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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4화 〉#막간 후일담 & 사이 나쁜 빌런과 과학자의 칫솔 승부 (124/271)



〈 124화 〉#막간 후일담 & 사이 나쁜 빌런과 과학자의 칫솔 승부

어제는 대장 셋에게 둘러싸여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지만, 참모의 능력으로 가까스로 아지트로 전이해 올 수 있었다.


참모도 꼼짝없이 붙잡혀서 돼지가 되어버렸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그는 무사히 탈출해서 아지트에 돌아와 있었다.

“전부 코코 양 덕분입니다.”


라는 것 같다.

코코는 애초부터 애플에게 세뇌당한 게 아니었다. 그저 세뇌당한 척 했을 뿐.

저항하고 반항해봤자 꼼짝없이 붙잡혀서 철저히 세뇌당할 바에는, 차라리 세뇌당한 척을 하고 애플의 명령에 따르며 타이밍을 노렸다고 한다.


그러다 슬슬 때가 됐을 무렵, 참모와 체크를 데리고 탈출한 것이다.


――‘흐흥! 이게 유능한 여자 클라스라구!’


어쩐지 그런 코코의 목소리가 들린 기분이 들었다. 그 여자라면 분명 그렇게 말했겠지. 하지만 유능한 건 인정하겠다. 그 애플마저 깜빡 속일 정도의 연기력이라니.

“응? 그렇다면 너를 묶어놓고 조교했을 때도.”

“맨정신이었답니다. 일부러 도망치지 않고 저를 조교했다고 합니다.”


“.......”


어쨌든, 도망칠  있어서 다행이었다.

보스도 구출해 냈고, 애플도 멋지게 세뇌했고, 대장들의 손을 피해 무사히 돌아왔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 *




“후아아아아아아아~~~....”

“칠칠치 못하게 쩍쩍 하품이나 하고. 아침부터 네 맹한 얼굴을 봐야돼서 기분이 잡쳤어.”

아침, 아지트의 라운지. 어제는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많이 피곤했던 바람에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나왔더니, 마침 라운지 소파에서 뒹굴거리던 도로시가 한심하다는  툭, 내뱉었다.

“......너, 자주 잊어버리는  같은데 내가 상관이거든?”


“하, 무능한 녀석이 직위 하나 믿고 설치는 것만큼 꼴사나운  없거든?”

“좋아. 내가 가진 건 직위 하나밖에 없으니까, 참모에게 부탁해서  월급을 깎겠어. 후회해도 난 모른다?”

내 말에, 도로시가 한층 더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저기, 설마 싶은 데 너 이 조직의 자금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거야?”

“응......?”


어디서 나오더라. 보스가 부자여서 대부분 보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스의 자금을 토대로 내가 기술을 제공하고, 거기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라던가 멍청한  머리로는 이해 못할 루트를 통해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만... 쉽게 말하면 이 조직의 활동비 절반은 이 몸이 부담하고 있단 건데 그런 사실도 모르고 있던 거야? 너는? 상관이란 작자가?”

“.......”

어, 뭐야 그거. 전혀 몰랐다.

하지만 상관으로서 약점을 보이면 안  때가 있는 법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알고 있었지, 당근.”


“당당한 얼굴로 거짓말하지마, 멍청이.”

어떻게 알았지.

“확실히 【어비스】의 회계는 참모가 맡고 있지. 좋아. 지금 내가 가서 참모 녀석을 협박해주겠어. ‘13호의 월급을 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자금 원조를 끊겠다’... 나쁘지 않지?”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알아들었으면  알아뫼셔. 하여튼 이렇게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거냐, 버러지 자식아.”


눈썹이 꿈틀거렸다. 도대체 어째서 나는 목숨을 건 작전 끝에 생환하고 돌아온 다음 날, 이런 취급을 당해야하는 거지.

“왜, 뭔가 불만 있어?”


“아뇨. 그럴리가요 도로시님.”

“어우, 네 존댓말 역겨워. 그보다 버러지, 예비 칫솔 없어? 내 칫솔은 올이  퍼져서 못 쓰겠어.”

“...앞에 편의점에서 사오면 되지 않아?”

“귀찮으니까 묻는 거잖아 멍청아. 아니면 네가 후딱 가서 사올래?  돈으로 연명하는 한심아.”


참자, 참아야하느니라.


도로시만큼은 화나게 하면 안 된다. 지금의 나로도 도로시를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막상 그래봤자 때릴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후환이 두렵다.


월급을 자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잠든 사이 멋대로  몸을 개조해 발기부전으로 만든다거나 머리통에 버섯 같은 것을 달고 있는 이상한 개조인간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


“어쩔래. 지금 바로 사올래? 돈 정도는 줄 수 있다구? 무능한 놈. 사회 밑바닥의 쓰레기. 밥버러지 변태자식.”

