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25 그리고 빌런은 마왕에게 반역한다(2)
어두운 방. 자신만만하게 앉아 있는 13호. 자신을 뒤에서 붙잡은 스페이드.
애플은 재빠르게 상황을 살피고, 한숨을 내쉬었다
“13호님...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어떻긴 뭐가 어떻게야. 돼지의 역습이지.”
“하아... 음. 스페이드 씨의 세뇌가 벌써 풀린 건 아닐텐데.... 아니면 13호님의 세뇌 능력이 제 생각보다 뛰어났던 걸까요. 그 사이에 제 세뇌를 덮어씌울 만큼?”
13호는 멎쩍은 듯 뺨을 긁었다.
“아니. 정말 우연이야. 스페이드한테는 약점이 있거든. 거길 자극하다 보니까 알아서 깨던데.”
“약점... 어딘데요.”
“안 알려줌.”
“......유치해.”
애플은 살짝 볼을 부풀렸다.
정답은 목덜미지만, 굳이 적에게 정보를 알려줄 이유는 없으니 13호는 태연한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약점인가요, 약점... 이럴수가. 스페이드 씨는 어쩐지 세뇌가 잘 안 된다 싶더니, 13호님한테 깊이 조교당해서 그랬던 거군요. 아마 몸이 기억하고 있던 13호님의 손길에, 원래 인격이 깨어났다... 그런 거겠죠... 운이 좋으시네요.”
“나는 원리는 잘 모르지만. 덕분에 살았지 뭐야.”
13호가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에 애플은 즐겁다는 듯 쿡쿡 웃었다.
“――하지만 물러요, 13호님.”
“응?”
“모종의 이유로 세뇌에서 깨어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랍니다. 그래도 아직 세뇌 암시는 살아있는 법이랍니다. 그러기 위한 ‘키워드’잖아요?”
그 뜻을 헤아리고, 13호가 눈을 크게 떴다.
“【당신은 스페이드, 당신은 충성스런 잭. 문을 엽니다. 그곳에 있는 곳은 데이터의 바다.】”
혹여나 13호가 방해하기 전에, 애플은 재빨리 노래하듯 준비된 ‘키워드’를 읊조렸다.
늦었어요, 13호님.
13호와 애플 사이에 거리는 꽤 있다. 뒤에 있는 스페이드는 여전히 요지부동. 키워드를 말하는 순간 아무런 반응도 못하도록 세뇌시켜 놨으니, 애플의 입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대로 스페이드 씨를 돌려놓으면, 이번에야 말로 철저하게 조교해드려야겠네요.’
나 참. 잠깐 자리를 비웠더니, 그 사이에 이런 귀여운 반항을... 이번엔 확실하게 자근자근 짓밟아 줘야겠다고, 애플은 속으로 생각했다.
“【코드 입력 ‘TTA3EB743’. 눈을 뜨세요, 나의 충성스런 스페이드 잭.】”
애플은 승리를 확신하며, 당당하게 키워드를 마저 외쳤다.
* * *
마치 주문과도 같이 읊조린 것은 그녀가 만들어 낸 ‘수식형 세뇌 키워드’다.
D급 히어로이기도 한 애플의 능력은 【정보의 바다】, 컴퓨터 및 전산처리에 특화된 능력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컴퓨터와 데이터를 수족과 같이 자유롭게 다루는 능력이다.
컴퓨터나 데이터에 익숙한 그녀다 보니, 자연스레 세뇌 키워드도 이렇게 수식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거기에 세뇌란 건 어쨌든 감정이나 정신에 영향을 주는 것이니, 스위치와도 같은 ‘세뇌 키워드’는 이렇게 감정에 영향을 줄 일 없는 밋밋한 단어의 나열이 훨씬 적합하다.
어쨌든, 이것으로 스페이드의 의식은 다시 가라앉고, 그녀의 충성스런 인형으로 되돌아와야 하는데....
“어째서...? 스페이드 씨, 놔주실래요?”
애플이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몸부림쳐봐도 스페이드는 묵묵부답, 여전히 그녀의 팔을 꽉 붙들고 있다.
‘반응이 없어...! 세뇌 키워드가 소용이 없다고...?’
