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18 무술에 능한 히어로 체크는 OO에게 굴복한다(3)
쮸웁.... 쭙....
하아... 하으응.......
13호가 영상을 확인하는 한편, 히어로의 전투복을 입은 여성이 13호의 앞에 무릎을 꿇고 13호의 물건을 소중하게 빨고 있다. 그 옆에선 같은 복장의 또 다른 여성이 13호의 분신들에게 둘러싸인 채 온 몸을 애무당하며 쾌락에 허덕이고 있었다. 13호의 물건을 빠는 히어로의 뒤에선, 아리아가 그녀의 보지에 딜도형 바이브레이터를 찔러넣으며 즐기고 있다.
두 사람 다 【러비쉬】에 잠입했다가 그대로 붙잡혔던 히어로들이다.
히익....... 히윽.......
우응....... 츄읍.......
“좀 더 성의 있게 빨아요, 히어로 언니.”
“네에에...... 후우... 츄읍... 후응.......”
13호의 물건에 봉사하던 히어로는, 아리아가 바이브레이터에 진동을 더하자 몸을 비틀며 교성을 흘렸다. 입가 사이로 흐른 침이 턱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각오가 안 된 일반인들에게 이렇게 손을 대는 건 미학에 반하지만, 히어로들이라면 문제없다. 체크가 오기까지 좋은 즐길거리라고 생각해 어제부터 세뇌해 두었다.
‘이제 2층으로 올라오는 구만.’
13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영상 너머로 체크의 모습을 살폈다.
빌런조직 【러비쉬】가 아지트로 쓰고 있던 이 건물은 지상 총 5층, 지하 3층으로 되어있는 건물이다.
엘리베이터는 전용 키카드가 있어야만 작동하며, 카드가 없는 사람이 위아래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계단을 이용해야한다. 이 계단도 이어져 있는 게 아니라, 한 층마다 플로어의 반대쪽으로 이동해야 다음 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이용할 수 있다.
귀찮은 구조다.
하지만 귀찮은 구조만큼 쓸데없는 짓에 사용하기 좋은게 없다.
도로시의 지시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일단 첫 번째로 확인할 건....”
체크가 7번대로 복귀한 지 3일. 그동안 도로시가 걸어놨던 세뇌가 얼마나 유지되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미 2층의 조명에는 손봐두었다. 도로시의 말대로면 특정한 조명 아래서 히어로 체크의 전투력은 급감한다!
후후, 조금 기대가 되는군.
어제 이곳을 점령한 뒤 쉬지 않고 각종 함정들을 준비했다. 도로시의 세뇌로 한껏 약해진 네년을 마음 놓고 유린해주마.
13호는 손에 든 아리아의 막대기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안에 담긴 마력이 울리고, 2층에 대기하고 있는 분신들에게 신호가 보내졌다.
* * *
‘어두워진 거 같데이...?’
같은 게 아니라 확실히 어두워졌다.
창문이란 창문, 유리벽 같은 건 죄다 검은 시트지나 판자로 막혀져 있고, 불도 옅은 주백색 빛을 흩뿌리고 있다.
갑자기 어두워져서일까, 뭔가가 피부에 끈적끈적 달라붙는 느낌이고, 몸도 무거워진 것 같다.
체크가 기분 나빠하며 앞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걸렸구나, 체크!”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거다! 천천히 유린해주마!”
복도 저 끝에서, 괴이한 검은색 바이저와 시커먼 슈트를 입은 두 사람이 나타났다.
‘형체는 똑같데이. 아래에 있던 가짜와 같은기가?’
나타난 녀석들은 두 놈 다 묘한 통을 짊어지고 있고, 통의 내용물을 분출하기 위한 분사용 포신 같은 걸 손에 들고 있다.
포신의 스위치를 누르면, 통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분사되는 구조다.
통 안에 든 건 미약가스. 얼마 전 제압한 버섯빌런에게서 뽑아낸 버섯의 액기스를 응용해 만들었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히어로라도, 이 가스를 흡입하면 애액을 질질 흘리는 음란한 바보가 되어버린다!
“먹어라, 암퇘지!”
슈트차림인 두 분신이 동시에 스위치를 누르자, 어마어마한 양의 분홍색 가스가 사출되며 복도를 가득 메웠다. 그대로 체크를 집어삼키기 위해 무시무시한 기세로 덮쳐들던 가스는,
“흡.”
부-웅! 훙훙훙훙훙훙훙훙-!
