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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6화 〉#24 마왕은 추락한 빌런을 유혹한다(1) (116/271)



〈 116화 〉#24 마왕은 추락한 빌런을 유혹한다(1)

변변한 저항도 못하고, 결국 나는 애플에게 끌려가는 처지가 되었다.


스페이드는 완전히 세뇌 상태에 빠져 있는지, 아무리 외쳐도 빛을 잃은 눈으로 휘청휘청 걸을 뿐이었다. 말 그대로 인격마저 잃은 인형 같은 상태다....


라헤는 여체화 된 똘마니 제이의 품에 안겨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나는 스페이드의 손에 의해 팔을 뒤로 한 채 방으로 끌려들어왔다.

내가 끌려온 방은 심문실로도 고문실로도 보이는 어느 어두운 방이었다.

드문드문한 조명이 있는  안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참모?!”


“시, 13호님...? 크윽... 죄송.... 으윽......!”

참모는 손을 뒤로 한 채 의자에 묶여있었다. 안대로 눈이 가려져 있었지만, 내 목소리를 듣자 바로 알아차린  같았다.

구속된 참모의 앞에선, 터질 것 같이 우뚝 솟은 참모의 물건을 안개가  듯한 눈을 한 코코가 가슴과 입으로 봉사하고 있었다.

“코코 씨. 참모 씨가 가지 못하도록  조절하면서 해주세요~.”


“잠깐... 벌써  상태만 30분 째라고요...?! 크윽...... 괴, 괴롭힘을 당하는 이 기분... 너무 좋아.......”

참모는 몸을 움찔움찔 떨며 황홀한 표정으로 침을 뚝뚝 흘리고 있다.

“보기 역겨운 거 보여주지 마.”

“어머나, 귀여워서 좋지 않나요?”





방 안쪽의 문을 통해 더욱 안으로. 똑같은 구조, 똑같은 인테리어로  방 안 중앙에 의자가  개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중 하나에, 스페이드는 내 몸을 팔을 뒤로  채 묶어버렸다. 의자 다리야 발목을 묶여,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애플은  맞은편에,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친 자세로 앉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싱글싱글 웃으며, 내 모습을 감상하듯 지켜보았다.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연 것은 내 쪽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스페이드를 세뇌한 거야? 대단한데.”

“처음에 스페이드를 세뇌했던 자리에 저도 있었다구요? 그 때 스페이드의 세뇌 키워드를 들었어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때부터, 이미 애플의 손아귀 위에 있었다는 게 분했다.

“이제 아리아 한 사람 밖에 남지 않았네요. 사람들을 보냈으니, 금방 잡힐 거예요. 그러면 7번대는 완전 끝이에요.”


“...놀랍네. 그 무시무시한 히어로 지부를 통째로 함락한 게, 어떤 무서운 빌런도 아닌 전(前) 히어로라니.”

“어머나, 전 히어로라뇨.  아직 속으로 스스로를 히어로라고 믿고 있는 데요.”


“네가 히어로? 그게 말이냐?”

아니면 소야? 라고 말을 덧붙일까도 했지만 되도 않는 농담을 던질 때는 아닌 것 같아서 참았다.

애플은 여전히 속을  수 없는 미소를 싱글싱글 짓고 있었다.


“그게,  열심히 했다구요? 정말 열심히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어요. 정말이지 너무 안타깝지만요.”

“무슨 고민을 했는데?”

“‘최대행복의 원리’라는 내용에 대해서요.”

나는 혀를 찼다. 지금 상황에선 너무나 뜬금 없는 주제였다.

“공리주의였냐.”

공리주의. 간단히 말하자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모종의 윤리적 사상이다.


“히어로들은 할 일이 없나보지? 나는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빠서 그런 거 생각할 한가한 시간이 없었는데.”


“어머나. 히어로랑은 상관 없어요. 학생 때부터 줄곧 생각해왔던 거니까. 그러네요. 처음 빌런의 취급에 대해, 히어로에 대해 알고나서부터 줄곧... 생각했던 거예요.”

