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26 빌런은 아름답고도 최강인 마녀를 사냥하고자 한다(2)
라헤는 자신의 방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이미 시간은 늦었고, 밖은 어둑하다. 모두가 조용한 이 시간이야말로 라헤에게 있어서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다.
‘정말이지, 어쩐지 주변 사람들한테서 제 이미지가 점점 이상해져서는....’
냉철한 얼음 마녀. 늠름하며 흔들림 없는 대장격 히어로.
아니, 그야 때때로 대장으로서 냉혹하고 냉정한 결정을 내려야하는 경우도 있지만, 살육의 훈련을 받은 전사라지만 그래도 어쨌든 여자다.
나름 귀염귀염한 것을 좋아하고, 늘어질 때는 늘어지고, 게으를 때는 게으르고, 아무 것도 안하는 휴일을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도 속옷 차림으로 침대 위를 뒹굴거리며 나른하게 있는 데다, 은은한 무드 등에 비쳐진 방 안에는 폭신한 인형들이 잔뜩 있다.
그래도 대장으로서의 위엄 같은 게 있으니, 노골적으로 그런 걸 티내는 것도 좀... 이제와서는 별로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라헤는 현재, 일전에 기록해두었던 13호의 세뇌 영상을 보고 있다.
[앗, 핫, 히응♥ 가, 가요오!]
[하후... 13호님... 13호니이이이임.......]
라헤는 단말기 화면을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화면 너머에선 스페이드가, 그리고 아마 로아라는 이름의 여성이 13호의 손에 능욕당하고 있었다.
이 영상은 스페이드와 13호가 【시궁쥐】의 건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로아에게 찾아갔을 때의 것이다. 스페이드에게 몰래 부착시켜 놓은 몰래카메라로 기록해 둔 것을, 라헤는 분석을 위해 이따금 꺼내서 보고 있었다. 이 영상 덕분에 스페이드가 세뇌 당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두 사람 다 미약 등으로 잔뜩 몸이 달아오른 상태였기 때문에, 13호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혀로 핥고 부드러운 몸을 애무할 때마다 어쩔 줄 몰라하며 교성을 지르고 몸을 떨며 조수를 뿜어냈다.
두 여성의 천박한 추태에 눈을 돌리고 싶어졌지만, 이게 13호의 세뇌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가능한 많이, 상대에 대해 알아야한다. 안 그래도 정보가 부족하니까....
라헤는 집중해서 화면을 노려보았다.
[아, 아, 아, 좋아요! 좋아요오오오오오~~~~!]
[거기, 거기 만져줘! 읏...! 햐아읏......!]
‘......하지만, 역시 보기 괴롭네요.’
예쁜 여성 두 명이 13호에게 이리저리 능욕 받는 모습을 마냥 지켜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심지어 한 명은 자신의 부하다.
스페이드... 아직 앳되고 어린 티가 남아 있는 그녀가, 13호에게 안긴 채 저토록이나 기쁨에 젖어 허덕이고 있다....
“.......”
기분, 좋은 걸까....
라헤는 스스로의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슬금슬금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영상의 끝까지 확인한 라헤는 단말기를 내려 놓고 한숨을 낸쉬었다.
정말이지, 비참하다고 할까, 굴욕적인 영상이었다.
아름다운 두 여성이, 스페이드가 13호의 손에 의해 차근차근 조교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조교라기 보단.
거의 장난감처럼, 노리개처럼 다뤄졌다.
허벅지며 옆구리, 음순과 같은 곳을 어떻게 자극하면 어떻게 몸을 뒤트는지 시험하듯 애무하고.
성기를 두 사람의 소중한 곳에 번갈아 찔러 넣으며 어느 쪽이 더 쫄깃한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고.
절정하기 직전의 두 사람에게 자신의 성기를 앞에 꺼내 둔 채 ‘기다려’하고 애를 태우기도 하고.
늦게 가버린 쪽에게 벌칙이라면서 두 사람에게 절정 대결을 시키기도 하고.
그렇게 져버린 측에는 도구로 항문이며 보지를 꿰뚫고 쾌락 지옥에 빠뜨리기도 하고.
급기야는 13호의 신호에 맞춰 개 같은 자세로 소변을 보도록 배변 조교까지 시작했다.
정말이지 다 말할 수 없는 다양한 방식으로 두 사람을 능욕하는 것을 줅도 보고 있자니, 머리가 다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의 수법은 잘 알겠어요.’
어떻게 세뇌를 하는지. 무슨 세뇌를 하는지. 어떤 도구를 이용하는지. 전부 다 알았다.
전부라고 할까, 그래도 아직 놓친 부분이 있을지 모르니까 영상은 몇 번 더 봐야겠지만.
그럼 대강이라고 하자.
‘무엇보다 저는 천칭자리의 가호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요.’
어쨌든 자신은 세뇌 당하지 않는다.
그 부분은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심산이 크다.
지금도 계속해서 아리아를 이용해서 자신을 세뇌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티를 내면 안 되겠죠.”
라헤는 베개를 품에 꼭 안은 채 중얼거렸다.