“......내 방에 예비칫솔이 있으니, 그거 가져올게.”

“후, 네가 쓰려던 거라니 도저히 센스가 있을 것 같진 않지만 받아는 줄게. 응? 뭐야, 그 눈은. 해볼래? 해보자고?”

도로시가 소파 위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채, 섀도우 복싱을 하듯 주먹을 쉭쉭 날렸다.

저 기고만장한 얼굴을 어떻게든 짓뭉개주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 하느니라...!


“세뇌도구가 없으면 여자 한 명 만족시키지 못하는 한심한 모솔 아다 자식.”


“너 이 자식,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겠다! 여친 정도는 있었거든! 아다도 아니야!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애 입으로 그런 말 하는  뭔가 좀 아니지 않냐!”

“하! 너한테 여친이라니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왜 말이  되는데!”

“내가 너였다면 자신의 한심함에 살아있는 게 민폐라고 느끼고 감히 여자님에게 말도 붙이지 못했을 테니까.”


“그 정도로 내가 한심한 거냐.”

“그 정도로 너는 한심해.”


도로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분에서 그렇게 확실히 긍정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도대체 왜 나는 지금 이 여자한테 이런 소릴 듣는 걸까.


그리고 이런 소릴 들으면서 왜 나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후우... 도로시, 언젠가 한 번 네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머리를 쓸어올리며 나는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바뀐 분위기에, 도로시가 경계하며 나를 노려봤다.

“폭력을 쓸 생각이야? 저급하고 한심한 남자가 할만한 생각이네.”


“Non. 나를 그런 수준 낮은 남자로 보지 말아줄래? 단지... 해보자는 거지. 내가 널 만족시킬 수 있을지 없을지.”

“......설마! 너 내 몸에 손 대려 한다거나...? 능욕할 셈이지! 변태 자식!”


도로시가 서둘러 소파에서 내려와 도망치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소파에 억지로 뉘였다. 그리곤 손으로 그녀의 팔이며 어깨를 누른 채, 그녀의 눈을 똑바로 내려다보며 속삭였다.


“거친 짓은 안 할게. 단순히 정정당당히 승부하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 각오해, 도로시.”

“크윽...... 13호 이 자식....”


도로시가 매서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지만, 나는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도로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렇게 해서.

‘정정당당한 대결’을 위해 우리 두 사람은 장소를 옮겼다. 거의 반쯤 내가 억지로 끌고 왔지만.

나는 도로시를 내 방으로 억지로 끌고 왔다. 이어서 화장실 세면대 앞으로. 세면대 아래의 찬장에서 예비용으로 두었던 비싼 칫솔을 꺼내어 포장을 뜯었다. 혹시 모르니 칫솔을 간단하게 한  씻고, 그리고 솔 위에 치약을 조금 발랐다.


좋았어, 준비 완료다.

“입 벌려, 도로시.”

“.......”


도로시가 벌레 보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니, 벌레 보는 눈이 아니라 죽은 벌레를 보는 눈이었다. 뭐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층 더 심한 경멸의 향기가 풍기는 시선이다.

“뭐하는 짓이야?”

“왜. 설명은 했잖아. 칫솔질로 승부하자고. 네가 만족할 때까지, 내가 네 이를 닦을 거야.”


굳이 말하자면 룰은 간단. 내가 도로시의 입에 칫솔질을 해주고, 도로시가 만족하면 끝이다.

도로시는 ‘뭐냐, 이 바보는’하는 눈으로 쳐다봤지만, 체념의 한숨과 함께 그 작은 얼굴을 내게 내밀었다. 오늘도 다크서클이 진하다.


도로시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나는 저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섰다.

“그래,  봐. 네 조잡한 테크닉 따위 질려서 하품 밖에 안 나오겠다마는. 평생 결혼도 못 할 허접한 남자가.”

“앙?! 말했겠다?”

“얼마든지 말해주지. 세뇌도구로 하도 여자들을 후리고 다닌 덕에 인기가 많다는 착각에 빠져서, 과거에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안쓰러운 망상에 빠진 후레자식. 넌――읏.”

“자자, 입 벌려.”

나는 단호한 눈을 한  도로시의 입가에 칫솔을 들이밀었다.

마지 못해 입을 여는 도로시.

나는 그런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려, 입안을 자세히 살피며 조심조심 칫솔을 밀어 넣었다.

“흐......?”

도로시가 의아한 표정으로 눈썹을 꿈틀거렸다. 나는 모른 척하며 손을 움직여, 그녀의 입 안 구석구석을 칫솔로 유린하기 시작했다.


