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20 카지노에는 무시무시한 여자가 산다(3)
달콤한 향기. 마치 요람에 안긴 듯한 부드러움과 따스함.
그러한 감촉 속에서, 스페이드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어?”
어스름한 조명 아래서, 스페이드는 천천히 눈을 굴려 주변을 살폈다. 여긴 어디지? 처음 보는 방인데....
머리가 멍하다. 어지럽다. 그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왜 자신은 여기 있는 것인지, 생각하다보면 안개속을 헤매는 것 같아 지쳐버린다.
‘......................13호.’
맞다. 13호. 13호는 어디있지?
‘몸이 이상해.’
몸은 움직여진다. 그런데 어쩐지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에 오싹해졌다. 손가락이라는 게, 손이라는 게, 팔이라는 게, 다리라는 게 이렇게 움직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머리가 멍하다――
“어머, 드디어 일어났구나~. 기다렸잖니~♥”
“당......신.”
로아.
그녀의 얼굴을 보자 사고가 딱딱 맞추듯 들어맞기 시작했다. 맞다. 자신은 13호를 따라 이 카지노에 왔고, 그리고 능력 때문에 몸이 마비되고... 다음엔 약을 억지로 들이마셔서....
“윽....”
“어머, 움직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어지러워서 토할지도~.”
“약...? 나한테... 무슨 짓을....”
“머리가 멍하지? 마약 종류긴 한데 몸에 나쁜 영향은 없어~ 금방 기분 좋게 될 거라구~. 후후~.”
로아는 가학적인 시선으로 스페이드를 내려봤다.
고급스런 침대에 눕혀진 스페이드는, 지금은 검은색 속옷만을 착용한 상태다. 고급스런 느낌이 드는 프릴이 달린 요염한 속옷은, 아직 따기 전인 과실 같은 순수함을 머금은 스페이드의 풋풋함과 어울려 사람을 홀리는 묘한 향기를 풍겼다.
로아는 여성스런 손가락을 스페이드의 비부에 가져갔다.
“응.......”
스페이드는 저항하지 못하고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비부를 속옷 위로 쓰다듬는 것으로 시작한 손은, 이내 스페이드의 몸 구석구석을 진찰하듯 매만지고 더듬고, 코를 박아 냄새를 맡고 이빨로 깨물거나 했다.
그 모든 애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스페이드는, 달콤한 신음소리를 흘릴 뿐이다. 묘한 향기가 방 안에 떠돌고 있다. 이 향기를 맡으면 맡을수록, 자신이 점점 음란해져 가는 것을 느낀다....
“후후, 미약향도 잘 먹는 것 같네. 초조해하는 게 보여....”
로아는 즐겁게 웃으며 스페이드의 젖기 시작한 음부를 속옷 위로 꾸욱 눌렀다.
“응읏?!”
이번에는 스페이드를 달콤한 사탕마냥 찬찬히 핥아가기 시작했다. 분홍빛 혀, 여성스러운 아름다운 얼굴이 자신을 핥아간다는 이 상황에, 스페이드는 몸이 점차 달아오르는 게 느꼈다.
아니, 아니다. 몸은 깨어났을 때부터, 이미 불을 놓은 것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로아가 그녀의 배와 배꼽을 핥았다. 속이 비쳐보이는 야한 속옷 상의를 밀어올려, 드러난 그녀의 모양 좋은 가슴과 유륜, 유두를 핥고 빨고 으득 깨물며 괴롭혔다.
히잇...... 햐응.......
아아, 기분이 좋다. 뭘까, 이건. 스페이드는 멍한 머리로 그렇게 생각했다.
저항해야한다고, 어서 벗어나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그녀의 몸은 그녀의 의지를 따르지 않는다. 분명 몸은 움직이는데, 이성이 아닌 본능이 시키는 대로, 그저 로아가 그녀를 범하기 편하게 몸을 열어줄 뿐이다.
“달콤해,.. 귀여운 아이....”
“아.......”
봉긋 솟은 유방에서 입을 뗀 로아가, 스페이드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새하얗고, 건강미 넘치는 피부. 필요 최소한도의 화장만을 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 정도의 섬세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그녀는 가지고 있다.
멍한 눈으로 그런 로아를 바라보던 스페이드는, 천천히 정신을 차린 듯 눈에 힘을 주었다.
“13호는... 어디 있어.”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글쎄. 지금쯤 그 아이도 이리저리 귀여움 받고 있지 않을까? 좀 아프겠지만... 네 세뇌의 ‘문’을 여는 키워드를 불면 바로 연락하라고 했거든. 실수로라도 죽여버리진 않도록 잘 지시해뒀으니 안심해~. 뭐, 손가락 발가락 몇 개 쯤 날아갈지도 모르지만.”
“당신...!”
“어머나, 근데 걱정하는 거야? 그 녀석 빌런인데~? 정의의 히어로가 빌런 같은 거 신경 써줘도 돼~?”
“알게 뭐야! 당신도 그 놈도 엄청 싫지만, 적어도 당신보단 그 놈이 나아!”
입가에선 침이 흐르고, 눈은 촉촉이 젖어있으면서도, 그녀는 지지 않겠다는 듯 로아를 째려보았다.
