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34 빌런도 히어로도 배신당했다고 합니다(3)
“벨이요?!”
“예, 그렇습니다.”
구호소에 있던 4번대의 대장 실은 당황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부하가 가져온 소식 때문이다.
“그 【어비스】에 붙잡히다니....”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깨물었다.
메이벨의 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어비스】에 그 7번대의 대원인 체크도 함께 있었다는 모양이다.
스페이드에 이어 체크까지. 히어로가 이미 두 명이나 함께 있는 게 목격되었고, 거기다 【어비스】는 일전 애플을 데리고 가버렸던 일도 있었다.
그렇다면 역시 애플이 완전히 그 쪽으로 돌아섰고, 그녀의 능력을 이용해 7번대의 히어로들을 세뇌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저 추측의 범위를 지나지 않았고, 도로시가 개발한 세뇌도구에 대한 건 전혀 모르는 채이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상황은 틀리지 않았다. 애초에 그렇게 생각하도록 엔데가 상황과 정보를 골라서 내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메이벨도....’
그들에게 붙잡혀 버렸으니, 세뇌당하는 걸까.
애플의 세뇌기술이 얼마나 뛰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7번대의 체크라고 하면 상당한 실력과 백전연마의 히어로다. 그런 그녀까지 당했다는 건 메이벨도 역시 저항할 수는――
“아아... 정말. 이 건은 대장인 내가 좀 더 생각해볼 테니까, 지금은 일단 국제거리의 테러 상황 수습부터 하자.”
“대장, 통신이 돌아왔어요!”
“그래, 나도 확인했어 마리아. ...엔데도 수고했어.”
엔데는 면목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있었는데도, 메이벨 씨를....”
“어쩔 수 없잖아. 체크의 실력은 나도 잘 알고 있어. 하다 못해 조금 준비라도 되어있었으면 시간을 되돌려서라도 어떻게 할 텐데... 정말 필요할 때는 무용지물이라니까, 이 따위 능력.”
아쉬운 마음에 실은 풍성하게 웨이브 진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런 그녀의 눈 아래에서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계산이 계속되고 있었다. 국제거리의 참사는 그럼 【어비스】가 일으켰다고 해도 좋은 걸까? 메이벨의 처우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떤 득실이 있었나....
대장이라고 하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성급하게 뭔가를 단정지어선 안 되는 것이다. 어떤 상황 어떤 순간에도 냉정하게, 여러 방면의 가능성들을 전부 생각하고 가늠하고 판단해야한다.
그러나 아무리 이것저것 생각한다고 해도.
어떠한 천재라도 애초에 가지고 있는 재료들로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애초에 엔데가 그녀에게 제공한 정보로는 상상해 낼 수 있는 결과가 몇 가지 없다. 애초에 엔데가, 그런 엔데에게 입김을 불어넣은 ‘닥터’가 바라는 대로의 상상 밖에는 하지 못하는 것이다.
4번대의 대장의 사고는 이미 ‘닥터’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 *
“후우...... 이제 정말 어쩐다.”
호텔. 체크와 함께 메이벨을 데리고 피난을 온 이곳에서, 나는 깊은 우수에 젖은 채 고민에 잠겨 있었다.
상황은 좋지 못하다. 하필이면 비장의 카드인 세뇌로 이렇게 뒤통수를 맞게 될 줄이야.
엔데는 적... 본인의 말대로면 ‘닥터’라는 인물에게 조종당하고 있다. 아마 이 모든 일을 꾸민 원흉 자체가 그 녀석이라는 거겠지.
‘가만, 그 놈이랑 도로시랑 뭔가 있다는 거야?’
일전 로아에게 들었던 정보까지 종합해보면, 그 놈은 <각성화> 약까지 개발할 정도로 대단한 과학자인 것 같으니까, 도로시랑 통하는 뭔가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명 매드 사이언티스트 콤비라고 할까.
‘애플에... 참모도 걱정되고.’
세뇌라고 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아무리 도로시라고 해도, 아무리 도구를 사용해도 손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나 참모처럼 강한 충성심 같은 게 있는 사람은 더욱 어렵다. 신념이라고 할까, 그런 게 있는 사람은 성가시다. 라헤가 가호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세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루기 어려운 녀석들은 감금해 놓는 게 가장 편할 것이다. 괜히 세뇌로 수작질을 하려다가 반항하려면 죽도 밥도 안 될테니. 도로시는 개발에 한해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는 있지만, 본인의 전투능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감금도, 솔직히 미적지근한 생각이라고 밖에 안 든다.
