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28 정의의 히어로여, 부디 힘을 내십시오!(1)
“......저기, 대장님.”
“대장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당신한테 그렇게 불릴 이유 없습니다.”
“그럼 라헤.”
“이름으로 부르지 마세요. 당신한테 그렇게 불릴 이유 없습니다.”
“거기 민망한 차림의 음탕한 아가씨.”
“.......”
이건 되는 거냐.
13호는 한숨과 함께 라헤의 앞에 놓인 것을 보았다. 계란 두 알과 물이 들어간 냄비가 전부였다.
“저기... 설마 하는 데, 아침 메뉴로 삶은 계란 하나 딸랑 나오는 건 아니겠지?”
“설마요. 당신 따위에게 대접하는 식사라도 대장이란 자, 제대로 된 식사를 대접해드릴 겁니다. 맛은 어떨지 몰라도 영양분을 생각해서요.”
맛도 신경 써 줬으면 좋겠지만, 뭐... 정성 들인 요리라면 그것만으로도 맛이 배어있는 법이니까. 너무 사치 부릴 생각은 하지 말자.
“제대로... 소금이랑 설탕, 물도 드릴 겁니다. 영양분으론 충분해요.”
“그걸 식사라고 부르던가...?”
섭취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데.
울고 싶어졌다. 사치까지는 안 부리더라도, 삶은 계란 하나뿐인 건 지나치게 검소한 게 아닐까.
“김치, 김치는....”
“치즈라면 있을 텐데요.”
“치즈와 삶은 계란의 조합이라니, 참신함을 넘어서 끔찍한데.”
라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네요... 제대로 된 아침밥 해드리면 되는 거죠.”
“...할 수 있는 거야?”
“대장이니까요.”
대장인 거랑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라헤는 근처에 있던 요리책을 집어 들고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요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라헤의 육감적인 나신에 앞치마 하나만 걸친 모습이 매력적이라 이제 어느 쪽이든 상관없겠다 싶긴 하네....
따악- 따악-, 하는 소리, 보글거리는 물이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요리하는 게 익숙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7번대는 요리도 청소도 당번제다. 대장인 자신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 달에 몇 번인가 식사를 책임지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물론 가능하면 시켜먹거나 애플이나 스페이드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어쨌든, 요리에 자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만드는 것은 야채전복죽. 재료는 13호가 새벽부터 장을 봐왔다고 한다.
...저 인간은 내게 요리를 시키려고 새벽부터 일어난 거야?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멍청함이 느껴져서, 라헤는 느긋하게 앉아 기다리는 13호를 흘긋 쳐다봤다.
정말이지, 남자라는 생물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걸 시켜서 뭐가 좋은 걸까. 아니면 단순히 대장인 자신을 놀려주고 싶은 것뿐일까?
당근을 썰어내는 식칼이 도마에 닿자, 따악- 하는 소리가 울렸다.
라헤가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13호가, 어느 순간 스르륵 다가와 라헤의 등 뒤에 섰다.
“전복은 그렇게 떼어내면 안 되지. 내장 부분도 써야되니까 손으로....”
라면서 친절하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칼도 그렇게 쥐면 안 되고. 당근도 크기가 이상하잖아. 이것 봐, 이렇게.”
라면서 어깨 너머로 손을 뻗어 라헤의 손을 감싸듯 쥐고 조언해주기도 했다.
.......
뭔가, 이 남자한테 지적을 받고 있으니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뭉개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상당히 기분이 언짢았다.
“그냥 앉아계세요.”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은 솜씨라 다행이네. 먹고 미각이 사라지는 정도까지는 생각했는데.”
확 열이 받아 13호의 발가락을 자근자근 밟아주자, 조용해졌다.
‘......근데 왜 안 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거면, 왜 계속 서있는 거지, 하고 생각하는데... 별안간 13호의 손이 엉덩이에 닿는 게 느껴졌다. 갑작스런 접촉에 오싹한 기분이 올라왔다.
“아...?”
“신경 쓰지마. 계속 해.”
13호는 능청스럽게 말하며 라헤의 엉덩이를 원을 그리듯 주물렀다.
차, 참아야 한다... 부하들을 위해서... 이 남자가 이렇게 성희롱 할 건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꺄....”
부들부들 떠는 라헤의 귀를 13호가 할짝 핥거나 깨물었다. 앞치마 옆으로 보이는 허리를 만지고, 앞치마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배를 쓰다듬기도 했다.
“다, 당신... 지금.... 저 칼... 들고 있거든요...?”
