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36 빌런은 겁도 없이 배신한 과학자에게 도전한다(1)
“크윽....”
도로시는 아침부터 초조함에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이미 시간은 한낮을 지나 거의 해가 떨어질 즈음이 되었건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뒤숭숭했다.
이 모든 건 아침에 발견한 편지 때문이다.
[사악한 매드 사이언티스트 도로시여. 오늘 밤 그대의 하트를 훔치러 이 몸이 찾아가겠음. by 정의의 대악당 써틴 님이 보냄]
요즘 시대에 골동품이란 말로도 부족할 화살편지라는 방식으로 보내온 메시지라던가, 도대체 무슨 겉멋이 들어서 굳이 자신을 써틴(13)이라고 지칭하는 거냐던가, 아니 이렇게 당당히 자기임을 밝힐거면서 왜 굳이 신문지나 잡지에서 글자를 오려 붙여 편지를 만든 거냐던가, 정의의 대악당 같은 모순 투성이 별명은 왜 붙인 거냐던가, ‘by’라는 걸 쓸거면 뒤에 ‘님이 보냄’을 왜 붙인거냐던가, 내용물이 왜 이딴식이냐던가... 하여간 말로 하자면 끝이 없을 엉성한 편지.
하여간 이것도 재능이었다. 몇 줄 안 되는 편지로 이렇게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줄이야. 엄청 가려운 곳이 있는데 손이 닿지 않는 그런 기분이 드는 편지다. 이딴 편지를 쓴 녀석은 팔에 멍을 내주고 그 멍을 꾸욱꾸욱 눌러주는 형벌에 처하지 않고서는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도로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떻게 이 편지를 보낸거지?’
지금 도로시는 【어비스】의 아지트를 검거한 상태고, 7번대의 히어로와 이전 애플의 수하인 두 사람, 그리고 자신이 직접 개발한 AI 시스템으로 철통같은 방비를 세워놓은 채다.
평범한 아지트였던 이 곳은, 지금은 완전히 과학의 철옹성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런데 그 모든 센서를 뚫고 한밤중에 화살편지를 남기고 갔다. 물론 모든 창문도 시스템으로 제어되어 있기에, 어젯밤 중에 열려있던 창문은 없었다. 심지어 화살이 발견된 곳은 창문조차 없는 복도였다.
다시 한번 굳이 화살편지일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차치하고.
“13호 이 자식....”
참모도 세뇌했던 7번대 히어로들도 가로챘으니 팔다리가 뜯어진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13호는 여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이 따위 장난질을 칠 정도로는 말이다.
어쩌지, 하고 생각했다.
‘아직 참모는 실전에 투입할만한 레벨은 아니야.’
도로시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참모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과연 참모라고 해야 할까, 세뇌 작업은 생각보다 진척이 안 되고 있다. 그 사실이 더욱 도로시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곧 예고한 밤이야. 설마하니 해가 떨어졌다고 바로 오지는 않겠지. 온다면 아마 자정... 딱 12시 정각일 거야. 13호 그 멍청이는 그런 걸 딱딱 맞추지 않고는 폼이 안 난다고 못배기는 성격이니까.’
그러니까 그동안 그 녀석을 맞을 준비를 해야한다.
“후우... 차라리 잘 됐어. 어차피 여자나 참모한테 의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바보녀석이니까. 안 그래도 붙잡아야 했어. 그러니까 괜찮아.”
굳이 참모 따위 없어도, 13호 정도면 충분하다. 체크라던가 아리아를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두었다.
어렵지 않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도로시! 그 멍청이 따위는 언제나처럼 콱콱 짓밟아버려!
“좋아좋아....”
그리고 무엇보다.
13호 그 바보는 이미 자기가 함정에 걸려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할 테고.
꼭두각시 인형처럼 멍하니 서있는 바니바니 메이드복의 스페이드 앞에서, 도로시는 안절부절못한 채 걸어 다니며 주먹을 꼭 쥐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바니 귀에 바니 꼬리를 단 이 노출도 높은 메이드복은 도로시의 취향이다.
* * *
“그러면... 작전 개시.”
그리고 자정이 되기 한시간 전.
밤이건만 선글라스와 바바리 코트로 변장하고 있던 13호는 【어비스】의 아지트 앞에서 신호를 보냈다.
아직 불빛이 남아있는 거리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움직이는 실루엣들을 확인하고 13호 자신도 단숨에 아지트로 돌입했다.
드디어 고대하던 도로시 공략 작전의 시작이다.
