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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2화 〉#33 빌런은 양아치 화가를 만났습니다(3) (152/271)



〈 152화 〉#33 빌런은 양아치 화가를 만났습니다(3)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도로시 양... 지금 이게, 무슨 짓이죠?”

“놀랐어, 참모. 지금 그 능력, 바로   있는 건 아니잖아. 언제부터 쓸 준비를 했던 거야? 아, 역시 내가 달라붙은  잘못이었나? 평소랑 다른 행동을 하면 역시 의심 받나....”

“대답하세요! 도로시!”

“.......”


버럭 외치는 참모의 외침에, 연극하듯 느물느물 웃어 보이던 도로시는 금방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도로시 양... 아니, 도로시. 최근 당신의 모습에서 조금 이상함을 느끼고는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는 있었어요.”


“그래? ...그렇구나. 내가 이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미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지?”

“능력을 쓸 일은 없었으며 했지만요.”

그림자를 이용한 긴급탈출은 마력을 많이 쓴다.


애초에 참모는 보유하고 있는 마력의 양이 적다. 그림자 인형의 경우, 애초부터 미리 만들어놓고 그림자에 보관하는 느낌이라 계획을 짜놓고 필요할  다량으로 꺼내 쓸 수 있지만, 평소에는 그 유지하는 마력도 아까워서 따로 남겨두지 않는다.

즉, 참모가 강할  있는 건 면밀한 계획을 짜고 임하는 현장뿐으로, 이런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맞지 않는다.

그리고 이 아지트에는 도로시가 주관하는 방범시설들이 가득하다. 만약 그녀가 이대로 참모를 붙잡으려고 한다면....


“도로시 양. 지금부터라도 제게 납득이 갈 설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것도 그냥 장난으로 넘어가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


“장난으로 보여?”


“읏...!”


영하로 내려가는 듯한 도로시의 목소리에, 참모는  뒤의  손잡이를 돌리고 단숨에 밖으로 뛰쳐나갔다.


동시에 [비잉- 비잉-]하는 경보음과 함께, 아지트의 벽이며 천장에서 방범장치들이 튀어나왔다.


“크윽...!”


그를 생포하기 위해 쏘아지는 침을 몸을 뒤틀어 간신히 피해냈다. 테이저건 같은 원리로 작용하는 방범기구로, 살상력은 거의 전무하다.


‘조금  방범벨은 경계태세 2급... 적대하는 침입자를 포획하는 정도입니다.’

즉, 도로시는 자신을 죽일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일단 방범 시스템의 구조는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방범 시스템의 구축과 설계는 도로시와 참모가 함께 했다. 참모의 입장으로 제안하면, 도로시는 기술적인 한계며 가능성을 제시하며 참모의 계획에 살을 붙여주는 식이었다.

이 시스템 구조는 자잘한 거라면 몰라도 큰 틀은 손쉽게 변경할 수는 없다. 즉, 사각지대를 잘 이용하면 도로시의 과학의 손길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피할  있는 건 단순히 기계로  방범 시스템 뿐이다.


“!”


카-앙!

공기를 찢는 소리에 간신히 고개를 틀어 날아오던 투사체를 피해냈다. 참모의 얼굴 옆을 쏜살같이 지나쳐 날아간 동전은, 벽에 부딪쳐 튕겨져 나왔다.

탱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동전이 바닥을 굴렀다.

“하, 하하... 도로시 양이 단단히 화가 났나 보네요.”

기가 차서 웃음을 흘리는 참모의 맞은편 복도에는, 스페이드와 클럽이 빛이 사라진 눈을  채 참모를 바라보고 있었다. 클럽은 조금 전 동전을 날린 손을 앞으로 내민 채다.


“도로시 님의 명대로, 참모를 포획하겠습니다.”


“부디 무의미한 저항은 하지 말아주시길.”

기계를 연상케 하는 딱딱한 음성으로 말하는 두 사람. 틀림 없이 도로시의 명령 아래에 있는 게 분명하다.


세뇌의 최종공정은 전부 도로시가 맡고 있다. 지금에 와서 참모나 다른 사람이 아무리 말을 걸어도, 도로시의 암시를 뚫고  사람을 다시 되돌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참모가 빠르게 결단한 다음 행동은, 두 사람을 회유하는 것이 아닌――요격.