“이런, 위험하잖아 그거.”
능청스럽게 말하면서도, 전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13호는 애무를 계속했다.
앞치마 아래, 배를 만지던 손이 미끄러져 올라가 라헤의 가슴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읏... 흥... 카, 칼 들고 있다니까요...? 이대로... 흐읏...... 조금, 당신....”
13호는 라헤의 목소리를 무시하듯, 그녀의 유방을 희롱하기를 계속했다. 때때로 달콤한 소리를 내면서도, 라헤는 요리를 계속했다. 뺨이 희미하게 다홍색이 되며, 이마에 땀이 배어나오고 있다.
“하아... 읏....”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잘게 썰은 재료들을 냄비에 투입하는 것을 보고, 13호의 남은 한 손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 음핵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찌를까?
진짜 찔러버릴까?
‘찔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찌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지금 라헤가 13호에게 반항하지 못하는 건, 부하가 인질로 잡혀서 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에게 반항할 힘이 없어서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손에는 무기가 들려있고, 능력은 쓸 수 없어도 전투의 기술은 남아있다. 무방비하게 달라붙은 이 남자의 숨통을 끊는 정도야,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희미하게 살기를 흘리며 틈을 노리려는 라헤의 귓가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는 듯 13호가 속삭였다.
“라헤. 지금 네 모습, 새색시 같아서――‘귀엽네’.”
하나도 안 기뻐!
“하아......!”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어쩐지 몸이 단숨에 이상해지고, 억누르던 쾌감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머리가 멍해졌다. 그러고보면 전에도 이랬지. 왜 이 말을 듣고 나면 이렇게 느껴버리게 되는 거야....
13호의 손가락이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그녀의 음렬을 매만져갔다. 그녀의 민감한 곳을, 그 육벽과 음렬 안쪽의 상태를 확인해가듯 세심하고 철저하게 매만져갔다. 음부에 점점 젖어들면서, 쯔억...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그곳은.......”
불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 라헤는 주방 탁자의 모서리에 팔을 올린 채, 13호의 손길을 그저 견디고 있다.
아아, 나... 이렇게 쉽게 느끼고 있어... 빌런의 손에....
이미 잔뜩 개발 당한 데다 며칠간을 쾌락에 빠져 지내다 보니, 몸은 완전히 쾌락에 익숙해져버린 것 같았다.
13호의 손이 그녀의 민감한 곳을 지나갈 때면, 라헤의 사고는 새하얗게 튀어올랐다. 무의식중에 허리를 꿈틀거리고 있다. 연신 뜨거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런 모습, 부하들에겐 보이고 싶지 않은데... 초조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달아오른 몸이 가라앉는 건 아니었다. 차라리 좀 더 격하게 해줘서, 부하들이 오기 전에 빨리 가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어때 라헤, 지금 기분은? 좋지 않아?”
“아... 으흣......아니... 아니야....... 별로..... 흐앙....”
무심코 ‘기분 좋아’라고 말할 뻔했다. 그래선 안 된다. 대장으로서, 빌런의 손에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그런 걸 인정해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쯔억...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조여오는 질 안으로 찔러 들어간 손가락이, 그녀의 질벽 한 곳을 눌렀다.
그러자 그것만으로, 라헤의 몸이 퍼득 뛰었다.
“어, 어...? 방금...? 히익?!”
똑같은 곳을 다시 누르니, 라헤의 몸이 또 다시 튀어올랐다.
“여기가 귀여운 라헤의 약점이야. 알겠지? 잘 기억해 둬.”
“야, 약점이라니....”
“이렇게 누르면.”
“햐읏?!”
라헤는 갓 태어난 사슴마냥 다리를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녀의 음부에서 투명한 애액이 흘러나와, 13호의 손과 그녀의 허벅지를 적셨다.
13호는 그 외에도 이곳 저곳에 있던 라헤의 약점을 솜씨 좋게 자극하며, 동시에 그녀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굴리고 때때로 꼬집으며 자극했다. 라헤의 허리가 떨리며, 무의식 중에 그 손을 피하려는 듯, 혹은 무언가를 요구하듯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아, 안 돼요...! 그만... 흐읏... 당신.......!”
“이렇게 젖어있는데, 그만해도 되겠어? 응? 네가 싫다고 하면 그만하겠지만?”
“......읏!”
“이렇게 음란한 몸으로, 이렇게 아슬아슬한 앞치마 하나만 걸쳐 보여주고는 참으라고 하다니, 안 될 말이잖아. 그치? 네가 나쁜 거야, 라헤.”
