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22 그리고 저주받은 히어로들은(2)
“스페이드? 스페이드! 정신 차려! 히어로잖아 너!”
“하아... 13호...... 몰라... 몸이 이상한데... 그보다.......”
스페이드는 내 위에 올라탄 채로 스스로 바지와 속옷을 벗어버렸다. 그리곤 그대로 허리를 들어,
“......!”
“헤헤...♥”
내 얼굴에 자신의 음부를 내려앉혔다.
얼굴에 닿는 부드러움. 코앞에 밀어붙인 스페이드의 몸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난다. 입에 닿은 스페이드의 꽃잎은 이미 애액으로 질척였다.
스페이드는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 애액으로 젖은 꽃잎을 내 얼굴에 계속해서 문댔다. 달콤한 페로몬의 향기에 나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기분 좋아...? 기분 좋지...? 나도 좋아♥....”
이 녀석, 원래 바보긴 했지만 이 정도로 바보 같았나...? 아찔거리는 머리로 제대로 된 판단이 안 서는 사이에, 스페이드는 내 얼굴에 꽃잎을 문대면서 놀고 있는 손으로 내 바지와 트렁크 팬티를 내렸다. 이런 상황인 만큼, 내 페니스도 잔뜩 발기해 힘차게 뛰쳐나왔다.
“크읍...!”
“헤에... 잘 먹겠습니다...♥ 맛있는 자지...♥”
할짝... 츄웁... 춥...
스페이드는 자연스럽게 내 성기를 소중히 핥고 빨기 시작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아는 건 눈 앞에 차려진 밥상이 있단 것이고, 잘 익은 과실 같은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극상의 여자의 음부가 정말 말 그대로 코 앞에 있단 것이다.
나는 상황을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에잇, 하는 기분으로 스페이드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녀의 보지를 핥고, 혀를 집어넣었다. 스페이드는 기분 좋다는 듯 더욱 허리를 곰질거리며 음부를 비벼왔다.
서로 위아래를 뒤집은 채, 69 모양의 자세로 우리는 서로의 성기를 핥거나 빨아주며 자극해주었다....
* * *
하앙...... 하읏, 핫, 앙...!
13호에게 주어진 방 안, 스페이드는 알몸이 된 채 마찬가지로 알몸인 13호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퍽, 퍽, 하는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추접한 물기 어린 소리가 끊임없이 연달아 이어졌다.
“앙, 아응, 학, 히윽, 가, 간다아~~~~~~~~~!”
13호의 위에서 남자의 물건을 탐하며 일사분란하게 허리를 움직이던 스페이드는 등을 활처럼 휘며 가버렸다.
“하아....... 후아아아아아아아........”
벌써 이것으로 세차례나 절정을 맞이했다. 스페이드는 자신의 것에서 13호의 물건을 빼내며, 뒤로 쓰러지듯 13호의 가랑이 사이에 주저앉았다.
그대로 숨을 고르더니, 별안간 눈에 빛이 돌아오며 이상하다는 듯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라?”
“정신 차렸냐?”
“정신 차리다니 무슨... 말.......”
스페이드는 발가벗은 자신의 몸을, 13호를, 그리고 새하얀 액이 꿀럭꿀럭 스며나오는 자신의 음부를 보고는,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당탕탕, 정신 없이 침대 위에서 굴러 떨어져내렸다. 머리부터 떨어졌는데 어쩌지. 안 그래도 바보인데 더 바보가 되어버릴까봐 걱정이다.
“무, 뭐, 무, 무슨, 뭐, 뭐야?! 시, 13호 너, 또 나한테 뭔가 이상한 거 시킨거지?! 이 파렴치한! 변태! 윽, 흑...!”
“......아니, 내가 파렴치하고 변태인 건 맞고, 너한테 세뇌암시로 이상한 일을 이것저것 시키긴 하는데, 지금 이건 네가 나한테 찾아온 거거든?”
“그런 암시를 건 거겠지!”
“아니라니까....”
