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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화 〉#20 카지노에는 무시무시한 여자가 산다(4) (98/271)



〈 98화 〉#20 카지노에는 무시무시한 여자가 산다(4)

‘13호...?’

멍한 머리로, 스페이드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모습을 드러낸 13호를 쳐다보았다.

갑작스런 13호에 등장에, 스페이드와 몸을 겹치고 있던 로아의 몸이 굳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며, 13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야, 즐거운 광경이었어. 이왕이면 좀 더 지켜보고 싶었는데, 이 이상 가면 스페이드한테 이상한 버릇이 생길 것 같아서. 내게 남의 색으로 물드는 것도 조금 불만이고.”

“어, 어떻게 네가 여기 있는 거지?! 분명 징벌방에서 고문 중일 텐데...! ......그래, 그렇구나. 멍청한 부하들이 놓쳤단 거지? 이래서 남자 새끼들은... 그냥 내 친위대 애들한테 맡겨놔야 했어!”


“좋네. 나도 징그러운 남자들이 아니라 귀여운 여자들한테 둘러싸이는 편이 좋은데.”

“움직이지 마!”

능청스럽게 말하며 다가오려는 참모에게, 로아는 날카롭게 외쳤다.

그녀의 눈은 13호를 노려보고 있었고,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옆에 있던 책장에 올려둔 호신용 총을 손에 들고 겨눈 상태다.


“침대 옆에 그런  두는 거야? 무서운 여자네.”


“흥...! 여유로운 척하기는.”

로아는 격정의 표정을 가라앉히고 심호흡을 했다. 안 된다, 안 돼. 이해가  되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흥분해버렸다. 항상 고상하고 우아하게. 그게 정보상이자 이 카지노의 여왕인 로아에게 어울리는 자세다.

잠시 감았던 눈을 뜨고 나니, 시야가 한층 냉정해졌다. 13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다. 총을 경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로아는 손을 뻗어, 근처에 놓아둔 호출용 리모컨을 들었다.

“지금 벨을 울렸으니~,  친위대 애들도 올 거야. 히어로 부대보다도 믿음직한 각성자들이라고? 너 따위에게 과분하니까 일부러 꺼내지도 않은 애들인데....”

그녀의 친위대는 네 명의 각성자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사람 한사람이 히어로로 치면 B~A급은 되는 실력자이다.


불찰이다. 그녀의 정보에 따르면 13호는 전성기 때의 능력은 낼 수 없지만, 아무래도 교접한 인원의 능력을 빌려 쓰는 것 같다고 한다. 고출력 전기충격기로 무력화시켰으니 충분할 거라고 안심해버렸다.

아니, 애초에 이 녀석의 구속을 맡긴 남자놈들이 한심한 게 문제다. 기껏 손수 무력화까지 해줬더니, 그걸로도 부족한지 이렇게 당당하게 놓쳐버리고. 각성화 수술까지 받았으니 충분할 거라고 생각한 게 문제다. 남자 새끼들의 한심함을 얕잡아봤다.

그래도 이제 친위대들이 오면  녀석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 설령  녀석이 스페이드 급의 능력을 쓸  있더라도, 한사람 한사람이 스페이드보다 아주 조금 떨어질 뿐인 친위대가 한꺼번에 달려들면 맥도 못추릴 것이다. 아니, S급 히어로라는 대장급이 오더라도 분명 문제는――


그녀의 사고는 다음 순간 이어진 13호의 말에 강제로 멈추게 되었다.

“벨? 무슨 벨?”

“여기 이 호출벨이 안 보이나 봐~? 지금 옆 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제 귀여운 친위대 아가들이 지금 바로 당신을 잡으러 달려올 거라고~. 후후... 내 이런 모습을 눈에 담은 대가로 일단 그 두 눈을 뽑아줄게~. 다음으론 사지를 절단하고, 말을  수 있게 목과 입만 남겨두겠어~. 우리 유진이의 세뇌 키워드는 말하게 해야하니까~.”


“끔찍하네... 사람은 좀 더 소중히 다뤄달라고.”


“푸흡. 웃겨~. 네가 사람이야? 빌런이잖아~. 거기다 남자잖아~. 버러지만도 못한 걸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웃기지~.”

“좋아, 결정했어. 일단  말버릇부터 고쳐줘야겠다. 내 아래에 있는 몽둥이로 열심히 반성하게 만들고 두  싹싹 빌면서 용서를 구하게 만들어주겠어. 각오하라고.”

“......천박해라~. 이래서 남자들은 금수만도 못하다는 거야~ 여자를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약을 써서 부하를 늘리려는  같은 재수없는 여자보다는 나아.”


“어머머머~. 재수 없다니~ 나를 말하는 거야~? 상처 받아아~?”


13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있잖아, 내가 아는 너는 여자를 좋아하긴 해도 이렇게 떨어질 대로 떨어지진 않았거든? 솔직히 말해줄래? 애플한테 뭔가 영향을 받은 거지? 그렇다고 하면 참작해 줄 여지는 있어.”

“진짜 웃겨~. 네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런 소릴 해~?”