“당신이 입으라고 한 거잖... 흐아앙.......”
항의하려던 라헤의 말은 코맹맹이 소리에 끊겨버렸다.
13호는 라헤의 어깨 너머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라헤, 키스해 줘. 이제 와서 손 만으로는 좀 아쉽잖아? 키스해주면, 네 깊숙한 곳까지 꿰뚫어줄테니까.”
라헤의 둔부에, 옷 너머로 눈에 띄게 부풀어오른 13호의 물건이 닿는 게 느껴졌다.
지금 이게, 안으로....
“누가, 당신 말대로, 할 줄 알고요... 흐응....”
“그럼 계속 이대론데? 부하가 올 때까지 네가 만족할 수 있겠어? 나도 만족하기 전까진 안 끝낼 텐데.”
그건 싫다. 부하들의 앞에서 이런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
이 남자의 요구는 키스만 해주면, 나머진 알아서 해주겠다는 거다. 그래, 이건 부하들을 때문이지, 결코 내가 원해서 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괜찮아.
멍하니 생각하던 라헤는 고개를 돌려, 13호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맞췄다. 13호는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붙잡고, 더욱 진하게 입술을 겹치고 혀를 밀어 넣어 그녀의 잇몸을 핥고 보드라운 그녀의 혀에 얽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튀어올랐다.
“아, 아아, 하으아... 앙...! 거, 거기... 유두... 흣...... 앙...! 하읏, 흐앙.....! 아....!”
방비가 무너진 라헤의 입에서, 지금까지 가까스로 참아내고 있던 허덕임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13호가 손을 대는 대로, 그녀의 몸을 문지르고 비비는 대로 기쁜 신음을 흘렸다.
13호는 바지와 팬티를 끌어내려, 단단하게 발기한 자지를 곶추세웠다.
그대로 그녀의 앞치마 아래로 손을 넣어, 탐스런 과실 같은 유방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대로 귀두 끝을 그녀의 음순에 대고 슬슬 자극했지만, 삽입은 하지 않았다.
“그, 그러지마세요... 어서... 부하들이 오기 전에....”
“흐응... 정말 부하들 때문이야, 라헤?”
“그렇습니다... 부하들이 아니었으면, 당신 따위에게 이런 일 조르지... 흣... 않아요....”
중간에 유두를 꼬집히자, 라헤의 얼굴이 쾌락으로 가볍게 일그러졌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즐기듯 지켜보며, 13호는 천천히 그녀의 질 안으로 자지를 밀어넣기 시작했다.
“자, 라헤... 가겠어...!”
그렇게 선언하는 것과 동시에, 13호가 단숨에 허리를 쳐올렸다.
“하윽?!”
단숨에 질벽을 가르고 끝까지 밀려 들어오는 흉악한 불기둥의 감각에, 라헤는 무심코 허리를 들어올리며 움찔 떨었다.
찌걱, 쯔적, 쯔걱, 쯔억.... 13호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라헤는 달콤한 허덕임을 흘리며 그의 움직임에 맞춰 몸을 떨었다.
이 모든 건 부하들을 위해서... 이 모든 건 부하들 때문... 그렇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뇌이면서.
삽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라헤는 금방 절정을 맞이했다. ‘귀엽다’는 말에 모든 신체적, 정신적 방비가 느슨해져버리도록 암시가 걸린 라헤는, 변변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쾌락의 물결에 휩쓸려버렸다.
하앗, 아... 아앗, 응, 으... 흐, 앙......!
제대로 주변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머리는 쾌락으로 웅웅 울리는 상태에서 13호는 그녀의 몸을 탐하기를 계속했다.
절정과 함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 더 이상 서 있지도 못하게 되자, 탁자 아래에 등을 기댄 채 앉아 계속해져 범해졌다.
“음... 맛있어. 호화로운 아침식사네.”
“으읏... 흐앙.......”
앞치마의 어깨끈이 내려가 완전히 드러난 유방 끝의 돌기를 13호가 맛있다는 듯이 빨자, 라헤는 그런 13호의 머리를 가슴에 비비듯 꼭 끌어안으며 헐떡였다.
대장으로서의 긍지라던가 부하들에 대해 생각할 여유는 조금도 없었다. 잠깐 이성이 돌아오려고 하면, 금세 쾌락의 파도에 휩쓸려 깨끗하게 비워져버린다.
엉덩이 아래에는 흘러내린 애액으로 바닥이 얼룩진 게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아, 아아, 흐야으으으으으으......!”