13호는 곤란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스페이드를 향해 다가갔다. 갑자기 얼굴이 가까워지자, 스페이드는 주저앉은 채 팔만 이용해 뒤로 물러갔다.
“거기.”
“응?”
“가슴께를 보라고, 바보야.”
“누구보고 바보래... 가슴?”
13호의 지시대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자신의 모양 좋은 가슴 사이, 정중앙 부근에 ‘F’와도 비슷한 문양이 그려져있었다. 만져보니 잉크 같은 것도 아니고, 문신이라고 하기엔 희미하게 빛이 나는 게 신기했다.
“그거 저주야.”
“?!”
콰앙-!
깜짝 놀라 퍼뜩 고개를 쳐들다, 옆에 있던 의자에 머리를 찧었다. “아파라앗...!”이라며 머리를 싸매쥐는 스페이드. 13호는 그런 스페이드를 한층 더 측은하게 바라봤다. 저 바보가 어디까지 바보가 될까 걱정되서 견딜 수가 없다.
“아니, 저주라니――”
“13호 오빠, 괜찮은가요?”
스페이드가 뭔가 물으려할 때, 열려있는 방문 너머로 아리아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언제나와 같은 무표정처럼 보이지만, 드물게도 희미한 초조함이 얼굴에 보였다.
그녀의 입술 옆에는, 스페이드의 가슴께에 있는 것과 같은 문양이 떠올라있었다.
아리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조심하셔야 해요. 아무래도 저주가 『아앙♥ 13호 오빠 자지가 너무 커엇...♥』.”
..................
...............................
...............................................................뭐라고?
아리아는 수치심으로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니에요! 이건 저주 때문 『히잇, 음란한 아리아의 보지에 뷰릇뷰릇 해주라...♥』”
“.......”
“제발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이런 천박 말 따위『히히히히, 천박한 암퇘지 보지가 뷰르릇 뷰르릇♥』제발 좀 닥쳐주세요, 내 입아...!!!!”
아리아가 벽에 머리를 쾅쾅 찧으며 외쳤다.
아리아가 진심으로 분노하는 모습은 정말로 드물어서, 나도 스페이드도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게 되었다.
[저주 때문에 입이 통제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리아는 저주 때문에 입을 주체할 수가 없게 된 모양이다. 구체적으로는 입을 열 때마다 천박한 말이 멋대로 튀어나온다.
입을 열면 통제가 안 되니 결국 필담으로 하기로 했다. 글로 쓰는 데에는 이상이 없다.
[대장이 전원 집합시켰습니다. 스페이드 언니는 방에 없어서 제가 찾으러 온 거고요.]
“저주라니... 이게 뭐야 도대체....”
스페이드가 복도를 따라 걸으며 망연하게 중얼거렸다.
“13호는 아는 거 있어?”
“글쎄.”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빌런으로서 그런 능력을 가진 각성자를 몇 번 본적은 있었다. 덕분에 최소한의 지식은 있다.
저주라고 하면 주문, 기도 등의 주술적, 종교적인 의식으로 행해진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이 경우에는 단순히 원격으로 상대의 몸에 간섭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클럽의 경우 【공감】하는 능력으로 상대방과 보이지 않는 길을 잇고 감각을 공유하는데, 그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대부분 저주계열 능력은, 대상이 되는 상대방의 몸에 특수한 문양이 떠오른다. 지금 스페이드의 가슴께와 아리아의 입가에 떠오른 ‘F’와 비슷한 문양이 그것일터다.
이번 【시궁쥐】의 습격은 이 저주를 걸기 위한 양동 같은 거였으리라. 참모의 말에 따르면 머리카락이나 피 따위를 모아 나왔다고 했으니, 아마 그런 물건이 없으면 저주를 걸 수 없는 거려나.
‘......어, 이거 큰일 난 거 아닌가?’
스페이드가 받은 저주는 아마 ‘발정나는 것’. 도저히 스스로 해소할 수 없는 욕구에 나를 찾아왔지만, 수차례 절정으로 만족하니 정신을 차리긴 했다.
