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9화 〉#39 의심하라, 빌런이여(2) (169/271)



〈 169화 〉#39 의심하라, 빌런이여(2)

『으으~음. 또 져버렸어. 이거 어쩌지. 무과금러는 이길 생각도 하지 말라는 거야? 과금할까? 해버릴까? 돈 버는 여자라는 점을 이용해 확 과금해버려? 그치만 게임에 과금하면 뭔가 목 매다는 느낌이 들어서 싫은데... 으~음.』

이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건, 아지트의 라운지 소파에서 한가롭게 뒹굴거리며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있는 실이다.


대장이라고 해도 사람이니까 스마트폰 게임 정도야 하겠지만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이네 마네 하던 빌런의 아지트 한복판에서 지나치게 긴장감이 없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세뇌당한 게 틀림 없다니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렇게 태세전환이 빠를 리가 없어!”

“아니, 아니랑께. 대장이라면 그럴  있을 것 같기도 하니깐. 내가 아는 대장은... 의외로 생각이 없어.”

“그것도 참 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만.”


그리고 한가롭게 놀고 있는 실을, 나와 메이벨은 도로시의 감시장치를 이용해 훔쳐보고 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줄곧 이렇게 감시를 계속하고 있건만, 이렇다 할 증거는 아직도 찾아내지 못했다.

“네가 자랑하는 ‘직감’으로 어떻게 알아볼 수 없어? 뭔가 반응 안 와?”

“으음... 시도해볼게. 기다려보드랑께.”


메이벨은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끄응~ 끄응~”하고 신음을 흘리더니, 뭔가 반응이  듯 눈을 딱, 떴다.

“프리모 플라또 파스타와 치킨 샐러드...!”


“누가 저녁 메뉴 맞춰보래?!”


“진짜? 오늘 저녁은 파스타? 얏호~!”

“......너, 전통주 좋아하고 전통복장 입고 다니는 주제에 파스타 같은 거 좋아하는 거냐.”


“차별이랑께! 한복 입고 파스타 좋아할 수도 있는 거지! 파스타는 은근 막걸리랑 잘 맞는다는 거 넌 모르지?!”


계획해 두었던 닥터 습격 작전은 내일모레. 그때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실의 상태를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안 될텐데....


“아우우우~~~ 됐다, 됐당께. 이렇게 지켜만봐선 도저히 알 수가 없고. 애초에  근거로 세뇌되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음... 그냥 지켜보기만 해서는 확실히 모르겠네....”

그러고 보면 도로시나 애플은 대화와 평소의 행동에서 세뇌정도를 파악하는  같던데....

“닌 그런 거 못하나?”

“못하지.”

“...도로시인가 하는 여자는 ‘세뇌당했다’라는 게 한 눈에 보이니까 감이 오는데, 그래도 역시 ‘세뇌당한 거 같은 느낌’은  모르겠당께. 좀 더 샘플을 보면, 감이 올 거 같은데....”

메이벨이 “으으음~”하고 신음했다.

실물을 보면 좀 더 감이 오는 걸까.


“그렇다면 한 번 볼래?”

“응?”

“실물을 봐야 알겠다며. 세뇌당한 느낌.”

메이벨은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치켜뜨더니,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양 팔을 감싸안았다.

“니,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나를 세뇌할 셈이드랑께?!”


“아닌데.”

딱 잘라 부정하고, 나는 메이벨의 팔을 잡아 끌었다.


“샘플은 충분하거든.”

* * *


“여긴....”


“7번대야.”

13호가 메이벨을 데려온 곳은 7번대의 기지. 외벽에 떡하니 ‘7’이라는 숫자가 새겨져있다.

대장인 라헤가 없지만, 그래도 7번대로서의 기능은 제대로 하고 있다는 척을 하기 위해 스페이드며 클럽, 체크가 남아있다. 만약 7번대가 【어비스】의 손에 떨어졌다는 것을 히어로협회 본부가 알게 되면, 그야말로 전국의 히어로들이 습격하러 올지도 모르니 주의해야한다.


