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19 히어로 코코는 유능하지만 짜증난다(2) (*참모 주의)
‘발소리, 둘...... 남자?’
지금 이 아지트에 있는 건 도로시와 참모 뿐일 텐데, 남자가 둘이라는 건 이상했다. 13호가 돌아온 걸까...?
“【그대는 새로운 옷을 입고 나서리이다――미라쥬】”
코코가 중얼거리니, 별안간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서류고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곳에 코코는 분명 그대로 있었다.
【미라쥬】는 신기루와도 같은 환상을 비추는 능력으로, 지금은 ‘아무도 없는 방’이라는 환상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참모인데, 능력의 주체가 그림자여서인지 그만큼은 그림자를 통해 실체인지 아닌지 알아본다는 것이다. 세세한 건 못 알아보지만, 적어도 ‘있는지 없는지’는 알아본다.
‘그러니까 열심히 숨어야겠네.’
어차피 시야에만 들어오지 않으면 들키진 않는다. 코코는 서둘러 책장 뒤에 숨었다.
벌컥,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에 들어왔다. 한 명은 익숙한 얼굴의 참모, 한 명은 본 적 있는, 빌런 13호.
돌아왔구나. 대장이 보내준건가?
『그래서, 도망친 게 이번 한 번이 아니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도대체 뭔 짓을 한 건지 매번매번매번매번 수갑도 구속도 맘대로 벗어버리고 도망칩니다.』
『능력을 쓴 건 아니고?』
『마력을 제한하는 구속구를 해두었는데요. 체크 양이나 스페이드 양이나, 다 문제없이 작동하지 않았습니까?』
『구속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거야? 그 여자한테 쓴 게 불량품일 가능성은?』
『당연히 도망칠 때마다 다른 걸 썼습니다. 쓰기 전에 제대로 작동하는지 제가 직접 몸으로 확인하기도 했고요.』
『감시카메라는? 영상엔 뭐라도 안 잡혔어?』
『전혀요. 거기다 도망쳤다고 추정되는 시간만 앞뒤로 영상이 잘려나갑니다….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13호와 참모가 두런두런 얘기하는 게 그대로 들려왔다. 아마도 도망친 코코를 얘기하는 것이리라.
바보들, 나 여기 있는데.
핫핫핫핫. 순순히 심문실이란 방에는 들어가주지만, 【미라쥬】를 이용해 구속된 것처럼 꾸몄을 뿐 한 번도 구속된 적은 없다. 바보들. 그림자를 보는 참모의 능력으로도 대략적인 실체만 보일 테니, 지금까지 들키지 않았다.
아아, 정말.
난 왜 이렇게 유능한 거야. 왜 이렇게 완벽한 여자인 거지. 그런데 왜 아직까지 어울리는 남자가 안 나타날까.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가, 안쪽의 문 앞에 섰다.
‘저기는 1급 비밀의 방...!’
13호는 주머니에서 파우치를, 파우치에서 자그마한 도장 같은 것을 꺼내, 방문 앞의 센서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은 안에 들어갔다.
‘저게 열쇠... 지문인식 장치 같은 건 페이크였나?’
어쩌면 숏컷용 키일지도 모른다. 쓸데없이 엄중한 잠금장치를 단번에 해제할 수 있는.
당장에라도 두 사람을 따라서 들어가고 싶지만, 모습을 숨기고 있어도 참모가 있는 한 들킬 염려가 있다. 코코는 초조함에 손톱을 씹으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 키만 뺏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나왔다.
뭔가 특별한게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13호가 들고 있는 백이 조금 묵직해진 게 보였다. 첩보부 소속의 눈이다. 못 알아볼 리가 없다.
그리고 파우치가 들어있는 주머니....
코코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해답이 보이는 느낌이다. 어떻게 13호에게서 그 파우치를, 저 비밀의 방에 들어가는 키를 빼앗을지, 이 짧은 시간에 약 47가지 정도의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미 손 안에 키가 들어온 기분이다.
후후, 역시 난 유능한 여자야.
