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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화 〉#23 히어로 VS 시궁쥐(7) (115/271)



〈 115화 〉#23 히어로 VS 시궁쥐(7)

“스페이드. 야, 스페이드. 일어나 봐.”


라헤를 어찌어찌 끌어올리고(분노의 새우꺾기로 엉망진창 보복당했지만), 13호와 라헤  사람은 곤히 잠에 든 스페이드를 깨웠다.


“아...... 13호....”

“스페이드 괜찮은가요? 뭔가 이상한 짓을 당하진 않았어요?”


라헤의 물음에 스페이드는 눈을 깜박깜박 감았다 떴다. 뭔가 기억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특별한 외상이 있는  같지도 않았고, 딱히 이상한 눈치도 없었다.


하지만 현재 애플은 세뇌와 최면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

외견 상으로 별 차이 없더라도, 어쩌면 안에 내용물이 확연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잘 모르겠어요, 라헤 대장... 저, 특별히 뭔가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라헤 스스로는 세뇌 당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세뇌 당했는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는 눈은 없다.

“13호,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왜 나한테 물어?”

“......글쎄요. 왜 일까요.”

갑자기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오자, 13호는 내심 당황했다.


혹시 자신 또한 애플처럼 세뇌기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걸 들킨  알았다.

그 점은 라헤에게만큼은 절대 들킬 수 없다.

가능한 패는 꼭꼭 숨겨두지 않으면 안 된다. 【시궁쥐】의 소탕이 끝나면, 라헤는 다시 적이 될 테니까.

라헤를 어떻게  패를 남겨놓지 않으면 지금 살아남는다 해도 의미는 없다. 어차피 라헤에게 붙잡혀서 죽게  테니....

‘......세뇌라는 패는 끝까지 안 까보일 생각인가요.’

그러한 생각을 라헤는 꿰뚫어 보고 있었다.

로아에게 찾아갔던 두 사람의 대화를 도청하는 것으로 이미 13호가 자신의 부하들을 마구 세뇌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끝까지 숨기려는 이유야 빤하다.


 편이 나중에 자신을 세뇌하기 수월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저는 세뇌 같은 거에 절대 걸리지 않겠지만요.’


라헤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는 만큼 전혀 걱정은 없었다. 만약 13호가 자신을 세뇌하기 위한 책략을 짠다면, 보기 좋게 역습해주면 될 일이다.

‘제가 세뇌에 대한 걸 알고 있다는 건 모르게 해야겠죠.’

혹시나 알게 된다면 다른 책략을 써올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경우는 피하고 싶으니까.


무엇보다, 의기양양하게 세뇌하려다 되려 당하는 13호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어쨌든.

“이대로는 스페이드를 데리고  수 없어요.”


“이것도 애플의 노림수일지도 모르겠네.”

“아, 저, 뭔가 당했던 건가요...?”

“그걸 몰라서 문제죠... 하지만 스페이드가 없으면 작전에 지장이....”

라헤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13호의 머리에 번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과연, 그러면 되겠다.




* * *




[그래서 나한테 연락했다는 거야?]


전파 재밍 때문에 통신기기를 사용할 수 없어서 긴가민가 했지만, 도로시의 기술을 이용한 이 특수 통신용 단말기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응. 그래서 너한테 연락한 거야. 우리 조직에 우수한 천재 과학자가 있다고 말했더니 라헤도 동의해줬고.”


통신용 단말기 너머에서, 도로시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히어로들을 위해, 굳이 나를, 말이지.]

“......저기, 나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부탁 좀 할게.”


일전에 아지트에 쳐들어온 라헤와 대면했다고 들어서,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후우.......................................]


“한숨을 너무 길게 쉬지 말아줘. 무섭잖아. 나한테 화난 거 같아서.”

[제발  좀 다물어. 지금 가까스로 분노를 참고 있는 중이니까. 네가 멍청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멍청했다니. 최근 너를 보는 인식을 조금 바꿔볼까 했는데 너한텐 멍청이란 칭호도 아까울 정도란 걸 새삼 깨달았어.]

멍청하다니! 나 같은 인텔리한 남자가 어디있다고!

불만은 많았지만 나는 입을 다물었다. 도로시는 화나면 무섭다. 언젠가 키가 작다고 마구 놀렸더니 일주일 동안 발기부전이 되는 약을 내 음료에  적이 있었다.

 때는 정말 충격과 공포였지.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일주일이면 저절로 낫는다는 것도 모르고 도로시 앞에 울고불고 엎드려 빌었지만, 듣는 척도 안 하고 내 정수리를 콱콱 짓밟았던  기억은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다.

[나는, 그 여자가 싫어.]


도로시가 단호하게 말했다.


확실히, 라헤는 그 때 도로시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보스를 데려갔다.


