도 없이, 닥터에게 굴복해 순순히 그들의 노림수를 불었다. 그가 【어비스】의 보스가 아닌 일개 참모일 뿐이며, 또한 책사인 그의 예상대로라면 도로시가 배신했을 거라는 것마저도.


“괜찮아, 괜찮아. 나쁜것도 잘못한 것도 누나였고. 너도 지금은  충성스런 부하가 되어줬으니 말야.”

“아아, 닥터님....”


은발 아래의 얼굴에 발그레한 홍조가 올랐다.

닥터가 건네줄 ‘보상’에 몸이 알아서 반응한 것이다.

닥터는 그런 참모를 즐겁다는 듯 웃으며 바라보고는, 손을 뻗어――

“자, 어쩌다보니 만든 발명품인 『물에 젖으면 속이 비쳐보이는 천』이야.”

“우효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광란.


조금 전까지 정숙한 분위기의, 목각 인형 같은 모습은 어디 갔는지 침을 질질 흘리며 닥터가 내민 천을 재빠르게 낚아챘다.

“아아, 좋아! 진짜로 물이 묻으면 투명해져요! 이걸 어디에 활용하면 좋을까요? 평범하게 수영복? 아니면 속옷이라거나? 아니, 오히려 이걸로 양말을 만들어서 상대가 긴장할수록 예쁜 발이 보여서 ‘케헤헤, 이렇게 발가락이 보일 정도로 즐기고 있잖냐’하고 놀리거나 하는  어떨까요? 아, 아아... 이런 꿈의 아이템... 꿈의 발명품...!”

“계속 내 부하로 있어준다면, 『마시면 하루동안 몸에 닿는 옷이 전부 녹아버리는 약』을 만들어 줄게.”

“마블러스! 맙소사! 에로의 천재 닥터님을 평생 따르겠습니다~~~♥!”


“.......”


그런 별명 싫은데.

후룩, 닥터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면서 눈썹을 찌푸렸다.


저 예쁜 얼굴로 남자 중학생들이나 생각할 법한 야한 발명품에 저렇게 콧김 뿜으며 달려들다니.


뭔가 굉장한 손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은 누나인 도로시 말고는 다른 여자 따윈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다른 여자 따위 굴러다니는 돌멩이나 아메바 비슷한 거라고 생각할 뿐이지만, 그래도 뭔가 착잡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 정도로 양질의 수족을 얻을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니까 불만은 없지만.’


누나한테 써보면 좋겠다 싶었던, 망상력을 총 집결해 만들어낸 발명품을 조금 풀어내는 것뿐이니까 대가 마련은 어렵지 않다.


딸깍, 닥터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등받이에 가볍게 등을 기댔다.

“......이틀 뒤인가.”

작게 중얼거린다.

그 때가 되면, 근심의 싹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아마도.

그 때가 되면, 자신의 바람을, 자신의 소원을 막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 *

한편, 건물과 함께 폭발해버린 【어비스】 및 히어로 인원들은.


“다들 준비는 됐지?”


“응응.”

“음~ 언제든 돌입할  있데이.”

“...이쪽도 상관 읎당께.”


“Fuck. 여기까지와서 그런걸 물어보나요.”


“오빠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까지든.”


“유능한 나는 언제든 준비만전!”

“저기저기 얘들아, 조금 전에 저기서 붕어빵 사왔는데 먹을래?”

““““네!!!””””


“...실 넌 언제  가서 사온 거야... 계속 옆에 있었을 텐데... 능력 낭비하지 말라고....”

닥터가 있는 ‘아지트’ 건물 앞에서,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 마냥 왁자왁자 들떠있었다.






결국 참모의 예상대로, 혹은 예상 이상으로, 닥터의 폭탄에도 불구하고 【어비스】나 7번대, 4번대 인원들은 상처 하나 없었다.


폭탄이 터지기 직전, 실의 능력으로 폭탄의 시간을 멈춘 것이다.


그대로 폭탄의 시간을 되감아 터지기 전으로 되돌려 멀~리 던져버리는 것도, 혹은 그 외에도 폭탄을 처리할 방법은 있었지만 13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지트가 폭탄에 의해 통째로 날아간다면, 닥터는 그들의 행방을 알 수가 없게 된다.