도로시도 알고 있을 테지만, 사람의  ‘안’이라는 것은 곧, 인체의 내부를 의미한다.


외부가 아닌 내부다.


외부라면 자극에 대한 저항이 있을 테지만, 내부는 그런 게 없다.


거기에 입에는 온갖 신경이 몰려있어서 민감하다.


“윽, 흑, 하우.......”

즉, 입 안을 자극당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쾌감’을 준다.


괜히 딥키스가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이를 닦을 때 별다른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몸이기 때문에 강약을 잘 조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남의 손에 의해 당할 때는, 당연하지만 그런  없다. 내 의지를 벗어난 자극에 오로지 느끼기만 할 뿐. 오로지 쾌락의 바다에 잠길 뿐이다.


나는 도로시를 살짝 끌어 안는 자세로, 턱을 잡던 손을 그녀의 뒤통수로 돌려 소형견을 연상케 하는 작은 머리를 고정하고, 더욱 더 신중하게 칫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와 잇몸 사이를 정성 들여 닦는다. 고급 칫솔의 미세모 한 올  올이 그녀의 입 안을 긁어낼 때마다, 도로시가 움찔움찔 떠는 게 느껴졌다.


“하, 하우... 우.... 아히이.......”

“후후, 도로시. 벌써부터 항복할 것 같은데? 난 언제든 항복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어.  오만함을 사과하고 내게 무릎 꿇는다면 말이지.”


“흐, 흐허히하(그럴 리가)...... 허하아(없잖아)...!”


도로시는 눈에 다시 의지의 빛을 밝혔다.


호오, 좋은 패기다.

아직  쪽도 본심을 내기 전이다. 벌써 항복한다고 하면 맥이 빠졌을 거다.


하지만 이렇게 되었으니――마음껏, 해보자꾸나!

“호잇.”


“?!”

지금까지 감질나게 이와 잇몸의 사이를 집요하게 노리던 나였지만, 움직임을 바꿔 그녀의 혀, 그 아래를 긁어내기 시작했다.

“~~~~~~~~~!”

도로시가  손으로 백의를 꼭 쥐는  느껴졌다. 눈동자가 떨리는 게 보인다. 그러나 내 손은 멈추지 않는다.

후,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직도 버티는 것이냐... 이 모습으론 1분도 걸리지 않을 것 같다만.


나는 쿡쿡 웃으며, 다시 칫솔을 움직여 이번엔 입 천장을 닦아주었다. 도로시가 부들부들 떠는 게 느껴졌다.


“하... 우....... 하으.... 히, 잇...... 읏.....!”


도로시는 필사적으로 쾌감을 참듯, 요염한 숨을 내뱉었다. 몸은 자연스레 내게서 떨어지려는 듯 목을 뒤로 젖히고 있는데, 당장에라도 뒤로 쓰러질 것 같아서 나는 그녀의 뒤통수에 두른 손에 더욱 힘을 주며, 그녀를 더욱 더 깊게 안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몸이, 체온이, 생각보다 더 봉긋 솟아오른 가슴이 느껴졌다. 나는 필사적으로 그러한 감각을 머릿속으로 컷해내려 노력하며, 그녀의 입을 유린하길 계속했다.


칫솔이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입안에 새하얀 거품이 일었다.

“우, 후... 후웃.......”

도로시의 손이 슬쩍슬쩍 나를 밀어내려는 듯 움직였다.

“뭐야, 도로시. 항복이야? 너무 만족스러워서 견딜  없는 거지?”

“크.... 흐우.......!”

도로시의 눈에 희미하지만 의지의 빛이 돌아왔다.


밀어내려던 손으로 오히려  옷자락을 꽉 쥐고, 얼마든지 해보라는 듯 잡아당기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하아아우우.......”

그러나 그런 움직임도,  번의 칫솔질에 도로 힘이 빠져버렸지만.

칫솔이 움직일 때마다, 그 쾌감에 몸을 움찔움찔 떠는 도로시의 모습을 즐긴다. 살짝 상기된 얼굴로 눈썹을 찌푸린다던가, 요염하게 허리며 어깨를 비튼다거나, 그럴 때마다 적당히 부푼 가슴으로 내 몸을 비빈다던가, 그러면서도 순진하게 눈을 감고 내게 몸을 맡긴다거나... 나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녀석, 이렇게 예뻤던가.... 아니, 귀엽다고 해야하나....

 악마 같은 과학녀가.

새삼 반할 것 같잖아.


잘못하면 청혼할  같다.

그렇게 나의 칫솔질과, 우리들의 기행은 5분간 계속되었다.


