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18 무술에 능한 히어로 체크는 OO에게 굴복한다(4)
“비싼 옷감으로 준비했어. 입어줘.”
체크는 이를 갈며 손에 든 치파오를 내려다봤다.
완전히 바보 취급 당하는 것 같잖아....
정말로 입는 게 맞을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봤지만 자신은 고민이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다. 가능하면 무슨 일이든 직감적이고 호쾌하게 해결하는 편이다.
.......
................
..........................................
‘그냥 입을까.’
체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볼 사람은 13호 밖에 없고, 자신이 조금 창피를 당하는 것으로 인질들이 무사하다면 이득이다. 13호에게는 이미 못 볼 꼴들 다 보였으니 이제 와 새삼스레 옷 정도로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그리고――
“.......”
“왜 그래, 체크?”
“......암 것도 아니데이, 육갑아.”
체크는 새침하게 중얼거렸다.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뭔가 13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쩐지 멍해져서, 뭐든 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명탓일지도 모르고, 피로가 쌓여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만약 세뇌의 여파라고 하면 주의해야한다.
‘위험하데이.’
체크는 한숨과 함께 전투복 상의의 단추를 풀었다.
“그런데 닌 언제까지 볼 끼가.”
곁에서 지그시 바라보는 13호(분신)에게 눈치를 주자니, 13호는 별 일이라는 듯 눈을 감았다 떴다.
“어? 이제와서 신경 쓰는 거야?”
“눈깔 뽑아버리기 전에 당장 치아라, 눈.”
“흐음. 그럼 이러면 되는 거지?”
분신의 몸이 쪼그라들더니, 3등신 정도의 캐릭터 같은 모양새로 변했다. 착 달라붙는 새카만 슈트, 새카만 바이저를 입은 작은 모양새가 어쩐지 귀엽다고 느껴버렸다.
그래봤자 시선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CCTV 같은 걸로 확인하고 있을 테고... 쓸데없이 시간을 지체하지 말자. 처녀도 아니고.
스륵- 슥- 툭.
처음에는 두꺼운 전투복 상의, 다음으론 벗겨진 치마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조급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고, 애를 태우듯 아슬아슬하게. 세뇌의 스위치를 켜기 위한 살짝 어두운 조명이 그녀의 모습에 요염함을 더해주었다.
‘......옷을 벗는 것만으로 뭔가 섹시하네.’
분신과 오감을 공유하고 있는 13호는, 체크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다. 고작해야 두 세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스페이드와 클럽, 아리아와는 전혀 다른 야릇한 매력이 있었다.
체크는 치파오를 손에 들고 잠시 고민하다, 실크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었다. 옆트임도 심하고 망사 같은 재질이라 사이사이로 속옷이 보여버린다. 입지 않는 편이 낫다. 원래라면 유두패치 같은 걸 붙이겠지만, 그런 건 준비해주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 주제에 부채라던가 머리 장식 같은 걸 준비해놓네... 진짜 잡히면 오라지게 두들겨패야긋다.
“다 입었데이. 이카면 되나?”
전부 다 입고 나자, 새카만 치파오의 앞과 옆에 크게 난 트임이 눈길을 끌었다. 그 사이사이로 건강하고 탄력있는 피부가, 흉부를 밀어내는 부푼 가슴이, 속옷을 하지 않아 옷감을 밀어내고 살짝 자기 주장을 하는 유두가 13호의 마음을 흔들었다. 짙은 씨스루 소재로 되어있어, 빛 아래에 서거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옷 안이 보이는 것도 지나칠 정도로 섹시했다.
앞트임 사이로 배꼽이 보이는데, 배꼽 아래로 묘한 문양이 절반쯤 드러나있었다. 클럽이 새겨두었던 ‘성감강화’의 문양이었다. 아직 클럽이 주입한 마력이 남아, 희미하게 빛이 났다.
“좋아, 만족이야, 지금 열어줄게.”
“......정말이지, 이런 거나 입게하고 말이다.”
드르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셔터가 천천히 올라갔다.
새로이 나타난 공간에 한 발 두 발 내딛은 체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눈 앞에 나타난 또 다른 셔터 때문이다.
이대로면 계단에 도착할 때까지 몇 개나 되는 셔터를 지나쳐야 되는지.
“정말이지 귀찮아 죽겄다.”
“너무 강한 히어로라서 그래. 이쪽도 가능한 만전을 기하고 싶은 거라고.”
“......마, 그렇다면 으짤 수 없제.”