“【흙더미에 새로운 생명과 무기를. 신은 태초에 땅에서 인간을 빚어냈도다.】”


참모가 발치의 그림자를 향해 손을 뻗자, 그 손은 그대로 쑤욱,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흙에서 나와, 흙이 아니면서, 인간도 아니고, 그러나 인간답기를... 나와라 골렘, 템즈 흐바흐】!”


이어서 영창과 함께 빼낸 손에 이끌려, 그림자에서 빠져나온  온 몸이 새카만 인형.

인형은 빠져나오자마자 달각달각 움직이며, 주인인 참모의 의사에 따라 복도 저편의 히어로들을 향해 달려들려 했다.


“포획 대상의 반격의사를 확인――”

그러나 인형이 달려들려던 순간, 이미 복도 저편에 있던 히어로 중 한 쪽, 붉은 단발의 히어로는 이미 사라져있었고,

“무력화를 실시하겠습니다.”


눈치챘을 때는, 이미 참모와 인형의 바로 지척에 다가와있었다.


“스페이드......!”


스페이드는 몸을 굽히며, 마력이 담긴 주먹을 내질렀다.


조금도 봐주는 것이 없이, 내질러진 주먹은 인형을 반쯤 꿰뚫으며, 그대로 인형의 몸과 함께 참모를 벽에 처박아버렸다.

“커헉?!”

마치 트럭에 정면에서 부딪친 것 같은 거대한 충격에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갔다.

아프다. 그 이전에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다. 정신을 놓으면 이대로 속에 있는 걸 게워내고 그대로 기절해버릴  같았다.


‘그럴... 수는...!’

그러나 마지막의 마지막에, 참모는 의지의 끈을 붙잡았다. 이대로 그가 쓰러져버리면  된다. 그가 신봉에 가까울 정도로 따르는 상사인 13호는 지금 이 사실을 모른다. 어떻게든 전해야한다. 그리고....

“대상의 의식이 남아있습니다. 이대로 기절을 시... 키..........”

스페이드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대로 참모의 경동맥을 졸라 기절시키며 했으나, 막상 대상인 참모가  앞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사라져버렸다.

그림자에 녹아들 듯이.


“......놓쳤습니다.”


한숨과 함께 그렇게 중얼거리는 스페이드는.


어쩐지 안심한 것처럼 보였다.


“허억... 헉....... 쿨럭, 콜록...!”

능력을 이용해 그림자에 숨어, 두 히어로에게서 벗어난 위치에 나타난 참모는 벽에 기댄 채 몸을 추슬렀다. 과연 A급 히어로. 고작해야 한 방에 온 몸이 그로기 상태에 놓일 지경이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허벅지를 억지로 때리며 재촉했다.

“13호님... 13호님은... 역시, 통신은 안 되나....”


통신 단말을 열심히 작동해봤지만 전파가 터지지 않는 붉은 불빛만 들어왔다. 애초에 이 통신 단말은 도로시가 개발한 것이다. 개발자인 그녀가 무력화시키는 거야 일도 아니겠지.

“보스, 를......”

만약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13호를 데려올 마력까지도, 조금 전 긴급 회피를 위해 써버렸다.

그래도.

그나마 남아있는 찌꺼기 같은 마력으로 보스만은 도망치게 해야했다. 13호의 충성의 대상인 보스만은 어떻게든 지켜야한다.

억척같은 의지로 벽에 의지해 몸을 질질 끌며, 보스의 방으로 향하던 참모였지만, 이어서 들려온 목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참모?”


복도 저편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보스가 보였다. 아마 갑작스런 경보음 같은 것에 놀라서 나온 거겠지. 다행이다. 더 이상 움직이기도 힘들었지만, 보스의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보스! 도망치셔야합니다... 도로시 양... 도로시가 배신했습니다...!”

“참모? 참모! 진정해, 진정해라.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하아,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보스... 어서 도로시가 오기 전에 피난을――”


그 순간, 참모는 이상함을 느꼈다.

묘함이라고 할까. 으스스한 한기라고 할까. 혹은 직감이라고 할까.

“응? 왜 그래, 참모.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그보다 말이야.”

참모의 시야 너머에서, 보스는, 바이올렛은, 미미하게 웃고 있었다. 인형을 연상케 하는 인위적인 표정으로.


“도로시가 배신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참모.”

깨달았다. 깨달아버렸다. 그리고 참모는 절망했다.


“보......스.”

“역시 여기로 왔구나. 대단한 충성심이네, 너도.”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황급히 돌아봤다. 도로시가 흰 백의를 펄럭이며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도로...시! 당신, 보스마저 세뇌를...!”