로아가 차가운 눈으로 코웃음 쳤다.


“확실히 조금 개방적이 된  같긴 하지만, 난 원래 이런 여자야~ 남자는 싫고, 여자애들이 좋아~.  취향인 여자애는 무슨 수단을 써서도  것으로 만들 거야~ 불만 있어~? 이게 나야아~.”

애플에게 세뇌와 최면으로 뭔가 조작을 당했을 수도 있다. 스페이드와 13호에게 심한 짓을 하도록. 하지만 그렇더라도 근본은 같다고, 애초에 이런게 로아의 바람이었고 뜻이었고 행동방침이었다.

13호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 발 한 발 로아와 스페이드가 있는 침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나도 이제 마음 편하게 널 조교할 수 있을 것 같아.”


“뭐~엇? 너 진짜, 선을 넘는 것으로 모자라서 재롱까지 부리는 구나~? 이 누나는 정말이지 무서~운 사람이라,  봐준다~?”


“나보다 3일 일찍 태어난  가지고  누나야.”

“누나지~.  몸에 누나의 무시무시함을 새겨줄 테니까~아. 그보다 내 생일 알고 있었구나~. ......그 이상 가까이 오지마~ 얌전히 내 친위대 애들을 기다리면 조금쯤 봐줄 수도 있으니까~. 아니면 내가 이 총으로 쏴주길 바라는 거야~?”

“아니, 아픈  싫은데.”


13호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당당하게  팔을 벌렸다. 쏴볼테면 쏴보라는 듯이.

“근데 그 친위대란 건 언제 오는 거야?”


“바로 옆 방이니까, 금방 올――”

문득, 로아는 이상함을 느꼈다. 어째서 아직까지 아무도 오지 않는 걸까? 호출하고 나면 10초 이내로 달려오도록, 그렇게 교육시켜놨는데.

“애초에 벨이란 게 어딨어?”

“여기 지금 내 손에... 안 보여~?”


“글쎄. 내 눈엔 「뭔지 모를 장난감」을 든 것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

저게 무슨 소릴까? 지금 자신이 손에 든 게 친위대를 부르는 호출벨이 아니면 뭐라는 거지?

로아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리모컨을 든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

...................................................어?

‘이게, 호출벨...? 호출벨이, 어떻게 생겼더라...?’

손에 든 건 익숙한 리모컨이 맞다. 그런데 이게 호출 벨이었나? 애초에 이건 무슨 리모컨이었지? 아, 그러고 보니 버튼을 누르는 걸 깜빡했다. 그런데 무슨 버튼을 눌러야 하지? 버튼을 누르면 무슨 일이 일어나?  나는 이걸 들고 있을까? 왜 이걸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들고 있지? 친위대를 부르는 호출벨은 뭐였더라? 뭘 봐야 하지? 뭐지? 왜 이렇지? 호출 벨은 어딨어?   이런 「장난감」을 손에 들고 있지?

“.......................뭐, 야?”


로아의 사고에 공백이 생겼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저 남자가 나타났을 때부터 이상하다. 뭔가 사고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제대로 정리가 되질 않는다.

“그래서, 그 친위대는 언제쯤 와?”

13호는 느긋하게 물으며, 천천히, 하지만 착실히 다가왔다.

로아는 공포를 느꼈다. 13호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마주대하는 듯한 감각에 오싹해졌다. 온 몸의 땀샘이 열리고, 식은땀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반사적으로 총구를 13호에게 똑바로 향한 채,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13호는 아랑곳 않고 다가왔다.

“아, 안 보여?! 치, 친위대가 없어도 너 따위는 이 총이면  방이거든?!”

13호는 아랑곳 않고 다가왔다.

“여자라고 우습게 보는 거야? 이, 이 거리면 빗맞추기가 어려워! 맞출 수 있다고!”


13호는 아랑곳 않고 다가왔다.

“오, 오지 말라니까... 오지 마... 안 돼...!”

13호는 아랑곳 않고 다가왔다.

총을 둔 로아의 손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마구 떨렸다. 총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공포에 젖은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뭘까, 이 공포감은.

뭘까, 이 마음은.

“쏴보지 그래?”

 앞에 다가온 13호는, 총구를 손으로 잡아 자신의 심장에 가져다 대었다. 이제는 조준도 필요 없다. 13호가 말한대로 쏘기만 하면, 이 남자의 목숨을 사라진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고.


이미 한참 전부터 쏘려고 했다. 다만 쏴지질 않았을 뿐이다. 방아쇠에 걸린 손이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다. 애초에 총을 쏘기 위해 방아쇠를 당긴다는 행위 자체가, 어떻게 하는 건지 까먹어버렸다. 총이란 건, 어떻게 쏘는 거더라...?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게 뭐야.......”


로아는 망연자실했다. 손이 총을 놓고 스르륵 떨어지는 것을 보고, 13호는 히죽 웃었다.


“이야~ 큰일 날 뻔했어. 아리아가 미리 예지해주지 않았다면 분명 그대로 당했겠지. 예지도 만능이 아니라더니, 거기서 전기충격기가 나온다는 얘기는 못 들었거든. 튜닝해서 삐끗하면 목숨도 앗아갈 정도의 출력이던데. 진짜 큰일 날 뻔했다니까.”