어깨를 으쓱하는 체크. 칭찬에 약하구나.
체크는 조금 기분 좋아보이는 표정으로 다음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셔터 앞에 다가갔다.
그 뒤의 미션들은 대부분 무난했다. 어떤 포즈를 취하라던가 장문의 문제를 맞춘다던가 하는 식이었고, 문제의 답을 모른다던가 하는 건 옆에 있는 미니 13호가 알려주기도 했다.
어차피 도와줄 거면 뭐하러 이렇게 번거롭게 만들었는지 싶었지만, 불평해봐야 의미도 없을 뿐이다.
“이제 마지막 셔터야.”
“종이가 두 갠디?”
“마지막이니까, 미션도 두 개. 난이도도 높아.”
난이도가 높아......? 체크는 의아해하며 종이의 내용물을 살피고, 단숨에 얼굴을 확 구겼다.
“지, 진정해! 이것만 하면 끝이니까!”
“이걸 진정하라고......!”
그대로 분노를 참지 못해 옆에 있던 미니 13호의 목을 잘라버릴 뻔 했다.
마지막 셔터에 붙어있던 두 개의 미션은, 생각지도 못한 별 해괴한 것이었다.
하나는 [보지 열 재기――■■도 이상 나올 때까지 측정할 것].
또 하나는 [모유 짜기――아래의 병에 담아주세요.]
“니는, 나를, 진짜로 바보 취급하는 거냐앗?!”
“진정해! 도로시의 약으로 모유는 나오게 됐잖아!”
“그게 문제가 아니데이 육갑야!”
체크는 13호(분신)을 죽일 듯이 째릿 노려봤다.
“잠깐만! 어쩔 수 없다고! 네 몸 상태를 확인하려는 것 뿐이니까!”
“그딴 거 필요없다 안카나!”
“필요해! 도로시가 개조한 네 몸이면 모유도 나오지만, 혹시나 그게 몸에 안 좋을 수도 있고 어떤 영향인지 모르니――”
13호(분신)은 체크를 필사적으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장장 5분에 걸친 장광설을 펼치자, 시간이 갈수록 체크는 벌레 씹은 표정으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에게 수치를 주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도로시에게 개조된 뒤의 신체 상태 확인... 같은 내용을 더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알아줘. 이건 너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데이터라고. 혹시나 약의 부작용이 있거나하면 서둘러 치료를 받아야하니까.”
“......끄응.”
이렇게 성심성의껏 말하면 할 말이 없다.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라고 하니.... 거기다 인질을 구하려면....
끄으으으으으으응...!
체크는 고민했지만, 어차피 이미 답은 나와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자신에게 인질들을 버린다는 선택지는 없다.
한숨이 폭폭 나왔다. 정말이지 13호를 만나고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와서 지체하는 것도 우습다....’
13호가 있는 곳까지만 도달하면, 그러면 복수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이 수치의 백배는 그대로 갚아줄 수 있다. 정말 울고불며 소리쳐도 용서해주지 않고, 차라리 샌드백이 부러울 정도로 마구 괴롭혀주자. 중국에서 배웠던 고문술을 아주 그냥 하나도 빠짐 없이 사용해주겠어.
그러니, 지금은 일단 포기하고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하란다고, 바로 안 나온데이.”
“괜찮아.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즐겨도 되니까. 거기 박스에 체온계랑 이것저것 넣어놨으니까 사용하려면 사용하고.”
문디가... 이쪽은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다.
일단 박스 안에서 익숙한 모양의 체온계를 꺼냈다. 꽂아 넣어 재는 타입이다. 꺼림칙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치파오의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팬티를 옆으로 밀어내고 조심스레 안으로 밀어넣었다.
‘하으.......’
미미한 이물감이지만, 특유의 차가운 감촉이 빡빡한 질 안의 돌기에 닿아, 무심코 몸을 떨었다.
‘얼마나 하면 되는 거가...?’
지그시 체온계의 스위치를 누르고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삐삐삐-하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꺼내어 보니 화면에 ▲▲이라는 숫자가 떴다. 미션으로 주어진 온도에는 한참 떨어져있다. 이런 경우엔 어쩌라는 걸까.
의문을 가지고 미니 13호를 바라봤더니,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짜증나서 머리를 붙잡고 복부를 한 대 때려줬다.
“쿨럭, 쿨럭... 네, 네 질의 온도를 높이는 수 밖에 없지.”
“어쩌라는 말이가? 히터라도 쑤셔넣으라고?”
“여성은 흥분하면 거기가 뜨거워지잖아.”
