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18 무술에 능한 히어로 체크는 OO에게 굴복한다(5)
체크는 미니 13호에게서 바이브레이터를 받아들었다. 스위치를 켜자, 부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살아있는 것처럼 눈 앞에서 꿈틀꿈틀 움직였다.
어쩐지 머리가 멍하다....
“침으로 한 번 적셔두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럼 아플지도 몰라.”
그런가... 그러려나....
체크는 멍한 얼굴로 바이브레이터를 바라보다, 천천히 입에 물었다. 고무 특유의 감촉과 맛과 냄새가 그녀의 구강과 비강을 자극했다. ......어딘지 익숙한 맛이다. 도로시의 실험실에 갇혀있을 때, 비슷한 걸 입에 많이 물었던 것 같다.
뭐지.............. 이상해.........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감각이 머릿속에 퍼져나갔다. 뭘까, 이 느낌은. 단순히 성감이 강화되었다거나 인체가 개조되었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피곤한 걸까.’
그렇다면 어서 가서 쉬고 싶다. 이런 바보 같은 짓, 한 시라도 빨리 끝내야지.
멍하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남은 손은 쉬지 않고 본인의 풍만한 가슴을 애무하길 계쏙했다.
“음...... 우음... 츄웁....”
충분히 적셨다고 생각되자, 입에서 바이브레이터를 빼냈다. 검은 빛의 그로테스크한 형상의 바이브레이터는, 타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며 빛났다.
팬티는 이미 내려두었다. 체크는 타액으로 젖은 바이브레이터를, 치파오 아래로 가져가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으윽?! 응......!”
이미 애액으로 젖어있던 따뜻한 보지 속에, 차가운 바이브레이터가 닿자 오싹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뇌를 두드렸다.
하아, 하아 가볍게 숨을 고르고는, 바이브레이터를 조금 더 안으로 밀어넣으며――스위치를 올렸다.
부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바이브레이터가 그녀의 꿀단지를 휘저으며 꾸물꾸물 움직였다.
응...... 아으응... 히응.......
뭘까, 이 감각은.
성감강화와 도로시의 개조로 인해 질 속도 몇 배나 민감해져있다. 그러나 지금 그녀를 지배하는 건 단순히 민감한 성감만이 아니었다.
뭔가가, 그녀의 세계를 뒤집는 것처럼.
마치, 준비된 듯 새 옷을 입히는 것처럼.
어쩌면, 도금이 벗겨지고 숨겨놓은 색이 드러난 것처럼.
분명하게도 뭔가가 그녀를 침식하고, 잠식하고, 물들여가고 있는 게 분명하건만, 지금의 체크는 그게 무엇인지 판단하고 사고할 여유가 없었다.
“...응......아... 앙......♥”
그녀의 한숨에 꿀이 떨어지는 듯한 달콤함이 섞여들었다. 사명감으로 시작했던 행위가, 점차 그녀 본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았다.
‘아이라...! 그런 기 아이다...!’
체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그런 생각을 부정했다. 한 때의 감정에 휩쓸리면 안 된다. 적어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하고 있다는 심지를 굳히면 무너지진 않으리라.
체크는 그렇게 믿으며 다시 한번 마음속 심지를 꼿꼿이 세웠지만, 질 속의 바이브레이터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머릿속이 점차 텅 비어갔다.
한 손으론 보지에 바이브레이터를 찔러넣고, 다른 한 손으론 살집 있는 유방을 주무르고, 바이브레이터의 진동과 쾌감을 견디며 덜덜 떨면서, 야릇한 한숨을 내쉬며 헐떡이는 체크의 모습을, 미니 13호는 즐거운 듯 빙글빙글 웃으며 지그시 바라보았다.
체크는 점차 뭔가 뜨거운 것이 가슴 끝에 모이는 걸 느꼈다.
“으...... 병... 모유병... 으디 있나...?”
“즐거운 것 같은데, 좀 더 즐기지 그래?”
“마...... 주디 싸무레이, 문디야....”
미니 13호는 아쉬운 얼굴로 상자에서 모유병을 꺼냈다. 모유병은 작은 유리병으로, 손가락 한마디 보다도 작은 사이즈다. 실린더처럼 눈금이 그려져 있었다.
그 짧은 팔로 모유병을 내밀자, 체크는 몸을 기울이고 손으로 유방을 아래에서 들어올려 정점에 선 돌기를 모유병의 입구에 대고는, 검지와 중지로 돌기――유두를 잡아당기듯 꼬집었다.
그러자 유두의 끝에서 조금씩 새하얀 밀크가 흘러나왔다.
“햐앗...... 응.......”
모유가 나오자, 찌릿찌릿한 쾌감이 그녀를 덮쳤다. 마치 남자로 치면 사정하는 듯한 쾌감이 느껴졌다. 중독될 것 같은 감각에, 체크는 멍한 얼굴로 몸을 떨었다.