그렇다, 바로 이 눈이다.
타오르는 불길을 머금은 루비처럼 새빨간 눈동자에는, 어떤 것에도 지지 않을 것만 같은 순수하고도 굳센 빛이 보였다. 그녀의 순수한 마력과 같은 색.
로아가 늘 보아오던, 감사함도 꿈도 희망도 잃고 미련함과 불만에 가득찬 사람들의 탁하고 어두운 눈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빛이다. 이 정도로 순진한 아이가 아직도 이 세상에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아아, 이 눈을 가지고 싶다.
아아, 이 아이를 가지고 싶다.
내 것으로 만들어서, 무엇보다 이 순수함을, 이 깨끗함을――엉망진창으로 더럽혀주고 싶다.
내 손으로!
오로지 내 손으로!
내가 직접 더럽혀주고 싶다!
‘하아앗......! 상상만으로 가버릴 것 같아~......!’
“읍.......”
로아는 스페이드의 입에 입을 맞췄다. 자신의 것으로 스페이드를 채우겠다는 듯, 혀를 집어넣고 그녀의 입 안을 유린한다 달콤한 타액을 뺏고, 자신의 타액을 흘려넣어주며, 잘 섞어서, 그대로 그녀의 목 너머로 밀어넣는다.
“하아....... 하....”
기나긴 키스를 마치고 호흡곤란으로 거칠게 숨을 내쉬는 스페이드는, 뺨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미약향이 충분히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약에 대한 내성이 약하구나, 이 아이.
“어머나어머나, 호기롭게 말한 것치곤 벌써 얼굴이 풀렸는데~.”
“아냐...... 그렇지....”
“만약 13호가 그대로 고문으로 죽어버리고... 내 손이 기분이 좋으면 얼마든지 내 것이 되어도 되는데. 평생 귀여워해줄게~.”
“......시끄러워... 이런 거, 전혀 기분 좋지 않거든...?”
“어머머... 아쉽네. 아가는 가득가득 기분 좋아졌으면 하니까~ 잔뜩 풀어진 얼굴도 더 보고 싶고~. 좀 더 괴롭혀줄까?”
로아는 스페이드의 양 팔을 만세를 시키듯 벌리고, 그 위에 올라타 그녀의 가슴에 손을 댔다.
“있지, 그거 아니? 유두는 이렇게 덧바르듯이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
히익.... 햐윽...
“몸 안쪽에서 오싹오싹~하고 뭔가 올라온다~?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구~? 그리고오~”
꺄읏... 히악....
“끝부분을 덧칠하거나~.”
아앙... 하으윽....
“조금 강하게 튕겨보거나~.”
히잇.... 꺄읏........
“간질간질간질~♥”
아으으응... 꺄아앙....
“어때~에? 기분이 좋니~?”
유두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로아의 손길에, 미약으로 인해 한껏 몸이 달아올라있던 스페이드는 퍼득 경련하며 가버렸다.
스페이드의 온 몸에 구슬 같은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가랑이 사이에는 눅진한 국물이 흘러, 침대의 고급스런 시트를 방울방울 적셔갔다.
“후후, 가버렸구나~. 기분 좋았나 보네~.”
“누...... 가... 아응...♥”
스페이드는 부정하려 했지만, 로아가 슬쩍 몸을 더듬자 칠칠맞게 교성을 흘리며 그녀를 기쁘게 해주었다.
“그럼 이번엔 콩이랑 갈라진 곳을 괴롭혀줄게~♥”
“안 돼...... 그만...!”
로아는 이곳저곳을 애무당하고 절정해버려 힘이 빠진 스페이드의 몸을 억지로 일으켜, 브라와 팬티를 벗겨냈다. 그리고는 알몸이 된 그녀에게, 새로운 옷을 입혀주었다. 일체형의 수영복이었다.
딱 달라붙는 수영복이 잔뜩 민감해진데다 발기한 유두를 눌러서, 그저 입고 있는 것만으로 자극이 왔다. 조금만 몸을 움직이려하면, 까끌까끌한 안쪽에 유두가 쓸려, 기분 좋았다.
“그럼 이제 담궈줄거야~. 한가득 채운 미약풀로 아가의 온 몸의 감도를 높여줄게~.”
“으.......”
로아는 사람을 시켜 방 안 한 가운데에 물을 담은 욕조를 옮겼다. 로아가 스페이드를 끌어 안고 안에 들어가자, 끈적끈적했다. 그냥 물이 아니다. 그녀의 말대로... 미약이 함유된 물인 것 같았다. 혹은 순수한 미약 그 자체거나....
“앗, 히앗, 아, 아응... 그만... 아..... 앗...”
“후후... 아가 목소리가 점점 달콤해지잖니~ 기분 좋은 거구나~.”
“아, 아냐... 이거, 아냐....”
아냐, 아냐, 라며 부정하듯 스페이드는 연신 고개를 저었지만, 그녀가 한계까지 민감해진 것은 한 눈에 보기에도 명백했다.