“도로시는 세뇌된  얼마 안 됐으니까. 본격적인 의미의 세뇌는 아직 배어들기 전이거든. 제대로 세뇌된 사람이랑 반응이 좀 달라.”

“제대로?”


메이벨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13호는 아무  없이 안쪽을 검지로 가리켰다. 보면 알아, 라는 느낌이다.

“아, 저기 마침 있네. 체크~  왔어~.”

“오, 13호 왔으야?”


13호가 손을 들고 부르자, 마침 복도를 지나치던 체크도 살갑게 맞아주었다.  거 아닌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옆에 선 메이벨은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고 보면 빌런과 히어로 사이인데 친했더랑께. 원래 웬수 같은 사이일텐디....’


과연. 이게 세뇌.


적이라고 하더라도, 미워하던 사이라도 마음의 패러미터를 조정해서,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혹은 연인처럼 친한 사이가 될 수 있다.

“저기, 체크 씨.”

“응? 벨? 와 그라노? 마 문제 있으야?”


“...아니, 아무 것도 아니랑께.”


“마, 싱겁네.”

체크는 호탕하게 하하 웃어주었다. 【어비스】의 아지트를 습격하기 전에도 체크와 며칠이나마 함께 생활했었다. 체크에게 히어로로서의 자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히어로로서의 자각은 있으나, 13호며 【어비스】에 대해선 인식이 묘하게 바뀌어 있다... 그런 느낌이다.

‘으음... 뭔가   같기도 한데.’


어쨌든 억지로 인격이 바뀌었던 도로시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방심하면 둘이 빌런과 히어로라는 입장마저 잊게 만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광경이었다.


“음... 뭐, 조금은 알  같당께.”

그렇게 메이벨이 이제 가자, 라는 느낌으로 13호의 소매를 꾹꾹 잡아당겼더니, 13호는 의아하다는 듯 그녀를 돌아보았다.

“응? 아직 본론도 안 들어갔는데 벌써 충분해?”

“본론? 둘이 무신 소릴 하는기야?”

“이 여자한테 좀 보여줄 게 있어서.”

“무신디?”

메이벨도 체크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듯 의아해하는 시선을 13호에게 보냈다.


그 시선을 받으며, 13호는 손을 뻗어 체크의 제복 치맛단을 잡고,

“훠이.”

그대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척, 하니 들어올렸다.


13호의 손을 따라 체크의 제복 스커트 앞쪽이 뒤집혔다.


당연하지만, 그야말로 1+1=2라는 사실 정도로 말할 필요도 사족도 필요 없을 정도로 지극히 당연한 법칙대로, 스커트 아래의 속이 그대로 훤히 드러났다. 드러나버렸다.
그 아래에는 숨겨져 있던 체크의 건강한 갈색 피부가, 탄탄하지만 여성스런 부드러움이 남은 아랫배가, 예쁜 배꼽이 있었다. 그 정도로 훤히 보일 정도로, 체크의 스커트는 대담하게 뒤집혀버린 것이다. 스커트 아래로 밀어넣은 블라우스 자락이  위에 보일 정도였다.

메이벨은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스커트 앞쪽이 13호에게 붙잡힌 체크도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  입을 헤 벌리고 굳어 있고, 13호만이 마치 고급스런 와인을 음미하듯 스커트 아래를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다.


뭐하는 거냐, 이 바보는.


정신이 나간 거야? 장난해? 남자란 것들은 다 이런 거야? 변태 같은 짓을 변태 같이 하지 않으면 성이 차질 않는 거야? 다들 그런 욕망을 하반신에 고이 간직하고 사는 거야? 이래서 남자란 것들은.

――뭐, 본래라면 그런 식으로 매도와 욕을 한 바가지 쏟아주고 싶어졌을 테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 메이벨의 머릿속에서 쏙 사라져버렸다.

“이, 이, 이........ 무, 뭐, 뭐하, 흐구, 시, 13호오...!”