자신에게 세뇌가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 13호는 그대로 잠적해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공략하려 할 것이다.
아니면 아예 포기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 다만, 13호의 수중에는 그 애플이 있다.
애플은 혼자서 국가에 맞서려던 무서운 여자니까. 13호와 애플이 손을 잡으면 어떤 무시무시한 짓을 벌일지 모른다.
무엇보다....
‘부하들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13호에게 끌려간 스페이드와 클럽도, 13호가 잠적하면 함께 사라지겠지.
부하를 버릴 수는 없다. 대장으로서, 가능하다면 무슨 수단을 써서든 부하를 지키고 구할 의무가 있다.
“......그래도, 두 사람이 빌런을 구축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그 때는 이 손으로 직접 두 사람을 죽여야겠지. 그게 대장의 정으로써 해줄 수 있는 최선이다.
* * *
“......해서, 라헤 대장님에 대한 거라면 이 정도일까요. 제가 아는 건.”
“그렇구만.”
어비스의 아지트, 내 개인실.
나는 지금 애플에게서 라헤의 정보를 가능한 한 캐묻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보는 이미 내가 아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솔직히 조금 아쉬운 감은 있었다. 뭔가 알기 쉬운 약점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그치만 뭐, 수익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네.
예를 들면 의외로 귀여운 걸 좋아한다든가.
방에서 뒹굴뒹굴 거린다던가.
“라헤 대장님의 방에 설치한 카메라로 확인한 거니 틀림 없어요!”
“.......”
“13호님. 애플의 정보는 도움이 좀 되셨나요?”
“...응. 뭐. 그렇지.”
어쨌든 약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 부분을 공략해야겠지.
“‘라헤는 빌런이라 인식한 상대에게는 무적이다’... 반대로 ‘빌런이 아닌 상대에게는 평범해진다’. 그 부분 밖에 없겠네.”
“13호님이 엄청 귀엽게 분장해서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어요. 곰돌이 슈트 같은 걸 입는다거나.”
“그 여자라면 주저없이 내 심장을 꿰뚫을걸. 슈트째로.”
“에에... 13호님은 귀여운데....”
애플의 눈에는 그리 보이나보다. 콩깍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쨌든 라헤는 빌런이 아닌 사람에게는 평범한 히어로의 힘 정도 밖에는 쓸 수 없다. 라헤 본인이 했던 말이기도 했다.
애플은 세뇌한 스페이드를 이용해 그런 라헤를 전기충격기로 기절시키기도 했었지.
그 부분을 이용하면, 의외로 손쉽게 라헤를 떨어뜨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제 정보가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네요, 13호님♥.”
“아, 응. 그건 그렇지... 그건 그런데....”
나는 잠시 눈 돌리고 있던 현실로 되돌아왔다.
팔을 움직이려하자, 철걱, 철걱, 하는 소리만 났다. 다리도 마찬가지다.
사지가 침대 기둥에 수갑으로 구속되어 있어서, 나는 침대 위에 X자로 사지를 벌린 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거기다 옷은 언제 벗겨졌는지 알몸 상태다.
그리고 그런 내 위에, 내 셔츠를 입은 애플이 올라탄 상태였다.
속이 비치는 흰 와이셔츠. 그나마도 단추는 전부 풀어져 있어서, 앞섶 사이로 그 풍만한 가슴이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상태에다, 아래쪽엔 속옷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었다.
맨살이다.
맨살로 내 위에 올라타 있다... 대충 이게, 내가 새벽에 인기척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보게 된 풍경이다.
무슨 일이냐 도대체.
그보다 이거, 조금 전의 ‘알몸 암캐 산보’보다 더 야릇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
“13호님께 미약을 먹여뒀으니까요.”
“나한테?!”
“조금 더 그런 기분이 드셨으면 해서....”
쿡쿡 웃으며, 애플이 내 몸을 더듬어 왔다.
“13호님, 분명 제게 사랑한다고 말씀하셨죠.”
“그...렇지?”
“그런데 왜 아직도 다른 여자한테 말 거세요?”
.....................?
“바이올렛님은 상관이니까... 그래요, 어쩔 수... 없지 않아요. 없지 않습니다. 용서 못 해요.”
“뭐....”
“스페이드 씨, 클럽 씨, 도로시 씨, 참모 씨, 체크 씨, 코코 씨, 아리아 씨... 여자란 여자는 있는 대로 말 걸고, 바람을 피고....”
“잠깐만. 그 중 한명은 명백히 여자가 아닐텐데.”
“13호님은 남자도 유혹할 거 같아서 위험해요!”
“그러지 마! 그건 아니야!”
“바이올렛님이 몰래 쓰는 자작 소설에 있었는 걸요!”
“그 여자 몰래 그런 짓을?!”
애플은 분노한 표정으로 내 몸 위에 엎드린 채, 더듬더듬 내 몸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 손길이 정확하게 내 약점들을 건드려서, “우옷?!”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래서 13호님. 전 13호님의 아내잖아요?”
“뭐......?”
머리에 공백이 찾아왔다.