만약 도로시가 완전히 배신했다면.
만약 도로시가 냉철한 마음으로 적대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그녀에게 있어 방해가 되는 녀석들은... 아예 죽였을지도 모른다.
“.......”
그런 건 싫다.
상상하는 것만으로 모골이 송연해지고, 피가 얼어붙을 것만 같다.
하아.
엔데에 의해 4번대도 완전히 장악당했을 테고, 여기 있는 메이벨은 세뇌되어 적으로 돌아섰다는 식으로 인식 되겠지. 이제와서 이 여자를 데리고 가서 뭔가 말해봐야 세뇌로 인해 적으로 돌아선 머리가 불쌍한 여자로 밖에 안 보일 것이다.
확인해보니 내가 만약을 대비해 챙겨왔던 세뇌도구들도 전부 가짜였다. 맙소사. 맙소사에 맙소사다. 도로시, 이 용의주도한 여자는 주도면밀하게 오늘의 반역을 준비했던 게 분명하다.
정말이지 대단하다.
단 몇 수로 완전히 몰아넣어졌다.
완벽한 책략이랄까.
참모의 아이덴티티까지 뺏어가버리는 거 아닌가. 안 그래도 천재인 주제에.
“하아... 막막하구만.”
어쨌든 여길봐도 절망, 저길 봐도 절망 뿐인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어서, 나는 여전히 잠들어있는 메이벨의 한복 앞섶을 들추고, 정성스레 브래지어를 벗기고 그 부드러운 가슴을 주물주물 주무르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느그는 이 상황에 뭘 하고 있는거래이.”
“배신의 충격으로 흐물흐물 방전해버릴 것 같은 내 심신에 활력을 보충해주고 있어.”
아응... 아....
메이벨의 작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크다고 할 수도 없었다.
딱 적당한 크기의 가슴은 여성스러운 부드러움이 가득하고, 만지고 있다면 몽실몽실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감도도 좋은지 섬세하게 만져주는 데도 금방 신음을 흘리며 얼굴을 찌푸리는 게 참으로 귀여웠다.
아아, 이렇게 가슴을 만지고 있으니 마음이 치유된다.
“어쨌든 체크, 뭔가 좋은 방법 없을까? 지금 어떻게 하면 좋겠다든가.”
“......자랑할 건 아니지만, 내는 싸우는 담당이라 머리 쓰는 일은 약하대이.”
“정말 자랑할 게 아니네. 밥통 체크.”
“어디보재이, 네 대갈통은 얼마나 꽉 차 있는지 한 번 두개골을 갈라서 확인해 보겠으야.”
체크가 생글생글 웃으며 과도를 들었다. 저기, 아니지? 그 과도로 머리를 가른다거나 그런 거 아니지? 생명에 대한 모독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
“그건 그렇고, 13호.”
“응?”
“그 여자 일어났대이.”
시선을 돌려보니, 체크의 말대로 메이벨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아래를 내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정확히 내 손등을 향하고 있다. 지금 내 손은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을 주무르고 있다.
흠.
주물, 다시 한번 주물러봤더니 메이벨의 입이 벙-하니 벌어졌다. “으, 에, 하...?”하는 얼빠진 소리와 함께, 그녀의 얼굴이 차츰 붉어지고, 입술 끝이 떨렸다.
이어서,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방 안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메이벨이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다.
“이 눔! 이 눔! 도대체 이게 뭐시랑께?! 내, 내 가슴을, 처, 처년디, 이것도 저것도 처음인디... 죽일거랑께! 죽이겠어! 처자가 잠든 사이에, 무슨 파렴치한 짓을... 아니, 설마 그보다 더 한 것도 한 거 아니겠지? 처녀인데, 처녀인데...!”
“으악! 악! 아파! 그만! 밟지 말아주세요! 이건 어쩔 수 없다고 할까...! 애초에 그 이상은 안 했다고!”
“닥쳐! 닥쳐! 닥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메이벨이 눈꼬리에 찔끔 눈물을 단 채로 나를 퍽퍽 밟았다. 체크는 원망스럽게도 테이블에 비치된 차를 우아하게 마시며 멀찍이서 한가롭게 쳐다보았다. 나쁜 여자!