“뭐, 보스를 처음 세뇌한 건 13호 그 바보놈이야. 난 ‘최종공정’이니 ‘애프터케어’니 하면서 넘겨받았을 뿐. 물론 그렇게 되도록 조금쯤 판을 만들긴 했지만.”

후후, 웃는 도로시에게서 참모는 도망치기 위해 눈을 굴렸다. 그러나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꼼짝 마】, 참모. 어딜 도망치려고 그래?”


“보스...! 이런...!”


바이올렛의 【언령】이 참모를 묶었다. 이제는 완전히 끝이다. 벗어나볼까 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는 현실만을 자각하는 셈이 되었다.


결국 참모는 도망치길 포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이지, 완패입니다, 도로시 양.”

도로시는 참모의 패배선언에 만족스럽게 끄덕이고는, 또각, 또각, 굽이 낮은 구두를 울리며 참모에게 다가왔다.


엉거주춤  참모의  앞에, 다크서클이 진 오랜지기 동료의 얼굴이 보였다. 지금은 배신자지만.

“유감이야, 참모.”

“그렇군요... 무슨 이유인지, 무슨 생각인지 알려주실 수는 있나요?”

“글쎄. 내가 보기엔 너도 대충 짐작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28개쯤 되는 가능성을 생각한 것뿐이고, 어느  정답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럼 나중에 보면 알 거야. 지금 일일이 설명하긴 귀찮거든.”

“나쁜 여자네요.”


“나쁜 여자지.”

굳이 말하자면, 이라며 도로시가 가까이 다가왔다.


또각, 또각, 구두굽 소리가 울린다.

“참모, 너는 ‘특별한 사람’이란 어떤 거라고 생각해?”


“특별한 사람...인가요.”


“응. 특별한 사람. 예능인일까? 부자? 위험한 사람? 재밌는 사람? 사랑 받는 사람? 고민하는 사람? ......어떻게 사람은 특별해지는 걸까?”


고뇌하는 학자와도 같은 말투로, 도로시는 말을 이었다.

“사람의 ‘인격’이란 건 어떻게 생기는 걸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생기지? 비판받았을 때라고 주장하던 사람도 있었고, 고민할 때 생겨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누군가가 긍정해줬을 때 생겨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누군가가 의지해줄  생겨난다는 말도 있지만, 솔직히 어느 하나를 꼽자면 어렵지. 저기저기, 참모, 너는 어떻게 생각해?”

“윤리 얘긴가요. 아니면, 철학?”


“후후. 그런 느낌이랄까. 개소리 좀 지껄여봤어. 다 잊어버려도 좋아. 참모, 있잖아. 「인간의 본성은 악해」. 자연 상태의 인간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악’이 되는 법이라잖아.”


“......칸트가 했던 말이었나요.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참모가 여전히 꼼짝 못한  눈만을 가늘게 떴다.


또각, 거리던 발걸음이 참모의 지척에 서서 멈춰섰다.

“참모. 「악은 진부하고」, 「악은 평범하다」, 래. 인간은 누구든 히틀러가 될  있고, 누구든 유다가  수 있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얼마든지 죄인이 될 수 있는 법이야. 정말이지 빌런인 우리들에게 어울리는 말이지 않아?”

“...배신하는 것도, 이상할 것 없으니, 긍정하라는 뜻인가요.”


“응. 그런 거야.”

“그거 어쩔 수 없네요.”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렇죠.”


참모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활짝 웃었다.


“행복할 수 있다면 마음대로 하는 거예요. 13호님의 지론이죠. 그러니 도로시, 저는 당신의 행동을 긍정해줄게요. 13호님이나 보스한테까지 손대는 건 마음이 아프지만, 그만큼 저는 도로시도 좋아하니까요. ...그러니 도로시가 행복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긍정해드리겠습니다.”

도로시는 입을 다물었다.

어째서.


어째서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웃는 걸까.


아아, 그렇다. 알고 있다. 이곳은 이런 집단이었지.

애초에 참모는 자기 못지않게 삐뚤어진 인간이었다. 그런 참모를 이렇게 바꿔버린 건,

“13호도... 그렇게 말했을 것 같아.”


“그렇죠. 13호님은 최고입니다. 신의 선물이세요. 저는  발치만큼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도로시는 움직이지 못한  굳어 있는 참모의 멱살을 붙잡고, 억지로 끌어당겼다.


“...참모.”


“예, 도로시 양.”

“참모.”

“네.”