체크는 주먹을   채 얼굴을 붉히고 부들부들 떨었지만, 이내 “...마, 어쩔 수 읎나....” 한숨과 함께 주먹을 내렸다. 이 상황에 폭력을 쓰지도, 제대로 화를 내지도 않았다. 이 역시 세뇌의 결과인 걸까.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13호는 그저 이걸 보여주기 위해 체크의 스커트를 들춘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일부러 상대가 화날만한 행동을 해서, ‘이런 짓까지 했는데도 상대는 저를 때리지 않습니다~ 화내지 못하도록 세뇌했습니다~’ 같은 걸 보여주려고 했던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그것으로도 충분히 세뇌의 효과는 검증할  있을 것이다.


차라리.


차라리 13호가 보여주려던 게 그 정도 뿐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메이벨은 설마설마 하는 기분으로,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는 입을 억지로 움직였다.


“저, 저기, 체크 씨....”

“아이고, 참말로, 13호는 못 말린다니께... 저질 같으니. 응? 벨?  그란데?”

“그, 소, 속옷이....”

“응? 아~ 응. 뭐, 내는 아무래도 치마가 잘 맞지 않아서 말여, 그래도 보여줘도 괜찮은 속옷입고 있으니까 조금쯤은 보여도 괜찮은데?”


아니.


아니랑께.

그런게 아니랑께...!

메이벨은 말해도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내가 보기엔 그기, ‘아무것도 안 입은 것처럼’ 보였당께...?”


“응? 아하하하. 그럴 리가 있나. 속옷 안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가 있으면 그냥 치녀지.”

 앞에  치녀가 있는데.

“아니, 진짜라니께? 자, 함 봐봐라. 내사 이미 보여준 거 또 보여줘도 상관 읎고.”


그렇게 말하며, 체크는 자기 손으로 스커트 자락을 잡고 호탕하게 뒤집어 보여주었다.


드러난 것은 여성스럽게 부드럽고, 티 한점 없는 매끈한 피부.

건강해보이는 배꼽과 아랫배 아래에는, 가리는 것 없는 깨끗한 음순이, 비부(秘部)의 균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자, 잘 보시게. 확실하게 입고 있지 않나.”

“아니,  입고 있당께~~?!”


“......? 13호, 야  이상한디?”

“응, 맞아. 조금 이상한 모양이야. 신경쓰지 말고 가도록 해, 체크. 좋은 구경했어.”

“하여간 저질이데이. 그래도 보여줘도 되는 속옷이니까 봐준데이.”


흥, 가볍게 콧김을 뿜고는, 체크는 스커트를 원래대로 돌려놓고 저만치 가버렸다.

“평소 생활하는 동안엔 팬티를 입지 않고서도 입고 있다고 생각하게 세뇌해뒀거든.”


13호가 아무렇지 않게 보충해주었다.




“어디 보자, 다음은....”


상식을 벗어난 현실을 아직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메이벨을 데리고, 13호는 이어서 다른 상대를 물색하기로 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13호는 기지의 행정실 앞 복도에서 가까스로 목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Fuck. 13호 씨인가요.”

마침 업무가 일단락  건지, 행정실에서 나오던 클럽이었다. 그녀 역시 언제나의 제복 차림이다.

“여전히  보는 눈이 굉장하네. 하수처리장의 오물찌꺼기가 된 느낌이야.”

“말도  돼요. 오물찌꺼기한테 실례라고요.”

“나한테는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고?!”

“전혀. 당신도 참모도, 여자한테 되는 대로 손대는 몹쓸 사람들은 오물 이하의 쓰레기인걸요.”

‘어라... 이 아이는 세뇌가 안 된 걸까...? 아니면 체크 씨만 특이했던 거라던가?’

메이벨은 충격으로 굳어버렸던 마음이 안도로 풀어지는  느꼈다. 응. 체크만 특별했던 거라면 아직은 괜찮다. 뭐가 괜찮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메이벨이었지만, 다음 순간 간신히 살아났던  기대도 산산히 부서져 버렸다.

