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막간 빌런과 히어로의 싸움은 사소한 것으로부터(1)
사건의 발달이라고 할까, 모든 것의 원인이라고 할까.
그런 것은 의외로 굉장히 사소한 것일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자주 쓰는 버그라는 말도 부품 사이에 끼어든 나방 하나라는 사소한 것 때문에 일어났던 합선 사고...에서 생겨난 말이고.
알콩달콩한 연인끼리도 화장실 휴지를 앞으로 나오게 거냐 뒤로 나오게 거냐 하는 사소한 문제로 싸우기도 하고.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번에 일어난 일도 정말이지 단순한, 단순하고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서 일어난 것 뿐이다.
“둘은 되게 친하네.”
“그런가?”
“아아, 그런 말을 들으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13호님의 팬이자 부하로서 말이죠.”
어느 날, 턱을 괸 채 생각났단는 듯 툭 던진 스페이드의 질문에 13호와 참모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역시 함께 지낸 시간이 꽤 되니까 그렇겠지?”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처음에는 믿어도 좋은 분일까 싶긴 했습니다. 13호님에 대해 전혀 알아보지 못한 미련한 과거의 저를 때려죽이고 싶은 기분입니다만.”
“나는 이 녀석 처음 봤을 때부터 믿어도 좋겠다고 어렴풋이 생각은 했어. 이상한 녀석이긴 했지만... 나중에 되어선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지.”
“3개월쯤 되니까 의사소통도 스무스해졌죠?”
“전장에 나갔을 때나 중요한 순간에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할지 알 것 같다거나, 망설일 타이밍에 딱 좋게 적절한 조언을 해준다던가 등을 밀어준다던가.”
“고민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 보이지 않아도 척척 알아차려 주신다던가요. 혹은 항상 신뢰할 수 있는 등을 보여주면서 앞서 나가시는 모습도 든든했죠.”
13호와 참모는 담담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꽤나 의외인 내용에 스페이드는 혀를 내둘렀다.
그냥 바보 같기만한 2인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뭔가... 남자의 우정 같은 게 느껴지는 녀석들이었네.
그러나 그 생각도 조금 안이했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되었다.
“대충 이쯤 되니까 반찬 먹는 순서라던가도 알 수 있게 됐고.”
“......응? 뭐?”
스페이드가 되묻자, 13호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게 참모 녀석, 항상 김치 다음엔 국을, 그리고 밥... 요런 순서로 먹거든. 고기가 있을 때는 반드시 야채 종류를 하나 입에 물고 나서 먹고.”
“일부러 저를 배려해 순서에 맞춰서 반찬을 밀어주거나 했을 때는 감동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게임 같은 것도 필요한 아이템을 대신 구해주거나.”
“기간 한정 캐릭터나 아이템 같은 것도 있으니, 13호님이 바쁘실 땐 ‘이런 거 좋아하시겠구나’ 싶은 것들을 제가 대신 구해드리기도 합니다.”
“뭐, 아침부터 밤까지 밥도 같이 먹고 같이 게임하고 생활하다 보니까 뭐....”
“피곤하거나 하는 건 숨기고 있어도 보여버리니까요. 그럴 때면 목욕할 때 따라 들어가서 등도 씻어드리고, 침대 위에서 마사지도 해드리고....”
“아, 그래도 가끔 내 요골이나 견갑골을 만지려고 하는 건 좀 섬뜩해. 근육도 여기저기 만지고.”
“건강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행동이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전부 13호님을 위해서인걸요. 그러는 13호도 가끔 제 손가락을 의미 없이 만지시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네 손가락, 길고 예쁘니까. 피아노도 칠 줄 알았지?”
“후후, 감사합니다. 남자 손이 예뻐봐야 뭐하겠냐 생각했습니다만, 그렇게 말해주시니. 그보다 13호님의 머릿결은 항상 예뻐서...”
서로에 대한 칭찬이나 추억을 교환하며 우후후 웃는 두 사람을, 스페이드는 미묘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기분 나빠..................”
진심을 담아, 그렇게 한 마디 중얼거렸다.