유두에서 흘러나온 모유는 작은 유리병을 금방 가득 채웠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해.”
미니 13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유방에서 모유병을 떼고, 내용물을 흘리지 않도록 입구에 캡을 씌웠다.
두 개의 미션 중 하나는 완료했다. 이제 하나만 남았다.
체크는 멍한 얼굴로 의미 없이 고개를 몇 번 끄덕끄덕 하더니, 바이브레이터를 뜨거워진 보지에서 천천히 빼냈다. 그녀의 꽃잎이 바이브레이터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꿀렁꿀렁 닫혔다 열렸다.
쑤욱 빠진 바이브레이터에서, 투명하고 걸쭉한 애액이 또륵, 바닥으로 흘러 떨어졌다.
“후....... 하으....”
곁에 내려놓았던 체온계를 들어, 바이브레이터 대신 보지에 찔러넣고 스위치를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삐삐삐- 하는 기계음과 함께 결과가 나왔다는 신호가 울렸다.
꺼내보니, ■■도...... 합격이었다.
“좋아, 완벽해. 수고했다.”
미니 13호에게 체온계를 보여주자,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드르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셔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까 말한대로 이게 마지막 방벽이야. 이제 계단을 오르면 내가 있는 5층이다. 작고 커다란 방이 두 개 있는 구조고, 복도를 따라 안쪽의 커다란 사무실이 내가 있는 곳이야.”
“........그랴....”
체크는 혼이 나간 듯 멍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움직일 생각이 없는 듯 그대로 주저앉은 채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어예 이런 느낌이... 몸 속의 열기가 빠지질 않는데이....’
둥실둥실 떠 있는 기분. 제대로 설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지만, 차츰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고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체크는 꼼질꼼질 움직여 상의의 앞섶을 오므리고 끈을 묶어 정돈하고, 팬티를 끌어올렸다. 허벅지나 보지에 애액이 묻어있어 찝찝했지만, 닦을 게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대충 정돈이 끝난 후, 일어나 비척비척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계단을 오르니, 또 이상한 셔터가 나타나거나 괴상한 함정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복도 중간에는 작은 방이 있어, 문에 있는 유리창으로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험상궂어 보이는 남자들이 헤롱헤롱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잔뜩 묶여있었다. 아마도 【러비쉬】의 단원들. 여기에 이렇게 묶어놓은 모양이다.
체크는 구속된 남자들을 슬쩍 확인하고는, 흥미를 잃은 듯 안쪽의 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13호가 있을 터다.
13호가 있을 사무실의 문 앞에 선 체크는, 어깨에 멘 무기가 든 가방의 무게를, 손에 든 기다란 봉의 감촉을 재확인하며 심호흡을 했다.
아직 조금 전의 열기가 남아있다. 끝까지 가지 못해 애가 타는 기분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가라앉힐 때다.
스으- 차갑게 눈을 내리깔고, 도저히 사라지지 않는 감각을 의식 속에서 의도적으로 밀어내며, 체크는 눈 앞의 문을 발로 쾅! 차냈다.
* * *
쾅! 하는 성난 소리와 함께 사무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13호는 깜짝 놀라면서도, 기대했다는 듯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드디어 왔구나, 체크.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어.”
“그딴 소리는 저 아래 이상한 장치부터 치우고 해삐라, 문디가. ......그 가시나들은 먼저 왔던 히어로가?”
13호의 양 옆에 밧줄로 묶인 채 무릎 꿇린 두 히어로를 보고, 체크가 묻자 13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붙잡혀 있던 히어로들이야. 폭력적인 짓은 안했어. 조금 맛은 봤지만.”
전투복이 흐트러져 있는 걸 보아하니 무슨 짓을 당했는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두 사람의 복수를 하는 건 좀 미룬다 치고....
체크는 봉 끝으로 바닥을 톡톡 두드리며 눈만을 움직여 주변을 살폈다.
13호가 있던 곳은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거대한 강당 같은 공간이었다. 5층의 70%를 넘게 차지하는 이 공간은, 안 쪽에 있는 책상이나 소파 등의 차폐물을 빼고는 휑하니 뚫려 있었다.
그 넓은 공간에, 버섯군락처럼 똑같은 체형, 똑같은 착 달라붙는 슈트, 똑같은 검은 바이저와 마스크를 쓴 인간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렇군, 마지막의 마지막엔 수 싸움이가.
100명은 될 법한 다부진 분신들이 무리, 그리고 봉을 들고 있긴 해도 왜소해보이는 가녀린 여성 한명.
제3자가 보기에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 듯한, 부조리마저 느껴지는 광경 속에도 여성――체크는 흉흉하게 웃으며, 귓가에 반짝이는 피어싱을 만지작거렸다.