코코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서재의 너머에서, 두 사람은 아직 나가지 않고 뭔가 두런두런 얘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 여자는 어떻게 할 거야? 찾을 수는 있어?』
『예, 뭐, 비장의 수단이 두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 마력이 조금 부족해서 안 되지만요.』
『지금 가능한 하나는?』
『이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참모가 꺼낸 것은, 여성을 본뜬 모양의 인형이었다.
완전 깬다. 다 큰 남자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인형을 들고 있는 모양새는 좀, 이래저래.
물론 사람의 취미나 취향에 대해 뭐라고 할 건 없지만, 아마도 저게 참모이기 때문에 특히나 역겹게 느껴진다. 흠, 역겹다.
『그게 뭔데?』
『예, 마력을 좀 불어넣으면요,』
참모는 인형의 뺨을 손가락으로 슬쩍 어루만졌다. 인형은 뭐로 만들어졌는지, 진짜 살 같은 감촉으로 참모의 손짓을 따라 부들, 하고 떨리는 게 보였다.
동시에,
“....................?”
코코는 자신의 뺨에도 묘한 감촉이 닿는 걸 느꼈다. 누군가의 거대한 손가락이,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듯한――
‘......설마.’
설마.
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
코코는 자신의 안색이 새파래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저런 건 없었는데?! 그야 매번 묘한 방식으로 자신을 찾아내거나 그림자를 이용해서 붙잡거나 그런 건 있었지만, 저 인형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게 맞다면....
코코는 필사적으로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참모는 그런 그녀가 보는 가운데 인형의 옷을 이미 완전히 벗기고 있었다.
『...? 인형 놀이에 맛들렸냐?』
『아뇨, 아뇨. 아라 양의 능력으로 링크시켜놓은 것 뿐입니다. 그 아가씨랑.』
이번에는 참모의 손가락이 인형의 목을 어루만졌다.
코코는 자신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감촉에 오싹오싹한 감각을 느꼈다.
『과연, 그러니까 이걸 만지면.』
『그 아가씨한테도 똑같은 감촉이 전해지는 겁니다.』
이번에는 가슴을 밑에서 들어 올리듯 어루만졌다. 그러자 인형의 가슴이 탱글 올라오는 것과 동시에, 코코의 가슴도 출렁 들려 올라간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이다. 가슴은 그대로 있다....
『13호님도 한 번 만져보실래요? 질감도 링크시켜놓은 도로시 특제품이라, 실제를 만지는 것과 느낌도 똑같습니다. 사이즈는 작지만요.』
『호오?』
이제는 13호도 달라붙어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흥미 삼아 사지를 이곳저곳 만져보거나 배를 꾸욱 눌러보거나 하는 정도에서,
‘핫.... 하아앗... 잠... 히익......?’
손길은 차츰 유방이나 둔부 등 그녀의 곤란한 부위들을 쓰다듬고 자극해나가고,
‘히익... 아, 아니... 고작해야 조금 만져지는... 걸론...?!’
알리는 없지만 클럽의 능력으로 몇 배나 민감하게 전해지는 감촉에,
‘하윽...... 힉...... 소, 소리는... 내면 안되으으아아읏......!’
온몸을 점하는 감각에 몸을 비틀며, 코코는 필사적으로 양손으로 입을 가려 소리를 죽인 채 몸부림쳤다.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겠다.
거기다 채내에서 마력이 삐걱대는 게 느껴졌다. 능력이 풀릴 징조다. 【미라쥬】는 섬세한 능력이니만큼 이 이상 정신이 흐트러지면 능력이 풀려버릴 지도 모른다. 큰일이다, 큰일.
‘버, 버텨야 해...... 햐읏... 제발 빨리 가버려 쓰레기들아아아.... 헤으으으윽......!’
『작은 게 흠이네.』
『등신대 사이즈로 만들어서 방에 넣어둘까요? 겸사겸사 저도 하나 가지고... 아예 인터넷 직거래로 뿌릴까요. 상세한 내용을 달아놓으면 비싸게 받을 수 있을 텐데.』
미친 놈들 아냐?!
만약 그런 게 양산 되어서 뿌려진다면... 만약 아래의, 거기까지 재현된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싹해졌다. 코코는 환영 너머에서 애원하는 눈길로 두 사람을 지켜봤다. 아무것도 없는데 온몸을 어루만져지는 감각이 실로 아찔했다.