“그보다 오늘의 인사입니다. 받아주세요.”

담담하게 말하면서, 클럽이 아무 망설임 없이 스커트 자락을 들어올렸다.

“에?!”


고스란히 드러난 새하얀 허벅지,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흑백의 클로버 무늬 속옷에 메이벨이 당황하며 탄성을 질렀지만 13호도 클럽도 태연했다. 오히려 클럽이 이상한 소리를 낸 메이벨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음. 인사는 이걸로 끝이던가?”

“아뇨. 13호 씨나 참모 씨한테는, 가까이서 직접 확인하시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인사가 되지 않습니다. 어디에 위험물을 숨기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더불어 제 보지 상태의 확인도 겸하고 있습니다.”

“맞아맞아. 인사는 꼼꼼하게 하는 게 중요해. 그럼 사양 않고 확인하지.”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클럽은 언짢은 표정이었지만, 순순히 13호를 재촉하듯 스커트 자락을 더욱 들어올렸다.

13호는 스커트 아래,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머리를 밀어 넣고, 그녀의 팬티 앞에서 킁킁 냄새를 맡고, 속옷 위를 손가락으로 문질러도 보고, 그대로 이로 앙, 깨물어도 보는  마음껏 음미했다.

그렇게 한동안 클럽의 사타구니 사이를 마음껏 음미한 후, 13호는 스커트 아래에서 얼굴을 빼냈다.

“응. 문제는 없는  같네. 인사 잘 받았어.”

“인사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잠깐만.”

“뭐죠?”

그대로 아무 일 없었다는  담담하게 떠나가려던 클럽을, 13호가 붙잡았다.

“여기 메이벨이 제대로 된 저녁인사를 모른다고 해서 말이야. 아직 저녁이라고 하기엔 이르지만, 그 쪽도 보여주지 않겠어? 견본 삼아.”


“하여간... 그런 거라면 어쩔  없지요.”

클럽은 한숨을 쉬고는, 그 자리에서 쪼그려 앉아 제복 상의와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고는 앞섶을 벌렸다. 팬티와 같은 무늬의 자그마한 브래지어가 드러났다. 그대로 후크를 풀어, 벗어버린 브래지어를 클럽은 옆에 대충 놓아두었다.


클럽은 작게 부풀어오른 가슴을 판초콜릿 같은 손바닥으로 동글동글 비비며 자극하기 시작했다.

“무, 뭐... 하는 거야...?”

“...? 뭐긴요. 저녁인사는 자위하는 걸 보여드리는 게 예의지 않습니까?”


그런 예의 들어본 적 없어!

메이벨은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참이었지만, 진지한 얼굴로 자위를 계속하는 클럽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흐앙... 흐읏... 하으으으....”

스커트 아래로 손을 뻗어, 스스로 음부며 음핵을 비비며 자극하기 시작한 클럽은, 달콤한 신음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자위에 열중했다.





“으읏... 아, 앗...!”


결국 오래 지나지도 않아, 클럽은 절정한 듯 허리를 가볍게 떨었다. 13호는  모습에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멋진 인사였어. 예의가 넘쳐흐르는 저녁인사인걸!”

“하아, 하... 감사, 합니다....”

클럽은 멍하고 달뜬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은 채, 13호의 말에 적당한 감사의 말을 흘렸다.

맙소사, 라고 메이벨은 생각했다. 세뇌라고 하는 건 이런 거야...? 무서워...!


“대충 이런 느낌인데 어때? 세뇌에 대해 감이 잡혀? 부족하면 더 보여줄까?”


“돼, 됐당께! 이제 충분혀! 더는 보여주지 않아도――”


“아앗!!!?”


메이벨이 견디지 못하고 13호를 잡아 끌려던 순간, 경악에 찬 소리가 복도 저편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붉은 머리에 뺨에 스페이드 문양이 큼직하게 그려진 히어로――A급 히어로 스페이드가 서있었다.