참모가 적측에 넘어갔다면 13호네가 살았을 거라고 예상할  있을 테지만, 그렇더라도 확신은 할  없다.

반드시 살았다(100%)를 살았을 수도 죽었을 수도 있다(50%)로 줄일 수 있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버리는 페이크.


제안은 13호가 했으며, 통 크게 허락한 것은 바이올렛이다.

“지금 상황으로 보자면 적에 비해 정보가 뒤처진  자명해.”

바이올렛은 참모 정도의 책략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대장이자 보스로서 책략의 기본은 알고 있다.

“‘상대방보다 정보량에서 뒤처졌을 때에는  해도 이길 수 없다. 상대방보다 정보량이 같을 때에는 의표를 찌르는 사람이 이긴다’... 참모 녀석이 했던 말이야.”


상대가 확신할  없는 정보량을 늘리기 위해 아지트를 내줬다.


겨우 만들어 낸 역전의 수.

“저쪽에 생각할 시간은 주지 마. 실의 마력은 어차피 폭탄을 멈춘 정도 밖에 소비하지 않았고, 우리의 준비는 만전. 아지트는 버린다. 우리는 죽은 척. 상대가 안이하게 방심하고 있는 사이――오늘 밤 자정, 닥터의 아지트에 쳐들어간다.”

그렇게 바이올렛은,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당당하게 선언했던 것이다.






“어차피 우리의 승리 조건은 라헤나 엔데를 쓰러뜨리는 것도, 아지트를 점령하는 것도 아니야.”

돌입하기 직전, 13호는 마지막으로 작전을 되짚었다.


필요한 것은 누가 되었든지 간에 ‘닥터’에게 도달하는 것.

어차피 나머지 인원들은 닥터가 다시 명령만 내리면 언제든 멈출  있다.

“그러니 누가 되었든 골치 아픈 녀석과 만나면 도망치든지, 가능하다면 발을 묶든지. 그것만 해주면 돼. 이길 필요는 없어.”


예를 들면 실.

그녀는 대장으로서, 닥터를 어떻게 하기 위해선 라헤를 이기지 않으면 안 됐고, 그러다 보니 결국 지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승부가 승리인 상황. 그렇다면 승산은 있다.


제일 좋은 것은 라헤가 아직 세뇌가 되지 않은 경우지만. 그 경우 실 혼자서 이 아지트를 묵사발 내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팀으로 나눠서, 네 개 방향에서 따로따로 돌입할 거야.”

남은 세 팀이 전멸하더라도, 한 팀만이라도 닥터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작전은 이상. 죽어도 원망 없기. 그래도 죽지는 말고, 죽을  같으면 도망쳐. 무엇보다 나는 약하니까 1등으로 도망칠 거야. 다들 사양말고 도망치도록 해. 생명제일. 알았지? ――좋아, 그럼 작전, 개시!”

그렇게 돌입 작전이 시작되었다.

* * *

『침입자! 침입자다!』


『경보 울리고 외부에서 인원 보충해!』

닥터가 거주하고 있는 아지트는 겉으로는 평범한 기업연구소라는 명의를 가진, 고층 빌딩 건물이었다.

전혀 틀린 것도 아닌 것이, 일부 연줄이 있는 기업에 기술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물론 그 기업이 뒷세계의 빌런 조직들과 연관이 있는 기업들이지만.
어쨌든.


그렇기에 닥터의 아지트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치된 경비회사의 보초들을 뚫고 지나가야했다.


물론 이들도 평범한 경비회사는 아닌고로,

투두두두두두두두두-!


“냐앗?!”

“미쳤나 저것들이?!”


안으로 억지로 돌입해 들어가려 하자, 주저 없이 총을 쏴갈기는 상식 없는 일을 벌이기도 했다.


어딘가의 흉흉한 테러리스트를 방불케 하는 중무장을 한 경비원들이 속속들이 침입자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총구가 불을 뿜고, 허가 없이 찾아온 침입자들의 앞을 매서운 탄막이 가로막는다――


“...침입자?”

“예, 그렇습니다.”


“이틀 뒤가 아니라 오늘이었나 보네.”