싫어질 만도 하네.

“시간이 없어, 도로시. 부탁할게.”


[......후우. 알았어. 빚 하나 진거다, 너.]

어쨌든 도로시는 마지 못한다는  부탁을 들어주었다.

[자, 스페이드. 지금부터  가지 질문할 테니까 대답해줘.]

단말기의 볼륨을 높여, 세사람이 함께 들을 수 있게 했다.

도로시의 질문은 굉장히   아닌 것들 뿐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물어보는 건가 싶은 것을,   개가 아니라 몇십 개에 이를 정도로 계속해서 물어왔다. 그 질문에 스페이드는 하나하나 성실히 답한다.

라헤는 수상쩍은 눈길로 쳐다봤지만, 우수한 천재니 믿어보라는 내 말을 듣고 더욱 더 수상쩍은 눈으로 쳐다봤다.

......아니, 이럴 때는 믿어달라고.

“저는 그 과학자분을 못 믿는 게 아니에요.”


“그럼 왜 그런 눈을 하는데?”

“그 과학자를 소개시켜 준 당신을 못 믿는 겁니다.”


조금  신용해줬으면 좋겠다. 적한테 신용을 받아서 뭐 어쩌겠냐마는.

“난 태어나서 한번도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는 남자야.”

“.......”

“나는 진실을 위해 태어난 남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


“오, 확인 끝난 것 같은데?”

“.......”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보지 말아줘.... 말아주세요... 시선이 따가워요....”

스페이드를 향한 질문 공세를 끝낸 도로시는, 단말기 너머에서 고민하듯 침묵하고 있었다.

[...............흠?]

“도로시? 뭔가 문제 있어?”

[문제는, 없는데....]


어딘지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다.


[일단 상태를 알려주자면,  녀석은 정상이야. 너희가 걱정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애플이란 계집한테 세뇌당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아.]

그렇다면 안심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도로시는 어딘가 불만이 있는  같았다.

[가능하면, 그 계집은 그냥 두고 가지 그래?]


“응? 문제 없다며.”

[글쎄. 오히려 그걸 노리고 뭔가 기믹을 설치해뒀을 수도 있어.]


기믹이라니, 무슨 소릴까.

[잘 몰라. 뭔가 속임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야. 그치만 그런 건 난 잼병이니까... 내가 말해줄 수 있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직관적인 사실 뿐이야. 변화구 같은 책략에는 아무런 도움도 줄 수가 없어. 이런 건 참모 녀석한테 물어보는 게 나을 텐데.  녀석, 어딜 갔는지 아까부터 안 보여.]


잘은 모르겠지만 도로시도  모르는  있는 것 같았다.

도로시 말대로 참모에게도 의견을 물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리에 없다면 어쩔 수 없다. 무슨 일인지 단말기를 통한 연락도 받지 않고....

‘아지트에 잡아 놓은 빌런들로 즐기고 있나?’

그런 괘씸한.


상관인  몸이 현장에서 구르는 데 그 녀석은 여자들을 조물조물거리면서 즐기고 있는 거냐!


용서할  없다!

[됐으니 나머진 알아서 해. 끊는다.]


그 말을 끝으로 매정하게 끊어버렸다.


“뭐, 그렇다는 데. 어쩔래, 라헤.”

“......의외네요. 당신, 좋은 부하들을 데리고 있군요.”


돌아봤더니, 라헤가 뜬금없이 중얼거렸다.


“응? 그렇지. 나한텐 과분한 부하들이야.”


“제가 봐왔던 빌런들은, 동료애 같은 것도 없고, 그저 난폭한 불한당들 뿐이어요.”


그렇지 않다. 생각 없이, 단순히 현재의 사회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고 불평하기 위해 뭉친 빌런들이 빈번히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뿐이지, 온건하고 지적인 빌런 그룹도 있다.


물론 빌런은 빌런일 뿐이지만.


“종종 보고를 받았습니다. 스페이드가 즐겁게 상대하는 빌런이 있다고. 각성한 인간은 평범한 사회의 굴레 속에 살 수는 없습니다. 히어로든 빌런이든, 그렇기에 서로의 목숨도 몸도 가벼이 여기죠. 히어로와 빌런이 싸운다는 건, 보통은 한쪽이 죽는다는  의미해요. 혹은 죽는 것보다 더 심한 험한 꼴을 당하게 되기도 하죠.”

“그건 그렇지.”

빌런이 지면, 히어로는 틀림없이 숨통을 끊을 것이다.

히어로가 지면, 빌런은 히어로의 목숨을 끊거나, 혹은 마음 가는 대로 능욕하거나  것이다.

중간은 없었다.

히어로든 빌런이든, 언제든 죽을 각오를 하는 게 예의니까. 그게 상식이고, 그게 룰이다.