애플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말이죠, 일단 심플하게 말하자면  공리주의란 것에 반대하고 있어요. 아니, 거창하게 전면적으로 부정한다던가 지금의 사회체제에 불만을 가진다던가 그런 말은 아니고요――”

각성자의 취급에 대해, 고민했을 뿐이에요.


 * *



“각성자가 최초로 발견된 곳은 중국의 한 산간지역이었어요. 공중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아기가 있다는 소문으로부터 시작되어서, 한사람 두사람씩 세계 각지에 비슷한 초능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별자리의 목소리가 들린다...그런 말을 하면서 말예요.”

“갑작스레 나타난 각성자들에게, 세상은 당황하죠. 갑작스런 신인류의 등장이잖아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굴레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죠.”

“설상가상으로 일부 각성자들이 자신들을 염증처럼 느끼는 사회에 불만을 품고 폭력을 일으키기 시작해요. 신기하게도, 이 사람들에게는 상식이란 것이 상당히 희미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각성자들은 별자리의 목소리를 우선해서 행동하는 거예요. 화를 내라, 폭력을 행하라,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반대로, 침착해라, 폭력은 나빠, 정직하게 살아라...는 좋은 목소리도 있었지만요.”


“사회는 더더욱 이들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어요.”

“각성자들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고, 능력은 있으나 활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무엇보다 전부 제각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거기다 상식이 맞지 않는다니,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주겠어요? 고삐 풀린 망아지, 심지어 폭탄까지 끌어안은 망아지들을 받아들이기에는, 이 사회는 너무 연약하니까요.”

“거기에다, 평범한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각성자의 능력을 탐내는 사람도 생기긴 했어요. 여러 곳에서 합법, 비합법적인 각성자 연구시설이 생겨나고, 그 폐해로 각성은 하지 못했지만, 일반인은 아니게  실험대상들이 대량으로 생겨나버렸죠.”


“거기서 어떤 정신나간 의제가 통과돼요.”


“‘사회에 해가 되는 각성자들에게는, 인권을 보장하지 않겠다.’”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각성자들은,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거예요.”

“이 법은 불법 인체실험의 실험체들도 적용되요.”

“심지어 히어로에게까지 적용되죠.”


“히어로에는 강대한 능력자들이 많으니까요. 다툼과 싸움 없이 평화로운 것이 미덕이  세상에, 지나치게 강대한 힘을 개인이 가진 대장들도, 총칼 따위 우스운 무력을 가진 히어로들도...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불편한 거죠.”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각성자들은 전부 빌런 취급을 받게 돼요. 불법 실험의 실험체였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빌런이 되었어요.”

“그리고 빌런이 없다면 히어로의 존재의의는 없어요.”

“사람 취급 받지 못하는 빌런, 그런 빌런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히어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면, 그 순간 빌런으로 떨어져 버릴, 아직 사회에 있는 각성자들.”


여기까지 말하고, 애플은 잠시 말을 끊었다.

여전히 팔을 등받이 위에 올린 채, 떨리는 눈으로, 말을 확인하듯 천천히 읊조렸다.






“――이상하잖아요. 이건 이상하잖아요. 사람을 사람 취급 하지 않는다니... 이런 세상, 제정신이 아니잖아요! 미친 거라구요! 세상이! 모든 것이!”



* * *




격한 목소리로 외치는 애플은, 또륵, 또륵,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입술을 덜덜 떨면서, 애플은 울고 있었다.


비탄하게, 비통하게.

“.......그래서?”

나는 애플의 감정이 조금 가라앉길 기다리고, 다음 말을 재촉했다.

“그럴 거면 청와대에 탄원서라도 넣지, 이건 무슨 짓이야?”

“비슷한 종류의 탄원서만 10건 넘게 봤어요. 전부 확인하고,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했어요. ......나라는, 이미 저흴 포기했으니까.”