애플은 당황하며, 또 다시 ‘키워드’를 읖조렸다. 조금 전과는 내용이 사뭇 달랐다.
“【당신은 스페이드, 당신은 충성스런 잭. 문을 닫습니다. 그곳에 있는 건 심연의 바닥.】”
“【코드 입력 ‘XX163TL3’. 잠들어라!】”
이번 건 긴급코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것으로, 가장 먼저 공들여 설치한 ‘암시 키워드’다. 세뇌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공유하는 코드로, 이걸 듣는 순간 상대는 전원이 나간 것처럼 잠들어야 한다.
스페이드가 잠들어버리면 13호를 막을 사람이 없어지지만, 적어도 2대1인 지금보다는 낫다고, 애플은 순간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어, 째서......?”
이번에도 여전히, 스페이드는 반응이 없었다.
“이야, 신기한 방식이네. 나나 참모가 쓰는 키워드랑은 느낌부터가 달라. 그러고 보면 도로시도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고... 역시 이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란 걸까.”
13호는 그럴 줄 알았다며 능글능글한 미소를 유지한 채, 애플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어, 어째서 제 키워드가 안 먹히는 건가요?! 그 짧은 사이에 덮어 씌울 수도, 조작할 수도 없을 텐데... 무슨, 무슨 짓을....”
“애플은 똑똑한 여자잖아. 조금만 생각해 봐. 진짜 별 거 아니니까.”
애플은 잠시 생각하다, 어떤 가능성에 생각이 미쳤다.
“과연. 물리적으로... 귀를 막았다는?”
“정답이야.”
소리를 듣지 않으면 키워드를 아무리 외쳐봐야 소용이 없다. 잠을 자고 있을 때도 사람은 소리를 듣는 법이지만, 물리적으로 귀가 막혀있다거나 한다면....
“아무리 그래도 귀마개로는 완벽하게 소리를 막을 수는 없을 텐데요....”
“그 부분은 스페이드의 능력이야. 【신체강화】가 특기니까, 【신체조작】도 가능하더라고. 능력으로 귓구멍을 막은 거지. ...그래서, 지금 너와 내가 대화하는 내용도 전혀 들리지 않는 상태야. 뭣하면 스페이드를 마음껏 욕해볼까?”
13호가 낄낄 웃으며 말하자, 애플은 맥이 탁 풀려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방을 어둡게 한 것도 마찬가지인 이유 때문이겠지.
“어두워서 눈빛이 잘 보이지 않으면... 시각을 이용한 세뇌도 불가능하죠. 그래서 일부러 방을 어둡게 한 거죠?”
“그렇지 뭐. 요즘 도로시한테 세뇌 강의를 듣고 있거든. 덕분에 지식이 좀 생겼는데... 애플 너 같은 경우엔 ‘시각’과 ‘청각’을 이용한 세뇌를 주로 하니까. 그것만 차단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었어.”
‘......후, 그랬던 건가요.’
이래저래 예기치 못한 일은 많이 일어났지만, 애플은 금세 침착함을 되찾았다.
이미 트릭은 다 알았다. 그리고 13호에게 이 이상의 패가 없으리란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13호를 올려다보는 애플의 눈이 반짝였다.
“13호님. 아직도 제게 반항하려는 건가요.”
“오. 세게 나오는데. 지금 네 처지를 알고는 있어? 스페이드는 이야기는 안 들려도, 네가 수상한 짓을 한다 싶으면 바로 제압할 거라고? 예쁜 여성이 다치는 건 보기 싫으니까 얌전히 있어 줘. 부탁할게.”
애플은 쿡쿡 웃었다.
스페이드의 귀는 막았다. 시각을 이용한 세뇌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13호는 귀도 열려있고, 어둡긴 해도 이렇게 애플과 마주보고 있다.
그렇다면, 세뇌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녀의 시선이 13호의 허리춤을... 정확히는 남성기 부분을 향했다.
“13호님. 지금 거기가 서 있는 걸요.”
“......이건.”
“후, 후후후후. 제 얼굴을 본 것만으로, 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 반응해버린 거죠? 어쩔 수 없는 아기돼지시잖아요. 이미 충분히 제게 조교당해서, 당장 떨어지기 직전인 그 몸으로 제게 반항하려는 건가요? 응? 13호님.”