체크가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봉을 휘두르자, 그대로 도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어......?””
분신들의 얼빠진 목소리가 겹쳤다. 영상으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13호(본체) 쪽도 마찬가지로 당황하고 있다.
사람의 팔은 선풍기가 될 수 없다. 아무리 빠른들 선풍기처럼 한 방향으로 바람을 보내는 것도 못할뿐더러, 360도 돌아가는 기계와는 구조가 다르다.
그런데 어찌 저리 손쉽게 저런 게 가능한 거지...?
애초에 체크는 저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 한치의 의심도 없어보이고...?
훙훙훙훙훙훙- 훙- 후-웅!
“마, 육갑이 머리를 써봐야 이런 거 아이겠나?”
한걸음한걸음, 손에 든 봉을 빙빙 휘둘러 가스를 밀어내며, 체크는 앞으로 전진해나갔다.
그러다 가스가 떨어져 이 이상 나오지 않게 되자, 단숨에 달려들어――
퍼버버버버버벅-!
““으아아아아아악!””
멍청히 서 있는 두 분신을 마구 쥐어패 소멸시켰다.
“후아, 좀 패고 나니 기분이 좋구마.”
체크는 기분 좋은 듯 콧노래를 부르며 다음 층으로 나아갔다.
* * *
“나, 지금 내 상식이 의심받는 기분이 드는데....”
하긴, 히어로니까 뭐든 가능할 것 같은 이미지긴 한데, 솔직히 방금 그 광경은 충격이었다. 어렸을 때 만화를 보면서 한번쯤 상상은 해볼만한 기술이지만, 현실에서 저런 게 되고말고는 별개의 이야기다.
사람의 손은 선풍기가 아니고, 가스를 밀어내려면 봉에도 그럴만한 구조의 날개가 필요한 법이다.
“13호 오빠... 체크 언니의 능력을 잘 모르나 보네요.”
“‘무기강화’ 아니야? 체크의 능력.”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체크 언니의 ‘강화’는 단순한 ‘강화’가 아니에요. 체크 언니의 바램을 담아서, 반드시 ‘바라는 결과를 이루는’ 속성을 부여하는 강화... 예를 들면 뭐든 꿰뚫는 창이라던가, 무엇이든 막는 방패라던가, 무엇보다 빠르게 주먹을 날리는 장갑이라던가... 그런 느낌.”
그게 바로, 체크의 별자리인 ‘성화자리’로부터 받은 능력.
“......사기잖아.”
“괜히 7번대 2인자가 아닌 거죠.”
아니, 애초에 저 여자 신체 능력이 급감한 상태 아니었어? 그런데 조금 전 봉을 휘두르는데 조금도 이상이 없어보였는데.
뭐랄까.
이렇게 되고나서야, 초조함이 13호의 마음을 지배했다.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체크는 13호에게 해를 입히는 데 조금도 주저가 없다.
만약 이대로 준비한 함정이 전부 다 뚫려버린다면――
‘진짜로 죽는 거 아냐?’
13호의 온 몸에 식은땀이 왈칵 솟아났다.
1층에서 분신에게 한 짓만 봐도, 저 여자 절대로 적당히 할 것 같지 않다. 그보다 잡혀있던 일주일 사이에 도로시에게 뭔짓을 당했는지, 13호를 향한 원망이 하늘을 찌를 정도다. 도로시한테 당한 걸 왜 나한테 푸는지 모르겠지만. 강남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던가 그런 속담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남은 함정으로 어떻게든 세뇌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확인해야해.’
아직, 아직이다.
어제부터 꼬박 하루에 걸쳐 갖가지 함정과 도구들을 설치해놨다. 세뇌 상태의 그녀라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함정들이다.
좋아, 해보자. 반드시, 체크 네 년의 옷을 벗겨서 내 아래 깔려 앙앙거리게 만들어주마...!
“13호 오빠, 체크 언니가 3층을 돌파했어요.”
“벌써?!”
......일단 유서라도 써둘까.
* * *
체크는 호전적이게 봉을 붕붕 휘두르며 계단을 올랐다.
3층은 바보 같은 놈들 뿐이었다. 전부 똑같은 슈트, 똑같은 헬멧이며 바이저를 쓴 놈들이 딜도니 바이브레이터니 갖가지 도구들을 가지고 다가오길래 전부 패 죽여버렸다.