찾아온 엔데의 보고에, 닥터는 다크서클이 짙은 눈을 감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흐윽... 윽....”

지금 그는 실험대의 위에서 걸터앉아, 손발을 구속한 도로시를 품에 안고 그녀의 머리를 빗어주고 있었다.


사랑하는 누나를 안이하게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나 깨끗하고 예쁘게 관리해주기 위해, 고급 샴푸며 약품을 이용해 머리도 몸도 청결하게 씻겨주었다.


“감시카메라 영상은?”

“여기있습니다.”

엔데가 감시카메라 화상을 띄운 단말기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회로와 직접접속된 단말기는, 그녀의 의지대로 터치로 조작하지 않고서도 바라던 영상을 바로바로 띄워주었다.

떠오른 것은 총 여덟명으로 구성된, 네 개의 그룹. 각자 다른 방향에서, 정직하게 입구를 돌파하는 인원도 있었고, 소동을 틈타 몰래 창문을 깨고 돌입한 인원들도 있었다.


카메라를 의식해 사각을 이용해 빙 돌아가려는 인원도 있었지만, 닥터의 나노머신으로 보조받는 카메라에 그런 빤한 사각은 없었으므로 전부 훤히 보였다.


닥터는 눈살을 찌푸리고 화상을 바라봤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뭐야 저건?”


그 말대로, 화상 속의 인물들은 전원 똑같은 ‘인형탈’을 쓰고 있었으니까.
뭐냐, 저 멍청해 보이는 토끼 인형은.


“요즘 유행하는 천사토끼입니다.”

“아니, 그런 걸 물어본 게 아닌데.”


“총과 칼과 각종 살인도구로 상대방을 천국으로 보내주는, 고맙고 사랑스러운 토끼씨입니다. 더불어 중고등학생이나 2, 30대 청년들까지 전부 망라하는 대인기☆ 캐릭터입니다.”

그걸 물어본 것도 아니다.


그보다 그게 어딜봐서 천사냐, 악마지. 어디에 사랑스러운 요소가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닥터.”

“응?”


“저도  인형탈 갖고 싶어요.”


“......저 녀석들 어떻게 해주면 사줄게.”


예쓰! 하고 주먹을 부르쥐는 엔데.

닥터는 어째 막연하게 밀려오는 불안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참모를 불러와. 파수 시스템이 저 녀석들을 잡고 있는 사이에 뭐든 대책을 짜라고 해야――”

깜빡, 깜빡, 절멸하는 빛이 닥터의 시야에 비쳤다. 도로시의 통신 단말기였다.

닥터는 손짓으로 엔데에게 가보라고 명령하고는, 도로시를 실험대 위에 살며시 내려놓고 대충 던져두었던 단말기를 손에 들었다.





이 초록불은 수신 신호.  작은 패널을 조작하면 통신이 연결된다.


이 상황에서 통신을 시도할 사람이라면야 뻔하지만... 닥터는 잠시 고민하다, 패널을 조작했다.

띠-하는 소리와 함께 통신이 연결되자, 경쾌한 인사소리가 단말기에서 터져나왔다.


[헨티칸 헨타이!]

“.......”


[...어라? 왜 반응이 없어? 아, 몰라서 그런 거지? 이건 그, 인도네시아의 인사말인데 끝이 뭔가 섹드립 같은 느낌이 들어서――]


구차하다.


말도 안 되는 드립이 실패해서 열심히 설명하는 것만큼 구차한 것도 없다.

뚝.

닥터는 망설임 없이 통신을 끊어버렸다. 그러자 얼마  있어 다시금 깜박깜박 초록 불빛이 점멸했다. 닥터는 한숨과 함께 통신을 재개했다.

“...이 상황에 쓸데없는 농담은 하지 마시죠.”

[이야, 이거 농담이  통하는 처남일세. 정식으로 대화하는 건 처음이니까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노력한 건데.]


“그딴 노력은 필요 없습니다. 그보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 생각도 없습니다. ...당신, 어비스의 13호인가요.”


[응응. 그렇지. 바로 알아들어서 다행이야.]

단말기 너머에서 13호가 긴장감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 침입한 것도 당신들이겠네요. 무슨 일인가요. 아침의 폭탄으로 죽어줬으면 좋았을 것을.”