애플은 13호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꿀이 떨어질 듯 달콤한 목소리로, 달콤한 울림으로....
“13호님. 이미 당신의 몸은 저 없이는 갈 수도 없게 되지 않았나요? 제가 있지 않으면 거기도 안 서는 거 아닌가요? 제가 드릴 쾌락이 기대되지 않으세요? 저를 바라고 있지 않나요? ......13호님. 이제 그만 포기하고, 제게 굴복하지 않겠어요?”
지금 상황은 애플에게 한 없이 불리하지만, 그래봤자 13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플의 봉사에 돼지처럼 꿀꿀 울던 참이다.
그 쾌락을 몸이 기억하는 한, 패배와 굴복의 기쁨을 알아버린 이상 13호에게 승산은 없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13호는.
훗, 하고 가볍게 코웃음쳤다.
‘어......?’
“자, 마셔라.”
“읍......!?”
13호는 억지로 애플의 입을 벌려, 어떤 액체를 흘려넣었다. 두 손이 스페이드에게 붙잡힌 애플은 저항하지 못하고, 억지로 액체를 받아들여 꼴깍꼴깍 삼킬 수밖에 없었다.
마신건 살짝 달콤한 맛이 났다.
“콜록, 콜록... 뭔가요, 이건.”
“세뇌약. 미약 성분도 들어있어.”
“뭐――”
“내가 입는 옷은 도로시 특제 시크릿 슈트거든. 이곳저곳에 물건들을 숨길 공간들이 있어. 내 나이프 같은 것들은 압류해갔지만, 이런 건 못 찾았지?”
덕분에 자양강장제도 뺏기지 않고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이 세뇌약도 마찬가지다.
몸에 스며든 미약은 빠르게 반응을 보이며, 애플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애플의 얼굴에 홍조가 돌았다.
13호는 애플의 스커트를 젖히고, 팬티 아래로 손을 쑥 밀어넣어 그녀의 비부를 자극했다.
“히윽....”하고 귀여운 신음소리를 흘리는 애플을, 13호는 빙글빙글 웃으며 바라보았다.
“애플. 지금 네가 나를 유혹하려 했던 건, ‘내 정신이 네게 거의 굴복했다’...는 전제가 있어서지? 하지만 지금의 난 얼마든지 널 굴복시킬 자신이 있거든. 그러니 네 세뇌는 안 통해.”
“힉, 히읏, 뭐, 뭐야... 미, 민감해서... 잠, 그만......!”
“그러니 해보자, 애플.”
13호는 민감한 비부를 만져져 어쩔 줄 모르는 애플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네가 나를 먼저 굴복시키는지, 아니면 네가 나한테 먼저 굴복하든지... 한 번 해보자고, 애플.”
“꺄앗?!”
애플은 거칠게 침대 위에 내던져졌다.
애플은 조금 전 들이킨 세뇌약 겸 미약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몸이 확확 달아오르고 있었다. 몸 전체가 무척이나 민감해졌다. 거기다 심지어 약효가 천천히 도는 건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점점 더 민감해지는 걸 느꼈다.
“하아, 하아... 13호님. 고작해야 약 정도로... 절 굴복시킬 수 있을 것 같나요?”
“글쎄. 그치만 벌써 젖었잖아, 여긴.”
“익.....!”
13호가 속옷 위로 그녀의 비부를 만지자, 애플은 깜짝 놀라 허리를 들었다. 그러나 13호의 손은 집요하게 쫓아가, 속옷의 천 위로 집요하게 애플의 비부를 공략했다.
애플을 따라 침대 위로 올라온 스페이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애플의 상의를 벗겼다. 독특한 문양이 들어간 셔츠의 앞을 벌리자, 하늘색 브라에 싸인 하얗고 투명한 피부가 드러났다. 후크를 끄르고 브라를 벗겨내자, 잘 익은 과일 같은 유방이 튕기듯 밖으로 뛰쳐나왔다.
13호는 꿀꺽, 침을 삼키고, 탐스러운 유방을 주무르며 감촉을 음미했다.