“이해가 안 돼... 어째서... 어떻게 징벌방에서 빠져 나온 거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빠져나온 게 아니야. 애초에 안 갔어, 징벌방.”


무슨 소리일까 그게.

“그야 나는 당하지 않았으니까. 너한테도, 네 전기충격기에도.”

“무슨 소리야! 분명히 내가  손으로, 너를 지져버렸다고! 확실하게 기절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지졌다고!”


“야... 좀 더 소중히 대해달라고. 사람의 마음이란 게 없는 거냐, 넌.”


“장난치지마! 개소리! 목젖을 뜯어버리기 전에 당장 사실대로 불어!”


까칠하긴. 할 수도 없으면서. 13호는 가볍게 혀를 찼다.


“전부 다 네 착각이었다는 뜻이야. 난 당한 적 없고, 너는 나를 쓰러뜨렸다고 착각했을 뿐이라고.”


“착각, 이라니....”

환각? 아니, 아니다. 13호에 대해서 애플에게 전해듣지 않았는가. 능력을 잃은 그가 사용하는 무기에 대해서, 똑똑히 듣지 않았는가!

“세뇌......! 당신, 나를... 도대체 언제........”

13호는 정답이라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너한테 보여줬던 사진,  기억해줄래?”

“사진... 이라면.”


교섭 내용으로 내밀었던, 스페이드의 사진. 자신은 사진의 한 조각도 잊지 않도록, 뚫어져라 쳐다봤었다. 지금도 떠올리려면 떠올릴 수 있다. ......설마?!


“어떻게, 사진으로... 세뇌...? 말도 안 돼....”


“말했잖아, 도로시 특제라고. 염사(念寫)를 응용하고 그녀만의 기술을 이용해 색의 배합이나 픽셀을 조정해서 세뇌파를 배합해냈다... 뭐, 대충 그런 이론이야. 말로 설명하는 것보단 체험하는 게 빠르지?”

말도  돼. 그럴 리가 없어.

“뭐, 그렇게 되었다는 거지. 아쉽게도 그것만으로는 세뇌의 깊이가 약해서, 조금 번거롭지만 내가 당했다고 ‘착각’하도록 세뇌하고... 이래저래 해서 지금까지 온 거다, 이 말이야. 알겠지?”


“아냐...... 아니야... 내가,  따위한테....”

“실례네. 하지만 지금 나한테 거역할  없는  그 증거잖아?”


 말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걸 인정할 수는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

13호는 로아를 침대 위로 밀어 자빠뜨렸다. 스페이드는 두 사람에게서 거리를 두듯 멀찌감치 침대 끝으로 피난해있었다.

“지금 이 방에 피워진 것도 단순한 미약향이 아니라, 세뇌약을 섞어놨어. 이제 충분히 밑준비가 됐겠지.”


“이거...... 놔. 남자... 따위가.......”


“너무한 말 그만해. 지켜보기만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너무 에로한 거 아냐? 이제 완전히 떨어뜨려 줄테니까.”

“싫어...... 그럴 수는....”


그럼 잘 먹겠습니다.

13호는 선언하며, 로아의 두 손을 자신의 손으로  눌러 저항하지 못하게 구속하고, 그대로 입술을 겹쳤다.

그게 스위치가 된 것인지, 로아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걸 느꼈다.

웁...... 후읍... 웁....

혀가 얽히고, 타액을 교환한다. 13호는 속옷을 밀어올리며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커다란 유방을 난폭하게 주물렀다. 이미 한껏 민감해진 로아의 지체가, 그 손놀림에, 남자에게 당한다는 수치에 부들부들 떨렸다.


긴 키스를 마치고 입술을 떼자 얇은 타액의 실이 이어졌다.


로아의 눈에서 저항의 의지는,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자, 기억해라, 로아. 그 사진에서 네가 봤던 글자를.”

사진. 글자.


그렇다. 자신이 봤던 스페이드의 사진. 그 사진을 떠올리면, 어떤 글자도 자연스레 함께 떠올랐다. 서브리미널 효과 같은 그런 걸까....

로아는 기계처럼 천천히 입을 열었다.

“Be...... a... DOLL(인형이 돼라)....”


13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게  키워드다. 잊지 않도록 해. 이제 너는 내 인형이자, 내 육노예이자, 내 것이다... 알겠지?”

로아는 눈물과 함께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입술을, 13호는 다시   덮쳐, 자신의 타액을, 욕망을 흘려넣었다.



* * *


하윽... 히익... 꺄으응.......

음란한 향기가 가득한, 어스름한 방 안.


달콤한 여성의 교성이  안을 가득 메울 듯 울려퍼졌다. 13호는 그 교성을 즐기며, 고급스런 장난감을 다루듯 로아의 몸을 핥고, 주무르고, 희롱하고 능욕해나갔다.

‘구, 굴복할까 보냐... 안 돼.......’

13호의 손길에 희롱당하는 로아는, 입술을 깨물며 13호의 애무를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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