아아,  이런 광경을 봐야하는 거야? 스커트를 들춰 팬티를 보여준다거나 노팬티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정신 나간 광경을?


그렇게 생각하며 체념했던 메이벨이었지만.

“13호,  또 우리 애한테 무슨 짓이야! 체크 언니한테도 이상한  했던 거지?! 당장 세뇌 풀라니까?!”


“하아, 이제 적당히 익숙해지라니까, 스페이드.”

“닥쳐! 시끄러! 난 네 세뇌따위에 걸리지 않으니까!”

스페이드는 서둘러 달려와, 의아해 하는 클럽을 일으켜세우고 서둘러 옷매무새를 정리시켰다. 그러면서도 뜨겁게 타오르는 눈은 13호를 경계하고 있다.

“어, 스페이드는 괜찮은 거냥께?”

“이 여자는 내성이 있는지, 세뇌가 잘 먹히지 않아서. 체크나 클럽만큼 자연스럽게 세뇌되질 않더라고. 아직 좀  시간을 들여야하나....”

“진짜?!”


메이벨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그리고 스페이드도 으르렁거리며 13호를 노려봤다.


“흥! 뭐라고 해도 난 네 뜻대로 당하지 않을 거니까! 메이벨 언니도 이 녀석은 조심하세요!”

“응! 응! 알겠당께! 이 남자는 열심히 조심할테니, 스페이드 니도 힘내랑께!”


13호는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그렇다고 해서 이 녀석이 세뇌에  걸린 건 아닌데.”


“흥... 적어도 수치도 모르고 네 앞에서 자위하거나 노팬티로 돌아다니거나 하지는 않아!”

“아, 스페이드. 더워서 그런지 땀이 나서 말야. ‘손수건’ 좀 줄래?”


“...손수건?”


옆에 있던 메이벨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리고 앞에 선 스페이드로 말하자면,

“......읏......!”

어쩐지 얼굴을 붉히고, 뭔가에 저항하듯 이를 꽉 악물고 있다.

“왜 그래. 언제나 주던 것처럼. 손수건 줘.”

“아, 아니... 싫어... 그러니까....”

“응? 스페이드.”


똑바로 바라보는 13호의 눈과 스페이드의 눈이 서로 마주친다.


“손수건... 손수건... 응, 손수건을 주는 거야... 뭐, 못할 것도 아니니까....”

마치 그 눈에 영혼이 빠져나가듯, 스페이드의 얼굴은 금방 풀어지더니 혼자 뭔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선  스커트 아래로 손을 집어넣더니 천천히, 다홍색 속옷을 벗어버렸다. 그리고는 벗은 속옷을 13호에게 내밀었다.

“자, 여기 ‘손수건’.”


“응. 고마워.”


13호는 받아든 속옷을 코에 가까이 대더니, 스읍- 깊게 냄새를 맡았다.


“부, 부끄러우니까... 너무 맡지마... 땀 닦는데 쓰라고....”


“응응.  쓸게, 손수건.”

“그, 그래... 응... 어쩔 수 없지....”


스페이드는 스커트 자락을 붙잡고 허벅지를 비비며 어쩔 줄을 모른  13호의 눈치를 봤다.

"어중간하게 내성이 있어서, 그대로 따르긴 하는데 부끄러움 같은 건 어렴풋이 느낀다고 할까. 이런 것도 꽤 괜찮은 느낌이지?"


 괜찮당께.

모든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메이벨은,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 * *

그리고 한 편 아지트에서는,

“헤에, 둘이 같이 뭔가 재밌는 걸 하고 있나보네★. 그렇구나, 내가 세뇌당햇으면 어쩌지...라.”

13호와 메이벨.  사람의 ‘과거의 영상’을 흐릿하게 눈앞에 띄운 실이 의미심장하게 쿡쿡 웃고 있었다.

“으음... 그러면 나는 어쩌면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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