“하지만 스페이드는 당신네들을 상대할 때면 그런 일이 없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당신도, 당신의 부하들도 하는 건 빌런 짓이라지만 유쾌했고, 목숨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이 힘을 잃었을  스페이드는 당신들의 목숨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스페이드의 탄원을 받아들여 당신의 부하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했습니다.”

“......고맙게 생각하긴 해. 갈 곳 없이 방황하던 녀석들을 받아들이게 된 건데, 무사히 사회에 복귀시켜주다니 정말 고맙지.”

“【어비스】의 활동 목적이 적응 못 한 각성자와 불법 각성 실험 피해자들을 위한 어필 시위...라는  알고 있습니다. 빌런 및 각성자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인격적으로 대우할 것... 그런 요구를 했던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큰 죄는 아니되 나라의 눈이 향하게  쪼잔한 빌런 행위를 저지른 것도, 항상 당신이 전면에 서서 모든 죄를 끌어안은 것도요.”

라헤의 눈빛이 부드럽게 나를 향했다.

“조금 더, 당신에 대한 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겠어요. 당신은 빌런이지만, 동시에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경계하며 라헤에게서 떨어졌다.

“너 누구냐! 라헤의 탈을 쓴 가짜지! 그 냉혈마녀가 그런 따뜻하고 배려넘치는 말을 할 리가 없어!”


“.......”


“큭, 조금  폭발을 틈타 바꿔치기한 건가... 진짜 라헤는 어디에――크헉?!”

라헤의 주먹이 내 복부를 인정사정없이 꿰뚫었다.

“진짜 저니까 걱정 마세요.”

“아, 예.......”







대충 일단락 되고, 스페이드를 포함한 우리 셋은 난장판이 된 객실 밖으로 나왔다.

쓸데없이 시간을 오래 끌어버렸다. 메르네는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

“라헤 대장, 괜찮아요? 괜히 저 때문에....”


“아뇨, 스페이드가 아니었더라도 그 폭탄은 어떻게든 해야됐으니까요... 괜찮습니다.”

스페이드가 자그마한 어린애 상태인 라헤를 걱정스런 눈으로 부축했다. 라헤는  눈에 봐도 명백히 상태가 좋지 않았다. 조금 전 폭탄의 대미지가 남아있는 게 확연하게 보였다.

그러나 그런 라헤를 걱정할 틈도 없었다.

“――저거.”

나는 검지로 복도 끝을 가리켰다.


복도 끝에는 누군가가 서있었다. 익숙한 실루엣. 익숙한 외모.

“애플......?”

라헤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복도 끝에 선 애플이, 짝짝 가볍게 손뼉을 치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옆에는 처음 보는 또 다른 여성이 서있었다.


“야아, 환영합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하셨어요. 여러분들이 마지막입니다.”


“......당신, 스스로가 하고 있는 일에 자각은 있나요?”

“네? 제가 뭔가 했던가요?”


“조금 전에 그 폭탄, 그냥 두었으면 호텔째로 날아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을지, 생각 안해봤습니까?”

애플이 눈을 가늘게 떴다.

“생각이야, 물론 했죠~. 하지만 라헤 대장. 라헤 대장이라면 분명히 몸을 던져 막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도 안심하고 폭탄을 뒀죠. ...그래서, 아무리 라헤 대장이라도 무사하진 않은가 보네요. 아까부터 한쪽 다리를 절고 있어요.”


“......당신 정도면 지금 상태로도 충분합니다.”

“어머나, 제 옆에 있는 분도 꿀리지 않을 텐데요.”

애플은 꺄르르 웃으며 소개했다.

“소개할게요. ‘천칭자리’의 제이 씨랍니다.”

“하아...... 가슴이 없어... 라헤의 가슴은 기대했슈... 근데 어린애가 되어버리다니 실망이슈....”


응응. 그거 나도 공감해.


그러나 공감하거나  때가 아니었다.


이상하다. 이상했다.

아리아에게 직접 전해듣기로, ‘천칭자리’에 각성한 것은 그 똘마니 같은 남자였다. 남자다. 남자여야 했을 텐데, 거기다, 저 말투는.


“너...... 설마 그 똘마니 자식이냐?”

“어라?  아슈? ......아, 그러고 보니 네 놈 얼굴, 기억하고 있슈.”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았다.

이전에 스페이드를 납치하려 했던, 똘마니 같은 외모의 남자.

그러나 이상하게도, 지금 그는 완벽히 여자의 모습이다. 굴곡지고 스타일이 좋은 여성... 뭐지?


제이라고 불린, 똘마니었을 여성이 손을 홰홰 저어보였다.

“각성화의 부작용이유. 덕분에 이 조직의 90%가 전부 여자로 변해버렸슈. 아니, 뭐, 딱히 불만 있는 놈은 없지만슈?”