『그런데 이걸로 어떻게 그 여자를 찾지? 그냥 느낌만 보내는 것 뿐이잖아. 쓸모 없을 것 같은데.』
그런 소릴 할 거면 그 가슴을 주물거리는 손가락부터 멈추고 해라!
코코는 신경질적이게 화를 내고 싶었다.
그보다 진짜 아슬아슬하다. 이제, 이대로면, 능력이....... 적어도 서류장에 가려져서 들키질 않길 바래야.... 그러려면 소리만이라도 참아서....
『일단 이게 있으면 멋대로 도망은 칠 수 없을 겁니다. 제 능력의 범위 밖으로 벗어나도, 제가 이걸 쥐고 있는 한 돌아올 수 밖에 없습니다.』
참모는 인형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정말 대량 양산해서 인터넷에 팔아버릴 거라고 협박해둘 거고요.』
참모는 인형의 옆구리를 간질이듯 자극하며 말했다.
『거기다 이대로 계속해서 괴롭히면 분명 마력이 흐트러지겠죠.』
참모는 인형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살살 집어서 들어 올리며 서류고 한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면 더 이상 능력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거죠. 맞습니까, 코코 양?”
그런 참모의 시선 너머, 서류고의 한구석엔, 능력이 풀려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코코가 바닥에 엎드린 채 부들부들 떨며 참모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 알고 있었냐... 이 망할... 개 같은 새끼.......”
여기에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아무래도 능력까지도... 다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코코는 분한 듯 이를 빠드득 갈았다.
참모가 인형의 다리를 벌려, 음부를 살살 문지르자 코코는 “햐읏” 귀여운 소리를 내며 몸을 웅크렸다.
“자, 그럼 어떻게 복수해드리면 좋을까요. 제 보물 외장 하드를 부순데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래저래 즐겁게 해주신 코코 양을 말이죠...?”
항상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언제나 마이페이스 포커페이스인 참모의 눈은, 이번만큼은 복수의 불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 *
히잇...... 햐읏....... 햐악...,...!
심문실에서, 괴로우면서도 열락에 찬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퍼지고 있었다.
“하악...! 그, 그만......! 그만해애...... 유능한 나한테에.... 무슨 짓이... 하으으으윽......!”
결국 서류고에서 모습이 드러나 버리게 된 코코는, 그대로 두 사람에 붙들려 원래의 심문실로 끌려오게 되었다. 끌려오는 동안 자신과 ‘링크’된 인형으로 끊임없이 희롱을 당하는 바람에 조금도 집중하지 못해서, 능력을 쓰지도 못하고 순순히 마력을 제한하는 수갑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수갑의 사슬이 천장에서 이어진 사슬에 묶여, 심문실 중앙에서 양 팔을 위로 한 채 구속되어 있다.
구속하기 전에 후드는 벗겨버렸다. 그러자 후드 아래서 배꼽과 어깨가 드러난 가죽 재킷과 핫팬츠 길이의 착 달라붙는 가죽 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가죽 자켓은 지퍼가 내려가 앞이 완전히 벌려져 있었으며, 팬츠는 팬티와 함께 허벅지 중간쯤까지 내려져 있었다
천장에 매달리는 형태로 무방비하게 드러난 코코를, 13호와 참모는 그 앞뒤로 선 채 희롱하고 있다.
“으흐흐흐... 제 보물의 원한... 잊을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제 방에 몰래 숨어들어서 코스튬 컬렉션들을 마구 찢어놓고 도망치신 것도, 저는 절대 잊지 않습니다....”
“히익... 그만... 진동...... 햐아아앙...멈춰엇......!”
코코의 옆에 쪼그려 앉은 참모가 귀기 어린 표정으로 마사지기를 그녀의 클리토리스에 지그시 눌렀다. 다른 한 손으론 보지에 꾸물꾸물 진동하는 딜도를 넣었다 뺐다하고 있다.
코코가 애원했지만, 참모는 그만 둘 생각이 없었다.
'......이 여자 큰일 났네. 참모를 화내게 만들다니.'
13호는 희미하게 동정의 마음이 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