[역시 그거 너였구나! 어쨌든 선물을 받았잖아. 돌려주러 왔지. 수류탄을 세 개 정도 네 엉덩이에 쑤셔 넣어주면 수지가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제 엉덩이는 비싸서요. 그보다 13호 씨는 그런 취향이었나요. 그렇다면 오히려 안심입니다. 저희 누나한테 별 다른 마음을 품지 않았다고 한다면 살려서 돌려보내드릴 의향은 있으니까요.”


[누나를 좋아하는 구나.]

“아마 이 세상에 있는 누구보다도.”

닥터는 단언했다.


[어디가 그렇게 좋아?]

“전부.”

[하긴, 도로시가  귀엽긴 하지.]

“좀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최고로 귀엽습니다.”

[어... 저혈압이라 자고 일어나면 멍~한 게 귀엽지?]

“그럴 때면 졸려서 어리광 부리는 것도 귀엽습니다. ‘이빨 닦아줘~’라거나 ‘씻겨줘~’라거나 ‘아침 먹여줘~’라거나 ‘옷 입혀줘~’라거나.”

[...거기까지 하는 거냐. 도로시 그 녀석, 상상이상인데.]


“훗, 동생과 누나 사이이기에 가능한 거리감이라고 할까요.”


닥터는 우쭐해서 훗, 하니 웃음을 흘렸다.


[뭐,  외에도 매력적인 거야 많지.]

“사과를 먹을 때면 토끼처럼 끝부터 갉아먹는 버릇이 있죠.”

[그 녀석, 당근 싫어해서 볶음밥에서 당근만 쏙쏙 골라낸 적도 있어. 좀 먹여볼려고 햄버그에 당근을 섞어 넣었더니 뭐시기 분리기로 분리해버리던데.  때는  놀랐지.]

"아, 그러고보면 누나는 7살 때..."

[1년 전인가,  때 이런 일이 있었는데...]

별안간 두 사람은 도로시 토크로 뜨겁게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내용이 들리는 건지  들리는 건지, 옆에 뉘여진 도로시가 어째 한층  몸을 배배 꼬는 것만 같았다.

[이야! 처남 마음이 맞는구나! 어쨌든 도로시는 귀엽지! 그리고 똑똑하고!]

“마음이 맞는지는 둘째치더라도 누나의 위대함을 이렇게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오랜만이군요. ...저기, 그런데 아까부터 거슬렸는데 그 호칭은 뭔가요.”


[응? 처제? 몰라? 아내의 남동생이라는 뜻으로  이상 자세한 설명은 위키피디아에 쳐봐.]

“뜻을 모른다는  아닙니다. 왜 당신이 저를 그런 식으로 부르냐는 건데요.”


[응?]

단말기 너머의 목소리가 조용해지더니, 어딘지 쑥스러운 듯 말했다.


[처남은 모르나 보구나. ...그, 남자와 여자가 오랜시간 같이 있으면 그렇고 그런 일이 있는 법이야. 응.]

“그게 뭔데 이 썩을놈아! 당장 불어!!!!”


갑자기 분위기가 급변했다.

[아니, 입으로 하자면 부끄러운데.... 나랑 도로시 사이고.]


“[email protected]#@#!%^$#!! 네가 뭔데! 네가 우리 누나의 뭔데! 이 XX놈아 당장 불어! 네놈 우리 누나한테 손을 댄 건 아니겠지?!”

진노한 닥터가 목에 핏줄을 세우며 외치자, 단말기 너머의 13호는 아하하 웃을 뿐이었다.

[야야, 그런 걸 뭘 물어봐. 당연히 손댔지.]


쩌적, 하는 소리가 들린  같다.


“소, 손이라는 거... 그냥  잡았다는 뜻이지? 아니면 우리 누나의 발가락에 키스했다거나 그 정도 밖에  되지...?”


[아하하, 처남. 그걸 말로 해야 돼?]

단말기 너머에서 하하하 웃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애가 생길 만한 일...이라고 하면 알지?]

뚝, 하고.

닥터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살의가 닥터의 안에 폭풍처럼 소용돌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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