한 마디 중얼거렸을 뿐이다.
그 뒤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버렸다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스페이드는 대수롭지 않게 떠나갔다.
떠나가기 전에 마침 지나치던 클럽에게,
“쟤네들 맨날 찰싹 달라붙어 있는 거 역겹지 않아? 토 나오지 않아?”
“Fuck... 극히 동의합니다, 스페이드 씨. 역겨운 인간들이에요. 분리도 할 수 없는 공장 폐기물 같은 인간들입니다.”
라며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떠나가는 두 사람의 등 뒤를, 13호와 참모는 묘한 눈길로 가만히 노려볼 뿐이었지만, 두 사람은 눈길도 주지 않고 떠나가버렸다.
계기는, 항상 사소한 법이다.
* * *
퐁당,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응......... 뭐지......
스페이드는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눈 앞에 보이는 건 자신의 방...이 아니다.
욕실...? 내 방의 욕실은 아닌 것 같은데... 어라....
“스페이드. 스페이드?”
“아... 응?”
“뭐야. 정신차려.”
눈 앞에 보이는 건 13호다. 왜 여기 있는 거지? 아니, 그보다 여기... 13호의 방 욕실 아닌가... 그랬던 거 같아....
“아까부터 멍하니 있네. 이제부터 뭘해야하지, 스페이드?”
“뭘, 하다니....”
“난 오늘 엄청 피곤한데, 스페이드.”
13호가 피곤하다. 그런 걸 왜 나한테 말하나 싶었지만,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맞아... 피곤할 때는 꼭 해줘야 하는 게 있었다.
“그렇네. 어서 등을 씻어줘야... 같이 목욕을....”
어라...? 목욕을...? 이 녀석이랑...?
“뭔가 이상해? 스페이드?”
“어. 아, 으응... 아니야....... 아니에요... 응....”
13호, 아니, 13호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어쩐지 머리가 다시 멍해졌다. 맞아. 뭘 망설이고 있는 걸까. 이건 ‘당연’한 건데.
자신은 13호님의 종이고... 노예니까... 응. 주인님이 피곤할 때면, 몸을 써서 위로해드리는 게 종의 일이니까.
“......옷을... 벗겠습니다....”
스페이드는 천천히 옷을 벗었다. 편하게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풀고, 착 달라 붙어 있던 돌핀 팬츠를 벗어버렸다. 평소에 자주 입는 다홍색의 속옷이 드러나자, 그것도 망설임 없이 벗어버렸다.
“......뭘 그렇게 보세요...?”
“아냐, 아무 것도. 뭔가 이상하진 않아?”
이상하다니... 주인님을 씻기려면 노예는 옷을 벗어야하는 건데. 당연한 건데, 뭐가 이상하다는 걸까요.
미묘한 눈으로 13호를 보니, 13호는 그저 히죽 웃을 뿐이었다. ...이상한 주인님입니다.
13호는 일단 샤워기로 몸에 물을 뿌리며 간단하게 씻어내렸다. 스페이드 또한 그 옆에 붙어, 함께 몸을 행구었다.
“뜨거운 물을... 받겠습니다... 피곤할 때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궈야 좋으니까....”
하지만 욕조는 텅 비어있다. 요즘 욕실은 샤워기 밖에 없는 곳이 많은데 기껏 욕조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다니 너무 아깝다. 스페이드는 꼭지를 돌려 물을 받기 시작했다. ...이 욕조에 가득 채우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그럼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은 하나 밖에 없다. 마침 좋은 의자가 있어서, 13호의 앞에 내려놓았다.
“주인님.”
“응?”
“거기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등을, 이쪽으로 해주시고.... 스펀지가 되어드리겠습니다....”
13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이상한 반응을 보였지만, 순순히 의자에 앉아주었다.
“그럼, 받아보도록 할까.”
스페이드는 그 등 뒤에 쪼그려앉아, 자신의 몸에, 특히 가슴에 바디워시를 듬뿍 뿌리고 거품이 날 때까지 문질렀다. ...응. 이 정도면 충분할까.
“실례하겠습니다, 13호님.”