참고로 본래 작전 개시 시간은 자정이었지만, 13호는 자신이 차고 있는 시계가 마침 고장으로 한 시간 빨라졌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 * *
“도로시님. 수상한 인물을 아지트 정면에서 포착했습니다. 가면과 후드를 쓰고 있어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지만, 셋 다 여성으로 보입니다.”
무표정, 무감정한 클럽의 보고에 도로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클럽은 현재 의지를 빼앗겨 꼭두각시 인형이 된 상태다. 그렇더라도 전투력에는 문제없도록 조정해두었으니 상관 없었다.
“생각했던 시간보다 빠르네. 그 바보니까 또 뭔가 시답잖은 이유로 실수한 거겠지만... 아리아, 그리고 체크랑 4번대의 메이벨인가 하는 여자려나. 좋았어, 클럽은 계속해서 적의 동향에 주의하도록. 나도 나노머신을 이용해서 추적을 계속하겠어. 스페이드랑 코코, 에이랑 씨씨는 지시에 맞춰서 움직여 줘. 지금부터 AI 프로그램 <파수군>의 요격 시스템을 기동할 테니 혹시나 실수로라도 잡히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무감정하지만 믿음직스러운 목소리에 도로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고개가 금방 갸우뚱 기울었다.
“어라, 코코는?”
“.......”
“아직 도착 안 한 건가. 화장실에라도 있는 거려나....”
혹시 몰라 제1급 명령이 아닌한 본능 욕구를 우선하게 해뒀으니, 그럴 지도 모른다. 어쨌든 기다리면 오겠지. 문제는 저 치들이 먼저 오나, 코코가 먼저 오나 그 뿐이다.
‘애초에 코코는 공격수로도 방어로도 애매하니까. 능력도 세뇌로 조작하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써먹기 어려운 복잡한 계산식 같은 게 있는 모양이고... 됐나 그럼. 확실히 세뇌해뒀으니 쓸데 없는 짓은 하지 않겠지.’
“그럼 일단 모두 위치로! 어차피 13호는 세뇌도구도 없어! 아리아는 다른 히어로들과 달리 전투력이 떨어진다! 주의할 건 체크와 4번대의 히어로 뿐이야!”
도로시가 늠름하게 외쳤다.
* * *
“아아, 여기는 써틴. 써틴. 다들 위치에 잘 도착했는지.”
[......굳이 써틴이라고 해야 하는거냥께. 재수 없어.]
말이 심하다. 이런 특수한 상황일수록 유머와 개그가 있어야하는 법이라고. ...근데 멋있지 않나, 써틴.
“제보대로면 ‘닥터’는 이곳에 없어. 라헤도 없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작전대로만 하면 돼.”
[오빠님~ 화장실 가고 싶은데 갔다와도 되나요.]
“안심하고 팬티에 싸라. 작전 끝나고 그 팬티는 나한테 제출하도록. 소중히 보관해주겠다.”
[아잉~ 써틴 오빠님은 변태♥]
...진짜 제출하는 건 아니겠지. 일단 준다면 감사히 받기는 할텐데.
일단 한번 정리하도록 하자.
작전의 모양새는 심플해서, 체크와 메이벨, 아리아가 정면에서 요격 시스템이며 도로시에게 세뇌된 녀석들을 상대하며 주의를 끄는 사이, 내가 별동대로서 도로시가 있는 중추로 단번에 숨어드는 것이다.
우리들의 최종 승리조건은 도로시의 함락. 도로시의 개발력과 세뇌기술은 무시무시하지만, 본인은 전투능력이 전무하다. 어떻게든 가까이만 가면 승리하는 것과 다름없다.
만에 하나 그게 안 된다면, 정말 최악의 경우엔 참모와 보스의 탈환이 2차 승리조건이 된다.
그리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가지고 있는 정보의 총합이 곧 승리의 열쇠가 되는 법이다.
아지트 주변의 지리를 숙지하고 있고, 아지트 내부와 도로시가 설치해둔 파수 시스템도 나름 꿰고 있다. 저쪽도 마찬가지로 도로시 또한 이쪽의 전력은 잘 알고 있다. 내가 어떤 능력을 쓸 수 있는지, 이 멤버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하지만 이 부분은 준비해둔 비장의 패가 있으니 상관 없다.
다음은 순수한 전투력. 혹은 말이 얼마나 있는지가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전투력 쪽도 체크와 메이벨이 있으니 문제 없다. 라헤 같은 대장급까지는 아니더라도, 체크도 충분히 치트 캐릭터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문제는 있지만, 그 쪽도 대책은 마련해두었다.