그래서, 라며 말을 이었다.

“제가 모두를 행복으로 이끌겠어요.”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모두를? 행복으로?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이 여자는.


“서로 죽고 죽이는 일 없도록, 모두가 섹스만 하는 세상을 만들어 보죠!!”

...........

......................................


.................................................................................................?

“정신이 나갔나 이 여자가!”

“힉! 소, 소리치지 마세요! 놀라잖아요! 그리고 멀쩡하거든요?!”


멀쩡한데 하는 소리가 그딴 말이냐?!

지금까지 얘기를 진지하게 들은 나한테 사과해!

“무슨 비장한 결론을 내놓나 했더니....”


도대체 누가  녀석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

“왜요! 13호 씨와 참모 씨에게 잔뜩 안기면서, 아, 이거라면 빌런과 히어로의 벽도 허물고 모두가 행복해지겠다, 라고 번뜩 생각한 건데!”


“나였냐...!”


입안이 씁쓸해졌다. 내가 모든 악의 원흉이었구나. 하하하하.


“좋잖아요! 섹스! 복잡한 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히어로든 빌런이든 상관도 없어질 거고! 삶은 만족스러울 거고!”

“......이런 바보한테 모두가 당한 거냐... 치욕스럽다...!”


“아니, 그러니까,  당신이 무시하는 건데요! 당신부터가 빌런 주제에 히어로들을 붙잡아 놓고, 오로지 섹스만하면서 몸을 탐한 주제에! 누구 한 명 죽이거나 폭력적인 일을 하지도 않고!”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이 없다.


이 여자가 결론을 너무 일축해서 말하는 바람에 굉장히  빈 느낌이 되긴 했지만... 적어도 그런 결론이 나오기까지, 이 똑똑한 여자가 대충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그래. 알았어. 바보 같다고 비웃지 않을게. 분명 많이 생각했겠지.”

“흥. 감사합니다.”

“오케이. 좋아. ...그래서, 그걸 굳이 나한테 장황하게 말한 이유가 뭐야? 혼자 알기 쓸쓸하니까 넋두리 놨다, 같은 건 아니지?”


애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더니, 이내 고양이처럼 생긋 웃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웃음이네 저건.


“네. 의미 없이 한 말이 아니에요. ...13호 씨. 저는, 마왕이 되고 싶어요.”

“.......”


“중2병도 망상증도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저는 단순히 유일한 악역이 되어서... 모든 분쟁을 조정하고 싶어요.”


다툼 대신 섹스를 넣는다.

말도  되는 일이지만, 애플의 세뇌 기술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거기에 애플은 【시궁쥐】라는 수족도 가지고 있고, 이번에 붙잡은 히어로들도 언젠가 세뇌를 마치고 자신의 말로 쓸 것이다.


애플은 그러한 생각을 내게 전했다.

“정말 바보 같은 일이지만, 이게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정말이지 바보 같네.”


“후후... 그리고, 바라건대... 그 때, 제 옆에 13호 씨가 있어줬으면 해요.”


애플은, 약간 수줍어 하는 눈치로 말했다.





애플의 말에, 나는 바보처럼 눈을 끔벅끔벅 감았다 떴다.

“나?”

“제가 마왕이 되면, 13호 씨는 마왕의 아내가 되는 느낌이랄까요.”

“그거 이상하지 않아? 입장이 절대적으로 반대라고 생각하는데.”

“웨딩드레스 입어보지 않을래요?”

“미쳤냐?”

“농담이에요. ......어울릴 것 같은데(소곤).”


“다 들려 이 여자야.”


애플은 쓰게 웃었다.

“13호 씨라면... 분명 제 이상적인 미래에 왕으로 있어줘도 좋을 것 같거든요. 당신은 적아(敵我)를 가리지 않고 존중해주는 마음도 있고, 피와 폭력을 싫어하고, 세뇌의 소양도 있고, 무엇보다 여자를 무지무지무지무지 좋아하잖아요?”