그리고는 그대로, 13호의 몸을 껴안고, 그 등판에 가슴을 밀어붙였다. 자신의 말랑하고 모양 좋은 가슴이 남자의 단단한 몸에 눌려 모양이 바뀌는 것을 보니, 뭔가 이상하고 신선한 기분이었다.
뭐가 이상한 걸까... 피곤한 상대를 위해서 등을 씻겨줄 때는 스펀지가 되어드리는 게 보통일 텐데....
13호도 13호다. 자신의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유두가 등판에 쓸릴 때마다 “우효오....”라던가 “호오오....” 같은 이상한 소릴 내고. 이상하게 그런 소릴 들을수록 몸이 점점 이상하게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응... 뭔가....’
묘한 감각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스페이드는 열심을 다해 13호의 몸을 문질렀다. 가슴을 이용해 13호의 등판이며 겨드랑이에 열심히 거품을 내고 난 후, 가슴이 닿지 않는 허리 쪽은 몸을 부착해 자신의 배와 허리, 그리고... 사타구니 사이의 그곳을 이용해 꼼꼼하게 거품을 묻혔다.
자신은 스펀지. 단순히 등을 닦아주는 육노예.
스스로에게 그렇게 타이르고 설득했지만, 그러나 주인님이신 13호의 몸에 닿고 있으면 도저히 스스로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유두가, 클리토리스가 단단해지고, 13호의 몸에 닿을 때마다 동글동글한 쾌감이 몰려왔다.
“으응.......”
무심코 그런 콧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래도 열심히 가슴이며 허리를 움직여간다.
“등... 다 닦았습니다.”
“어? 끝이야?”
스페이드는 고개를 기울였다. 등을 닦아주는 것 외에 뭘 더 해야하는 걸까?
눈 앞의 13호는 ‘암시가 부족했나?’라던가 ‘좀 더 제대로 말할걸’ 같은 말을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더니,
“자.”
“꺅?!”
별안간 자신의 팔을 붙잡아, 품으로 끌어당겼다.
“등만 닦으면 부족하지. 지금의 넌 스펀지라며. 그렇지?”
그, 그건 맞지만... 맞습니다....
13호는 스페이드의 몸을 붙들고, 그녀의 몸에 자신의 가슴팍이며 이곳저곳을 밀착시키고 문대며 새로이 거품을 일으켰다. 이따금 단단하게 발기한 그것이 자신의 배에 닿자, 스페이드는 말로할 수 없는 욕구가 솟아오르고, 머리가 멍해졌다.
도중에 13호의 손이 자신의 매끈한 배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와, 그곳에 닿았다.
“흐윽......?!”
“뭐야, 스펀지 주제에 젖어버린 거야? 음란한 스펀지구나?”
“그, 그럴 리가....”
“응? 아니야? 엄청 젖은 것 같은데....”
13호의 손가락이 자신의 꽃잎을 출입할 때마다, 츠억... 츠억... 하는 소리가 났다. 아아, 이렇게나 젖어버린 거야...?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기가 어려웠다. 이렇게나 음란한 아이라니....
“이봐, 스페이드. 제대로 얼굴을 들고 봉사하지 않으면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는다고?”
“네.......”
스페이드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손에 추가로 거품을 묻혀가며, 13호의 몸 이곳저곳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더듬어 거품을 더욱 묻혀갔다. 이따금 피로 때문에 단단해진 근육이 보여서, 그런 곳은 신경 써서 매만져 근육을 풀어주었다. 그 손길에 맞추듯, 13호 또한 자신의 몸을 거품 투성이로 만들었다. 특히 가랑이 사이를 신경 쓰며 비비듯 매만질 때면, 허리가 멋대로 들리고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대강 온 몸에 비누가 충분히 묻혀졌다고 생각하자, 이제는 13호의 사타구니 사이, 단단하게 발기한 그것을 두 손으로 정성껏 쥐고 위아래로 닦아주기 시작했다.
“오, 오........”
“괜찮으십니까, 13호님...?”
“응. 딱 좋아. 좀 더 꼼꼼하게 해줄래?”
“...예.”