맙소사.

“뭐, 그건 됐고... 그나저나 당신네가 마지막이라고, 굳이 애플 님이 나를 끌고 왔는데... 그보다 빨리 돌아가고 싶슈. 조금 전의 언냐들이 가슴도 빵빵하고 완전 마음에 드니까.”


“당신들! 메르와 체크를...?!”


“응응. 그런 이름이었슈.  다 고이 잡아서 기절시켜 놨슈. 당신네들도 똑같이 해줄테니 걱정은 하지 마슈.”

똘마니 여성, 제이의 말에 라헤가 경계하게 자세를 잡았다.

애플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 여자는 라헤와 같은 ‘천칭자리’... 만약 힘이 동등하다면, 몸이 너덜너덜한 지금의 라헤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라헤... 도망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

라헤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동의하는 모양인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저 너머에서, 제이가 실실 웃으며 거드름 피우듯 다가오고 있다.


“(알겠습니다. 도망치죠. 이대로는 돌파구가 안 보이니까요. ...이대로 등을 돌려 도망치려다간 당신이 제일 먼저 잡히겠지만.)”


“(버리지 말아줘. 뭔가 탈출구는 없으려나.)”

“(일단 스페이드의 힘이 있다면 아마... 스페이드? 왜 그래요, 스페이드?)”


다가오는 제이를 경계하며 도망갈 작전을 속삭이는데, 라헤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스페이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푹-

“....................어?”

라헤의 입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흘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허벅지에 스페이드가 주사기를 꽂은 것이다.


라헤는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고, 스페이드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그녀를 부축한다고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미처 반응할 여지가 없었던 모양이다.


주사된 약물의 영향인지, 라헤는 그대로 크게 휘청이며 바닥에 무릎 꿇었다.

눈빛이 흐릿해지고, 눈가가 당장에라도 감길 듯 경련했다.


“스페이......드.”


조금 전까지 멀쩡해 보였던 스페이드는, 지금은 눈에 빛을 잃고 그런 라헤를 내려볼 뿐이다.

과연, 그런 건가.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두 사람에게서 서둘러 떨어졌다.


도로시의 판단이 틀렸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의 스페이드는 확실히 평소대로의 그녀였다.


“제 얼굴이 보는 게 스위치가 되게 해뒀어요. 정말이지, 라헤 대장이 부하를 믿어주는 사람이라 다행이었네요. 이대로 싸웠으면 호텔이 날아가는 걸로 끝나진 않았을 테니.”


스위치.

애플의 얼굴을 보는 순간, 세뇌된 쪽으로 인격이 교체된 것이다. 보통의 인격으로 라헤에게 다가오게 하고, 스위치가 들어가자 주입된 암시대로 라헤를 공격했다.

“13호 씨. 그거 아나요? 라헤 대장은 ‘악’이 하는 거라면 독도 세뇌도 먹히지 않아요. 라헤 대장에게 제 세뇌가 먹히지 않았던 것도, 제가 ‘악’에 발을 걸쳤기 때문...이라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스페이드에게 찌르게  거예요. 역시 라헤 대장과 같은 ‘정의’의 편이 찌르니까, 효과가 있는 모양이네요.”

라헤는 이미 정신을 거의 잃은 모양이라, 스페이드에게 힘없이 기대고 있었다.

“......애플 너, 정말이지 악당답네.”


“어머나, 어디가요?”


“부하를 이용해 뒤를 찌르는 거.”

“후후, 그러고 보면 13호 씨가 하던게 항상 이런 거였죠.”

아아, 그러니까 말야. 나는 절체절명인 이 상황에 그저 허탈하게 웃을 뿐이다.

“저, 어울리나요?”

“무지하게 어울려.”

애플은 생긋 웃었다.


“13호 씨가 마지막이에요――자, 그럼 순순히 잠들어주세요.”

제이만이 아니라 스페이드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결국 나는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붙잡힐 수 밖에 없었다.

VS 【시궁쥐】전(戰), 우리의 완패였다.


* * *

윽, 으큭......!

“후, 후후... 귀여워라...... 13호 씨... 귀여워.......”


귀두를 용서 없이 자극하는 섬세한 손가락의 감촉에, 13호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모습을 즐겁다는 듯, 애플은 쿡쿡 웃으며 손으로 13호의 물건을 더욱 자극해주었다.

라헤와 함께 붙잡히고,  뒤 13호가 끌려온 곳은 호텔 지하의 어둡고 폐쇄된 고문실이었다.

13호는 방의 중앙에 놓인 의자에 양 팔을 뒤로 한 채 구속되어, 눈도 가려지고, 강제로 자지를 드러낸 채 애플의 손에 의해 고문과도 같은 ‘봉사’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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