“윽, 흑, 내, 가슴... 우에에에에엥~~~~~~~~!”
나를 철저하게 짓밟더니, 메이벨은 울먹이는 소리와 함께 몸을 잔뜩 움츠려 가슴을 가렸다.
뭐랄까, 150화 동안 꽤나 터프한 여자들만 봐왔더니 가슴 하나로 이렇게 반응 하는 여자는 신선했다. 첫 인상은 그냥 뭐 야생의 들개 같은 양아치라고 생각했는데, 어... 이것도 좋네.
“음흉해! 니 지금 눈 엄청 음흉했당께! 죽여버리겠어! 네 멱을 따 죽여버린 다음에 나도 그냥 자결해버릴랑께~~~~! 더럽혀져버렸당께~~~~~!”
“이봐! 오해야! 잠깐 내 말 좀 들어줘!”
뭘 할 생각인지 다리의 홀스터에서 자그마한 붓을 손가락 사이사이로 집어서 꺼내드는 메이벨에게, 나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메이벨이 말해보라는 듯이, 눈물이 그렁그러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만지기 전에, 경건한 마음으로 손을 씻고 만졌다고. 더럽지 않아.”
“니 존재 자체가 드럽다 이거랑께 이눔아아아아아아아악~~~~~~~~!”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다니, 마음이 아프다. 나중에 보복으로 그 가슴을 더 주물러줄 줄 알아.
“씨익... 씨익... 힝....”
“............좀 진정 됐어?”
붓을 마구 휘두르며 능력을 사용하려는 메이벨을 어찌어찌 말렸다. 붓을 뺏었더니 이번에는 분노한 고양이처럼 손톱으로 얼굴을 마구 긁는 바람에 지금 얼굴이며 어깨에 손톱자국이 잔뜩 나버렸다. 아이고 쓰라리다.
어쨌든 메이벨도 조금쯤 진정한 것 같아서, 상황을 설명하기로 했다.
상황 설명을 듣는 와중 메이벨은 그래도 천천히 이성을 되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여전히 눈은 분노에 차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는 침울한 얼굴로 눈을 내리깔았다.
“하아... 엔데가.... 으윽! 다 니들 때문이랑께! 뭔데 바이러스는! 우리 엔데한테 뭘 하려했던 거냥께!”
“그쪽 히어로들은 우릴 틈만 나면 죽이려고 하잖아.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빌런과 히어로 사이에선 이상할 거 없잖아.”
“......뭐, 맞는 말이랑께.”
의외로 순순히 인정하는 모양이었다.
“그보다 닥터라는 녀석한테 조종당하는 모양인데, 뭔가 아는 거 있어?”
“그게....”
메이벨이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나 그게, 자료 같은 거 읽거나 정리하는 게 워낙 귀찮아서리, 회의도 집중 안 하고... 응, 그래서 그냥 엔데한테 전부 맡기고 있어서... 솔직히 아는 게 하나도 없당께!”
“.......”
“아! 잠깐! 뭐야 그 눈은! 어이 변태 형씨!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보지 마아아아아~~~~~~!”
아무튼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여자다. 왜 구했을까? 이렇게 되어선 마력 보충과 내 심신의 안녕을 위해 깔끔하게 봉사해주는 것 말고는 이 대가를 받아낼 방법이 없겠다. 자, 어서 와서 내 품에 안기렴!
“니 조금 이상하다... 눈도 요로코롬... 변태 같구....”
메이벨이 경계하듯 가슴 앞을 여미며 내게서 멀어졌다.
“어쨌든, 메이벨. 이제부터 어쩔거야, 너는.”
“하, 글쎄. 잘 모르겠당께. 4번대로 돌아갔다가 엔데에게 뭔 짓을 당할지도 모르겠구....”
최악의 사태로 치자면, 닥터와 도로시가 결탁했으니, 도로시의 발명품인 세뇌도구로 4번대, 거기에 메이벨까지 세뇌되어 닥터의 수족이 되어버리는 경우다.
그러니 애초에 돌려보낼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제안하겠는데, 메이벨. 너 우리랑 손 잡을 생각 없어?”