말하지 않더라도, 충실히 봉사하는 게 노예의 일이니까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스페이드는 13호의 음경을 잡고, 그 모양을 손으로 기억하겠다는 듯 조심스레, 전체를 만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금방 더러운 게 쌓일 수 있고, 그러니 신경 써서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병균이 폭발해서(!) 13호님이 죽어버린다(!). 그런 생각을 하니 핏기가 가시고 오싹해져서, 음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귀두 끝에, 비누거품이 아닌 투명한 액이 서서히 스며나오는 게 보였다.
귀두 아래를 손가락으로 훑고, 육봉을 주무르듯 만지며 위아래로 손을 움직이고, 뿌리며 음낭의 아래까지 꼼꼼하게 비누를 묻혀갔다. ...충분히 묻혔다고 생각하는데, 안에서 올라오는 묘한 열기에 왠지 모르게 조금 더 만지게 만들었다. 눈 앞의 이 물건을, 좀 더 만지고 싶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안에....
“흥.”
“아....”
어쩐지 머리가 점점 멍해지는 가운데, 13호는 자신의 허리를 끌어 안고 억세게 당겼다.
“읍......!”
그리고는 그대로 입술에 입술을 겹쳐, 키스했다. 입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기분 좋다. 입을 갈라 열고 비집고 들어오는 혀의 감촉이, 타액의 맛이 기분 좋았다.
거품이 묻은 손으로 13호의 뺨을 만지고, 목을 움직여가며 더욱 더 입술을 밀착하고, 13호의 혀에 자신 또한 혀를 밀어붙이고 얽었다. 츄웁... 츄웁... 하는 추잡한 소리가 새어나갔지만, 들을 사람도 없었다. 부끄러웠지만, 그보다 ‘기분 좋음’이 더 컸다....
“아....”
얼마 지나지 않아, 13호가 얼굴을 떼자, 입술 사이에 새하얀 타액의 실이 이어졌다.
“응. 언제나처럼 맛이 좋은데. 덕분에 피로가 날아갈 것 같아.”
“...그렇다면... 기뻐요....”
아아... 어떡해....
자신은 그저 봉사용 노예일 뿐인데, 스펀지인데... 오히려 이쪽이 더 기분 좋아졌어요... 더 키스하고 싶어요...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는데....
분명 붉어졌을 얼굴로 그러한 감정을 치워버리려고 하자, 13호는 근처에 굴러다니던 바가지로 욕조에 채워지고 있던 뜨거운 물을 떠서 자신의 허리 아래에 부었다.
거품이 일부 씻겨져 내려가고, 두근두근 맥동할 것 같은 남자의 물건이, 13호의 육괴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아직 피로가 많이 쌓인 모양이라, 스페이드, 빨아서 한 번 풀어주지 않을래?”
스페이드는 우뚝 선 그것을 내려보며 목을 꼴깍 울리고는,
“네....”
하고는 고개를 끄덕 끄덕였다. 그대로 허리를 낮춰, 13호의 물건까지 얼굴을 끌어내렸다. 육봉을 손으로 한번 더 매만지자, 조금 전과 같은 투명한 액이 새어나왔다.
눈 앞에서 보니 더욱 더 흉악하고 그로테스크한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비누향에 섞여, 희미한 비린내 같은 게 났다.
‘흐앙....’
이상하게 그 냄새를 맡으니 더욱 몸이 달아올랐다. 어서, 어서 이것을 몸에 넣고 싶다....
일단 귀두 끝의 쿠퍼액을 혀로 날름날름 핥고, 그 다음은 욕망에 따라 전부 삼킬 듯 입에 넣었다.
추업... 하는 추잡한 소리가 났지만, 입 안에서 느껴지는 이 감촉이, 냄새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아아...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응...후응.....”
츄웁... 츄업....
머리를 왕복시킬 때마다, 그 행복감은, 쾌감은 더더욱 커져가며 사고능력을 빼앗아갔다. 이대로 영원히 13호님의 물건을 빨고 싶다. 더욱 더 하나가 되고 싶다....
무의식중에 허리가 무언가를 요구하듯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스페이드는 알아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