“그렇게나 열렬히 사랑고백을 받았으니, 저는 이제 아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과언이지!”
“그러니 아내된 도리로서... 13호님의 사정을 관리해드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요. 봐요. 신혼 새색시에 어울리는 남친 셔츠... 후, 후후... 이런 거, 13호님은 좋아하시죠....”
어떻게 내 취향을 아는 거야!
좋아하는 거 분명 맞지만!
‘강한 세뇌는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도로시가 경고했었지....’
아무래도 내 사랑을 갈구하도록 강하게 암시며 세뇌 작업을 시도한 결과, 폭주해버린 모양이었다.
나는 벌벌 떨며 애플의 행동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내 위에 엎드린 애플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몸이, 맨살을 통해 그대로 전해져왔다.
여성 특유의 그 달콤한 향기가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미약의 효과 때문일까.
애플은 내 사타구니 부근 부터 시작해 할짝할짝 핥아 올라오더니, 내 목까지 정성스레 핥고는, 셔츠의 앞섶을 벌리고 풍만한 가슴으로 내 얼굴을 덮었다. 잠시 숨이 막혔지만 대신 달콤한 페로몬의 향기가 점막을 자극해, 어질어질하다.
“크읏.......”
“이렇게나 단단해져선...♥ 13호님....”
이어서 몸을 뒤로 젖힌 애플의 가는 손가락이, 잔뜩 발기해 우뚝 선 내 페니스를 섬세하게 어루만졌다. 사랑스럽다는 듯 음낭이며 툭툭 불거진 힘줄이며 귀두 끝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더니, 그대로 혀를 내밀어 정성스레 봉사하기 시작했다.
“후웁... 하... 히흐.......”
그렇게 구석구석 내 성기를 자신의 타액으로 잔뜩 도포시키고, 귀두 부분만 슬쩍슬쩍 입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13호님... 애플의 입은 어떠신가요...?”
“기, 기분 좋은 걸....”
“그렇죠? 애플은 기쁘답니다....”
하지만, 이라며 애플은 말을 이었다.
내 자지의 뿌리를, 손으로 쥐어 터뜨릴 듯 꽉 쥐면서.
“크헛...?!”
“사랑하는 13호님. 사랑하는 자지님... 사랑하는 이 애플이 봉사하는 거니까, 당연해요. 애플은 13호님의 신부니까. 애플은 13호님의 아내니까. 다른 여자랑 있는 걸 보면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이 부글부글 끓는 게 이상한 게 아닐 거예요... 그렇죠♥”
“저, 저기, 조, 좀 더 상냥하게....”
“그렇, 죠?”
“그, 그렇습니다아!”
손에 힘을 주는 애플의 협박에,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물건의 생명이 저 손에 달렸다!
“후후, 그럼, 이제 제 맛을 기억하는 거예요... 제 보지의 맛을 기억해주세요... 제가 가라고 하면 가는 거예요... 아셨죠, 13호님...?”
애플은 분명하게 위험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허리를 들어, 자신의 보지를 내 자지에 맞추고――단번에 허리를 떨어뜨렸다.
“히응♥?!”
관통의 쾌감에, 애플이 군침을 흘리며 교성을 내었다.
그러면서도 본인 스스로 보지를 꼬옥 죄어와서, 내 자지에 꽉 달라붙었다. 지나친 자극에 단번에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이지 역시 최고의 명기였다. 애플의 몸은.
“하아, 하....”
“......뭐야, 움직이지 않는 거냐, 애플.”
“...13호님의 것에 찔리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서... 허리가 빠진 모양이네요....”
애플은 배시시 웃었다. 그 얼굴이 귀엽다.
애플은 그대로 고개를 숙이며, 내 가슴팍에 얼굴을 비볐다. 갑자기 그녀의 기색이 변한 것처럼 느껴졌다.
“......13호님. 애플을 버리지 말아주세요.”
약간 떨리는, 애처로운 목소리.
나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버리지 않아. 사랑한다고 했잖아. 너만 사랑해줄 수는 없지만... 거짓은 아니니까.”
실제로 거짓이 아닌가는, 뭐, 둘째 치고.
“......저만 사랑하는 게 아닌가요.”
“그건, 뭐......”
애플이 볼을 부풀리며 올려다봤지만, 여기에 대해선 대답이 궁하다. 세뇌를 위해서도 다른 히어로들을 안아야하기도 하고... 쓰레기의 대명사인 나답게 한 명의 여자만 붙잡기도... 응.......
애플은 불만스러운 눈빛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군요. 어쩔 수 없죠.”
“이해해 주는 거야?”
“그렇죠. ...그럼, 반대로 많은 여자를 사랑해주세요. 스페이드 씨도, 클럽 씨도, 라헤 대장님도... 다 사랑해주세요.”
그리고, 라며 말을 이었다.
“전부, 죽지 않게 해주세요.”
애플은 다시금 내 가슴팍에 얼굴을 비볐다. 어딘지 불안한 것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죽지, 말아주세요, 13호님. 아무도 죽지 않게 해주세요... 13호님.”
힘 없이, 애플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