“마,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머리 박으면 쬐끔은 감형해줄지도 모른데이?”
“......세상에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와도 같은 명언 중에, 다굴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는데 알아?”
“하!”
체크는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보그라, 보그라. 저번에 창고에서의 일을 벌~써 잊었네?”
양손에 들린 봉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훙훙훙훙- 휘둘러졌다.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휘둘러지는 봉을 보자니, 13호는 몸이 무심코 떨리는 걸 느꼈다.
그렇다, 저 봉에, 13호는 샌드백이 되어 죽도록 얻어맞았던 것이다. 그 때의 고통과 공포가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처억, 봉의 움직임이 멈추고, 체크가 자세를 잡았다. 언제 오든 상관 없다고, 이대로 있으면 먼저 움직일 거라고 선언하듯,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에잇! 샌드백이 된 복수를 해주마! 간다!”
“하하! 좋다! 니 오늘 한 번 뒈져보그레이!”
검은 슈트와 마스크를 쓴 분신의 무리가 체크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단 것을 쫓아 바퀴벌레처럼 모여드는 그 모습에도 체크는 조금도 주춤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어 봉을 휘둘렀다.
처음에 달려든 분신은 명치를 꿰뚫려, 봉이 등 뒤로 튀어나왔다.
깔끔하게 몸을 꿰뚫은 봉은 분신의 몸에서 손쉽게 빠져, 이번엔 횡으로 휘둘리며 달려드는 분신들을 날려버렸다.
다음으론 몸을 낮추고 아래에서 덮치려 한 분신이 있었으나, 체크가 봉을 횡으로 휘두르면서도 가벼운 발놀림으로 뛰어오르자 특공을 시도한 분신은 허공을 허우적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체크의 노도와도 같은 공격이 이어졌다.
때론 봉으로 물 흐르는 듯이, 종횡무진 뱀처럼 분신들의 사이를 누비며 하나하나 치명타를 주고 날려버리나 싶더니, 어느 순간엔 봉을 던져버리고 가방에서 꺼낸 각종 무기들로 분신들의 숫자를 줄이기도 했다.
단검, 메리켄색, 손도끼에 몽둥이, 송곳, 채찍... 종류를 가리지 않고 쏟아진 무기들은 어느 것 하나 위협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진짜, 괴물이냐 너.......”
분신들로 꽉 차 있던 공간에, 이제는 13호의 본체를 포함한 여섯 명 밖에 남지 않았다.
“뭐야, 설마하니 이 정도로 나를 제압할 수 있을기라 생각했드나? 진짜가? 허, 이래서야 웃음 밖에 안 나온데이? 사람을 물로 보는 기가?”
체크는 봉으로 어깨를 두드리며, 허탈한 듯 웃었다.
4층에서 그렇게 수치를 주면서 기고만장하게 굴더니, 껍질을 까보니 이 정도 밖에 안 된다. 이래서야 복수하는 것도 허무할 지경이다.
체크의 눈에서 불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니 단디 맘 묵고 제대로 저항 하그레이. 이대로면 실망이지 않드나. 고작해야 이까짓 걸 믿고 자신 있게 내를 빡치게 만든 거면...... 진짜 지옥을 보여줘야지 않드나.”
“정말이지, 체크 네 년, 요구치가 너무 높잖아.”
“육갑아, 니는 너무 수준 떨어진데이.”
체크는 분노한 듯 한 걸음 두 걸음, 겁 먹은 듯 사무실 안 쪽에서 미동도 않는 13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지나칠 정도로 싱겁다. 그토록 도발해 놓고서 고작해야 이 꼴. ......어차피 한심한 남자란 건 알고 있었으니, 직성이 풀릴 때까지 갖가지 방법으로 쥐어패고 끝내자.
“그럼, 비장의 수를 꺼내볼까.”
“에......?”
한숨과 함께 대충 끝내려고 마음 먹으려던 체크는, 다음 순간 갑작스런 13호의 행동에 눈을 크게 떴다.
아마 마지막 비장의 수였을 분신들도 거진 소멸하고, 분명 벼랑 끝가지 내몰렸을 텐데도 13호는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단순한 허세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13호는 별안간, 바지를 벗고 팬티를 내린 것이다.
거기다 본체만이 아닌, 그 옆의 착 달라붙는 슈트의 분신들 또한, 전부 다, 일제히.
“?!!?!?!?!?!?”
남자의 물건을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도저히 이해 못 할 상황에 체크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남자의 물건이, 여섯 개나 되는 물건들이 덜렁덜렁 드러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갑자기 웬 미친 짓이가?! 이 빙시야! 육갑――”
그리고.
두근, 하고.
빠직, 하고.
체크의 안에 뭔가가 크게 울리며――시야가 삐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