결국 두어차례 더 절정하고, 마지막엔 13호에 의해 안쪽 깊숙한 곳에 뜨거운 정액을 부어지고 나서야 그녀는 해방될 수 있었다.
* * *
“전복죽......살짝, 타버렸네요.”
“적당히 멈추려고 했는데, 그만 너무 열중해버렸어... 네가 너무 매력적인 게 잘못이야, 라헤.”
“........”
“미안. 잘못했어. 알았다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진짜 시선만으로 심장마비올 거 같거든?! 다 먹을게. 먹는다고! 음식은 낭비하지 않아! 음식은 소중히!”
“그건 좋은 마인드네요. 그래도 살짝 탄내가 나는 정도니까 먹어도 죽지는... 아니, 그냥 먹으면 죽을 정도로 태워버릴까요...?”
“그 때는 죽이 아니라 누룽지가 되어버릴 것 같지만... 음?”
“왜요.”
“라헤 너...... 소금 대신 설탕을 넣은 것 같은데... 미친 듯이 달아....”
“......남기지 마세요.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건 없기입니다.”
“잠깐만?! 진짜 너무 단데요 이거?!”
“화이팅.”
* * *
‘역시 뭔가, 제 사고를 제한하고 있어요.’
평소대로 7번대의 업무를 계속하는 오늘도, 13호에 의한 성희롱은 끝이 없었다. 상관인 척하고 회의실의 전원은 전라로 만들어버린다던가, 모두가 있는 사무실 안에서 탁자 아래로 기어들어가 13호의 물건을 빨며 봉사한다거나... 몇 번이고 살의가 치솟았었다.
슬슬 일과가 끝날 즈음, 드디어 생긴 한숨 돌릴 시간에, 라헤는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했다.
라헤는 스스로가 세뇌당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암시가 걸려 있을 테지만, 13호가 ‘귀엽다’라고 말할 때던가 지나치게 민감한 몸 상태라던가... 그런 요소 하나하나에서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장의 자질이라고할까, 다른 이들보다 강한 정신력과 총명함을 가진 라헤는 점차 그 해답에 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13호의 손에 의해 뭔가 당한 게 아닐까, 하고.
사고에 뭔가 제한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하고.
만약 이게 세뇌에 의한 게 아니더라도, 사고를 제한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뇌를 살짝 손보는 것만으로도 어떠한 행동을 강요하거나 제한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증명한 실험도 있었다.
‘분명 천재 과학자란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막상 상상하니 끔찍했다. 자신의 머리를 갈라서 열고 안을 만지작거렸다... 같은 것은. 상상만으로도 구역질이 나오지만, 생각해보면 13호의 무른 성격으로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역시 세뇌...? 어쨌든, 뭔가 제한이 걸려있다는 걸 깨달은 것만 해도 큰 진보예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나누고, 원인을 찾고, 그러면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도 생길지도 모른다.
약속한 일주일의 절반이 지난 참이다. 버티지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빌런인 그 남자가 순순히 약속을 지켜줄 거라고 낙관하는 건 좋지 않다.
거듭 생각하는 거지만,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그 남자를 제압할 방법을 찾아야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헤가 고민하는 사이, 오늘의 ‘그 시간’이 다가왔다.
“자, 라헤. 환영할게. 우리 조직의 실험실은 처음이지?”
“왜 네가 우쭐해하는 거야, 멍청이. 여긴 내 영역이거든?”
흰 가운 차림의 도로시가 13호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오늘은 고문실이 아닌 이 실험실 이라는 곳에서 고문을 하는 것 같다....
“......오늘은 또, 무슨 악취미 짓을 하려는 거죠.”
라헤는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 실험실에는 라헤와 13호, 도로시만이 아니라 7번대의 부하들이 나란히 의자에 앉혀져 있었다. 스페이드, 클럽, 체크, 코코, 아리아.... 다들 잠든 것 같았다. 옆에서는 애플이 도우미라는 듯 싱글싱글 웃으며 서있다.
평소와는 다르게, 라헤의 몸은 구속되어 있지 않았다.
13호는 커다란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약품을 하나, 손에 들고 흔들었다. 묘한 색의 액체가 흔들리는 게 눈에 보였다.
저건 무슨 약이지...?
13호는 의아해하는 라헤의 얼굴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 이어진 13호의 말에, 라헤는 눈을 크게 떴다.
“자, 라헤. 도로시의 과학력을 빌은 즐거운 신체 개조 시간이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를, 암캐에 어울리는 몸이 되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