메이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 역시, 이 귀엽고 예쁘고 탐스럽고 깨끗한 내 몸을 노리는 거냐, 변태 형씨!”
“.......”
“농담이랑께. 그런 눈으로 보지 말랑께. ...여하튼, 지금에 와서야 방법이 전혀 없으니... 그치만 빌런과 히어로라니....”
메이벨이 흘긋 체크를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조심조심 손을 내밀었다.
“일단은 알겠당께. 나야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상황이니 오히려 감지덕지지....”
“좋아, 그럼 동맹 성립이야.”
메이벨이 내민 손을 붙잡기 위해 손을 내밀자, 메이벨이 손을 피했다. 그리고는 슬쩍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내 손가락 끝을 맞잡았다.
“할 수 없으니 동맹은 맺는디, 니, 니 같은 변태 형씨를 인정해준다거나 그런 거 아니니까 나랑 친하게 지내려하지 말랑께. 알겠냐?!”
왜 이렇게 철벽을 치는 거야 이 여자.
“너 남자친구 사귀어본적 없지.”
“?!”
“중딩도 너보다는 남자에 익숙하겠다....”
“무, 뭐, 뭐, 지, 지금 나 무시하냐앗?!”
“그런데 뭐, 그래봐야 그 약 때문에...합.”
“응?! 왜 갑자기 말을 멈추는겨? 야! 말을 해보랑께! 약이라니! 무슨 약! 아, 설마 그 상처 낫게 해줬던 그 약?! 역시 부작용이 있는 거제?! 말해! 말해바라 이 변태 형씨야아아아~~~~~!”
“거, 걱정마. 기분 좋을 거고... 응. 일단 기다리면 차차 알게 된달까...! 아, 아파...!”
퍽, 퍽, 메이벨의 발이 또 다시 무자비하게 나를 짓밟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쩐지, 이렇게 밟히니까... 묘한 감정이 몽골몽골 솟아오르는 것이. 어쩐지 참모가 저번에 말했던 ‘밟히는 기분이란 건 의외로 황홀한 법이랍니다... 13호님도 이쪽 세계에 발을 들이시면 알 겁니다...’라면서 묘하게 해탈한 얼굴로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아, 안 되는데. 나는 정상인데.
묘한 것에 눈을 떠버릴 것 같다... 아아, 기분 좋아....
“뭔가 글러먹은 인간의 눈이 되어가는 것 같데이.”
체크가 여전히 차를 홀짝이며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별안간 팟, 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문쪽을 노려봤다.
“응? 체크? 왜 갑자기 무서운 얼굴을――”
“쉿.”
체크가 천천히 일어나며, 테이블 위의 과도를 집어들었다. 매서운 눈으로 밖을 향하는 것이, 더 이상 장난칠 수 없는 공기를 마구 흩뿌리고 있었다.
메이벨도 내게서 떨어지고, 나도 엎드린 자세 그대로 목울대를 꼴깍 울렸다.
똑똑, 하고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나갈게.”
“그치만....”
체크가 앞에 나서려는 걸 나는 손으로 저지하고, 천천히, 조심스레 현관쪽으로 다가갔다.
체인이 걸려있는 것을 확인하고, 언제든 뒤로 뛸 수 있게 몸을 뒤로 빼며 조심조심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덜컹! 하고 문이 밀렸다.
“우왓!”
나는 당황하며 뒤로 몸을 뺐다. 철컥, 체인이 걸려서 더 이상 문이 열리지 않았던게 요행이었다.
적이냐! 적인거냐! 하면서 당황하는 눈으로 문 틈새로 살피니,
“13호... 오빠...... 오빠다... 후에에에에에에에엥~~~~~~~.”
울먹이는 얼굴, 글썽이는 눈으로, 문 너머에 아리아가 서 있었다.
* * *
"참모 녀석... 그 상황에 애를 도망시켰을 줄이야... 놀랐어. 어쩐지 순순히 당해준다 싶더라니."
도로시가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아지트의 실험실, 그 커다란 실험대 위에 참모가 죽은 듯이 잠든 채 누워있다.
"그럼, 이제 어쩔까나. 어떤 약을 써볼까나...♪ 후후...."
그녀는 과학자의 얼굴로, 누운 참모의 옆에서 묘한 액체가 들어있는 투명한 유리병을 찰랑찰랑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