“.......”
“뭐, 쉽게 말하자면 그대로 자위를 해서, 적정 온도까지 높여달라는 거지.”
체크는 미니 13호를 넘어뜨리고 그대로 콱콱 짓밟았다. 힐 끝이 파고들 때마다 13호가 고통스런 신음소릴 흘렸다.
“어, 어차피 모유를 내려면 해야하잖아! 사정하는 것처럼 기분이 고조되야 모유가 나오도록 개조 됐을텐데!”
“하아, 증말....”
한숨, 또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와서 혐오감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게 13호의 말 때문인지, 혹은 이런 이상한 상황에 익숙해져서인지는 알지 못하겠다.
그래. 이왕 하겠다고 한 거, 빨리 끝내버리는 편이 낫다. 체크는 포기의 한숨을 내쉬었다.
체크는 그 자리에서 쪼그려 앉아, 치파오 상의의 끝을 풀었다. 트임이 심한만큼, 상의의 끝을 풀고 좋은 질감으로 된 천을 양 옆으로 벌리자, 잘 익은 과일 같은 유방이 튕기듯 밖으로 뛰쳐나왔다. 브래지어는 치파오를 입을 때 이미 벗어둔 채다.
후우.......
다시 한번 긴장의 한숨을 내쉬고, 체크는 천천히 드러난 가슴에 손을 가져다댔다.
‘으으...... 느낌이... 이상하데이... 이런 거....’
체크는 어비스의 아지트에 갇혀있을 때, 도로시에게 온갖 종류의 약물을 투입되었다. 거기에 클럽이 그려둔 문양으로 인해 성감도 강화되어있어, 고작해야 보름 정도의 기간만에 체크는 자신의 몸에서 평생 느껴왔던 것관 전혀 다른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흐윽.......
고작해야 가슴을 조금 만진 것만으로, 몸이 천천히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유륜을 쓰다듬으면 섬뜩한 기대감에 으슬으슬하게 몸이 떨리고, 그러다 유두를 조심조심 긁으면,
“히잇?!”
찌릿찌릿한 전기가 머리를 자극하는 듯한 쾌감이 느껴졌다.
이런 게 자신의 몸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도로시와 클럽, 두 사람에게 주물러진 체크의 몸은 오로지 쾌감을 느끼기 위한 음란한 인형의 몸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만 둘 수도 없다. 발개진 얼굴로 이를 악물고, 성숙한 살집을 품은 유방을 천천히 애무하기를 계속했다.
점차 하복부가, 비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그녀는 쪼그려앉은 채 무심코 허벅지를 비볐다. 그녀의 꿀단지엔 이미 애액이 충분히 났을 것이다.
슬슬 됐을까 싶어 다시 한 번 치파오 아래로 손을 넣어 비부에 체온계를 꽂자, 오래 걸리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 ......안 된다. 아직 부족하다.
아무리 감도가 높아졌다곤 해도, 역시 가슴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이대로면 너무 오래 걸리겠지.
질의 온도를 재는 거니, 역시 직접 자극해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클리토리스를... 아니, 질 속에 직접....’
체온계를 바닥에 내려놓고, 조금 전처럼 손을 치파오 아래로 넣어, 속옷을 질질 끌어내렸다. 이대로 손가락을 찔러넣으려 했더니,
“이거, 쓰는 게 어때?”
미니 13호가 체크의 눈 앞에 무언가를 내밀었다. 쓸데없이 리얼한 형상의, 그로테스크한 검은빛을 발하는 딜도형 바이브레이터였다. 바이브레이터가 코 앞에 닿자, 고무 특유의 냄새가 비강을 자극했다.
“아니, 그건....”
체크는 잠시 주저했지만,
‘......아닌가. 굳이 피할 것도... 없나....’
순순히 바이브레이터를 13호에게서 받아들었다.
* * *
13호는 만들어낸 분신의 눈을 통해서, 또 화면 너머로 그런 체크를 살피며 지금까지 얻은 데이터를 하나하나 정리해갔다. 도로시에게 바로 묻는 게 정확하겠지만, 데이터를 일일이 보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또 어느 정도의 분석법은 도로시에게 배워두었다.
의미 없어 보이던 미션들을 통해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모였다. 13호는 날카로운 눈으로 체크의 모습을 확인하며, 드디어 확신할 수 있었다.
――도로시의 세뇌는 확실하게 그녀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남은 건 얻어낸 데이터를 토대로 체크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약점을 통해 그녀를 공략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