“참모, 참모, 참모, 참모, 참모, 참모, 참모, 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참모...!”

도로시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참모를 연호했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하세요, 도로시.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상담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드리겠습니다.”

참모가 나긋하게 말하자, 도로시는 입술을 깨물었다.


촉촉해진 눈으로, 무언가를 참으려는 듯.


떨리는 입술로, 입을 열었다.

“...미안, 미안해, 참모.... 13호도... 보스도.......”

참모는 눈을 감은 채,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상 아무 말 없는 참모를, 도로시는 가만히 쳐다보다,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이건 마지막 선물이야. ...더 없을 기회니까, 확실하게 맛보렴.”


“후후, 이것 참....”

부드러운 입술이 서로 닿는다.

도로시는 참모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다른 한 손으론 참모의 목에 주사기를 꽂아 넣었다. 안에 들어있던 투명한 액체가, 피스톤이 밀려남에 따라 참모의 목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묶던 마력이 다한 참모의 몸은 도로시를 향해 힘없이 쓰러졌다.

* * *


“형씨, 13호 맞지? 맞지 않냐롱?”

누가 형씨냐.


“아닙니다. 저는 그런 실험체 번호 같은 이름이 아닌데요. 사람 잘못 보신 거 아닌가요. 그보다 13호라니,  흉악한 빌런 아닙니까! 말도 안 돼! 이런 오해를 받다니! 지금 당장 성형하러 가봐야겠네요! 그럼 이만!”


“어딜 가냥께.”


“......보내주시면 안 되나요.”

우리들의 눈 앞에 나타난 히어로, 메이벨은 능글능글 웃으면서 등에 메고 있던 붓을 한 손에 든채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이상하네...  보기엔 변태로 이름 높은 빌런 13호가 맞는 것 같은데....”


“변태로 이름이 높아?”

“아... 빌런으로 이름 높은 변태 13호였었나....”


두 호칭 사이에 차이를 모르겠다.  여자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걸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글파괴가 심각하다더니 이런 걸까.


“항복. 맞아. 일단 내가 13호인 건 인정할게. 들켜버렸으니 어쩔  없지.”


“오? 인정하는 거시유? 형씨?”


“그래! 인정하겠어! 하지만 있잖아, 우린 지금 아무 것도 안했다고! 단순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왔을 뿐이야! 여친과 함께! 이 정도는 그냥 봐주고 넘어가줘야하는  아냐? 나는 빌런도 히어로도 휴일은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휴일의 히어로는 건들지 않는 주의였다고! 휴일의 빌런이니까 좀 봐줘!”

 손을 들고 항복하는 자세로 자포자기하며 말하자, 메이벨도 찔리긴 하는지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럼 형씨, 이렇게 하자.”

“어떻게?”

“형씨 옆에 있는 쌔끈한 누님을 나한테 넘기고 조용히 사라지랑께. 으헤헤헤, 풍만한 가슴이구만. 나님이 조금 주물주물 좀 해보겠당께.”

느물느물 웃으면서 손가락을 꼼질꼼질 웃는 메이벨.

위험하다.


이 여자 변태다.

“히익... 어쩐디야, 13호...?”

옆에 선 체크가 난처한 표정으로 내 소매를 꾹꾹 잡아당겼다. 그 광경에 메이벨이 아쉬운 듯 “쯧!”하고 혀를 차고는 그냥 가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뭐, 어쩔 수 없당께. 엔데라면 여기서 어떻게든 잡을라 했겠지만, 마,  됐당께.”

“어라, 진짜 보내주는 거야?”


“휴일이람서. 혼자였으면 어떻게든 했겠는데, 이쁜 연인을 슬프게 하는 건 싫당께. 됐으니까 어서 꺼져버리거들랑.”


그리고 무엇보다, 이 남자에게선 ‘위험한 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수상해보이는 느낌이 있어서 찔러봤지만, 오늘은  그래도  축제에서 뭔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괜한 일을 늘리는 건 좋지 않다.

“그럼, 고맙게 가도록 할게....”

그렇게 말하며 떠나가려던 13호였지만,

“응? 잠깐만.”

13호와 함께 떠나가려던 체크의 팔을, 메이벨이  잡았다. 그리고는 눈썹을 오므리며, 메이벨의 시선을 거북한 듯 피하려는 체크의 얼굴을 뚫여져라 응시했다.

“거 언냐, 그 얼굴... 어째 낯이 익는...? 그리고 조금 전의 사투리도...?”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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