손바닥 전체로 아래에서 유방을 들어올리듯, 민감한 유두는 바로 만지지 않고, 유두부터 천천히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살살 자극하기 시작한다.
‘으...... 고작, 해야... 가슴인데...!’
평범한, 오히려 신사적인 애무인데도 미약의 여파로 몸이 잔뜩 달아오른 지금 오히려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좀 더 난폭하게 만져줬으면 좋겠다. 어서 빨리 내 안에 박아줬으면 좋겠다. 어서 이 허덕임에서 해방시켜줬으면 좋겠다!
“크, 으으읏......!”
애플은 눈을 꼭 감으며 그런 생각을 필사적으로 밀어냈다.
안 된다. 쾌락에 져서는 안 된다.
고작해야 생리적인 반응 따위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하아, 하아.......”
“오? 대처법을 알고 있나 보네.”
애플은 몸에서 힘을 뺐다. 이런 약에 대한 대처법은 공부해서 알고 있다.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지나치게 느끼지 않고, 차라리 피와 함께 온 몸으로 흘려보내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밀어낸다――!
“하지만 그 정도로 어떻게 되는 약이 아닐 텐데....”
13호는 애플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꽉 쥐었다.
“히익?!”
애플은 크게 몸을 튕겼다.
아아, 역시, 약의 효과를 바로 없앨 수는 없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버텨야....
읍.... 웁... 츄웁....
13호는 애플의 가슴의 탄력을 시험하듯, 끈질기게 매만지고 주무르기를 계속했다.
이따금 유륜을 핥다가 허를 찌르듯 유두를 깨물 때면, 애플은 어김 없이 퍼득, 퍼득, 몸을 떨었다. 13호는 남는 손으로 애플의 허벅지며 옆구리, 사타구니를 쉼 없이 돌아다니며 약점을 찾아다녔다.
스페이드는 그러한 애플의 옆에서 허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집요하게 키스를 계속했다. 입은 신경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렇게나 집요하게 공략당하면, 정신력이 깎여나간다.
‘그치만... 아직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아직 애플의 의지의 빛은 꺾이지 않았다.
애플은 여전히 역습을 노리고 있었다.
13호는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으로 함락시키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될 것이다.
――애플에게 굴복할 때, 비로소 그가 바라는 쾌락을 얻게 될 거라고.
“흠...... 뭔가 부족한데.”
13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애플에게서 몸을 떼었다. 그리고는 애플의 몸을 뒤집어, 무릎을 꿇고 개처럼 엎드리게 했다.
“웁... 츄웁....”
애플의 정면에서, 스페이드는 애플의 입을 키스하며 덜렁거리는 그 커다란 가슴을 주물렀다.
13호는 애플의 팬티를 허벅지까지 질질 끌어내리고, 드러난 비부를 매만지고 핥으며 자극하기 시작했다.
“응......!”
애플은 13호의 혀를 피하듯 허리를 움직였다.
‘후후, 이것도 저것도 시험해보세요. 허무함만 더 커질 테죠. 그도 그럴게, 제게 굴복하지 않으면 만족할만한 기쁨은 누릴 수 없을 테니까요.’
“으읍.... 후웁.......”
이곳저곳을 자극받아 허리를 비틀면서도, 애플은 속으로 웃었다.
애플의 손으로 불알이 텅텅 빌 정도로 대량사정하던 그 기쁨을, 자신에게 조교되며 기뻐 했던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13호를 좀 먹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미약의 영향이 있다곤 해도 아직 정신은 멀쩡하다. 나름 세뇌의 프로인 그녀다. 아직 굳건한 정신방벽은, 고작해야 미약으로 인해 민감해진 몸 따위에 지지 않는다.
‘도로시 말대로네. 이대로는 안 되겠어.’
13호도 그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유로웠다.
도로시에게서 들은 약점이 있었으니까.
어떻게 하면 이 여자를 굴복시킬 수 있을지, 답이 보였으니까.
아니, 물론 실제로 시험해 보기 전에는 모르겠지만....
“애플.”
13호는 반신반의하는 하는 기분으로, 애플의 허리를 붙잡고 그녀를 뒤에서 덮치는 자세로,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가져갔다.
“――'사랑해'.”
그리고 애플의 약점이 될, 마법의 말을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