그 외에도 기묘한 행동을 하려던 놈들도 있어서 그 놈들도 패죽였다.
일단 뭐든 나타나면 패죽였다.
그녀의 행보를 막을 사람은 없었다.
‘세뇌 상태를 확인하려는 기가?’
이쯤 되니 분석에 자신이 없는 체크도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자신을 바보 취급하고 있거나.
확실히 일주일간 붙잡혀 있는 동안, 체크는 그 백의의 과학자에게 여러 가지 실험을 당하고 하루 종일 괴이한 음원을 듣고 이상한 빛을 쬐이고 약을 주입당하고... 하여간 뇌를 주물러지는 듯한 끔찍한 시간이었다.
‘그치만 중국에서 히어로 노릇 할 때는 훨씬 심했데이.’
그녀는 초등학생 때부터 히어로로서 훈련을 받았고, 중학생 때 이미 실전에 투입되었다. 히어로로서 일한 시간만큼, 갖가지 경험도 하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고문.
육체적인 것을 넘어서 정신적인 고문도 경험해봤으며, 그에 관한 훈련도 받은 만큼,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는다.
‘......전혀 소용이 없는 것 같지도 않다마는.’
세뇌에 대해서 말을 꺼낼 수 없는 것도 그렇고, 일주일을 그렇게 당했으니 일부 막아낼 수 없었던 부분도 있던 것 같지만.
어쨌든 세뇌를 맹신하는 13호 같은 녀석 따위, 이대로 올라가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계단을 오르고 나자, 튼튼해 보이는 화재용 셔터가 내려와 있었다.
“뭐야, 부수면 되는 기가?”
손등으로 통통 두드려봤지만 튼튼하긴 해도 못 부술 건 아니었다.
그녀가 손에 든 봉에 힘을 주려할 때에,
“잠깐! 잠깐만 기다려!”
그녀의 바로 옆에, 검은 슈트와 바이저를 쓴 13호의 분신이 쑤욱 솟아났다.
“잠깐 기다려, 룰을 설명할――”
체크가 반사적으로 휘두른 봉에 꿰뚫려, 분신의 머리가 날아갔다. 분신은 금방 흩날리는 먼지가 되어 사라져갔다.
“......아, 실수한 기가?”
“인정사정 없네... 이야기는 좀 들어 주라.”
“오, 또 나타났구마. 다행, 다행~.”
새로이 나타난 13호를, 체크는 봉으로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바라봤다.
“일단 여기까지 어렵지 않게 온 체크, 너의 노고를 치하――”
“잡소리 그만 씨부리고 빨랑 이거나 열어라, 육갑아.”
“......그럼 간단하게 룰을 설명할게.”
분신이 전한 룰은 심플했다.
꼭대기층인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도달하기 위해선, 4층에 비치된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조건을 하나 만족하면 셔터가 하나 올라가는 식이다.
“만약 반칙을 써서 셔터를 부수거나 하면 폭탄을 터뜨리겠어.”
“......마, 생각해보면 가슴이 작아지는 거, 별 큰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움직이기 불편한데다 달리면 아플때도 있고, 어깨도 결리고, 무기 다룰 때도 불편하고.”
“그 말 그대로 클럽이나 우리 과학자 씨한테 하면 너, 원망으로 숨 막혀 죽을걸?”
가진자의 여유라고 할까. 이미 가진 사람은 모르는 법이라니까.
13호(분신)은 출렁거릴 듯한 체크의 풍만한 가슴을 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그래서, 그 미션이란 건 어디 있는데?”
“거기 잘 보면 다 붙여놨는데.”
13호의 말대로, 조금 시선을 돌리니 셔터 한 쪽에 종이가 붙어있었다. 아래에는 뭔가 옷이 들어있는 상자도 놓여있다. 준비 정신이 투철하다.
슬쩍 살펴보니,
[준비된 치파오를 입으시오.]
영 싱거운 내용이었다. 치파오 정도야 그녀가 가장 자주 입는 평상복이니 문제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종이 아래에 비치된 상자 안을 살폈다. 그리고 한순간 몸이 굳었다.
“......문디야.”
“응? 왜?”
“느그는, 날, 바보로 아는 기가...?”
체크가 상자 안에서 꺼낸 것.
그건 분명 치파오 같은 옷이었지만... 치파오라고 하기엔 비정상적으로 노출이 많고, 거기다 자세히 보면 안이 비쳐 보이는 상당히 남사스런 옷이었다.