미약풀에 로아의 품에 안긴 채 담궈진 스페이드는, 그대로 저항다운 저항하나 해보지 못하고 로아의 손에 온 몸을 애무당했다. 안 그래도 수차례 절정하며 민감해진 몸이 미약으로 더욱 더 달아오르니, 이제는 손이 스치기만 해도 가버릴것만 같은 쾌감이 쿵쿵 그녀의 머리를 때리고 있다.
미약풀의 냄새가, 맛이, 감촉이 그녀의 오감을 지배한다. 이미 머릿속에 이성은 조각조차 남아나지 않는 것만 같다.
‘안 돼...! 정신... 차려... 나...!’
“어때~♥ 미약으로 반들만들 매끈매끈한 천 위로, 클리랑 유두 문질문질 하는 거어~ 좋지~? 아가도 분명 좋아할 거야~.”
“하, 하나도... 안 좋아...아아응...!”
“그치만 목소리는 이렇게 달콤한데~ 몸은 덜덜 떨리고, 유두는 수영복 위로도 보일 정도로 빨딱 세우고~ 귀여운 걸~.”
아앙.... 항.... 꺄으으으읏... 히아악...
로아는 집요하게, 미약으로 흠뻑 젖은 수영복의 천 위로 스페이드의 유두와 비부를 괴롭히길 계속했다. 수영복의 안감이 잔뜩 발기한 유두와 음핵을 긁어내듯 쓸릴 때마다, 스페이드는 기분이 좋아서 머리가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스페이드에게선 반항의 의지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참아보려 애쓰던 모습도 온데간데 없이, 손을 대면 댈 때마다 불타오르는 관능과 쾌감에 사랑스런 목소리로 울 뿐이다.
‘너무 귀엽네에~♥’
“이제 머리가 바보가 되어버린 거 같지이~. 앙앙거릴 수 밖에 없게 되었구~. 조금만 더 바보가 되면~ 우리 침대로 가자~♥”
로아는 그 모습을 즐기며, 슬슬 마지막 단계를 준비하기로 했다.
“수고 많았어~ 아가, 기분 많이 좋아졌지~이?”
완전히 옷을 벗겨버리고, 알몸이 되어버린 스페이드를, 로아는 침대 위에 던져놨다. 스페이드는 인사불성이 된 채 기절하는 것도 허락받지 못하고 헥헥거리며 달아오른 몸을 견딜 뿐이다.
로아는 스페이드의 보지에 자신의 보지를 문대며, 음순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감촉을 느끼며 즐겼다. 이미 몇십 번이나 절정해버려 뜨겁고 질척해진 음순은, 기대하며 잔뜩 달아오른 자신에게 감미로운 자극을 주었다.
“아가, 본명이 유진이지? 천유진. 나는 정보상이니까 모르는 게 없어~. 아가에 대한 건 잘 알고 있어~.”
아윽..... 하앙....
“그런 유진이의 모든 걸 내가 갖고 싶어~ 그러니까 어때~ 우리 결혼할까~?”
히익....... 하으으윽...!
“어머나, 기뻐해 주는 것 같아서 나도 기뻐~. 그럼 일단 내 보지 맛도 잘 기억해주――”
“......쳐.”
로아의 말이 끊겼다. 스페이드가 부들부들 떨며 침대를 꼭 붙든 채로,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사납게 노려봤기 때문이다.
“닥쳐... 창녀야....”
벌써 그만큼이나 절정하고, 머리가 반쯤 이상해져도 이상하지 않은데... 실낱 같은 이성으로, 그녀는 로아에게 반항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로아는 입술을 핥았다. 아아, 지금 저 눈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로아는 스페이드의 다리를 끌어안고, 좀 더 자신의 보지를 맞대어 비볐다.
“하앗...... 기분 좋아... 아가, 얼만큼 나를 반하게하는 거니~ 넌 꼭 내것으로 해줄게~.”
하아아악... 힉.... 꺄아앗...
“기분 좋지? 기분 좋지? 이렇게나 뜨거워져선... 이제부턴 계속 내 거가 되는 거야. 내 색으로 물들여줄게~.”
히이이... 끼으응... 하악....
“먼저 일주일 정도 클리토리스를 집요하게 괴롭혀줄게~ 내 손에 닿으면 바로 가버리도록~ 내 손이 아니면 절대로 갈 수 없도록~.”
하응... 히응... 아아앙... 앙...
“다음은 어디가 좋을까~ 유두로 할까? 아니면 자궁 깊숙한 곳을 자극해줄까? 항문? 배? 배꼽? 입술? 어디가 좋을까~.”
“손님, 대여시간이 지났는데요. 슬슬 반납해주셔야 합니다.”
“아아, 정말~. 시간 연장 좀....... 해........”
순간,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이던 로아가 움직임을 멈췄다.
“어........................................................................................................”
등골이 오싹해지고,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 머리가 생각하길 거부했다.
끼기긱,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뻣뻣하게 목을 움직이고, 시선을 옮기니.
“이야, 손님께서 이렇게나 즐기시다니, 저도 보람을 느낍니다만. 그거 일단 제거라서요. 받아가겠습니다, 손님.”
그곳에선 13호가, 사지 멀쩡한 채 태평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조소를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