그런데 만약 빌런과 싸우는 도중에 갑자기 발정나버리기라도 한다면... 대참사다.
이러저러 생각하는 사이에 호출이 있었던 회의실 앞에 도착했다.
“들어간다.”
“어서 오세요, 13호. 스페이드랑 아리아도.”
13호가 노크조차 하지 않고 7번대의 회의실에 들어가자, 라헤의 목소리가 반겨주었다. 이미 다른 인원들은 전부 와 있었다.
그리고 13호는 들어오자마자 좌절하며 바닥에 엎드렸다.
“가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
좌절했다. 충격과 공포다. 실망이다.
13호의 마음 속을 무시무시한 감정들이 수차례 스쳐지나가며 그의 정신을 붕괴시켰다.
말도 안 된다. 이럴 수는 없었다.
눈 앞에, 라헤의 목소리를 내 그녀는... 라헤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라헤가 맞지만, 내가 아는 라헤가 아니다.
가슴이 사라져있었다. 어디 떨어졌나 싶어서 땅바닥을 둘러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떨어진 건 아닌 것 같다. 아니, 그야 당연했다. 패닉 상태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하아... 진짜 무슨 일이야... 한숨 밖에 안 나와......! 가슴 돌려줘...!”
“한숨은 제가 쉬고 싶네요.”
13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라헤는 가슴만 사라진게 아니라, 몸 전체가 작아져 있었다. 데포르메 같은 말이 아니라 완전히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팔다리는 아이답게 짧고 가녀렸으며, 본래의 라헤의 가슴께 밖에 오지 않는 키의,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유녀라고 봐도 좋을, 대충 10살 남짓 되어 보이는 밝은 상아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그곳에 있었다.
라헤는 어린애가 되어버렸다!
충격이다!
내 인생의 진리인 그 가슴이 사라져버렸다!
오늘 내 인생의 하나는 끝났고, 세상은 멸망했다.
“어째서 저보다 당신이 더 좌절한 거 같죠?”
“좌절할만 하지! 나는 오늘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렸는데!”
“제가 어린애가 된 거랑 당신의 인생이 무슨 상관이 있길래....”
구체적으로는 열세 페이지 분량의 고찰과 고심 끝에 발견한 가슴도(道)와 내가 살아갈 의미와 인생의 진리가 지금 이 순간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슬프다. 이제는 죽는 것밖에는 남은 게 없나. 죽자. 목을 매는 건 무서우니 편안하고 안락하게 복상사가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라헤가 받은 저주는 ‘어린애가 되는 것’ 같다.
라헤는 어린아이의 모습인데도 공주님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어린애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이지만(애초에 뭔가 이상한 마음을 품으면 범죄다), 크면 확실히 미인이 될 거란 생각이 드는 모습이다.
다만 어린애인데도 본래 라헤처럼 차갑고 진중한 표정을 짓는 것이, 위화감이 장난이 아니다만.
라헤의 시선이 옆에 서 모포로 몸을 둘둘 말고 있는 체크를 향했다.
“체크도 큰일이네요. 옷을 입을 수가 없대요.”
“그런 멋진 저주가.”
“......13호, 니 그 입 싸물래이...아주 그냥 쥑이삘테니.”
옷을 못 입으니, 대신 모포인 걸까. 모포 아래가 신경 쓰이네.
라헤의 문양은 목덜미에, 체크의 문양은 치골 부근에 있었다.
약체화라고 하는데, 라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건 손실이 너무 컸다. 몸이 작아지니 맞는 옷이 없어 몸보다 큰 셔츠 한 장만 딸랑 입고 있는 라헤의 모습을 보자면, 애용하던 칼조차 들 수 없을 것 같았다.
약체화라고 할까, 실질적으로 무력화 된 게 아닐까 싶었다.
대장급을 이렇게 만들다니, 새삼 【시궁쥐】의 계획에 감탄했다.