“하, 아.... 하앗.......”


“자, 도로시 물이야. 바닥에 뱉어도 돼.”

결국 견디지 못한 도로시는 칫솔질 도중 힘이 빠져 세면대 아래의 폭신한  발판 위에 무릎 꿇고 주저앉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주저앉은 후로도 나는 용서하지 않고 계속해서 칫솔질을 이어간 결과, 도로시는 지금처럼 혼이 반쯤 나간 표정이 되었다.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반쯤 벌어진 입에선 치약과 침이 뒤섞여 줄줄 흘러, 가슴께로 떨어지는 모습이 묘하게 섹시하다.


“......우물우물... 푸핫....”


도로시는 멍하니 내 손에서 물이 담긴 컵을 받아들고, 입에 물을 머금고 귀엽게 우물거리더니 그대로 뱉어냈다. ...내 발에.

이 여자가.


그렇게  번  뱉어내고서야, 도로시는 입을 닦으며 정신을 차렸다.

“흐, 흥. 좀 하네. 13호.”

“다리에 힘이 빠져서 주저앉아 놓고서 허세부리긴.”

“남자 놈들은 단순해서, 가끔 기를 세워주지 않으면 터무니 없는 짓을 한다니까... 그냥 배려해 준 것 뿐이야.”

“한   할까?”


“......다음에.”


도로시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신기한 녀석.

“충분한 것 같으면 아침 먹자. 오늘은 참모가 준비해줬으려나. 그 녀석  먹는 것도 오랜만이란 말이지.”

슬슬 배가 고파져 도로시를 부축해 방에서 나왔다. 부축했다곤 해도, 비칠거리며 내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도로시의 옆에 나란히 선 것 뿐이지만.


“......야, 13호.”

“응?”


“......보스를 구해줘서, 고마워.”


도로시가 나지막하게 그런 말을 했다.

그러고 보면 보스가 납치되었을 때, 도로시는 그 자리에 있었다. 자신의  앞에서 보스가 끌려가는 걸,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보스가 저항을 포기한 것을 봤을  도로시는 무엇을 느꼈을까.

그렇게까지 감상적이지 못할 이과녀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보스를 구하는 거야 부하의 당연한 도리고... 애초에 내가 밍기적거리느라 보스가 납치될 때 자리에 없었고. 애초에 7번대 기지까지 쳐들어가서 구한 건 너잖아?”

“맞아, 이 버러지야. 중요한 순간에 자리에 없고, 타이밍도 분위기도 못 맞추는 한심한 자식.”

“.......”


지금 고맙다는 이야기 흐름 아니었어? 왜 갑자기 욕으로 넘어가지?


“그리고...... 너도, 살아 돌아와줘서... 고마워.”


도로시는 머뭇머뭇, 기어들어가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깜짝 놀라 도로시를 돌아보았다.

도로시는 태연하고 평탄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뺨이 살짝 붉어있었다.

맨날 묘비는 준비해놨다던가, 언제 죽느냐던가, 이제 곧 죽을 거 같다던가 말하던 주제에.


......이 여자, 츤데레였냐.

“아, 아무튼 그렇다고. 전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네. 내 도구가 있었다곤해도 그 7번대를 여기까지 몰아세운 것도 훌륭하고.”

“...너, 도로시 아니지. 도로시가 이렇게 나를 칭찬할 리가 없어!”


“칭찬해 줘도 뭐라고 그러냐, 버러지가.”


도로시가 내 등을 찰싹찰싹 때리고는 성큼성큼 걸음을 빨리 해 내게서 멀어졌다. 고사리 같은 손이라 아프진 않았다.

가기 전에 이쪽을 향해 혀를 쏙 내미는 그녀를 보고, 나는 쓰게 웃었다.


자, 그럼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 전부 끝난 건 아니다.

이제 고지까지 한 걸음 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럼 이제 어쩌면 좋으려나, 그 대장님은.’

나는 고심하며, 도로시의 뒤를 쫓아 식당으로 걸어갔다.

* *

“라헤 대장, 와 그리 심각한 얼굴잉께? 스페이드라던가 걱정되는교?”


“...아아. 그런 표정이었나요.”

본인의 테이블 앞에 앉은 라헤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별  아닌 생각을 하고 있어서요.”

“응? 무슨 생각말인교?”

“빌런 13호의 처형법, 같은거요. 화형이나 능지처참형도 생각해봤는데, 그냥  손으로 직접 종이처럼 갈기갈기 찢어버려도 좋지 않을까 싶은....”


“......그리 진지한 얼굴이  법 하데이...”

라헤의 말에, 체크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시궁쥐】일이 일단락된지 하루가 경과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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