무엇보다 도로시는 알지 못하는 비장의 패가 있다.
‘후후...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발명가이자 의사이자 과학자일 뿐이니까. 도로시는 과학자지 책략가가 아니야. 이 승부... 내가 이긴다.’
"좋아... 그러면 나도 슬슬 준비하도록 할까."
비장의 수 제1탄이다. 기대하라구, 도로시...후후.
* * *
‘――라는 생각이나 하고 있겠지, 멍청한 놈.’
심리학자인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물론 책략에는 어둡다지만, 적어도 사람의 심리에는 자신이 있다.
오늘 아침 굳이 화살편지로 메시지를 남긴 13호의 의중도 이미 다 꿰뚫어 봤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장난이며 허영으로 보일 뿐인 행동이지만, 그 행동의 이면에는 자신을 도발하는 듯한 이념이 빤히 보였다.
그 편지를 통해 추측한 13호의 심리는, 불안과 초조.
본래 오늘 저녁 도로시는 ‘닥터’의 곁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아직 이 아지트에 남아있던 것은 괜한 미련이라는 것과 그녀 자신의 자재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인데다, 혹시 모를 13호의 복귀를 기다리던 것이기도 했다. 13호를 붙잡기 위해서다.
‘아마도 아리아의 【예지】를 사용한 거겠지.’
자신이 이 아지트에 있다는 것도, 오늘 자신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닥터’와 함께 상대해야한다는 것도 아리아의 예지로 알게 된 게 분명하다. 그리고는 부랴부랴 편지를 준비해서 자신을 묶어놨다.... 대충, 그런 시나리오겠지.
‘하지만 성급했어.’
척 보기에도 급조한 티가 나는 작전과 포지션이다. 체크와 메이벨의 무력을 이용해 이쪽의 전력을 확실하게 배제하거나 발을 붙들고, 그 사이에 연약한 자신을 친다... 뭐, 그런 작전이겠지.
만에 하나 숨겨놓은 비장의 수가 있다고 해도, 그게 어떤 것인지는 짐작이 간다.
당연하지만 그 쪽도 대책은 되어있다.
“와봐라, 멍청이.”
도로시는 단말기 패널에 떠오른 감시카메라 영상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 * *
‘......여기가 어비스의 아지트... 호오, 신기하당께.’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두 사람, 체크와 메이벨은 아지트의 정면으로 곧장 돌입해 들어왔다.
당연하지만 정문에서도 AI 프로그램으로 인한 인식 시스템이 있어서, 불청객인 체크와 메이벨이 지나치려하자 곧바로 요격시스템이 작동됐다.
퍼-엉!
그러나 도로시의 견고한 요격 시스템도, 마력을 담아 휘둘러진 체크의 봉술과 메이벨이 붓을 휘둘러 날려낸 물감폭탄에 단번에 고철덩어리가 되었다.
“그럼 여기서 떨어지장께.”
“그랴. 적의 전력을 확실하게 깎아놓으래이. 스페이드나 클럽은 쪼깨 상대하기 까다로우니께.”
“이런 무식한 작전이 또 어딨담....”
“그럼 언니들, 여기서 바로 갈라질게요. 뭉쳐있다가 함정 한번에 전원 붙잡힐 수도 있으니까요.”
아리아가 제안했다. 13호의 지시대로다.
“체크 언니가 정면, 메이벨 언니가 왼쪽 통로, 그리고 제가 오른쪽 통로... 하나씩 하나씩 가능한 화려하게 행동하면서 도로시 언니의 주의를 끌어야 돼요.”
그리고 위에 있을 도로시는 무방비하게 알몸상태로 만들어버린다.
“...문제는 13호 그 간나 자슥인데. 그 썩을 놈의 자식은 어떻게 온다는 거야?”
“아휴, 메이벨 언니는 말 좀 이쁘게 해주세요. 13호 오빠는 오빠 나름의 루트로 숨어든 대요. 허를 찌르는 거죠. 말해주셨잖아요?”
“영 미덥지가 못해서리....”
“그건 인정한데이.”
못마땅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메이벨의 말에, 체크는 고렇지 고렇지, 라며 고개를 까닥거리며 동의했다. 아리아는 불평하듯 볼을 크게 부풀렸다.
어쨌든 서둘러 움직여야한다. 체크가 가진 전장의 경험으로서 보자면, 어쨌든 어떤 현장이든 빨리 움직이는 편이 상대방에게 냉정하게 생각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따.
“그럼 어서 출발――”
툭, 투둑, 툭.