“마지막이  이상하다.”

“좋지 않나요. 영웅호색이라니까.”


애플은 후후 웃으며, 내게 계속해서 권유했다.

“히어로든 빌런이든, 당신의 마음에 든 여자들은 마음 편하게 안으면 돼요. 아니면 7번대로 하렘이라도 만들래요? 7번대와는 악연이 깊죠? 아, 메르 대장도 추가해드릴까요. 쌓인게 많을 테고.”

정말이지 매력적인 제안이다.


라헤가, 스페이드가, 클럽이, 체크가, 코코가, 거기에 메르까지, 내 곁 달라붙어서 시키는 대로 아양을 떨고 내게 봉사한다면....


후.

상상만으로 지려버릴 것 같네.

“거기에 저도, 당신의 헌신적인 아내로 봉사해드릴 수 있는데요.”

“......진짜 매력적인데.”

“후후, 고마워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애플은 정말 열심히 고민했겠지. 빌런과 히어로는 매일 같이 싸우고, 서로를 죽여나간다. 중립의 위치에 선 각성자들은 언제 자신의 가치가 떨어져 빌런으로 격하될지 두려워한다. 그 외에도 강제로 행해진 실험의 결과로 빌런으로 떨어져버린 사람도 있다.

그 모든 사람들을 구할 방법을, 애플은 생각했다.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이 모두가 행복해질 방법을 생각해냈다.


아마 실제로 그녀가 말한 세상이 되었을 때, 어떻게 그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도 다 생각해두었겠지. 어느 곳 하나 물샐  없이 완벽한 계획을 짜놨을 것이다.


그만큼, 애플은 유능한 여자니까.


자, 그럼 내 대답은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고 저울질 한다.


‘고민할 필요도 없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고, 모두가 행복해지며, 무엇보다 나에게는 7번대 하렘이 주어지는 미래.

그런 거 완전 땡큐지――

“거절한다.”




――만, 역시, 그래선  되겠지.


애플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째서요?”

“내 목숨은 보스 거거든.”

“......그게 다인가요?”


“응. 그게 다야. 네 제안은 매력적이고, 난 이렇게 져버려서 꼼짝달싹 할 수 없지만...  보스의 명령이 아니면 들을 생각 없어. 포기해 줘.”








애플은 이마를 짚었다.


무언가를 고민하듯, 한숨을 쉬고, 손가락을 비비고, 머리를 꼬고, 입술을 뚱하니 내밀었지만,


이내 쓰게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어쩔 수 없지.”


애플은 웃는 얼굴로 한숨을 쉬더니, 별안간 쓰고 있던 안경을 벗었다.

“솔직히, 13호 씨 만큼은 세뇌하고 싶지 않아요.”

이어서 톡, 톡, 입고 있는 옷의 단추를 풀었다. 블라우스를 벗기자 가슴을 감싼 브래지어가 모습을 드러내고,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자 잘 익은 과실 같은 유방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어쩌려고?”

안경을  채로도 그랬지만, 벗고 나니 애플은 몇 배는 더 미인으로 보였다. 거기에 드러난 모양 좋고 탐스러운 유방이 눈부셔서, 나는 저도 모르게 꼴깍, 침을 삼켰다.

“그러니까, 13호 씨가 제게 헤롱헤롱 하도록... 유혹하려고요. 기대되나요?”


“......엄청 기대돼.”

그리고는  앞에 엎드리듯, 무릎으로 앉았다.

바지를 벗기고, 팬티를 벗긴다. 그러자 애플의 모습에 반응한 내 물건이 힘차게 솟아올랐다.

“그럼 불초 이 애플이, 13호 씨, 아니, 13호님에게... 봉사를 시작할게요...♥”


애플은 꿀이 떨어질 것 같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단단하게 발기한 자지를 입에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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