‘메르는......?’
벽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는 메르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녀의 문양은 뺨에 나 있었는데, 별 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의 저주일까?
“아리아. 이건 원래의 예지에는 없었던 거죠?”
[그렇습니다, 대장.]
아리아는 노트에 내용을 써넣으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아리아에게서 이와 같은 내용은 들은 게 없다. 아리아의 능력은 파격적이지만, 원하는 만큼 뽑아 쓸 수 있는 게 아니니 어쩔 수 없다.
“13호, 저주라고 했나요. 잘 알고 있습니까?”
“몇 번 보고 들은 정도지만. 쓸만한 내용은 없을걸.”
“그런가요.”
라헤가 실망한 듯 중얼거렸다.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시궁쥐】가 무엇을 하든 막는 건 불가능해졌다. 애플의 책략이었던 걸까. 아주 완벽하게 무력화를 해주셨다. 스페이드도 아리아도 체크도, 라헤 만큼은 아니지만 싸우기에는 나름 치명상이 되는 저주를 입어버렸다.
제대로 된 반항도 하기 어려운 지금, 【시궁쥐】들이 쳐들어오기 전에 몸을 숨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
【시궁쥐】는 포기해야한다. 7번대는 패배했다.
나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라헤는 외려 힘차게 선언했다.
“내일 저희는 【시궁쥐】의 아지트에 쳐들어갈 겁니다.”
“?! 무슨 소리야?!”
“협회 본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지트 위치는 ‘정보상’ 로아에게서 이미 전달받았으니 상관 없습니다. 다만 더미로 보이는 아지트도 있으니, 한 지점 당 하나의 지부가 도맡아, 일제히 쳐들어갈 겁니다.”
“잠깐. 잠깐만 라헤! 지금 네 상태를 알고 하는 말이야?”
완전 어린애가 되어버린 몸으로, 싸운다거나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라헤는 그런 내 생각을 코웃음치며 흘려넘겼다.
“제가 어린애가 되고, 제 부하들이 저주에 걸려 약해지고... 이건 분명 제 지휘미스를 탓할 만한 일이겠죠.”
“이건 솔직히 불가항력이었고... 근데 이 상태로 적진에 쳐들어간다는 게 지휘미스겠지.”
“그렇지 않습니다.”
라헤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희가 약해졌다고 해서 빌런이 가만히 지켜봐주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히어로인 저희의 본분은 빌런들의 행패에서 힘이 없는 일반인들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게 어떤 때가 되더라도, 저희의 몸이 갈게 다져지고 가루가 되더라도 말이죠.”
아무리 그래도 승산 없는 싸움이다. 굳이 이런데 싸움을 거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라헤는 굳세게 회의실의 모두를 돌아보고, 당당하게 말했다.
“히어로가 약해졌다고 히어로의 본분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몸을 던져서라도 시민들을 부당함과 부조리에게서 지킨다... 그게 저희의 일입니다. 그러니, 이런 상태가 되었다고 해서 작전을 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그건 흔들림 없는 신념이 담긴 말이었다.
천칭자리의 은혜를 받아, 흔들림 없는 천칭을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라헤다운 말이었다. 어린애의 모습이어도, 라헤는 라헤라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물론 그 내용에 13호가 동의하는지는 둘째치고라도 말이다.
“그보다 선수를 뺏긴 이상, 시간을 끌면 사태가 더 안 좋아지기만 합니다. 가망성이 적더라도 최대한 빨리 이 빌런들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아내고, 저지해야만 합니다.”
히어로로서의 사명을 믿어 의심치 않는 라헤에게선 이 승산 없는 작전을 포기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 이대로 두면 안 된다.
이대로 보낸다면 히어로는 그냥 당할 뿐이다... 전멸 당하는 미래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라헤의 가슴을 다시는 못 봐...! 만질 수도 없어!'
어떻게든 히어로들을 살려야 해... 이 녀석들한테 저주를 풀고,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13호의 안에 의지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