아리아와 메이벨의 등을 떠밀고 각자의 길로 뛰어들려는 순간, 별안간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몇 개나 되는 막대 같은 물체가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바로 직전까지 기척은 없었다.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이었는데.
뭐지, 하고 한순간 머리에 공백이 생기고, 전장의 경험으로 이 물체가 ‘음향수류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큰일――! 눈 감고 귀 막아!”
체크가 비명을 지르듯이 외치고,
세사람의 발치에 굴러떨어진 음향수류탄이 철컥, 하고 뇌를 뒤흔들 폭력적인 빛과 소리가 쏟아져나왔다.
* * *
“이것으로 일단 첫 수.”
도로시는 13호측의 히어로 세사람이 함정에 걸린 것을 보며 빛으로 가득해 눈이 아파오는 영상에서 고개를 돌렸다.
옛 【시궁쥐】의 일원이자 애플의 부하였던 에이도 씨씨도, 이제 거듭된 세뇌로 인해 완전한 도로시의 수족으로 거듭났다.
에이의 능력은 【폭탄제작】. 씨씨의 능력은 【은밀행동】.
자유자재로 폭탄을 만들어 내는 에이의 능력이야 그렇다 치고, 단순히 모습을 보이지 않게 만들 뿐이던 씨씨의 능력은 도로시의 천재적인 개발과 개조를 거쳐 기척마저도 완전히 숨기는, 존재감을 없애버리는 정도의 은밀능력으로 거듭났다. 센서에조차 걸리지 않는다.
꽤 괜찮게 개발됐다고는 생각했지만, 우와, 무술의 고수에 무슨 무협지처럼 기척마저 감지하거나 하는 체크의 오감마저 속이다니, 자신의 개발성과에 도로시는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만족하면 안 돼. 아직 개발의 여지가 있지는 않은지 계속해서 지켜봐야지.’
진정한 과학자는 지금의 성과에 만족할 게 아니라, 항상 더 앞을 바라봐야하는 법이다.
“응......?”
어쨌든 이래저래 생각하며 빛이 잦아든 화면을 다시 쳐다본 도로시는 고개를 갸웃했다.
화면 속, 조금 전 지근거리에서 몇 개나 되는 음향수류탄에 직격당한 히어로들은 도로시가 예상한 그로기 상태가 아니었다.
셋 다 멀쩡해보였다. 거기다 요상한 시커먼 벽 같은 것이 그들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으음... 역시 쉽지는 않은 모양이야.”
* * *
“오, 이거이거, 이 놈이었구마.”
체크는 그녀들이 있던 로비의 한복판에서, 음향수류탄의 여파를 미처 피해내지 못하고 쓰러진 도로시의 수하――【은밀행동】의 씨씨를 봉으로 콕콕 찔렀다. 본인이 기절해선지 은신 상태가 해제되어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있었다..
“후, 후아아아아아... 어, 언니들, 대단하시네요....”
새카만 먹물의 벽에 감싸인 채, 아리아가 감탄하듯 중얼거렸다.
지근거리에서 뭔가가 투둑 떨어진 것까진 아리아도 봤지만, 그게 뭔지 곧바로 생각이 날만큼, 바로 대처를 생각할 만큼 아리아는 경험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음향수류탄이 바닥에 떨어지고 폭발하기까지의 그 잠깐 사이, 체크는 두 사람에게 경고하고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봉을 움직여, 지근거리에 있던 수류탄을 하나하나 전부 쳐서 날려버렸다.
그야말로 신기에 달하는 봉놀림이었다.
“이야, 근데 이거 신기하구마. 그래도 쪼까 피해를 입을 건 각오했는디.”
“검은색은 흡수와 포옹의 색. 빛이라던가 소리라던가는 이 벽만 있으면 충분하당께.”
체크가 감탄하며 그들을 감쌌던 새카만 벽을 톡톡 만졌다. 그녀가 손댄 자리부터 벽이 스르륵- 녹아들 듯 사라졌다.
체크가 수류탄을 쳐날리고, 거기에 메이벨도 그 짧은 순간 붓을 휘둘러 이 벽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녀가 만들어 낸 먹물의 벽은 세 사람에게 다가오던 수류탄의 빛과 소리의 격류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덕분에 갑작스런 공격에도 세사람은 상처 하나 없다.
“자, 그럼 이제 출발해 볼까나. 다들 문제 없제?”
“네, 네....”
이게 바로 베테랑 히어로...!
아리아는 각자 갈 길로 떠나가는 체크며 메이벨을 동경의 눈으로 쳐다보고는, 자신도 서둘러 작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